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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 방 - 죽음 후에 열화당 영혼도서관
존 버거, 이브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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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 방


책의 만듦새가 담고 있는 텍스트와 충분하게 호응이 되어 마음에 듭니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소장 가치가 충분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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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다음에는 이를 충분하게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별에 대한 어떠한 마음들이 일상생활을 무너뜨리는 지경이 되면


흐트러졌다는 의미에서 'Disorder'라는 이름을 붙인 진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정한 의식(ceremony)을 통해서 이를 다시금 'Order'하게 만들어 볼 수 있겠죠.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그러한 의식 속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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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인 flying skirts는 그녀의 단발머리에 대한 별명이며... 영문 제목, 한글 제목 모두 좋습니다.


침대에 누운 당신이 온몸을 꿰뚫는 것 같은 고통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할 때, 고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르핀이나 코르티손 주사를 한 대 더 놓아 주거나 몸을 받치는 배게들을 다시 맞춰주는 일밖에 없었을 때, 식사를 위해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빨대로 뭘 마실 수만 있었을 때, 겨우 찻숟가락 -당신이 좋아하던 손잡이가 달린 그 숟가락으로 음식을 조금만 먹을 수 있었을 때, 하루에 여섯 번씩 당신의 몸을 씻겨 줘야 했을 때, 기저귀로 대소변을 받아야 했을 때, 욕창을 막기 위해 발뒤꿈치와 팔꿈치를 닦아 줘야 했을 때, 당신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다웠소. 그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은 당신의 용기에서 나오는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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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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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찌즘이 독일을 점점 잠식하고 있었을 당시의 시대 상황과 비밀을 간직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인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가감 없이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소설 초반에는 명문가 자제인 콘라딘과 함께하고 싶은 주인공의 솔직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고, 저 또한 이러한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라 몰입하여 쭉 읽어 나갔습니다.


중간중간 아름다운 독일 교외 지역의 풍경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독일과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저로서는 막연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넘어가게 되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나이가 들고 유럽에 대한 이미지가 풍부해진다면 다시 읽어보면서 이를 좀 더 즐겨봐겠습니다.


두 사람의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부터는 자신들의 배경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는 갈라설 수밖에 없는 두 아이의 모습이 명확해졌고, '이런 인간의 동물적인 본성을 자극하는 이데올로기가 수면 위로 올라와 사람들의 마음을 잠식해 갈 땐, 다수자의 입장에 있는 개개인들은 최대한의 이성을 발휘함에도 어느 한계점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게 되면서(그의 편지에 잘 드러남.) 소설 속에서 튕겨져 나왔습니다.


다시금 소설에 몰입하기 위해, 한국 의료체계 안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저의 직업적인 위치를 생각하면서 감정선을 다시 잡아보았습니다. (감정선을 잡으면서 여러 이슈들이 떠올라 머리속을 해집어 놨지만 여기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짧은 길이를 가진(총 135page의 중편소설) 이 소설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는 마지막 한 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한줄과 제목이 공명을 일으키면서 저에게는 상당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고 소설 중간의 의문도 해소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한 줄이 궁금하다면, 책을 사서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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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 개정판 Meaning of Life 시리즈 11
어빈 얄롬 지음, 임옥희 옮김 / 필로소픽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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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의 문제로 괴로워하는 인물로 묘사되는 브로이어와 삶에 대한 진한 통찰력을 얻게 되지만 관계에 대한 문제로 절망감에 휩싸이게 된 인물로 묘사되는 니체의 만남을 다루고 있는 소설(펙션)입니다.


양 극단에 놓여있는 두 인물이 모험적인 방식으로 관계 맺어지면서, 공통의 관심사인 '실존의 문제'로 나아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브로이어, 프로이트, 루 살로메, 니체와 같은 실존 인물들과 고증이 잘 된 1882년도의 당시 오스트리아의 풍경을 함께 할 수 있지만, 두 주요 인물의 캐릭터에 얄롬 교수의 입김이 깊게 서려있어, 작중 인물들의 내면의 흐름이 아닌, 작가 혼자만의 내면과 함께하는 느낌이 듭니다.


중간중간 짤막하게 등장하는 각종 심리치료 기법들에 대한 언급들이 있습니다.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있는 본인에게는 반갑기도 하였지만, 소설 자체의 몰입에는 방해가 되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은 큰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내면세계에 집중하고 있으면, 초로에 접어든 얄롬 할아버지 진료실 풍경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읽어볼 작가의 다른 책들을 기대해 보면서 독서를 마무리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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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유작들에 입문하기 전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 봅니다. 특히 '히스테리의 연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니, 두 책을 쌍으로 삼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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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한의학 지도를 찾다
상수의학회 편집부 엮음 / 주민출판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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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듯하지만, 제 갈 길 가고 있는 한의대 교육에 대한 비평"



저의 직업은 한의사입니다. 그리고 현재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설 강의들은 최소한으로 듣고자 하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강의하시는 분들 특유의 확신에 찬 강한 어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한의학 공부가 막막하여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는 이렇게 강한 확신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는 있겠지만, 자칫 그들의 권위에 의존하게 되면서 주체성을 잃고 추종자가 될 여지도 있습니다.


