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실덩실 흥겨운 명절 이야기 알면 힘나는 우리 문화 2
장수하늘소 글, 이모니카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국적불명의 허접한 각종 데이는 가라!

 

 

 

이 책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온것 같은데 교육적으로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알면 힘나는 우리 문화 시리즈 그 두번째 이야기로 우리의 전통 명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출판된 '소중하고 아름다운 효 이야기'를 비롯하여 차후에 출판예정인 첫 임금 이야기, 우리 옛 건축 이야기, 옛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등을 준비중에 있다고 하는데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 그런 과정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소중한 우리의 옛 것들에 대한 지식과 의의등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져 개인적으로 양서의 반열에 올려둔 시리즈가 되었다.

 


자 그러면 이제 소개하는 우리의 명절들 중 과연 몇가지나 그 날이 뭐하는 날인지 또는 왜 우리의 조상들은 그 날을 의미있는 명절로 정했는지 등등의 사항을 자기 자식한테 설명해 줄 수 있을지 테스트 해보기 바란다. 설날, 정월 대보름, 삼짇날, 한식, 초파일, 단오, 유두, 칠석, 추석, 중양, 동지, 섣달 그뭄.. 여러분은 몇 가지? 필자 또한 학교 다닐때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가정교육도 잘 받으며 성장했다고 자부했었는데 몇몇 가지는 긴가민가 했더랬다.

 


한자를 우리말로 풀어쓰면 '찬 음식'이란 의미가 되는 한식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그리고 유두는 젖꼭지가 아니었던가란 의문과 중양은 뇌종양 할 때 그 종양인가 등등 좀 과장되긴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게되는 '우리나라'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음력 9월 9일인 중양은 대체 뭐하는 날인지 필자도 이 책을 통하여 처음 배웠음을 고백한다. 애들 보는 책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 모르면 배워야 한다. 일전에 본 '공부도둑'이란 책에서 장회익 교수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적분을 배웠다고 그러지 않았었나.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앞서 거론한 그 명절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하나씩 소개되고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등의 고문헌에서부터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래 동화에 이르기까지 그 출처도 다양하다. 그 중 동지편에 나온 팥죽으로 호랑이를 물리친 알밤, 자라, 송곳, 멍석, 지게 등등의 팀플레이와 섣달 그믐편에 소개되는 체 구멍 세는 야광귀신의 이야기들은 필자의 어린 시절 잠들기전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그런 옛날 이야기 생각이 나서 특히나 감회가 새로웠다. 각장의 말미에는 그 명절 각각의 유래와 풍습, 그리고 그 날에 먹는 음식, 그날 즐겨하는 놀이 등이 삽화와 함께 친절하게 소개되고 있다. 또한 책의 마지막에는 우리 나라의 24절기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하는 코너도 따로 마련하여 우리 청소년들이 달력볼 때 곡우니 입하니 백로니 하는 단어를 접하더라도 무슨 새로나온 소주 이름이 아닐까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고있다.

 


말그대로 젊음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발랄한 나이는 지나버렸다. 그렇다고 기성세대에 슬쩍 끼워 줄서기에도 애매한 나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든남자님은 참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계시네란 소리를 들어도 별로 할 말은 없는쪽에 가까우나 솔직히 필자가 평소에 가장 불만이 많이 담긴 시선을 던지며 이해를 못하는 현상 중 대표적인것이 바로 범람하는 각종 '데이'들이다. 매월마다 있다는 생전 첨들어보는 그 다양한 '데이'들에 왜 우리의 젊은이들은 상술에 놀아나야만 하나. 왜 그런날 뭐하나 못받으면 병신취급을 당해야하고 뭐하나 안주면 쪼잔한놈 소리를 들어야하고 왜 그런날 집에서 책보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해야 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요 대목은 특히 마음에 들었다.

 


'경칩에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사랑을 고백하거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은행을 주고받았습니다. 은행나무는 특이하게도 수나무와 암나무가 따로 있는데, 이 두 나무가 마주 보아야만 은행이 열리거든요. 또한 한 번 싹을 틔우면 천년을 살아가는 은행나무처럼, 영원히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지요. (중략) 또 처녀 종각들은 경칩날 저녁에 동구 밖에 있는 은행나무 수나무와 암나무를 돌며 사랑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우리의 전통 발렌타인데이는 바로 경칩일이지요.'

