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권리 옹호 고전의세계 리커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문수현 옮김 / 책세상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20200808

<<여성의 권리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 문수현 옮김 / 책세상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는 언젠가 한 번은 읽어 보아야지 하는 책이었다. 여성 문제에 아주 민감한 편은 아닌 사람인지라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과 관련이 있어 드디어 구매해 띄엄띄엄 읽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크 트웨인이 고전에 대해 정의한 명언이 떠올랐다.

˝고전이란, 사람들이 칭송은 하지만 절대 읽지 않는 책(Classicㅡa book which people praise and don‘t
read)˝

이 책의 출간연도는 1792년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28년 전. 책세상 번역본은 총 13장으로 구성된 원본 중 7장만 선별 번역했다. 완역본으로는 2008년 한길사에서 출간한 것을 2014년 연암사에서 출간한 개정판(손영미 옮김)이 있다.

재미로 읽을 만한 책은 아니지만 이제라도 뒤적거려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재미를 넘어 당대 여성 지식인의 여권, 나아가 인권 의식에 대한 혁명성과 한계성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는 독일 사회주의의 대표적인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아우구스트 베벨의 <<여성론>>(1879),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1949)과 더불어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헌 중 하나로 꼽힌다. 남성에게는 이성, 자유, 평등을, 여성에게는 순결, 아름다움, 순종 등을 권고하던 당대의 계몽사상가들, 특히 루소를 비판하기 위해 쓰인 것이 바로 <<여성의 권리 옹호>>이다. 최초의 페미니즘 저서로 꼽히는 이 책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논하는 선을 넘어 인류 전체의 발전으로 논의를 확장함으로써 계몽사상의 남성 편향성을 극복하고 공적인 영역을 보완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9 옮긴이의 ‘들어가는 말‘ 중)

순결, 아름다움, 순종은 21세기인 현재도 여성에게는 여전히 권고되는 덕목들로 보인다. 남자들에게 순결하라, 순종하라, 이렇게 말하는 것을 나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최근 정의당의 한 의원이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에 등원한 일을 놓고 일어난 논란. 내 눈에는 신선하고 아름답게만 보이던데, 어떤 이들(특히 남성 의원들)에겐 국회 권위(그것이 있기는 했던 걸까?)에 대한 불복종으로 비친 듯하다. 그녀는 순종하지 않았다. 그래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나아진 것은 그만큼의 응원과 격려도 곁들여졌다는 것이 울스턴크래프트가 살았던 시대와 달라진 점이리라.

울스턴크래프트는 신체 조건의 차이를 제외하고 남녀의 정신에 우위가 있을 수 없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똑같이 향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당한 말씀이건만 이런 발언조차 당시에는 혁명적이었다. 아담의 갈비뼈에서 탄생한 존재 주제에 어디 감히 남성과 동등하다고 주장하느냐고, 생각과 행동이 시대에 앞선 자들은 시대에 순응해 사는 이들보다 삶이 더 녹록치 않다. 울스턴크래프트의 삶도 그랬던 것 같다. 유부남 화가와의 스캔들, 사생아를 낳은 미혼모. 두 번의 자살 시도. 산욕열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를 낳고 열흘 후 죽었다)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고작 서른여덟 해를 살았다. 그녀는 스스로를 ˝닦인 길을 밟아가기 위해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 선진 세상을 조금 엿보았다. 그녀의 꿈은 현재진행중이다.

여성 교육 개선의 하나로 소년소녀가 같은 과목을 배우도록 할 것, 국가 재원으로 교육을 시킬 것(와우. 무상교육), 재산의 소유와 관리에서 여성들에게도 평등한 권리를 줄 것(평등주의적 결혼법 주창), 중산계급 뿐 아니라 노동자계급까지 아우르는 보통선거를 실시할 것, 부부간의 관계는 평등하고 독립적일 것 등등.

이 책에서 내가 실소를 터뜨리며 가장 재미있게 읽은 구절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편들 역시 그들의 내조자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너무 크게 자란 아이들일뿐이다.˝(41 ‘너무 크게 자란 아이들‘ 무릎을 쳤다)

˝그녀의 남편이 연인이기를 멈출 때ㅡ그 시간은 필연적으로 오게 된다ㅡ남편을 기쁘게 하려는 그녀의 욕망은 활기를 잃거나 비참함의 근원이 된다. 그리고 아마도 모든 열정들 중 가장 덧없는 것인 사랑은 질투 혹은 허영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52 푸하. 결혼도 해보지 않은 처자가 이렇게 된다는 걸 어찌 알았을까)

˝여성의 지성을 확대함으로써 여성의 정신을 강화하라. 그러면 맹목적인 복종은 종식될 것이다. 그러나 권력은 언제나 맹목적인 복종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독재자들과 관능주의자들이 여성들을 어둠 속에 묶어두고자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45 울스턴은 줄곧 ‘맹목‘을 경계한다. ‘깨어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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