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앙리 마티스 엮고 그림, 김인환 옮김, 정장진 그 / 문예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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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매일 시읽기 10일

가을의 노래 Chant d'automne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1
머지않아 우린 차디찬 어둠속에 잠기리니,
잘 가거라, 너무 짧았던 우리 여름날의 찬란한 빛이여!
내겐 벌써 들리네, 음산한 충격과 함께
안마당 바닥 위로 떨어지며 울리는 소리가

분노, 미움, 전율, 공포, 그리고 강요된 힘든 노력
이 모든 겨울이 내 존재 안에 들어오려 하네,
그러면 내 심장은 극지의 지옥 속에 뜬 태양처럼
벌겋게 얼어붙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겠지.

난 몸을 부르르 떨며 장작 하나하나 떨어지는 소리를 듣네,
교수대 세우는 소리 그보다 더 육중하게 들리진 않으리라.
내 정신 집요하고 육중한 파성추에
허물어져가는 탑과 같아라.

이 단조로운 충격 소리에 흔들리며
어디선가 누가 관에 서둘러 못질하는 소리 듣는 듯.
누굴 위해서?ㅡ어제만 해도 여름이었는데. 벌써 가을이!
저 신비스런 소리는 어떤 출발신호처럼 울리네.

2
난 사랑해요, 당신의 갸름한 눈에 감도는 초록빛을.
다정한 미녀여,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씁쓰레하네.
그대의 사랑방이나 규방이나 난로 그 무엇도 모두
내겐 바다 위에 빛나는 태양만 못하오.

그래도 날 사랑해주오, 정다운 님이여! 내 엄마 되어주오,
은혜를 모르고 짓궂은 사람이라 해도
애인이거나 누님이거나, 영광스런 가을의
아니면 지는 태양의 순간적 감미로움 되어주오.

덧없는 인생, 무덤이 기다리는구나, 허기져 입 벌린 무덤이!
아! 제발 잠시나마 내 이마 그대 무릎 위에 묻고
작열하던 뜨거운 여름 그리워하면서,
만추의 따사로운 누런 햇빛 맛보게 해주오!

문예출판사에서 2018년에 출간한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은 화가 마티스가 <<악의 꽃>> 1판에서 3판까지의 시들 중 직접 엄선해 삽화를 곁들인 것이다. 소장용으로 갖고 있기 좋은 시집이다.

보들레르의 시는 전반적으로 애수가 짙다는 게 내 느낌이다. 어린 시절이 불우하고 불안했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재혼. 고등학교 중퇴, 가난한 파리 생활. 1821년에 태어난 보들레르는 오른쪽 반신마비를 앓다 1867년 4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이승을 너무 일찍 떠났다.

마티스는 1869년에 태어나 1954년 89세의 나이에 이승의 끈을 놓았다. 그는 천수를 누렸다.

<가을의 노래> 첫 두 행은 우리 인간의 삶을 압축해 놓은 느낌이다. 느낌표와 더불어 강렬하다. 잘 자거라, 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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