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문제다." 는 작가의 말이 꼭 주인공 문정수의 말 같다. 문정수와 노목희의 관계야말로 윤리성도 필연성도 없는 관계가 아니던가? 그리하여 문정수의 '맑게 소외된 자리'가 노목희의 품이 었던 것 같은데 그녀가 떠난단다. 문정수는 절박한 이야기들을 품은 새벽마다 얼마나 막막할까?
물 잔뜩 먹어 곧 쏟아질 듯한 비구름색의 인물들. 그들의 이야기가 어찌 선명하고 산뜻할 수 있으랴? 아득하고 또 아득해서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도통 그들이 손에 잡히지 않아 멍하게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