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빠르네요. 2010년이 시작되는가 했는데 어느새 1월이 다 지났습니다. 지난 연말 김종호님 사건 때문에 떠들썩했던 기억이 벌써 가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연말 이후로 저도 한 발짝 물러서 있던 관계로 알라딘 밖에서 김종호님과 관련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것 자체가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다는 뜻이겠거니 짐작하고 있을 뿐이죠. 따라서 그 문제 자체와 관련해서는 딱히 더 할 말은 없습니다. 그와 별개로 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조사장님이 약속하신 알라딘의 변화에 대한 소식이었죠. 하지만 그 역시 아무 소식이 없고, 아마도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애초에 저는 김종호님의 해고를 비정규직 일반의 문제와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알라딘의 해명이 충분히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았고, 다소 의심스러운 점들도 있지만 한 사례만으로 그 해명이 거짓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도급 관련 알라딘으로서도 떳떳할 수만은 없는 관행(?)적 불법/편법 행위들이 일부 포착되었던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조사장님이 도급 중단을 선언했을 때 그것이 의미 있는 변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기다려 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달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불매운동을 진행하시던 분들 다수는 알라딘 밖으로 나가셨고, 이 곳에는 표면상으로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건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분명해 집니다. 무엇이 바뀌었나요? 몇몇 알라디너들의 빈자리를 제외하면,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알라딘 내부적으로는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릅니다. 알라디너들은 모릅니다. 그건, 알라딘과 알라디너 간의 관계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권력 관계를 중요하게 바라봅니다. 예를 들어, 알라디너 간의 다툼이 있을 때는, 저는 좋은게 좋은거지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서로 저마다의 진실이 있을테고, 그 사이에서 어떤 권력 관계가 작용하는 것은 아닌 이상 당사자들 간에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서로간에 어떤 권력 관계가 존재할 때, 당사자들에게만 해결을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사건 자체의 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가 관철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 때, "개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종호님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해고 자체를 문제삼아 복직까지 요구하는 것은 어렵다고 봤지만,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그 피해를 김종호님에게 떠넘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번 양보를 해도 잘못은 알라딘과 인트잡이 했는데, 책임은 노동자가 지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어느날 갑작스래 해고를 통보받고 재취업은 물론 재취업 기간의 생계까지 왜 노동자가 다 알아서 해야 했을까요? 그게 바로 권력 관계의 차이였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만큼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역학 관계가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곳도 드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또 어떤가요?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재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알라디너들. 알라딘과 알라디너 사이의 역학 관계는 또 어떤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불만"을 제기하고, 알라딘이 그 불만을 "해결" 해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도 왠만큼 시끄럽게 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반응을 기대하기도 어렵지요. 딱 그 정도의 관계인 겁니다, 저와 알라딘은. 철저하게 회사와 고객의 관계. 거기서 한 발짝도 더 앞으로 나가지 못했네요.

이제 기다릴 만큼은 기다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알라딘이 제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잘 기록해 뒀다가 그대로 행동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조사장님께서 스스로 약속하신 부분에 대해 실행에 옮기고, 그 결과를 알려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게 알라딘과 알라디너 사이의 역학 관계가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봤습니다. 그게 지켜지지 않았고, 저도 더 이상 알라딘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고, 이 공간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이 곳은 알라딘이기 이전에 제가 알게 된 분들,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있는, 제 놀이 공간입니다. 알라딘 때문에 제 놀이 공간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알라딘의 상업 활동과는 완전히 결별합니다. 불매는 당연한 일이고, 제 글이 알라딘의 영업 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길들은 모두 차단합니다. 이미 일주일쯤 전에 마이 리뷰는 모두 비공개로 돌려 놨습니다.(Thanks to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_-) 앞으로 제 글 속에 알라딘 상품이 나타나는 일은 앞으로 없을겁니다. 그리고 이 글 이후로 모든 글을을 즐찾 서재브리핑에만 공개합니다. 다시 말해 알라딘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철저하게 커뮤니티 공간으로만 이용해 먹겠다는 뜻이지요. 그것마저 꼬우면... 자르겠죠 뭐 -_-;

사전을 찾아보니 칩거(蟄居)는 "나가서 활동하지 아니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교류는 계속할 예정이니 엄밀한 의미에서의 칩거는 아니지만, 제가 그나마 떳떳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항의가 여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남은 적립금 소진을 위해 조촐한 이벤트 하나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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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2-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방법도 있군요. 전 슬금슬금 자료를 옮겨놓기는 했습니다 --

turnleft 2010-02-02 04:36   좋아요 0 | URL
뭐, 궁여지책이라고 봐야겠죠. 대안 커뮤니티가 마땅치 않은 관계로.. -_-

마늘빵 2010-02-0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까지 불매하고 있는 중이고, 다른 곳에서도 책을 사지 않고 있어요. 알라딘이 그 사건 이후 어떤 대책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았죠. 저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인데, 1월도 벌써 다 갔군요. 관련 페이퍼를 쓴다 쓴다 하면서 안 쓰고 계속 미루기만 하네요. 저도 이쯤이면 충분히 기다렸다고 봅니다.

turnleft 2010-02-02 04:37   좋아요 0 | URL
이제 슬슬 다른 곳에서 책은 사셔도 될 것 같은데요? 정리가 좀 끝나면 책장에 빈 구멍들이 보이기 시작하실 것 같은데.. ^^;

2010-02-01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2 0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2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3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10-02-05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이제사 봤어요.(제가 알라딘에 통 안들어왔다보니;;)
turnleft님의 수준높은 리뷰들 정말 좋아했었는데..많이 아쉽네요.

turnleft 2010-02-05 10:29   좋아요 0 | URL
수준 높진 않지만, 리뷰는 계속 쓸거에요 ^^;
다만 밖으로 노출이 안 되게 할 뿐이니, 차우님 보시는데는 문제 없을겁니다.

라로 2010-02-0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제 글을 올리는 시간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알라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지라 주로 즐찾의 글들만 보고 즐찾의 글들도 제가 결석한 날 올라온 글들은 읽지 않아요,,,,지난 글들을 꺼내서 읽기엔 제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이죠,,,하지만 가끔 턴님의 사진들을 보러 오는데,,,올라오는 님의 포스팅이 너무 없고 사진도 보러 오랫만에 왔더니,,,,;;;;

turnleft 2010-02-09 05:09   좋아요 0 | URL
뭐, 외부로 드러내지 않겠다는 것 뿐이지, 즐찾 분들한테는 이전과 별 차이 없을겁니다. 요즘 글을 안 올리는건 그냥 다른 일로 바빠서.. ^^;

2010-02-09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