이 책은 강의록입니다.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면서 집중을 유도하였기에 빠른 시간안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술한 마음에 연유한 걱정 또한 들었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비난으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단체는 없다.


기존 한의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분들은 이 책을 접하면 시원한 사이다를 한 잔 들이켜는 느낌이 들겠다. 하지만 거기에 들어간 탄산이 조금 과했다고 봅니다.


최근 모교에 기공학 특강을 맡게 되어. 관련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및 여러 분야의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12경락의 흐름은 기수련으로 체험할 수 없는 성질의 것' 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학부생들에게 '기수련이 한의학 공부의 방법론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자신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수련에 투신해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라는 잠정적 결론을 곧 전해 줄 예정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의 2부 '경락은 흐르지 않는다.'를 주요 골자로 한 상수의학회의 주장을 접하니 반가움이 밀려옵니다. 저와 전혀 다른 곳에서 시작했지만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 문헌들을 통해 공부해온 바와 다른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에서 말한대로 醫經(의경, 중의학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여 마치 경전처럼 인식하고 있는 책들을 지칭)은 당시에 통용되던 이론을 모티브삼아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침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기 때문에 이것을 그대로 상한론(漢代 장티푸스로 추정되는 전염병이 창궐하였을 때, 이를 한약을 통해 구제했던 기록을 모아 치료이론을 정립한 의서)에 대입하면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之'의 오류. 이 책의 연사분은 '醫經의 모티브가 되었던 이론의 적용을 침법에 국한하지 않고, 한약을 논하는 부분까지 확대 해석 하시고 계신 것 같아. 이 부분을 지적해 봅니다. 


(한의학을 공부할 때는 의경과 침구 본초, 방제를 따로 따로 짚어보는 의식적인 습관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의 발전사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의사 선생님들께서 전공과목을 공부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공자들에게 통용되는 용어를 사용하였기에 글을 접하는 비전공자들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이 책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을 밀도있게 다루어 출판물로서의 의미가 있으며, 침법에 있어서는 이론과 실재를 이어주는 훌륭한 가교역할을 충분히 해 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의학을 처음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기에는 부담스러운 책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의 가치를 후하게 매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상수학회라는 곳이 어떤 결은 가진 모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차츰 성장해서 성숙된 출판물들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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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학의 기원
야마다 케이지 지음, 윤석희.박상영 옮김 / 수퍼노바(도서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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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韓)의학에 대해, '대학원생'의 마음으로 공부해보고자 한다면" 



한(漢,韓)의학의 인체관은 도교의 양생 사상 및 상.수학에서 모티브를 받아 형성된 Holism 및 Vitalism에 바탕을 두고 발전해 나갔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신비감 및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과거 한국에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게 되고 특히 우리 것(국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무렵(1990-2000년)의 한국 사람들은 이런 신비감을 풍기는 한의학에 큰 기대감을 가졌으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Well-being life를 위해, 혹은 나의 삶에 빠진 뭔가를 채우고자 한의대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다수 발생하는 등 사회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렇게 외연을 확장하게 된 한의계는 2010년 근방에 접어들어서 이제 이미지의 부각만으로는 현 의료계에서 발언권을 얻을 수 없음을 인지하고 내실을 다지는 시기에 접어들어 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접어 들어간 까닭은 내부적으로는 고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한의학의 뿌리가 정말 무엇인지, 혹은 의료인으로서 한의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용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외부적으로는 타 의료인과의 연대 및 적대적으로 교류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어 내실을 다지고 있는 현대 한의학에 대한 언급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한의학을 인체관을 서술한 서적들과 치료기술에 대한 부분을 나누어서 바라보고, 의료의 역사를 공부하는 학문인 의사학을 제대로 공부하다 보면 한의학에 대한 신비로움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게 됩니다. 나아가 '한의학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면서 작동하는 치료 모델을 가지고 임상하는 사람들이 발전시킨 학문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도 있습니다. 한의학을 구성하는 이론들은 누군가(속칭 깨달은 자)가 '발견'해서 전승해온 것이 아니라 아니라 역사 속에서 치료를 위해 '고안'되고 발전해온 것이죠. 


리뷰를 핑계삼아 지면을 빌려, 한의학에서 소비하는 네러티브에 관심을 가지시는 불특정인 분들에게 '상고주의에 대한 환상'을 벗겨내시라는 이야기를 잠시 하였습니다. 


샛길에서 잠시 나와서 다시 책에 집중하겠습니다. 이 책은 한의학의 뿌리를 밀도 있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본다면, 한(漢)나라 전후로 한의학의 기본 뼈대가 어떻게 자리 잡혀 왔는지를 사료를 통해서 차근차근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료들을 인용하면서 추론하는 논문의 형식을 띠고 있어 마음 편히 읽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한자로 구성되어있는 인용문이 만들어내는 장벽도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참고문헌을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의 마음으로 한의학의 뿌리를 바로 알고자 하는 분들과, 교과서를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한의대 예과생들에게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자인 야마다 게이지 선생님이 참고한 조셉 니덤(Josep Needham)의 저서들도 이런 방식으로 중국 문화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니(번역이 되어 있는 것보다는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국문화에 대한 심화된 공부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관련된 책을 찾아서 공부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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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평한 기고물이 있어 링크해 봅니다 :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3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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