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나 그녀는 영혜를수 없었다. 누군가 입원비를 대야 했고, 누군가 보호자가되어야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등뒤에 끈질긴 추문을 매단 채가게를 꾸려나갔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그 가을 다섯살이던 지우는 이제 여섯살이 되었고, 환경이 좋고 입원비가 합리적인 이 병원으로 옮길 때쯤 영혜의상태는 매우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어린시절부터, 그녀는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스스로 감당할 줄 알았으며, 성실은 천성과 같았다. 딸로서,
언니나 누나로서, 아내와 엄마로서, 가게를 꾸리는 생활인으로서, 하다못해 지하철에서 스치는 행인으로시까지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그 성실의 관성으로 그녀는 시간과 함께 보는 것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신원 영해가 갑자기 사리지지 않았다면, 비내리는 밤의 숲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