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할까봐 미리 설명하자면, 사진에서 내가 들고있는건 Graduated ND 필터라고 불리는 놈이다. 아래쪽은 그냥 투명하고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짙어져서 빛을 덜 통과시킨다. 땅에 비해 하늘이 너무 밝거나 할 때 밝기의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사용하곤 한다. 저 날도 필터를 사용하다가 문득 한 화면 안에 다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서 찍어본 사진이다.

사진이 주는 매력 중 하나는, 세상을 눈으로 볼 때와 다르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렇게 필터를 쓰는 편법부터 시작해서, 야간에 장시간 노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그리고 프레이밍을 통해 사물을 새롭게 해석하는 등, 눈으로 직접 볼 때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거다. 때문일까, 사진을 찍는 동안은 잡생각은 거의 사라진다. 뷰파인더를 통해 세계를 볼 때 내 머리 속을 사로잡는 질문은 하나, 이 세계를 어떻게 하나의 프레임 안에 담을 것인가 이다.

잡념을 버리고 집중할 수 있다는거, 정말 좋은 취미 맞다. 카메라를 통해 보면, 익숙한 장소도 미지의 신세계로 바뀐다. 그래서, 나는 정말 사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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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1-0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대조해서 말할 때 있는 그대로 똑같이 보여주는 것이 '사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사진으로 다시 창조되는 세상을 보아요.
아래서 둘째줄에 눈으로 밑줄 쫘악~ ^^

turnleft 2008-01-05 06:41   좋아요 0 | URL
사진기라는 정밀 기계를 사용해서 빛을 담는다는 원리가, 사진이 세상을 그대로 투사해서 보여준다는 환상을 낳는거겠죠. 사실이면서도 사실이 아닌 것, 그게 사진이 주는 큰 매력 중 하나일거에요 ^^

깐따삐야 2008-01-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두 저런 필터 한 장 있었음 좋겠어요!

turnleft 2008-01-05 06:41   좋아요 0 | URL
저런 필터 한 장 사시면 됩니다!!
근데, 문자 그대로 의미인가요, 아니면 비유적인 의미인가요? @_@

프레이야 2008-01-0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절대로 그대로 보여주지 않더군요.
낯설고도 설레게, 아주 다르게 보여줘요.
프레임 안에 어떻게 잘라서 매꿔넣느냐는 찍는 사람 손에 혹은
마음에 달려있겠죠. ^^

turnleft 2008-01-05 06:4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참 어렵더라구요.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야 좋은 사진도 나올테니요.

마늘빵 2008-01-0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건 처음 보는걸요. 다른 분위기의 다른 세상이군요.

turnleft 2008-01-05 06:43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저런 필터가 있다는걸 알았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_+

네꼬 2008-01-0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나, 이런 거 멋지네요! 왕 관심. (뭐 고양이 손에 와도 어쩌지 못하긴 하겠지만.)

turnleft 2008-01-08 04:51   좋아요 0 | URL
어므나, 여행기는 안 올리시고 엉뚱한데 왕 관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