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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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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치했던 기억에 아무리 자학을 해보더라도 시원찮은 마음이 들 때는 머리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인가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매순간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지만 당장 꾸려낼 일상이나 일에 대한 생각이외에 지속적으로 세상이라거나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품으며 살아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종종 이런 돌발 상황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 내가 될 수 있기도 하다는 게 마냥 자뻑하며 살 수 없는 주요인이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성찰이나 진단 없이 현실의 나이만 먹다보면 이러한 실수는 얼마든지 튀어 나온다.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이기심이 발휘되기 십상이며 약자에 대해 관대함을 베풀기보다 은근히 밟고 올라가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속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비약인지는 몰라도 세상에 물들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말의 일정치에는 이러한 부정적인 조소가 없지 않다. 얼마가 되었든 나를 돌아보지 않고 세상에 대한 관심을 멀리해 나가면, 부조리나 불합리에 무뎌짐과 관망, 노예근성만 남게 된다.

 

물론 ‘지속적’이란 말을 떼내면 누구에게나 왜 진지한 성찰의 시기가 없었겠느냐는 항변을 들을 여지가 충분하다. 특정한 어느 시기를 돌아보면 그 한정된 시간 안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지함과 진정성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느껴보면 마치 광활한 우주라도 만난 듯 감격스러운 데가 있다. 후일 자신이 얼마나 진지한 사람이었는가를 떠올릴 때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의 전설로 남겨질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순간이 내일도 다음 주에도 계속 이어질리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간을 갖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무지하고 단순해지라라는 인과관계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상에 파묻혀 살다보면 고유의 시간들이 점점 귀찮아지고, 때로 진지함을 우습게 여기게 될 수도 있으며 더러는 밀려나가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문제들이 수순처럼 등장한다는 점이다. 세상에 대한 염치를 알고 나를 곧추세우며 추진하는 동력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나를 끊임없이 돌아볼 줄 아는 최소한의 시간을 가질 때 나온다.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지적인 또는 감성적인 자극을 받고 싶어 하는 이유를 사람들은 책이나 명사의 말로서 그 의미를 되짚곤 한다. 나는 주로 책이나 영화를 보게 되는 편이지만, 특히 자주 그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작품에 많은 눈길이 가는 편이다. 그중에서 변종모작가의 작품들이 주로 그런 사람에 속한다.

 

 

 

이번 신간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에서는 길 위, 내 안, 두고 온 말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특정한 단어와 엮어서 깊은 사유를 경험하게 해준다. 여행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낯선 환경에 놓여 이질적인 기운을 느끼게 되는 일일이 떠오른다. 보고 듣는 것에 대한 체화를 몸소 내안의 에너지로 써먹을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선사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낯선 공간이 주는 긍정의 스트레스가 마법처럼 변환되는 일과 같달까. 변종모 작가는 이러한 공간과 시간의 마법을 사랑해서 자꾸 떠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에게는 떠난다는 말의 의미가 모호해서 우리와는 좀 다를 것이 분명하다. 그는 여행가이고 그러니 그에게 여행이 곧 일상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여행은 익숙함과 낯선 의미들이 혼재되어 더 이상 다른 이원의 세계인냥 분리될 수 없을 것 같다.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처음에는 우리와 다른 세계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다가, 거듭되고 오래될수록 대게 비슷하고 같은 점을 보게 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여행을 경험한 작가에게 눈앞의 세상은 어떤 감정을 선사할까. 모르긴 몰라도 분명한 것은 어딜 가든 작가에게 이런 같고 다름의 세계만이 펼쳐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떠남을 주저하지 않고 그곳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그저 ‘차이’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이제 좀 내밀하고도 자신만이 들여다보고 드나들 길이 열린 것이다.

 

 

언제나 작가의 글을 보면 그곳의 정취나 향기가 참 고유한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해준다. 일상이 곧 여행지이고 얼마든지 자신만의 시선으로 만상을 들여다본다면 참 근사한 인생이라는 부러움이 인다. 그는 여행의 아름다운면만 부각하거나 낭만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종종 고단하기도 하겠지만 그마저도 인생의 쓴맛과 달콤한 양면을 말해주는 듯해 솔직해 보인다.

 

 

다른 세상을 탐험하고 동시에 나를 들여다보며 남기고 온 혹은 버린 수많은 언어들이 그의 글에서 빛난다. 그것은 부지런히 생각하고 깊이 탐험하는 자에게서 풍겨 나오는 특유의 향기이고 그래서 떠나지 못하는 자에게 여행을 종용한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에는 세상과 나에 대한 낱낱의 이해의 일, 그리고 책을 읽고 그 낯선 체험을 기꺼이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독자에게 심장을 뛰게 할 작가의 세심한 한걸음이 있다. 그곳이 특정한 여행지여도 좋고 여의치 않은 사람에겐 내 안의 어느 쉼터에서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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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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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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