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이소룡 세대라기보다는 성룡 세대에 가깝다. 이소룡은 전설처럼 이름이 전해질 뿐, 그의 영화에 열광했던 당사자는 아니라는 이야기. 그래서 시애틀에 와서 이소룡의 무덤이 여기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 알고보니 시애틀 소재 워싱턴 주립대학(UW)에 다니기도 했었다(졸업은 못했다).

덕분에, UW 에는 다른 어느 대학에도 없는 독특한 강좌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Bruce Lee Dedication" 다 같이 둘러서서 절권도를 연마하거나 하는 그런 강좌는 절대 아니고.. ^^; 이 수업의 목적은 한 학기 동안 학내에 존재하는 제도적 인종주의를 찾아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한 교수가 어느날 Bruce Lee 가 이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는데, Bruce Lee 같은 유명인이 이 대학을 다녔음에도 대학이 이에 대해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는 이유가 White 가 대학의 주류로 활동하면서 은연중에 깔리게 되는 racism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서 이런 강좌를 개설했다고.

UW과 Lake Washington 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Lakeview Cemetary 에는 이렇게 이소룡과 역시 영화 촬영 중에 사망한 그의 아들 Brandon Lee 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다. 꽃병의 신선한 꽃과, 장미 한 송이 밑에 고이 놓인 쪽지는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팬이 무덤을 찾고 있음을 알게해준다. 작은 체구의 동양인이 놀라운 무술로 덩치 큰 흑인과 백인을 쓰러뜨리는 모습이 미국인들에게도 인상적이었던걸까. 이 공동묘지를 찾을 때면 언제나 나에게 이소룡의 무덤 위치를 알려달라는 백인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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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설이라니까요 그는..^^

turnleft 2007-12-18 04:40   좋아요 0 | URL
흐흐.. 메피님은 이소룡 세대일까요?

hnine 2007-12-1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acism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그런 식으로 여기 저기 존재하지요.
마음이 아픕니다.

turnleft 2007-12-18 04:42   좋아요 0 | URL
하지만, 이쪽 사람들은 racism 에 대한 안테나가 그나마 예리해서 다행이라죠. 한국에서는 인종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 더 폭력적으로 나타나고 있잖아요. 외국인 노동자들 처우 관련 기사를 보면 놀라서 가슴이 벌렁벌렁할 때가 많아요.

다락방 2007-12-1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제가 성룡 세대도 아니고 브랜든 리의 세대라고 생각해요.
브랜든 리 주연의 [크로우]를 보고 그에게 정말 흠뻑 빠졌었거든요. 그리고 그가 크로우를 촬영하다가 운명을 달리했다는 걸 듣고는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그의 약혼자도 뱃속에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버지와 같은 운명이였다는.

브랜든 리는 영화촬영중에 죽었는데, 공기탄이 들어있어야 할 총에, 실탄이 들어있었대요. 왜 그렇게 된건지는 알 수 없지만, 브랜든 리가 죽어서 크로우의 마지막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촬영했대요. 저도 만약 갈 수 있다면, 브랜든 리의 무덤앞에 꽃을 한송이 놓고 싶어요. 저는 그가 정말 좋았거든요.

turnleft 2007-12-18 04:46   좋아요 0 | URL
[크로우] 영화는 봤는데 주인공이 브랜든 리라는건 나중에야 알았어요. 그래서 배우 얼굴이 가물가물. 처음 빼고는 계속 분장해서 나오잖아요 ^^;

다음에 가면 다락방님 대신해서 꽃 한송이 놓고 올께요~

라로 2007-12-16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산해서 친정에서 몸을 풀고 있던 어느날 가족이 다 나가고 저혼자였어요.
친정엔아주 좋은 TV가 있다죠~.^^;;;;
그래서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면서 보는데 이소령의 영화가 나왔어요,,
그의 눈빛이라니!!!
암튼 근데 턴님 몇살?????ㅎㅎㅎ
성룡세대라면????으음,,,나도 성룡세댄데?????엥???

근데 거길 자주 가시나봐요????왜?????
미국공동묘지 이쁘게 잘 꾸며져 있긴 하지만,,,^^;;;;

turnleft 2007-12-18 04:48   좋아요 0 | URL
나비님은 이소룡 세대라구욧!! s(-_-)z

미국 공동묘지들 진짜 예뻐요. 한국처럼 을씨년스럽지 않고, 한적한 공원 같죠. 특히 봄에 가면 벚꽃 휘날리는게 어찌나 멋진지. 가끔 카메라 둘러메고 소풍 나가듯 가요. 게다가 저기는 옆에 큰 공원도 있거든요.

가시장미 2007-12-16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글을 보니, 턴님이 어디 계신지가 더 궁금해졌어요.
그곳은 어디인가요?

나비님.. 글 보고 저도 또 하나 궁금증..
공동묘지 주위는 왜 자주 가세요.
무셔무셔~~요~~~

turnleft 2007-12-18 04:50   좋아요 0 | URL
저 시애틀 살아요 ^^a

공동묘지 가는 이유는 위에 나비님 댓글에 답글 참조하세요~
저 무서운 사람 아니거든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