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어려운 순간을 만날 때 그 시기를 잘 견뎌냈건, 어거지로든 겨우 방어만 해냈건 낮은 한숨을 돌리고 나서 드는 생각들이 있다. 힘든 순간은 언제든지 또 얼마든지 찾아오는구나 싶은 생의 부림이다. 그러니 예감치 못할 일이 찾아오지 않으리란 순진한 기대보다는 공포의 순간이라도 기꺼이 맞이할 줄 아는 능수함이 필요하다. 현실의 중력에 매번 매복당하면서 다시 올라올 만큼의 불행을 가늠하는 경험치가 쌓여가는 것이 인생이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 마치 보은인 것처럼 좋은 일만 깃드는 삶이라면 얼마든지 노력만 하며 살겠지만 인생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보니, 그저 자신의 방편대로 긴장과 이완을 꾸리며 삶을 엮여 가야 하는구나 싶어진다. 매일매일이 눈앞에 닥친 현실을 잘 풀어 나가는 여정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고랑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이 없도록 터를 잘 다져나가는 자신만의 근육을 다져내는 일이다.  

 

 

 

정유정 작가의 첫 에세이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으면서 ‘히말라야’라는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인상과 더불어 산을 오르는 일이 인간에게는 인생을 비유하는 일과 같아서 자주 그 상징의 의미들이 중첩되곤 했다. 작가가 놓인 상황은 그가 만든 일이긴 해도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하는 첫번째 관문처럼 여겨진다. 왜 하필이면 그곳인가 하는 물음은 느닷없기 보다 이미 작가 안에 잠복하던 명징한 것들을 눈 앞의 경험으로 재현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마치 그녀가 큰 벽에 부딪힐 때마다 느꼈던 막막함이나 동시에 솟아오르던 투지들이 혼재되면서 그 너머의 상상을 확대 시켜주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 안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방황에는 자신의 과거와 만나는 조용한 만남이 있고, 소설 속 주인공과의 해후, 또 미지한 세계로의 탐험 등 여러 의미들이 맞닿아 있다.

 

 

작가는 고백하건데 맏이로 자라 어머니로부터 아주 엄격한 역할을 부여받으며 성장했고, 막 성인이 되자마자는 덜컥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서 생업전선에 뛰어 든 그리 순탄치 못한 시절을 감내 했다. 이런 인생을 예견한 것도 아닐 텐데 어머니의 가르침은 마치 그동안의 키워진 방어력을 실전에 맞설 ‘기회’(짓궂지만)인 듯이 그 필요를 절감하게 하였다. 이후 가정도 꾸리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전업 작가로 소설가라는 명성을 쌓기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인생을 살았던 듯싶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선이 굵은 이미지들이 떠오르곤 했는데 살아온 경험치들과 삶의 보편성들이 그녀로 하여금 유난히 단단하고 응집력이 강한 이야기로의 잉태를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현실에 잘 맞설 줄 알고 충실히 배워나간 덕에 작가의 소설에는 세상에 당당히 마주하는 다부진 용기들이 선연하다.

 

 

그러한 식으로 매번 작품을 써오고, 온 것을 쏟아 부어버리기를 반복하면서도 별 갈증을 느껴본 일 없는 삶이다가, 그녀에게도 고갈의 한계점이 오게 되었다. 일상으로부터 소진되어 버린 감정의 균열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는 일도 생겨버린 것이다. 이는 아마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또다른 세계로의 앎에 대한 열망이면서 생존의 출구를 찾던 몸의 반응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저 먼 히말라야로 떠났고 그 세계를 만났다.

 

 

 

열병처럼 앓고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떠나온 셈이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정인 턱에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초보자가 겪어낼 좌충우돌 에피소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엇들이 있다. 일단 여느 여행기처럼 웃을 일이 별로 없고, 자주 포기하고 싶어진다거나, 그녀 안의 의문과 숙제들이 정말 잘 정리되고 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의 응원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길지 않은 일정이긴 했지만 그녀가 당장 닥친 거대한 삶의 질문들에 잘 버텨낸 강한 모습을 보여 와서 이번 여행 역시 기꺼이 완주를 하게 되리라는 믿음들이 있었다.

그녀는 이곳을 다녀오고 나서 곧바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단단히 여행의 맛을 알아버린 모양이다. ‘네팔병’을 언급할 때부터 그러한 기대가 들었으니까. 정유정의 방랑기라면 세상 어디로든 얼마든지 따라가서 듣고 싶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6-24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