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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체성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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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얄팍한 책의 두께 만큼이나 논거가 빈약한 책이다. 지은이의 주장은 술자리에서 한잔 마시고 떠드는 사람들의 주장과 별 다를게 없어 보였다.

지은이는 무엇보다 계급을 빼 놓고 얘기를 하고 있다. 지은이가 말하는 '한국'은 어떤 것인가.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한국'이란 이름 아래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가. 지은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정책을 개발하는 자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은 하나의 이해집단이 아니다. 한국 안에는 노동 계급과 자본이 있고 그 밖에도 농민, 영세 상인, 쁘띠브루주아 등 많은 계급이 얽혀있는 집단이다. 지은이는 공기업 사유화나 환경문제, 핵 개발 문제 등에서 한국의 정책개발자들이 미국의 입장을 따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계급을 보면 그들이 왜 미국의 이익을 앞장서 대변하는 지 알 수 있다. 한국의 지배계급은 미국의 지배계급과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의 지배계급에 이익이 되는 일은 한국의 지배계급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 돈만 된다면야 한국이 망하든 말든 그들이 신경을 쓸 것 같은가. 계급은 민족보다 앞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계급보다는 민족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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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23 2012-07-30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한 얘기네요.
 
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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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쪽이 넘는 책을 억지로 읽고 난 후에 좀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박민규의 <지구영웅전설>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펜클럽>이 참 재미있었고 분량도 200쪽을 넘지 않은 것이 가벼운 책을 찾는 내게 딱이었다. 선택은 좋았다. 역시 재미있어서 출퇴근 길의 졸음도 참아가며 금새 읽었다. 역시 쉬운 글이 잘 읽힌다.

소설의 뒤에 쓰여진 인터뷰를 보니 <삼미...>를 쓰기 전에 쓴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삼미...>보다 유머의 재치가 덜하다.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삼미...>에서는 자본주의 가치관을 재미있으면서도 날카롭게 비판하는데 여기에서는 미국을 비판한다. 정확하게는 미국의 지배계급이겠지. 책에 등장하는 미국의 영웅들은 각자 미국의 힘을 상징한다. 슈퍼맨은 군사력을, 배트맨은 자본을, 원더우먼은 문화산업을, 아쿠아맨은 항공모함 또는 이지스 전대를 상징한다. 참 잘도 도식화 시켰다. 아귀도 잘 맞아 돌아간다. <삼미...>에서도 느꼈지만 박민규는 시대의 문화코드와 사회관계를 연결 짓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별 생각없이 넘어갈텐데. 하긴, 그러니까 작가지.

책의 풍자가 그렇게 새롭진 않았다. 아무리 수구신문들이 판을 친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도 미국의 위선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겉으론 민주화니 인권이니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힘을 앞세운 온갖 만행을 저지른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풍자는 아니지만 미국의 그 위선을 영웅들을 통해 다시 구성한 재미가 쏠쏠하다.

사족을 덧붙이면 인상적인 한 군대가 있었다. 로빈에 관해서다. 배트맨과 함께 나오는 로빈 말이다. 로빈은 미국의 꼬붕 영국을 상징한다. 로빈은 배트맨의 학대에 못이겨 운다. 세계는 끝이라며 흐느낀다. 주인공이 위로하자 로빈은 말한다. "바보야, 예전엔 다 우리꺼였단 말이야!" 작가는 영국지배계급의 제국주의도 놓치지 않는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지배계급이 원하는 것은 같다. 단지 힘의 강약 차이가 있을 뿐이지. 한국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그놈이 그놈이니 비판할 꺼리도 없다거나 세상은 어차피 그런 거 아니냐 는 식의 생각은 아니다. 문제는 지배계급이 아니라 체제 자체다. 먹지 않으면 먹혀 버리는 이 체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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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1 -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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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책을 읽었다. <푸코의 추>.

내가 산 것은 아니고 몇 년 전 한 고등학교 친구가 갖고 있던 걸 받은 것이다. 선물은 아니었고 자기가 더 갖고 있지 않을 책을 처분하다시피 나에게 준 것이었다. 아무튼 책을 받고 몇 년 동안 읽지 않다가 지금에야 다 읽었다. 사실 녀석은 <푸코의 추>(지금은 <푸코의 진자>라는 이름으로 세권으로 나누어서 나오는 모양이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상 하권으로 나눠진 <푸코의 추>다. '추'를 왜 '진자'로 바꾸었는지 모르겠다. 진자라는 말보다 추가 더 알아듣기 쉽지 않나?) 말고도 <람세스>와 <한니발>등 다른 책들을 더 주었는데 다른 책들은 모두 조금 읽다가 헌책방에 팔아버렸다. (사실은 파트릭 랑보의 <전투> 도 남겨두었다.) 읽지도 않는 <푸코의 추>를 갖고 있었던 건 움베르트 에코라는 작가의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움베르트 에코는 상당히 지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무언가 어려워 보이고 지식이 꽉 들어찬 느낌이 드는 그의 책을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약간 뿌듯해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고 영화 <장미의 이름>을 재미있게 봐서 그의 다른 작품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던 점도 있었다.

아무튼, 난 그렇게 <푸코의 추>를 책장 한 켠에 모셔두고 있었다. 가끔 읽어보려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처음 부분이 너무 어렵고 책 자체가 참 지루하게 인쇄되어 있어서 읽으리란 생각은 30쪽을 넘기 전에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그러길 한 두어번 했을 것이다. 그런 책을 끝까지 일게 된 것은 한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중에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 얘기가 나왔다. 최근 인기있는 <다빈치 코드>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단다. 난 그 책을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비밀 집단이고 그 집단이 계획하고 있는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에 관한 내용일거 같다. (대충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 얘길 하다가 에코의 <푸코의 추> 얘기도 나왔다. 그 때 친구가 무슨 얘길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성당기사단이라는 비밀결사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했다. 친구의 얘길 들어보니 <푸코의 추>는 성당기사단의 지하 조직에 관한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미스테리 인 듯 싶었고 한번 읽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 그래서 얼마 후 난 <푸코의 추>를 다시 집어 들었다.

앞으로 펼쳐질 중세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며 30쪽을 넘기니 과연 미스테리가 조금씩 엿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루함은 여전했다. 성당기사단, 장미십자회, 중세 서양의 여러가지 비밀 종교에 관한 생소한 얘기들이 어지러웠다. 미스테리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해 읽어가긴 했지만 이해하는 내용보다 건너뀌는 내용이 훨씬 더 많았고 상황이나 현장 묘사도 도대체 머리 속에서 잘 그려지지가 않았다. 한 장이 시작될 때마다 덧붙여진 책의 인용을 보면 "에코가 참 많이도 알고 많이도 읽었나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전체가 지식의 향연같았다. 하지만 그 지식은 나에게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귀찮기만 할 뿐이었다. 나에겐 별다른 지적 만족을 주지 못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의 지적 장난은 극으로 치닫는다. 결국 그래서 대가를 치르게 되고, 작가가 얘기하려는 것도 그것이었을까.

난 이제 에코의 소설을 다시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에겐 너무나 붕 뜨는 얘기들이고 그것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더불어 비슷한 류의 소설들 베르나르 베르베르 라던가의 소설도 별로 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얘기는 별 매력이 없다. 적어도 나에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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