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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 벗 2 [2CD]
나훈아 노래 / 아라기획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20201003 매일 시읽기 5일
테스형
- 나훈아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 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페친이 '테스형'과 '자야자야명자야'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해서 대체 뭐길래? 싶어 검색했다. 아. 나훈아. 시어머님이 시청하시고 너무 좋다고 했던 공연. 내가 차례 준비를 마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커피숍을 찾았던 그 시각에 대한민국 시청자 22%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를 보았다고 한다. 대 ~~~~~ 박. 노장은 죽지 않는다. 죽기는커녕 더 살아 펄펄 뛰시는 듯. 본 사람들마다 감탄 일색.
모든 노랫말은 한 편의 시다.
트로트는 즐기지 않지만 글은 즐기는 사람으로서 읽자면 이 노랫말은 독창적이고 유쾌하면서 짜안하다.
내가 내 어미를 부르듯, 나훈아씨는 아버지를 부른다. 테스형은 아버지의 다른 이름이다. 이리도 힘든 삶을 내 아비는 어찌 견디며 살았을까 묻는 동시에 '아버지, 나 좀 살려주소' 라는 구원의 호소다. 그것도 간절한 호소다. 여덟 번이나 반복되는 '아 테스형'을 보라.
대학원 시절 노신부님의 조교를 한 적이 있었다. 조교 마지막날 신부님이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근사한 저녁을 사주시며 '실소'에 대해 하신 말을 나는 잊지 못한다.
"곽양은 실소를 해본 적이 있나? 배가 빠지게, 숨이 막히게, 웃는 실소 말이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면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네."
나훈아의 '테스형' 노랫말 첫 두 소절은, 신부님이 말한 실소의 힘의 시적 변형이다. "한바탕 턱 빠지게" 웃고 나면 아픔을 웃음에 묻을 수 있다. 그 어렵다는 삶을 버틸 수 있다. 인생은 날마다, 시간마다, 웃고 살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많은 시간을 고통스럽게, 눈물나게 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살아내는 자들이 더 많다. 참 다행한 일이다.
2020.09.30. 노익장 나훈아는 코로나19로 힘겹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살아가는 힘 하나를 선물한 셈이다.
곁가지. 테스형 BC470년생 / 나훈아형 1947년생. '테스형'은 2019년 8월에 발매한 '아홉 이야기'에 수록된 신곡이다. 작사. 작곡. 나훈아. 이 음반은 예스24에만 있다. 이런. 상품을 넣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저 앨범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