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하루키는 항상 사람들을 놀래킨다. 그를 연상하면 아마도 젊음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상기할 듯 싶은데 도무지 늙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언제나 변함이 없다. 그가 내는 신작들만 보아도 '언제까지나 파릇파릇한 감성으로 젊음을 이어갈 수도 있구나' 하는 믿음 같은 것을 더욱 견고하게 심어준다.
오랜 세월 글장이로 살아가는 삶,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날선 눈으로 보고 예민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 숙명이 버거웠을 법도 한데 그에게는 철두철미한 마음가짐이 상처받지 않을 것처럼 매우 단단한 심지로 버티는 듯 하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작가이지만 하루키는 분명 우리 안에 있는 사람이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사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라는 삶과 지극히 개인적인 또다른 삶을 잘 분리하며 살아간 것 같다. 이것이 어쩌면 엄숙하거나 거장의 반열에서 느껴질 아우라를 벗어나는 그만의 비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글을 쓰지만 적당량을 쓸 것, 언제나 일어나면 운동을 하고,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관람하는 평범한 일상들이 젊음을 언제까지라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살아내는 일상의 기록이 <잡문집>으로 묶였다. 소소함을 지나오면서 작가는 어떤 시시콜콜한 일상을 쪼개며 살아갈까, 어떤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응시하고 미래를 그리며 살아갈까하루키만의 하루가 무척 궁금해진다.

 

  

 

미셸 투르니에가 자극 시켜주는 상상력 산문집이라, 읽기도 전에 머릿속이 요동을 치듯 출렁거린다. 서로 상반되거나 상응하는 개념들을 깊게 성찰하며 철학적 관점들을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은 쪽으로의 발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책이다
거장 투르니에의 감성과 상상력 안에서는 과연 어떤 것들이 노닐며 떠도는 것일까. 세상에 규정된 단어들이 그의 지혜와 만나면 어떤 의미로 새롭게 부여될지 궁금하다. 상상력으로 파생된 개념의 의미와 미래를 상상해보는 일은 한번도 해보지 못한 즐거운 감염의 기분을 맛보게 해줄것만 같다.

 

 

뭔가를 모은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는 태생적으로 좀 유별난 수집벽을 가졌고 그것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는 모양인데 어쨌거나 수집이라는 것은 누구나 했을법 한 일, 주위에서 횡횡하는 일이기에 크게 생소하거나 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궁금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수집품이 구두이건, 책이건, 전단지가 됐건 차곡차곡 쌓은 것들을 궁금 없이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세상에 그 어떤 하찮은 사물이라도 수집가의 눈에 들면 쓸데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왜 모았고 내 이유와는 어떤게 같고 다른지를 알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만약 그것이 이우일의 그것들처럼 남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종이 나부랭이거나, 아이들도 내다버릴 유치한 피규어라 할지라도 모으는데는 그만한 이유들이 있다. 때문에 누구나 모을 순 있다지만 다 같은 층위에서 콜렉터라 말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집은 소유할 만큼의 가치가 중요한 일인데 이외에도 그것을 모으는데 들이는 시간과 돈과 노력 따위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런 특별한 의식이 없다면 그것은 정말 쓰레기가 돼버릴테니 말이다. 몇 년을 찾아 헤맨 시간의 역사를 사랑해서이고,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성실한 나’ 그러니까 일종의 나르시즘의 감정에 반해서일 것이고, 이러저러한 노력의 대가를 사랑한 일 때문에 콜렉터는 존재한다. 작가가 살아오면서 제 방 한가득 모아온 사물들이 각각의 역사로 남아 있다면, 하루 종일 머물러도 좋을 신세계가 펼쳐져 있을 게 분명하다. 그의 집에 빨리 초인종을 누르고 싶어진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직접 만드는 것에 대한 기쁨을 모를리는 없다. 작가는 시골생활이 어려운 도시생활자로서 어떤 해방구를 찾았는지 DIY라는 발랄한 단어로 새로운 탈출구를 제시해준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손이라는 도구로 만드는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들을 모두 가능하게 하다니! 무조건 만들어 보자라는 무모함이 어느새 일상의 용기를 북돋는 변압기가 되어 준다. 유쾌함이라는 활력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를 따라 손을 놀리고 싶은 충동으로 자동반사 될 것 같다. 텃밭을 가꾸고 악기를 만들고, 자연과 공생하는 환경 친화적인 삶의 태도가 도시생활자들의 답답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자유케 해주리라. 쇼파에 누워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고작 리모콘을 누르고 과자나 입에 넣는 활용의 손 사용법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질 것 같다!

 

 

건축도로서의 삶은 어찌보면 여행을 해야만 하는 방랑 기질이 얼마쯤은 다 있는 모양이다. 세계의 어느 곳에나 건축은 존재하고 보이는 모든 재료가 곧 공부고 영감이 될테니 말이다. 보이는 모든 환경이 작품의 구상을 도울 수 있으니 여행을 다니는게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오기사란 이름으로 유명한 작가 오영욱이 몇몇 나라를 돌아보며 겪은 일들을 담아는 이 책은 그 시작이 서울이었다가 서울로 끝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행은 어차피 다시 돌아오는 일일테니까.
서울에서의 일상과 나에게 미안해서떠났다던 여러 여행지에서의 일들이 겹쳐져 그 안에서 벌어진 '다름'을 보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욕망과 화려함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즐기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각박함에 지친 생활의 위로를 얻은 일상까지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여행지의 온도와 냄새와 사람들의 표정, 건축이 내뿜는 분위기들이 그의 눈에는 어떤 식으로 담아졌을지 비행기 티켓을 끊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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