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31 매일 시읽기 33일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박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문학을 잘 배우면 다른 이에게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학과 대학원에서 알았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겉표지 글)
매일 시읽기를 까짓 함 해봐, 일단 100일만 채워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을 때 내가 생각한 것은 내 집 책꽂이에 꽂혀 주인의 손길만 기다리는 가여운 시집들부터 읽겠다는 것이었다. 허나 우후죽순. 비가 온 뒤 솟는 죽순처럼 시를 한 편씩, 또는 몇 편씩 매일 읽기 시작하자 읽고 싶은 시들, 시인들이 떠오르거나 찾게 되고, 북플이 인공지능으로 소개도 척척 해준다.
시집 네 권만 사 보기는 처음인 듯. 두 권은 전부터 읽고 싶었고, 한 권은 검색했고, 한 권은 북플 친구 덕에 알게 되었다.
일단 박준부터. 시 제목. 독특하고 상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