(P.42)

 


재미있지 않은가? 이 썩고 비만, 당뇨 및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쵸콜렛 보다는 은행이 더 좋지 않을까? 이제 국적불명의 허접한 각종 데이들은 가라! 우리것은 좋은 것이여! 덩실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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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밤새워 읽고 말았다

 

 

 

이 책을 보기 바로전에 봤던 책이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였다. 1,2권 한질 무려 67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필자는 그 책을 무려 일주일동안 붙잡고 있었다고 지난 서평에 쓴 바 있다. 물론 스노 크래시도 소설적인 재미는 뛰어난 작품이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코드에 맞지 않았던 이유 탓에 도저히 집중이 안되고 겉돌기만하던 그 책에 비해 이 책은 책장을 펼쳐들자마자 그림하나 없이 깨알같은 글자만 빽빽히 540여 페이지에 걸쳐있는 만만찮은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하나 흐트리지 않고 8시간동안 쉬지 않고 내리 다 읽었다. 덕분에 밤을 꼴딱 새버렸지만 중간에 도저히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접한 리 차일드의 작품이었는데 그 흡인력은 실로 대단했다. 책을 보며 손에 땀을 쥐어 본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던것 같다.

 


리 차일드가 작가로 등단한 계기는 꽤나 특이하다. 20년 동안 방송국에서 일하다가 구조조정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나이 마흔에 6달러짜리 펜과 노트를 사서 그의 처녀작인 이 책을 쓴 것이라고 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마흔에 글 쓰기의 걸음마를 배운 영국의 신달자가 아닌가. 이 책의 매력적인 주인공인 '잭 리처'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12편의 추리소설 중 그 첫번째 작품이 바로 이 '추적자'이다.

 


소설의 시작은 어느 오래된 재즈 가수의 노래를 쫒아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던 주인공 잭 리처가 우연히 들른 어느 마을에서 살인누명을 뒤집어 쓰면서 출발한다. 머지않아 그가 진범이 아닌 사실은 밝혀지나 그 살해된 사람이 7년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자신의 친형으로 밝혀지고, 그가 감금되어 있던 경찰서의 매력적인 여형사 로스코와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뒤였다. 이쯤되면 그는 형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복수도 해야하고 자신의 연인도 위험으로 부터 지켜내야 한다. 그냥 정처없이 바람따라 구름따라 방황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베일에 가려진 잭 리처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군인이었던 아버지탓에 세계 각국에서 수시로 옮겨 다니며 성장했던 어린 시절, 그는 고독하게 홀로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헌병으로 복무하면서 흉악한 범죄자들을 능가하는 여러가지 스킬들을 연마하였었다. 그가 우연히 도착했던 그 마을의 '악의 무리'들은 사람을 한참 잘못봐도 잘못 본 것이었다.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위조지폐를 만들어내는 일당을 잭 리처와 그의 동료들이 일망타진하는 것인데. 위기의 순간순간 마다 그 난관을 호쾌하게 헤쳐나가는 잭 리처의 활약상이 특히 돋보인다.

 


외국의 평론가들은 그 '잭 리처'라는 매력적인 케릭터를 두고 '똑똑한 람보'라는 표현을 썼더랬다. 킬러 다섯명 정도는 쥐도새도 모르게 처치해 버리는 강력함과 말미에 허블의 행방을 쫓을 때 여실히 보여준 치밀한 추리력,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에서도 상대방의 산탄총이 피해를 입힐 범위를 수학적으로 재빠르게 분석해내는 명석한 두뇌. 로스코를 한 순간에 홀라당 꼬셔버리는 섹시함까지 두루두루 갖춘 사나이. 마치 007 제임스 본드가 책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 온 느낌이 든다.

