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개정판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0920

​ <인지 공간> 김초엽/ 문학동네 ​

‘차이를 지우지 않아야 세상은 더 풍요로울 수 있다‘ 

<한겨레21>이 사랑한 작가 21인의 인터뷰를 실은 <한겨례21>통권2호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작가가 스물일곱 살의 젊은 작가 김초엽이었다. 나는 SF를 그닥 즐겨 읽지 않는 독자이지만 인터뷰를 읽으면서 이 젊은이가 풀어내는 공상과학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구매욕구까지 일어났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0 제11회)을 구매한 이유는 김초엽 작가의 수상작 <인지 공간>이 여기에만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 작품들 중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읽고 싶었던 이유는 청각장애인이기도 한 작가가 ‘인지‘ 장애를 얘기하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나의 예상을 빗겨갔다. 작가는 ˝대놓고 장애를 은유적으로 썼˝다고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내게는 이브의 장애가 ˝대놓고 장애˝로 읽히지는 않았다. 아쉬웠다. 작가 말대로 내가 ˝장애를 읽어내는 관점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은유가 빗나가서인지 잘 판단이 안 선다.

그럼에도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다. 기억될 가치가 있는 지식이란 무엇인가. 개인적인 기억은 기록되지 말아야 하는가. 기록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조지 오웰의 명언이 떠올랐다.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도 통제한다. 그리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누구보다 약한 몸과 인지 능력을 지닌 이브(가장 낮은 자)가 차이를 잊게 하는 격자 구조의 ‘인지 공간‘에 맞선다는 설정이 마음에 든다. 개별적인 기억은 소중하다. 기억이 아름다운지, 가치 있는지, 그것에 대한 결정권도, 기억의 간직에 대한 통제권도 자기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이브는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래도 난 절대 안 잊을 거야. 이걸 . . . . . . 전부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어.˝(159) 
˝물론 나도 때가 되면 배우겠지. 내 말은, 격자는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고. 다들 저게 우리의 모든 지식이자 생각이라고 여기는 것 같은데, 저기 인지 공간이 있고 아직 거기 진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잖아. 난 지금도 바쁘게 생각하고 있어.˝ (160) ​

차이를 지우지 않아야 세상은 더 풍요로울 수 있다. 작가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
˝공동 인지 공간을 거닐면서도 각자의 스피어를 통해 진리에 대한 다른 해석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더 많은 종류의 진실을 만들어내는 다른 방법일 수도 있다.˝(179) ​

김초엽 작가는 논픽션 집필을 위해 장애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꼭 기억해두어야겠기에 그가 설명한 장애학을 옮겨 본다. 

˝몸의 손상이 장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손상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구조가 장애를 만든다.˝ (<한겨레21>통권 2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