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5 매일 시읽기 17일 고독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고독은 비와 같은 것. 저녁을 향해 바다에서 밀려오고 멀리 호젓한 벌판으로부터 언제나 외로운 하늘로 올라가서는 비로소 그 하늘에서 도시 위에 내린다. 골목이 저마다 아침을 향하고 아무것도 구하지 못한 육신들이 절망과 슬픔에 잠겨 헤어지며, 혹은 서로가 싫은 사람들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그러한 애매한 시간에 비로 내린다. 그리고 냇물과 더불어 고독은 흐른다. '고독'은 릴케의 <<형상시집>>(1902년)에 실려 있는 시들 중 한 편이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시다. "고독이 비와 같은 것"이란 첫 시구는 '고독에 젖다'라는 표현을 연상시킨다. 고독은 머리 이전에 피부에 닿는 감정이다. 어쩌면 희노애락 모두 몸으로 먼저 느껴지는 것일지도. 가을이 깊어간다. 고독이 비로 내려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