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와 몸 - 감각운동 심리치료의 이론과 실제
Pat Ogden 외 지음, 김명권 외 옮김 / 학지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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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내담자를 보는 진료실과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본바탕이 한의사이기에 주로 '몸'의 고통을 주소로 한 요청을 받게 됩니다.


대화로 감정과 인지를 조절하는 요법들에서 다루기 어려운, 몸. 그 자체가 가진 무게감을 한의학에서 이야기 하는 언어 체계로는 어느 정도 담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무언의 요청에 '심리치료'의 측면에서도 응해야 하기에, 몸이 가진 심리 구조 및 치료 방법에 대한 공부를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이런 연속 선상에서 '트라우마와 몸'이라는 책과 만나게 되었네요.


이 책은 미국에서 심리적 외상을 겪은 분들과 오랜 시간 작업해 왔던 심리치료사인 Pat Ogden 선생님께서 내담자의 신체 감각, 운동에서 읽혀지는 비언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Sensorimotor psychotherapy'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녀는 Sensorimotor Psychotherapy Institute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보니 COVID-19 팬더믹 이후로는 웨비나를 활발하게 열어서 활동하시는 것 같네요.


내용은 론 커츠가 만든 Hakomi 심리치료에 기반하고 있고, 저 또한 이를 기반으로 고안된 기법인 M&L 심리치료 워크숍을 수료했던 경험이 있기에, 그녀가 이야기 하는 바가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던지 트래킹(Tracking)이라던지 정향(Orienting)이라던지 하는 개념을 충분히 이해할 정도의 자료가 담겨 있지는 않기에, 심리치료 분야의 The third wave에 속하는 기법들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 읽기에는 큰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책에 그녀의 임상적인 통찰이 많이 담겨 있어서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스스로에게 적용해 보며 이전에 심리치료 받거나 슈퍼비전 받으면서 스스로가 느끼지 못했던 점들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입시를 위해 공부하시는 분들은 다들 느끼고 있는 점이겠지만... 저 또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활자'에 폭력적으로 노출되어 왔고, 그것에 대해 항상 익숙하게 반응 해왔던 부분이 있었어요. 이런 부분을 제가 책을 읽으면서, 아니 정확하게는 이 책에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비언어적인 표현을 바탕에 두고 잘 통찰하게 되었답니다. 


이야기를 써놓고 보니... 심리적 외상을 이야기 하는 책을 통해서 활자에 대한 심리적 외상을 알아차리고 처리하게 된 것이 어떻게 보면 좀 아이러니 한 점이네요.


이런 류의 접근을 지지하는 정신의학자, 심리학자분들이 제공하는 CE(continuing education, 보수교육, 평생교육 정도로 번역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는 심리치료교습 온라인 포털인 NICABM에 많이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이쪽에서 제공하는 웨비나를 통해서 심화된 학습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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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중독자의 내면 심리 들여다보기 - 중독의 늪, 충동과 유혹의 심리
아놀드 루드비히 지음, 김원.민은주 옮김 / 소울메이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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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독에서 치료 중이거나 회복 중인 많은 이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경험에 가까운 바‘를 서술한 고전입니다. 관련된 일을 처음 맡거나, 중독이라는 현상과 멀지 않게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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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향 2020-09-1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주 모임인 A.A에서 다루는 12 단계는 인지행동 치료 에서 다루는 원칙과 조금 상충되는 바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접근법을 잘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게시물을 공유합니다. https://beckinstitute.org/reconciling-12-step-tenets/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 개정판 Meaning of Life 시리즈 11
어빈 얄롬 지음, 임옥희 옮김 / 필로소픽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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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의 문제로 괴로워하는 인물로 묘사되는 브로이어와 삶에 대한 진한 통찰력을 얻게 되지만 관계에 대한 문제로 절망감에 휩싸이게 된 인물로 묘사되는 니체의 만남을 다루고 있는 소설(펙션)입니다.


양 극단에 놓여있는 두 인물이 모험적인 방식으로 관계 맺어지면서, 공통의 관심사인 '실존의 문제'로 나아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브로이어, 프로이트, 루 살로메, 니체와 같은 실존 인물들과 고증이 잘 된 1882년도의 당시 오스트리아의 풍경을 함께 할 수 있지만, 두 주요 인물의 캐릭터에 얄롬 교수의 입김이 깊게 서려있어, 작중 인물들의 내면의 흐름이 아닌, 작가 혼자만의 내면과 함께하는 느낌이 듭니다.


중간중간 짤막하게 등장하는 각종 심리치료 기법들에 대한 언급들이 있습니다.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있는 본인에게는 반갑기도 하였지만, 소설 자체의 몰입에는 방해가 되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은 큰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내면세계에 집중하고 있으면, 초로에 접어든 얄롬 할아버지 진료실 풍경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읽어볼 작가의 다른 책들을 기대해 보면서 독서를 마무리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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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유작들에 입문하기 전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 봅니다. 특히 '히스테리의 연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니, 두 책을 쌍으로 삼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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