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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ㅣ 우리문고 11
박정애 지음 / 우리교육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애기 할머니와 봉선이 할머니가 온몸으로 증언한 우리네 수난의 역사. 전쟁터에서는 인간이 아닌 배설도구로 전락하고, 고향에 돌아와서는 더럽고 추악한 몸으로 사랑 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그저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 의무인양 살아가야 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증언하는 이야기가 가슴을 후빈다.
배가 고파 쑥버무리 한 조각 뜯어먹었는데 그로인해 아버지는 멍석말이를 당하게 되고 자신은 우물에 쳐박히게 되고……. 그놈의 가난 때문에 가난 때문에……. 세 끼 밥 먹게 해 준다던 그놈의 말 한마디에 애기 할머니는 위안부로 나서게 되고!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위안부 생활을 하던 중 임신한 애기 할머니를 주인이 죽어라 걷어차는 바람에 등에 생긴 상처가 덧나 죽을 때까지 함께였던 혹, 아니 죽어서도 바로 눕지 못하고 엎드리거나 모로 누워서만 잘 수 있게 했던 혹. 그 혹을 어루만져주지 못한 아니 어루만질 생각도 하지 않은 내 자신이 자꾸만 미워지게 만든 책이다.
봉선 할머니가 말한대로 ‘여자가 자기 몸뚱이를 원치 않은 전쟁터로 빼앗기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폭행은 비단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성추행 파문에도 잠시 자리를 뜨면 그뿐 뻔뻔한 얼굴로 나타나 의원직에 계속 몸담는 고위급 관리―이렇게 몸소 모범을 보여주니 할 말이 없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일비재한 성폭행.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서 동남아에까지 매춘행각을 벌이러 떠나는 남자들이 많다니 돈으로 산 또다른 위안부들을 만들어내는데 열성인 것은 아닐까? 더더구나 베트남 전쟁 당시 우리 역시 베트남 여인네들에게 위안부이기를 강요했던 것, 어찌 가릴 수 있으랴? 베트남 여기저기에서도 애기 할머니와 봉선 할머니처럼 평생 혹을 안고 살아가는 절절한 아픔에 부대끼고 있을 여인네들이 눈에 선하다. 머리 아프다. 횡설수설 할 말은 많은데 정리가 안 된다. 너무 감정적으로 글을 읽었기 때문일 것 같다. 아참, ‘아담 로드’와 같은 혼혈 한국인 얘기도 그 미식 축구 선수 (누구지?) 그 사람이랑 같이 얘기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할 말이 너무도 많은 책이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각자 나름의 전쟁을 증언하는 인물이기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들과 이 책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