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 방 - 죽음 후에 열화당 영혼도서관
존 버거, 이브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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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 방


책의 만듦새가 담고 있는 텍스트와 충분하게 호응이 되어 마음에 듭니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소장 가치가 충분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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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다음에는 이를 충분하게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별에 대한 어떠한 마음들이 일상생활을 무너뜨리는 지경이 되면


흐트러졌다는 의미에서 'Disorder'라는 이름을 붙인 진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정한 의식(ceremony)을 통해서 이를 다시금 'Order'하게 만들어 볼 수 있겠죠.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그러한 의식 속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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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인 flying skirts는 그녀의 단발머리에 대한 별명이며... 영문 제목, 한글 제목 모두 좋습니다.


침대에 누운 당신이 온몸을 꿰뚫는 것 같은 고통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할 때, 고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르핀이나 코르티손 주사를 한 대 더 놓아 주거나 몸을 받치는 배게들을 다시 맞춰주는 일밖에 없었을 때, 식사를 위해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빨대로 뭘 마실 수만 있었을 때, 겨우 찻숟가락 -당신이 좋아하던 손잡이가 달린 그 숟가락으로 음식을 조금만 먹을 수 있었을 때, 하루에 여섯 번씩 당신의 몸을 씻겨 줘야 했을 때, 기저귀로 대소변을 받아야 했을 때, 욕창을 막기 위해 발뒤꿈치와 팔꿈치를 닦아 줘야 했을 때, 당신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다웠소. 그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은 당신의 용기에서 나오는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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