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나는 이소룡 세대라기보다는 성룡 세대에 가깝다. 이소룡은 전설처럼 이름이 전해질 뿐, 그의 영화에 열광했던 당사자는 아니라는 이야기. 그래서 시애틀에 와서 이소룡의 무덤이 여기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 알고보니 시애틀 소재 워싱턴 주립대학(UW)에 다니기도 했었다(졸업은 못했다).
덕분에, UW 에는 다른 어느 대학에도 없는 독특한 강좌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Bruce Lee Dedication" 다 같이 둘러서서 절권도를 연마하거나 하는 그런 강좌는 절대 아니고.. ^^; 이 수업의 목적은 한 학기 동안 학내에 존재하는 제도적 인종주의를 찾아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한 교수가 어느날 Bruce Lee 가 이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는데, Bruce Lee 같은 유명인이 이 대학을 다녔음에도 대학이 이에 대해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는 이유가 White 가 대학의 주류로 활동하면서 은연중에 깔리게 되는 racism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서 이런 강좌를 개설했다고.
UW과 Lake Washington 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Lakeview Cemetary 에는 이렇게 이소룡과 역시 영화 촬영 중에 사망한 그의 아들 Brandon Lee 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다. 꽃병의 신선한 꽃과, 장미 한 송이 밑에 고이 놓인 쪽지는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팬이 무덤을 찾고 있음을 알게해준다. 작은 체구의 동양인이 놀라운 무술로 덩치 큰 흑인과 백인을 쓰러뜨리는 모습이 미국인들에게도 인상적이었던걸까. 이 공동묘지를 찾을 때면 언제나 나에게 이소룡의 무덤 위치를 알려달라는 백인들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