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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ㅣ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20201104 매일 시읽기 37일
식구
- 박제영
사납다 사납다 이런 개 처음 본다는 유기견도
엄마가 데려다가 사흘 밥을 주면 순하디순한 양이 되었다
시들시들 죽었다 싶어 내다버린 화초도
아버지가 가져다가 사흘 물을 주면 활짝 꽃이 피었다
아무래도 남모르는 비결이 있을 줄 알았는데
비결은 무슨, 짐승이고 식물이고 끼니 잘 챙겨 먹이면 돼 그러면 다 식구가 되는 겨
박제영 시인의 <<식구>>(북인)를 오늘부터 읽는다. 이 시집은 북플에 누군가 올린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박제영 시인은 매주 월요일 ‘소통의 월요일 시 편지‘라는 제목으로 시를 배달하는 이메일 우편배달부이다. 그의 이메일 아이디는 소통(sotong@naver.com) 이다. 2020년 11월 2일에 733호 <취매역(박제영)>을 전국 각지(또는 세계 각지?)로 쏘았다. 나는 이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식구‘라는 시를 읽으니 2005년에 개봉한 <웰컴투동막골>의 대사가 겹쳐졌다. 동막골의 많은 사람들을 별 잡음 없이 이끌어가는 마을 어르신의 조용한 카리스마가 부럽기도 하고 본받고도 싶었던 인민군 리수화가 은근슬쩍 묻는다.
˝고함 한 번 지르디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 . 거,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요?˝
마을 어른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예의 그 담담하고 무심한 톤으로 대답한다. ˝머를 마이 멕이야지 머.˝
식구(食口)의 사전적 의미는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와 젊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를 들면 들수록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알겠다. 식구는 단순히 밥만이 아니라, 밥이 놓인 밥상과 밥상에 앉은 사람들, 그들의 밥상머리 예절까지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을 이룬다고도 하는데, 주부로 엄마로 살아 보니 식구들 입에 뭘 먹이는 일의 무게가 묵직하다. ˝멀 마이 멕이고,˝ ˝끼니 잘 챙겨 먹이˝는 일이 무겁지 않고 가볍고, 귀찮지 않고 즐겁고, 괴롭지 않고 신 나는 일이면 좋겠는데, 그건 참 안 된다.
슬쩍슬쩍 들춰본 박제영 시인의 시들은 일단 ‘구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