 


특히 싸움 장면이나 위조지폐 창고에서의 라스트씬들은 과히 압권이다. 그냥 안 싸운다. 아주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모습이 섬뜩하다. 하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혈육을 죽인 원수들이고 자신의 애인을 납치해간 무리이기에 그럴만도 하다만 쇠뿔을 잡고 소대가리가 박살날때 까지 내려쳤다던 바람의 파이터 최영의란 분이 생각났다. 다섯명의 킬러들은 모조리 다 죽여버렸다는 말을 듣고 놀란 핀레이의 물음에 그 느낌은 살충제를 뿌려 바퀴벌레를 잡는것과 같은 느낌이다라고 냉랭하게 뇌까리는 사내. 그의 그런 인명경시 사상이 자칫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권선징악이란 주제와 '사람 함부로 믿지 마라'란 교훈외엔 남는것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소설적 재미'란 측면에서는 근자에 본 것 중 가장 강렬했다. 하드보일드 스릴러란 표현이 딱 적절한 그런 책이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이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통쾌한걸 원하는 독자들에게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자.. 잭 리처의 매력속으로 빠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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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크 재패니즘을 논하다
하야사카 다카시 지음, 남애리 옮김 / 북돋움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랑 비슷해 불편한 농담

 

 

 

'조크는 때때로 진실을 전하는 수단으로 유용하다'

- 프랜시스 베이컨 '학문의 진보' 中

 


이 책은 농담으로 풀어낸 일본과 일본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족 유머'이다. 예를들면 이런것들.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이야기. 어떤 동일한 상황하에서 각 나라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식의 이야기 말이다. 호화 여객선이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선장은 각 나라 승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국인에겐 '뛰어내리면 당신은 영웅' 영국인에겐 '뛰어내리면 당신은 신사' 독일인에겐 '뛰어내리는게 이 배의 규칙' 이탈리아인에겐 '뛰어내리면 여성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요' 끝으로 일본인에겐 '다른 사람들도 뛰어내리고 있어요'라고.. 일본인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인 '집단주의'를 비꼰 농담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본인들이 가진 특질 8가지를 재미나게 소개하고 있다. 때로는 비판하며 때로는 인정하며.. 간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앞서거론한 집단주의를 필두로 일본인들의 정형화된 모습을 첫번째로 거론하고 있다. 자기 주장이 약하고 시간관념이 철저하며 상당히 의뭉스러워 표정에서조차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사람들. 이런 모습들에는 필자가 그간 개인적으로 느껴 온 일본인에 관한 감상들이 대부분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우리와 오래 세월동안 질곡의 역사를 함께 해왔고 동일한 문화권에 속해있어 충분히 비슷할 법도 한데 의외로 상이한 부분이 상당부분 존재하는 참 알 수 없는 민족들. 집단주의와 무표정은 우리랑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네들 만큼 교활한(?) 민족은 아닌것 같다. 그리고 시간관념도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오죽하면 '코리안 타임'이란 우스갯소리가 다 있겠는가. 그래서 첫째장 부터 더욱 헷갈린다.

 


그 후에 이어지는 2,3,4장에서는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일본의 모습들이다. 일본이란 나라와 일본인이란 민족에 대해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챕터같아 보이나.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은 거두질 않고 있다. 성실, 근면하며 단기간내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으며 하이테크놀로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 우리가 쫒아가고 있는 일본이 지나쳐 온 길들이다. 하지만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곱게 보이지만은 않은가 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일본인이지만 상당기간 루마니아에 거주했던 인물이라 그런 쓴소리를 많이 듣고 지내온걸로 보였다. 필자 또한 조직을 위해서는 개인을 희생하며 열심히 일하는것을 사회인으로서의 최대의 미덕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서구인들은 가족과의 오붓한 저녁식사를 포기하고 회사에서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불사하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고 단기간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다는 사실에는 놀라워하나 그런 갑작스런 부가 가져다 준 지금의 행태에는 배금주의자라는 조소어린 시선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그 외의 장에서는 풍습, 종교, 의식주 등 일본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고, 정치, 외교적인 면에서는 자기나라에 핵폭탄을 투하했던 미국이랑 어떻게 그렇게 친하게 지낼수 있는지 그 아이러니함을 꼬집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는 세계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고 있는 일본의 스포츠와 애니메이션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시에틀 메리너스에서 뛰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를 소개한 농담은 필자를 피식 웃게 만들었다.



'일본인은 거짓말쟁이다.
불황이라고 하면서도 그래드캐넌은 온통 일본인 여행객이지 않은가.
닌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시애틀에 있지 않았는가.'

