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앤 더 시티 - 4년차 애호가의 발칙한 와인 생활기
이진백 지음, 오현숙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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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를 즐기는 나에게 있어 와인은 그저 특별한 날 멋을 주기 위해 마시는 술에 불과하다. 물론 그렇다고 와인을 아주 안 마시는 것은 아니다. 늘 진열장에는 몇병의 와인이 버젓이 진열되어있다. 먹기 보다는 그냥 비워져 있는 진열장이 안스러워 한두병 사모으거나 선물 받은 것들이다. 가끔씩 저녁에 촛불이라도 켜놓고 까망베르 치즈와 크리스탈 와인잔에 와인한잔 기울이면 색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어 좋다. 물론 은은한 음악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와인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같다.  "와인 앤더 시티"를 읽고 나니 나는 초보정도도 아닌 문외한에 가까운것 같았다. 글쓴이의 와인사랑 이야기를 읽다보니 와인에 관심이 생겼다. 처음 와인을 알게 된것은 대학 입학할 즈음에 마신 - 이것도 와인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 마주앙 이었다. 그 당시는 마주앙이 나온지 그 다지 오래 되지 않은 시기였으니 마주앙은 가격도 만만치 않은 술이었다. 그 이후 와인은 정말로 특별한 날이나 먹는 술로만 생각했다. 글쓴이의 말대로 꿩대신 닭이라고 진로포도주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천양포도주인가를 사다놓고 친구들과 파티를 하던 웃지못할 기억도 있다. 그만큼 와인은 우리와는 특히 나와는 거리가 먼 술이었다. 

  하지만 최근 와인 소비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하긴 나의 주위만 둘러보아도 주말에 아내와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친구들이 꽤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수 있듯이, 그리고 친구들을 초대하면 의례히 이름도 모르는 와인 한두병씩 들고 오는 친구들을 보아도 알 수 있고, 대형마트에 가면 천차만별의 가격대와 크기도 각양각색의 와인들이 즐비하고, 지하철역이 있는 동네는 대부분 와인 전문 판매점이 있는 것만 봐도 와인이 이제는 우리의 술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나의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와인을 좋아한다. 아마도 어류보다는 육류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맑은 화이트 와인보다 진한 향과 색이 베어 있는 레드와인이 느낌이 더욱 좋은 것 같다. 또 한가지는 역시 가격이 비싼 와인이 맛도 좋다는 것이라는 사실. 나는 우연히 선물로 받은 와인이 있어 가족들과 코르크 마개를 따 마신 적이 있다. 마신 순간 정신이 혼미함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 와인이 이리도 맛이 있는거야. 궁금증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땅바닥을 치고 말았다. 가격이 수십만원하는 고가의 와인이었다. 그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은 몇년산 몇년산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줄 알았으면 마시기 보다는 진열해놓고 두고두고 나의 눈을 즐겁게 해 줄것을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와인 앤더 시티"를 읽고나니, 아니 읽으면서 와인 생각이 간절했다. 한 두잔 마시기 위해 한병을 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맥주로 대신했지만 그렇다고 와인의 간절함이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글쓴이는 4년동안 많은 것이 바뀐듯 싶다.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가 동호회에 참석하고 와인™熾【 주인과 친해지고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좋아하는 것이 빠진다는 것이 이런것 같다. 하고 싶은 일에 주머니속의 모든 것을 털어 할 수 있는 글쓴이의 와인사랑이 부럽다.

  글쓴이의 말대로 싼 가격대에서도 좋은 와인이 있다는 말에 동감한다. 가끔 대형 마트에 가면 와인 한두병을 사오는데 가격대를 보면 대강 2만원대이다. 와인을 고를 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한번 먹어본것이라든지 잘 알려진 이름의 와인을 고르면 대강 실패는 안 하는 듯 싶다. 물론 그러다 보면 와인의 폭을 느낄 수 없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글쓴이로 인해 와인에 대해 한 수 배웠으니 다음에는 글쓴이가 알려준 와인 몇개를 골라봐야겠다. 

  책을 보면서 좋았던 점 몇가지는 우선 글쓴이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해 읽기가 수월했다. 물론 몇 장면은 제외하고... 그리고 중간중간에 만나는 일러스트가 꽤 마음에 들었다. 정말 와인처럼 예쁜 그림이었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와인 상식 몇개를 건진것이 최대의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나에게 맞는 와인 한 두어개 찾아 그 것을 즐겨야겠다. 그러다 보면 나의 와인수준도 오르게 되지 않을까? 저녁에는 까망베르 치즈라도 사가지고 가서 진열장에 있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와인이나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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