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6 매일 시읽기 49일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황인숙 

보라, 하늘을, 
아무에게도 엿보이지 않고 
아무도 엿보지 않는다.  
새는 코를 막고 솟아오른다. 
얏호, 함성을 지르며 
자유의 섬뜩한 덫을 끌며 
텅 ! 텅 ! 텅! 
시퍼런 용수철을 튕긴다. 


황인숙 시인은 1958년생이다.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문학과지성사)는 1988년에 출간된 시인의 첫 시집이다. 스물 중반부터 서른 즈음까지 쓴 시들로 추정된다. 최근작인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2016)가 마음에 들어 시인의 첫 작품이 궁금해 구매했는데, 오늘 듬성듬성 몇 편을 읽다 난감해졌다. 어 렵 다. 좀 버겁게 어렵다. 힘이 들면 내려놓을 생각이다. 좋자고 읽는데 자꾸 무거워지면 행복한 책읽기가 아니지 않겠는가.

이 시집의 표제작인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를 보라. 하늘이 새를 풀어놓지, 새가 어찌 하늘을 풀어놓나? 뻥 뚫린 게 하늘인데, 어쩌자고 ˝엿보이지˝도, ˝엿보지˝도 않는다고 하나? 새들은 어찌 ˝코를 막고˝ 솟아오르나? 자유는 어쩌자고 ˝섬뜩한 덫˝인가? ˝텅 텅 텅˝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인가? 용수철이 튕기는 소리인가? 용수철은 하고많은 색 중 왜 시퍼런 색인가?

내가 할 수 있는 해석 하나는, ˝엿보지˝도 ˝엿보이지˝도 않는 하늘이라면, 그 하늘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덫에 걸린 자유. 그래서 새를 풀어 하늘을 엿보이게 하려는 속셈인가?

이런 시는 철학서를 마주한 느낌을 준다. 생각해도 해석 불가. ‘생각을 한다‘에 방점을 찍는다면 시를 읽는 시간이 아깝지만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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