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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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튤슈, 미안해. 이십사시간 너를 생각하는 것을 내 일로 삼아야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 내가 지금 있는 이 도시는 너를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곳이야. 내가 변명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네가 아니다만 이렇게 변명이라도 해야 덜 미안할 듯해서^^ 튤슈, 네가 좋아했던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이 이곳에 참 많아. 지금은 온통 갈색으로 물들어 있지. 이렇게 갈색으로 물들어버린 메타세콰이아 나무를 보며 괜시리 슬퍼하던 네가 그리워. 미칠듯이 보고 싶어. 너를 사랑해. 튤슈.

 아지즈 네신은 초정상 시인이다. 짧은 이야기를 통해 전혀 짧지 않은 우리네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는 것. 이것이 어디 정상적인 인간일 수 있으랴?^^ 아지즈 네신의 책은 이렇게 넌지시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던지고 그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전달하는데 그 매력을 발산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며주는 아지즈 네신.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서는 '사랑, 깨닫는 순간 죽을 수밖에 없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의 바다에 독자들을 빠뜨린다. 정신없이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흠뻑 젖은 채 자신을 바다에 비친 제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때 바다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고,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며 그들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는 것. 아, 이 얼마나 대단한가?

 사랑은 평행선이다. 독수리와 익투스가 그렸던 평행선처럼. "모든 여자는 자신의 바다, 그리고 모든 남자는 자신의 하늘을 품고 있어. 아니면 반대로 모든 여자는 자신의 산을, 모든 남자는 자신의 바다를 품고 있지. 그들은 상대방의 낯선 매력에 빠져들곤 하지, 하늘과 바다는 수평선에서 서로 맞닿을 수 있지만 절대 하나가 될 수 없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없지." 라며 하나됨을 강요하는 것이 사랑이라 믿는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이 어리석음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나 역시 어리석기 때문에. 참나무와 인형처럼 하나되기에 열중하다가 재가 되어버린 그들의 사랑 또한 이러한 이기심이 불러온 화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작가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거리두기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조각상의 사랑의 경우, "물론 서로를 사랑할 순 있겠지. 하지만 우리 사아에는 항상 어떤 틈,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존재해. 우린 어쩔 수 없이 떨어져서 서로를 바라보고 닿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해야 해."라고 말하는 여자 조각상에게 남자 조각상은 "아냐, 이렇게 포기할 순 없어! 할 수 있을 거야. 난 널 항상,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사랑할 거라고 굳게 믿어"라고 외치며 그녀의 손에 닿도록 온몸을 던진다. 결국 '가지런히 마주한 두 개의 손. 그들의 손가락 끝이 아슬아슬하게 맞닿아 있었다'에서 볼 수 있듯이 남자 조각상은 성공했다.^^ 사랑은 위대하다. 사랑은 불멸의 문이다. 다만 불멸의 문은 열기 어렵다. 그것이 항상 문제이다.^^

마지막 이야기,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는 나에게 "튤슈를 사랑합니다."라고 동문서답하는 비정상적인 아저씨가 등장한다. (아지즈 네신의 특기.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인물은 비정상이 아니라 초정상의 인물이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저는 튤슈만을 사랑해왔습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도 그녀만을 사랑할 겁니다.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에 목을 매고 있죠."라고 말하며 우리 모두에게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말해 무엇하랴? 오늘, 해도 얼굴을 가린 싸리눈 하나 둘 흩날릴 듯한, 이런 오늘, 우체국으로 달려가 꽁꽁 언 손으로 튤슈에게 전보나 쳐야겠다. 튤슈 너를 사랑해, 튤슈 사랑해 너를, 사랑해 튤슈 너를, 너를 사랑해 튤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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