(P.181)

 


흔히 농담은 농담일 뿐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해도 상대 민족을 비하하는 그런 유치한 농담을 아무생각없이 내뱉어 분쟁을 일으킬 사람도 극히 드물겠거니와 또한 비단 일본인들만 비판받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의 '빨리빨리'문화를 비판하기도 했으며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의 블랑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 않았던가. 이 세상에 완벽한 민족은 없듯이 배울점은 배우고 개선할 점은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성숙된 국민으로 거듭나면 될 것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상당부분 우리 나라랑 비슷한 그네들의 그것이었기에 약간은 불편한 농담들이었다. 그리고 특히 2002년 월드컵 명칭에 관한 에피소드 중에서 '프랑스와 벨기에가 공동개최를 한다고 치자. 그 대회명칭을 벨기에,프랑스 대회 라고 하는 것 보다는 프랑스,벨기에 대회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니?'란 꼭지는 필자를 상당히 빈정상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4강 갔자나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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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신기하게도 다 비슷한 유년의 기억들

 

 

 

본인의 100자 서평 중 일부분이 이 책에 개재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기억이 남는 책이 되었다. 빌 브라이슨이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하여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그는 이미 영국 '타임스'로부터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생존 작가'라는 평을 받은이라 한다. 그런 거창한 별명은 이 책을 통하여 여실히 드러난듯 하다. 필자는 1950년대를 살아본 적도 없고 미국 근처에도 못 가본 사람이다. 하지만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수다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1950년대의 미국을 살다온 느낌이 든다.

 


이 책은 그 빌 브라이슨이 들려주는 유년의 기억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섯살 때 우연히 지하실에서 '썬더볼트' 무늬가 그려진 낡은 스웨터를 발견하면서 자신이 외계에서 온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라고 믿게 되는 '썬더볼트 키드'로서의 생애가 시작된다. 개성이 뚜렷하고 못말리는(?)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이 함께 거쳐 온 1950년대 미국 중산층 사회의 시대상들이 브라이슨의 세심한 관찰과 뛰어난 기억력 그리고 유쾌하고 속사포 같은 입담으로 정말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필자의 유년시절과 20년이 넘게 차이가 나고 장소도 지구의 반 바퀴나 떨어진 그 곳의 일들일텐데 어쩌면 이렇게 비슷할 수 가 있는것인지.. 난 미국애들도 소독차 뒤를 쫒아갔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하여 첨 알게되었다. 그리고 브라이슨의 그 낡은 썬더볼트 스웨터 처럼 내게도 그런 잊지못할 추억속의 물건 하나쯤은 있지 않았던가.

 


내게있어 서랍 속 고이 간직했던 보물들은 야구에 관한 것들이었다. 수집가들에 의해 고가로 거래된다는 정통 야구카드 따위는 국내에 없을 만큼 짧은 역사를 지녔던 우리나라 프로야구였지만 80년대 초반 당시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브X보콘에서 그 야구 카드를 흉내낸 것을 끼워서 팔았더랬다. 실제로 야구카드를 무작위로 뽑는것과 마찬가지로 그것도 어떤 선수의 사진과 싸인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이었기에 좋아하는 선수의 카드가 나올때 까지 한 2백개는 사먹었던것 같다. 이미 있는 카드가 나오면 친구들과 교환하기도 하고 아무튼 참 열심히 모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선수들의 타율, 홈런, 방어율 등을 매 시즌마다 꼼꼼히 기록하곤 했었는데 그로인해 부모님에게 '공부를 저렇게 열심히 하지'란 아쉬움을 남기게도 했었다. 빌 브라이슨이 썬더볼트 키드의 삶을 살며 그 시절의 영웅이 되길 꿈꾸었듯이 필자또한 그 기록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지니고 살았던것 같다. 지나고 보면 그땐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랬기에 조금은 더 즐거웠던 그 시절 이었으니 나또한 후회는 없다.

 


시종일관 유쾌한 이야기만 계속 되는건 아니다. 핵폭탄 이라든지 전쟁이나 이념이라든지 그런것들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던 장들도 보인다. 그러면서 소개되는 그 시절의 신문 기사나 챕터마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사진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러한것들을 새삼 다시 살펴보는 일들도 흥미로웠다. 그 중 민방공 훈련을 하는듯한 한장의 사진이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다. 교실안에서 온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엎드린 모습들. 요즘은 그거 하는지 모르겠다. 난 그 사진을 보고서 '어.. 우리도 그랬는데'란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다.

