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0 매일 시읽기 12일 모든 게 놀이 - 김응 냉장고에 먹을 게 없을 때는 식당 놀이를 할 거야 나는 솜씨 좋은 주방장 동생은 배고픈 손님 주방장은 색종이로 김밥을 만들고 지우개 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뚝딱 음식을 내놓지 방바닥이 차가울 때는 겨울 왕국 놀이를 할 거야 나는 성에 갇힌 엘사 동생은 용감한 안나 안나는 보자기 망토를 두르고 비닐봉지 장화를 신고 나타나 엘사를 구해 내지 집 안이 깜깜할 때는 동굴 탐험 놀이를 할 거야 나는 지혜로운 대장 동생은 똑똑한 대원 손과 손을 마주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발맞춰 둘이 함께 길을 헤쳐 나가지 김응 시인의 <<둘이라서 좋아>>(창비)에 실려 있는 시들 중 한 편이다.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시집이었는데, 이제야 펼쳐서 또박또박 읽는다. 이제야 읽어 미안해지는 시집이다. 읽다가 아리고 짠하고 슬프다 기쁘다 한다. 귀결되는 감정은 므흣므흣.김응 시인에게는 김유라는 동화를 쓰는 동생이 있다. 자매 작가들이다. 김유 작가가 소개글을 썼다. 눈시울이 불거지게 할 만큼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발랄하게도 썼다. <<둘이라서 좋아>> 시집도 비슷한 톤을 띠고 있다. 명랑하게 써내려간 가난한 날들의 기록. 이 시집은 열두 살 언니와 일곱 살 동생이 부모를 잃고 둘이 사는 동안 있었던 경험담을 이야기한 동시집이다. 의지할 대상이 둘밖에 없었기에 자매의 정이 돈독하다.‘모든 게 놀이‘는 자매가 슬픔을 이겨 내기 위한 방법으로 했던 무수한 놀이에서 탄생한 시다.˝슬픔을 이겨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요, 생각을 바꾸는 거예요. 슬프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한없이 슬퍼지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모든 것을 놀이로 만들었고, 그 놀이들은 우리를 꿈꾸게 했어요.˝(김유 97)놀이로 꿈을 꾸던 열두 살 언니와 일곱 살 동생은 동시 작가, 동화 작가가 되어 시와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꿈을 실어 나르며 지금도 의좋게 산다. 물론 날마다 싸우면서(동생의 말이다 ㅋ). 슬픔을 승화해 마음을 정화하는 이야기.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아이와 어른이 둘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시집. 중딩 딸이 말했다. ˝슬픈데 공감이 갔어. 또 엄마 얘기더라고.˝ ㅋ 딸에게 내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길 잘했다. 이 친구의 공감력은 상상력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