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된 철학교수
프랭크 맥클러스키 지음, 이종철 옮김 / 북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그래, 이 시가 생각난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의 시였었지 아마도. 왜 우리는 그 단순하고 명쾌한 사실을 자꾸만 잊고 그 꽃봉오리 꽃이 피지 않았다고 짜증만 내는지 모를 일이다. 꽃봉오리 역시 꽃이었음을 모르는 어리석은 우리들의 모습을 소방관이 된 철학교수가 다시 한 번 꼬집고 나서야 '아차' 외친다.

 사실 우리 나라에는 없는 자율 소방관이 되기 위해 혹은 되고 나서 훈련을 거치는 장면을 보고 "뭐야?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옛날 텔레비전에서 주말마다 했었던 911 프로그램 내용이랑 다를 바가 없네! 그 911 프로그램에서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고 구조에 몰두했던 사람들이 '정말 힘들었었죠. 그땐 제가 이렇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죠(웃음)'라고 했었잖아!"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책장도 더디게 넘겼다. 의무감이 아니었으면 이 책의 가치를 놓칠 뻔 했다.

 '불길의 한 가운데 있었던 사람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소방관이 된 철학교수. 그는 이제 철학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 것을 조곤조곤 독자들에게 얘기하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용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그렇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극소수가 깨닫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 그는 용기가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용기는 행동 속에 존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용기는 되도록 자주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천적 가치이다. 서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성장하는 습관이다. 아무데서나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는다. 평생토록 성의와 관심을 기울인 후에야 숙성되는 과일과 같은 것이다.' 이 구절이 손에 잡히지 않는 먼 산처럼 붕 떠 보이지 않고 가슴에 팍 와 닿는 이유는 붉은 불과 싸운 소방대원들과 이 책의 저자의 용기를 본 후에 나즈막히 철학교수의 목소리를 빌려 들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스타일'있는 책이다. 니체가 초인은 '스타일'을 갖는다고 했다지?(이 책의 철학교수가 그랬다.) 스타일이란 일상적인 것을 비상한 것으로, 평범한 날을 축제일로, 일상적 삶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요소이다. 결국 이 소방관 아니 이 철학교수는 스타일 있는 삶을 통해 우리에게 철학적인 삶, 성찰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이리라.

 괜찮은 책이다. 부분부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쓸데없는 구절이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전체의 장점을 뛰어넘지 못한다. 심도 깊은 철학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성찰의 계기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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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1 09: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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