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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너를 위해 준비했어
농호 상하이 지음 / OTD / 2024년 7월
평점 :
2023 목포문학 박람회 청년 신진작가 출판 오디션 수상작이라니,
변화무쌍한 문화도시, 경제수도 상하이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했다.
별 기대 없이 갔던 상하이 패키지여행에서
기대 이상으로 상하이가 좋아서 자유여행을 오면 얼마나 좋을까 했지만,
영어 안내 문구가 전혀 없고 구글 지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곳에서
중국어 까막눈인 사람은 언감생심이라 바로 접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언어장벽에, 비자라는 행정적 관문까지 더해져
접근이 쉽지 않은 도시 상하이에 살면서
'상하이, 참 좋은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기록을 엮은 책이라
상하이의 매력을 한가득 느낄 수 있었다.
상하이는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 만남 지점으로서의 역사적인 유산을 지닌 도시이다.
고유의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으로 상하이 토박이 상하이니즈와
타국이든 다른 지역이든 외부에서 온 상하이랜더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도시의 정체성 또한 재미나다.
'해납백천 유용내대'
바다는 천 개 강을 받아들이듯이 모든 것을 포용하라는 '해납백천'과
포용이 크면 큰 것이 된다는 '유용내대'라는 문장이 상하이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외부의 것을 받아들여 융합하며 성장한 도시라
다양성과 변화의 힘이 아름답게 공존한다.
가장 부러운 대목은 상하이는 가로수가 울창한 길이 많아 걷기 좋은 도시라는 점이다.
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 도로도 잘 되어 있어 타기 좋은 도시이기도 해서
가로수가 만든 그늘이 끝나는 곳까지 달리면 상하이 구석구석 다채로운 모습을
즐길 수 있단다. 별도의 인증 없이 카드를 등록하면 여행객들도 이용할 수 있다니
광활한 평지의 도시에서 바람에 실려 오는 자유와 행복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봄에는 튤립, 여름에는 울창한 플라타너스와 핑크빛으로 물드는 하늘,
가을에는 낙엽과 핑크 뮬리, 겨울에는 앙상해진 나뭇가지와 크리스마스 장식이
제철 풍경으로 너무 멋있을 것 같다.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는 많지만 과거와 미래의 공존이 그대로 나타나는
와이탄의 야경은 가히 독보적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
세계 근대사를 잘 몰라 장엄한 건축물 외형 감상만으로도 멋졌는데,
곳곳에 담긴 이야기들을 알고 야경을 보면 정말 멋질 것 같다.
강남지방의 문화는 쑤저우와 항저우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바다와 가깝다는 매력은 닝보에 밀려 별 볼 것 없던 어촌이었던 상하이는
청나라 말기 유럽의 제국주의로 인해 무역 거점이 되었다.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무역항으로서 호황을 누리던 와이탄에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서양 열강들이 경쟁하듯 각자 고유의 양식에 따라
건물을 쌓아 올려 유럽 건축양식 전람회를 보는 듯한 모습이 된
황푸강과 와이탄은 아픈 역사가 담겨있지만,
지금은 유라시아와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도시의 역할을 하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만 갔었는데 웬창리 13호에 '김해산 거주지'가
있는 줄 몰랐다. 윤봉길 의사가 흥커우 공원에서 거사를 치르기 전
마지막 조찬을 김해산 부분의 집에서 했는데, 김구의 시계가 낡았다며
자신은 더 이상 시계가 필요하지 않으니 바꾸자고 했다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의 배경이 바로 그곳이다. 한국인이라면 그 앞에서 누구나
다 가슴이 찌릿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 전문가 중에는 지금의 주소가
당시의 주소와 같은지 고증된 바가 없고 독립 사적지 목력에도 없어서
청소년 외교단 동아리인 민간단체에서 김해산 거주지라고 특정해
현판까지 붙인 것이 의아하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한단다.
매국노 친일파 후손들은 잘 살고 독립운동 후손들은 그렇지 못한 현실,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아직도 바로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형국이라 고증이 되지 않아도 의미가 있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잊혀가고 모르고 지나치는 독립운동 역사의 중요한 장면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기억하게 만든 상해 한국학교 대한민국 청소년 외교단 동아리 학생들이 나 역시
너무나 기특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나치의 학살을 피하기 위해 본토를 떠나야 했던 유태인들을 받아주는 나라가 별로 없었는데
오스트리아의 중국 대사가 비자를 내주어서 세 차례의 대규모 유태인 상하이 이주가 있었다.
유태인들이 모여 살았던 게토가 현재 유태인 난민 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특별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부분은 호주나 미국으로 갔지만, 상하이에서 가정을 꾸리고
남은 유태인 소녀가 할머니가 되어 상하이 방언을 모국어처럼 구사하며
자신들을 환대해 준 상하이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어려울 때 도와준 이야기를 하면
신기함 그 이상의 먹먹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루쉰 공원에서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 갔다가 유태인 난민 기념관에 갔다가
베이 와이탄 야경 보는 코스를 추천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성스러움이 모인 쉬씨 마을 쉬자후이와 명나라 과학자 쉬광치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되어 뜻깊었다. 부친의 장례를 치르고 상하이로 내려오다 난징에서 선교사를 만나
가톨릭 신자가 된 쉬광치는 명나라에 가톨릭을 전파하게 된다.
가톨릭 성당이 생기도 성당의 자선 및 교육 활동으로 보살핌을 받은 고아들이
정착하고, 고아원에서 공예 교육을 하여 토산만 패루라는 유명한 작품을 만들고
프랑스 조계 상황이 맞물리고 상업시설이 생기고, 상하이 1세대 현대식 백화점이 생기는 등
쉬자후이가 탄생했는데 쉬자후이 성당과 쉬자후이 도서관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 맥락이 흐르는 성스럽고 귀한 동네가 되었단다.
성당과 도서관 사이에 서 있으면 강력하고 고귀한 바리케이드 안에서
보호받듯 편안한 기분이 든다고 하니 꼭 방문해 보고 싶다.
고아들에게 공예 기술을 가르친 것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투산완 문화가 탄생했다니
더 궁금해졌다. 진짜 상하이 여행법을 전하는 특별한 여행 큐레이션 정말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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