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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11월
평점 :
20201127 매일 시읽기 60일
어둠이 짙어져가는 날들에 쓴 시
Lines Written In the Days of Growing Darkness
- 메리 올리버(Mary Oliver)
해마다 우리는 목격하지
세상이
다시 시작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풍요로운 곤죽이 되어가는지,
그러니 그 누가
땅에 떨어진 꽃잎들에게
그대로 있으라
외치겠는가,
존재했던 것의 원기가
존재할 것의 생명력과 결합된다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진실을 알면서,
그게 쉬운 일이라는 말은
아니야, 하지만
달리 무얼 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사랑한다는 우리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그러니 오늘, 그리고 모든 서늘한 날들에
우리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비록 해가 동쪽으로 돌고,
연못들이 검고 차갑게 변하고,
한 해의 즐거움들이 운명을 다한다 하여도.
메리 올리버 시집을 출간과 거의 동시에 샀다. 좋다. <<천 개의 아침 Thousand Mornings>> 원서는 2012년 시인의 나이 일흔일곱에 출간되었다. 거의 평생을 자연과 교감하고 산 노시인의 달관과 해학이 느껴진다.
나는 밝아오는 아침보다 어둠이 짙어가는, 하늘이 검푸르게 물들어가는 저녁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저 시부터 읽었다.
모든 것이 어둠에 버무려지는 모양새를 시인은 ˝풍요로운 곤죽˝이라 표현했다. 영어로는 ˝rich mash˝. 좋은 번역이다. ˝존재했던 것˝과 ˝존재할 것˝이 ˝결합되는˝ 시각. 나는 이 시각의 고요를 사랑한다. 세상이 푸른빛 품은 먹물에 젖어들 때 잠시 숨들이 멈춘 듯한 고요가 찾아든다.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무엇에 대해 달리 무엇을 할 수 없으나, 지금 할 수 있는 건 언제나 있다. 나는 하늘을 본다. 삶이 서늘해도 시인은 ˝쾌활하게˝ 살아가라 한다. ˝해가 동쪽으로 돌고, / 연못들이 검고 차갑게 변하고, / 한 해의 즐거움들이 운명을 다한다 하여도.˝ 그러니까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전복이 뭐 별거랴. 쾌활함으로 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