-
-
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11월
평점 :
20201211 매일 시읽기 74일
어리석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 메리 올리버
가끔 나는 나무 한 그루의 잎들을 세느
라 종일을 보내지. 그러기 위해선 가지마다
기어올라 공책에 숫자를 적어야 해. 그러니
내 친구들 관점에서는 이런 말을 할 만도
해. 어리석기도 하지! 또 구름에 머리를 처
박고 있네
하지만 그렇지 않아. 물론 언젠가는 포기를
하게 되지만 그때쯤이면 경이감에 반쯤은
미쳐버리지ㅡ무수한 잎들, 고요한 나뭇가지
들, 나의 가망 없는 노력, 그 달콤하고 중요
한 곳에서 나, 세상-찬양 충만한 큰 웃음
터뜨리지.
안도현 시인과 서정주 시인의 시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다시 메리 올리버의 시집을 펼쳤다. 분명 읽었는데, 시들은 다시 읽어도 거의 늘 처음 대하는 듯 새롭다. 다행히 이번 시는 그렇지 않다.
이 시는 메리 언니가 사랑해 마지 않는 자연의 경이를 보란 듯이 당당하게 예찬하는 시다. 장자의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시다.
산에 들어 높은 바위에 앉아 울창한 숲과 드넓은 하늘과 멀디먼 지평선을 바라볼 때, 그 순간 시원한 바람 한 점이 내 몸을 감싸고 지나갈 때, 저런 달콤한 기분에 젖어들게 된다. 그런 순간이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하고, 지금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아직은 안 된다. 아직은 좀 더 찬양하다 죽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