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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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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펜은 세상의 멍이 먹으로 쓰이는, 하루하루 조금씩 밀고 들어오는 찬바람의 부름을 의식한 자연스런 기록이다. 깊이 상처를 입은 현실, 그것을 목도한 사람의 눈까지도 아리게 만드는 시대의 온 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아픔의 감각으로 가는 피의 통로가 그만 폐쇄되어도 좋을 차디 찬 기운이 내내 흐른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비관 보다는 회복의지를 말하며 언제나 세상에 해 입고 살아가는 작은 힘들에 대해 말한다. 결국 이 힘으로써 세상은 바뀌는 거라고 북돋는다.

그네들의 삶에는 오히려 웃음이 있고, 풍자와 해학으로 승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기막히게 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을 버티는 의지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상처 입은 영혼들의 기질에는 훌륭한 은유의 투사가 있음을 엿보게 된다.

정말이지 어느 시대고 아픈 현실을 이겨내고 나은 삶을 이룩해 낸 발걸음은 어느 한 영웅때문이 아니라 보잘 것 없어 보인 민중의 모든 한걸음임을 잊지 못하겠는 것이다. 슬픈 전이처럼 보이지만 군림하는 자의 어리석음이 유난할수록 이 아이러니는 더욱 빛을 발해 왔던 역사였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위화가 보는 세상 이야기가 소설만큼이나 직시된 문장으로 다가와 내내 진지한 사회적 단상들을 보게 한다. 사회 안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산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여러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들에 파생된 문제들이 쉴 새 없이 들추어 진다. 이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이 보는 세상은 함께 생각해봐야 하지 않냐는 말을 건네 준다. 그래선지 이 책을 읽다보면,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역자의 바람처럼 중국에 대한 특정한 정보와 지식의 측면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왜곡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를 여러 번 맞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네 삶과 결코 무관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열 가지 키워드로 대변되는 중국의 참 얼굴에는 각 단어들이 말하는 거대한 물음표가 아주 오랫동안 크고 무겁게 다가오곤 한다. 아무리 극복의지를 가지고 부조리를 고발해 본들 그것을 실행하는 자의 작은 한걸음이 없다면 결코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여러 번 꺾이고 위태로운 징검다리를 걷는 듯, 작가가 딛고 서있는 현실과 마주한다는 것은 참으로 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더라도, 작가가 말하는 소통의 장이 작은 힘들을 모으게 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일에 힘을 보태게 된다면 이 책이 전하는 물음들에 서서히 그 열쇠가 쥐어 지게 될 것이다.

 

 

 

세상의 반어적인 상황들이 현실을 교묘히 비틀어 풍자로 흐를 때 차가운 독설과 비관주의와는 또 다른 정서를 낳는다. 그것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념 세계에서라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언제나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는 제도와 룰이 보이지 않는 총부리를 턱밑까지 겨누고 죄어오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어느 사회고 부조리를 이끄는 주역의 군상들이 있는 한, 일면 이들의 문제는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한 셈이다.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급변하는 중국의 사정이 우리의 사정과 다르면 얼마나 크게 다를까. 권력을 가진 자들이 거짓과 조작으로 세를 불리는 힘을 비축하면 할수록, 힘없는 약자들은 그만큼 약해지고 악법도 법이라는 룰을 지켜가면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용한 군상들로 변해가는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반추해내지 못하는 나날들이 반복되더라도 위화 같은 작가들이 들려주는 조용한 파문은 칼보다 강한 펜의 가치를 말해준다. 역설의 구조 속에서 시대를 발언하고 재현해내는 작가의 사명뿐만 아니라 거대한 부조리를 잠식시킬만한 힘은 바로 우리 자신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가 왜 보이지 않는 빛의 속도보다도 더 빠른 것인지, 이 말의 진의를 깊이 되짚어볼 시간이다.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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