 


이렇듯 장소가 어디든 시대가 언제든 유년 시절의 기억은 항상 아스라한 그 무엇을 전해주나 보다. 이젠 그 시절 옆집 주영이도 애엄마가 되었을 만큼의 세월이 흘렀지만 잠시나마 내 아름다웠던 유년의 그림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어 좋았던 책으로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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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크래시 1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게 16년전 소설이라고?

 

 

 

우선 가장 놀랄만한 사실 한가지는 이 소설이 1992년에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1992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해에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렸고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필자는 첫사랑과 헤어졌고 전기 대학에 떨어졌던 고3이었다. 지금과 같은 컴퓨터와는 사뭇 다른 16비트를 넘어서고 윈도우 운영체제 전의 어중간한 컴퓨터가 있었을 것이고 모뎀을 통한 인터넷 조차도 보급되기 전이었다. 당시 최첨단의 전자제품은 바로 '삐삐'였던 걸로 기억이 된다. 그것도 한 학급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뒷자리에 주로 앉아있던 상위 5% 정도만이 허리춤에 차고 다녔던 물건이었다.

 


그 1992년에 이 책의 저자인 닐 스티븐슨은 이미 지금과 같은 사이버 공간인 '메타버스'를 창조해내었고 그 가상현실 속에 우리의 분신인 '아바타'를 선보인 소설을 창작해낸 것이다.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무려 20년 가까이 앞서있었다니. 이젠 워낙에 MMORPG로 불리우는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필자이기에 이 정도의 묘사로는 그 표현력의 세련미가 약간은 떨어지듯 보일 수 있겠지만 만일 이 소설을 발간당시인 1992년에 보았더라면 아마도 필자의 전공 자체가 컴퓨터 공학으로 바뀔뻔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매력적이긴 하다.

 


모든 SF대작이 그러하듯 전체적인 줄거리는 의외로 참 간단하다. 주인공인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한국계 혼혈로 뛰어난 해커이자 검객이지만 현실에서는 마피아에게 빚진 돈을 갚기 위해 초고속 피자배달부를 하는 인물이다. 그러던중 그는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스노 크래시라 불리우는 일종의 마약을 접하게 되고 그것이 아바타뿐 아닌 실제 메타버스 접속자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위험성을 알게되고 그 확산을 막기위해 악(?)의 무리와 싸우게 된다. 그 와중에 조력자인 와이티란 소녀 쿠리에를 만나게 되고 (특히 와이티를 묘사한 챕터들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다.) 알고보니 그 스노 크래시의 배후에는 어마어마한 조직이 있었고 그로인해 판이 커지고 각종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스토리이다.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느낀 사실은 필자의 SF적인 감각이 한참이나 뒤떨어진다는 슬픈 사실이었다. 아마도 올해들어 본 책 중에서 가장 오랜시간을 투자해서 봤던 책 같다. 1,2권 한질을 무려 일주일간 보았더랬다. 그래도 책 내용을 따라가기가 벅찬 느낌이었다. 아주 수시로 앞장을 다시 넘겨봐야만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위에서 아주 간략하게 정리한대로 전체적인 큰 줄거리는 저게 다인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관계들이 왜 그렇게 헷갈리던지. 내용을 쫓아가다가도 디테일한 미래 사회의 묘사에 눈을 돌려 거기에 빠지다 보면 또 앞부분을 홀라당 잊어버리고 그런것의 반복이었던 탓일게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면이 필자에겐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던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장면들은 꽤 흥미진진했다. 와이티의 롤러블레이드를 묘사한 장면이나 선단의 해상전 등등. 영화로 만들었다면 순간순간 탄성을 질렀을법 하다. (실제로 일찌감치 영화화 할 계획이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뤄지는 중이라고 전해진다.) 스노 크래시의 실체가 드러나는 즈음에서 바벨탑이 어쩌니 저쩌니 판이 커질때면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현대영미소설 베스트 100선에 꼽혔다는데 필자랑은 코드가 맞지 않았던지 솔직히 큰 '재미'는 못느꼈던듯 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같은 SF물이라도 쥬라기 공원에서는 재미를 느끼고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감동을 느꼈다면 이건 져지 드래드에서 느낀 복잡함만이 떠오른다고나 할까. 아무쪼록 계획대로 영화화가 된다면 보다 간결하고 깔끔한 전개로 많은 볼거리를 전해주었으면 한다.

 


이 모든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16년이나 앞서 나갔던 이 책의 그 '파격적인 미래 예측'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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