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Arch 님이 콕 찝었을 때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난 감정의 기복이 적고 무던한 편이다. 전에 한 선배와 밥을 먹다가 아주 평이한 톤으로 "아, 맵다" 라고 했더니, 그게 어디 매운 사람이 하는 표현이냐고 한참을 웃더라. 전쟁에서 총을 맞아도 "아, 맞았다" 이러고 말 놈이라면서.
요즘 읽고 있는 [The Things They Carried] 의 작가 Tim O'Brien 이 딱 나 같은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아비규환 같은 전쟁터의 모습을 이토록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관조하듯 써내려 갈 수도 있구나. 영화로 치자면 사방에서 불길이 솟고 총알이 날아다니며 전우들이 쓰러져가는 장면을 아무 소리도 없이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보여주는 기분이랄까. 덕분에 이 문장들은 감각을 자극하고 심장을 팔딱팔딱 뛰게 하는 대신, 잉크가 스며들듯 번져들어 그 문장 속에 내가 잠겨 들어가는 기분을 들게 한다.
You're pinned down in some hellhole of a paddy, getting your ass delivered to kingdom come, but then for a few seconds everything goes quiet and you look up and see the sun and a few puffy white clouds, and the immense serenity flashes against your eyeballs--the whole world gets rearranged--and even though you're pinned down by a war you never felt more at peace.
P.35 ~ 36
아, 그 완벽한 정적과 평화로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