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김지하 지음 / 아킬라미디어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20201203 매일 시읽기 66일  

그 소, 애린 50 
- 김지하 

땅끝에 서서 
더는 갈 곳 없는 땅끝에 서서 
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 
새 되어서 날거나 
고기 되어서 숨거나 
바람이거나 구름이거나 귀신이거나간에 
변하지 않고는 도리없는 땅끝에 
혼자 서서 부르는 
불러 
내 속에 차츰 크게 열리어 
저 바다만큼 
저 하늘만큼 열리다 
이내 작은 한 덩이 검은 물에 빛나는 
한 오리 햇빛 
애린 
나. 

1986년 실천문학사에서 첫 출간된 김지하 서정시집 <<애린 1,2>>는 90년대 솔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가 품절되었다. 현재는 아킬라미디어에서 2016년 1,2권을 묶어 출간된 판본이 있다. 2016년도 판은 개인적으로 겉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애린‘이 대체 무슨 뜻인가 했더니, 1권 <간행에 붙여> 에서 시인이 친절히 설명해 준다. 

˝모든 죽어간 것, 죽어서도 살아 떠도는 것, 살아서도 죽어 고통 받는 것, 그 모든 것에 대한 진혼곡이라고나 할까. 안타깝고 한스럽고 애련스럽고 애잔하며 안스러운 마음이야 모든 사람에게, 나에게, 너에게, 풀벌레 나무 바람 능금과 복사꽃, 나아가 똥 속에마저 산 것 속에는 언제나 살아 있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매순간 죽어가며 매순간 태어나는 것을. . . . / 아직도 바람은 서쪽에서 불고, 아직도 우리는 그 바람결에 따라 우줄우줄 춤추는 허수아비 신세, 허나 뼈대마저 없으랴. 바람에 시달리는 그 뼈대가 울부짖는 소리 그것이 애린인 것을. . . . . . / 애린은 한 권의 시 묶음이기도 하다. 부디 모두 애린이어라!˝

<<애린>>은 아린 마음들을 노래하고 있기에 읽는 독자도 덩달아 마음이 애린다. 몸도 마음도 어디 딱히 둘 곳이 없을 때, 그래서 삶이 참 외롭고 쓸쓸하다 싶을 때, 펼치면 좋은 시집이다. 슬픔은 슬픔으로, 외로움은 외로움으로. 애린(愛悋)의 한자어 뜻은 아깝게 여김이다. 시인이 이 의미로 썼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나를 아깝게 여기고 사랑하라! 이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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