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 - 오바마를 만든 기적의 스피치
버락 H. 오바마 지음, 임재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정치는 사업이 아니라 사명입니다

 

 

 

버락 오바마. 그를 알게 된 것은 솔직히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을 통해서였다. 우리나라 정치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본인이라 미국 정치에 관심이 있을리는 만무했기에.. 2004년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며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기에 그는 정치적인 신인이다. 하지만 그가 정치적인 파워로는 감히 넘볼 수 없던 힐러리 클린턴을 이겼다. 그리고 매케인과의 본 게임에서도 그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그것을 가능하게끔 한 원동력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오바마의 '말빨'이었다.

 


'오바마 연설'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것이 구글에 707만8500회의 조회수를 기록중이라고 한다. 이제 그는 명실상부한 말과 연설에 관한 달인이 되었다. 물론 우리 주변에도 말 잘하는 정치인들 많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말만 잘한다는데 있다. 실천과 행동이 수반되지 않은 공허한 울림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청정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오바마에게 거는 기대가 큰가보다.

 


케냐인인 아버지와 미국 백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흑인인 오바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용모는 참 수려하다. 할 베리의 전 남편이자 클리브랜드 인디언즈의 4번타자였던 데이비드 저스티스 이후로 처음보는 흑인 훈남이다. 물론 외모로 인한 호감은 정치인에게는 부차적인 것이니 차치하기로 하고 무엇보다 다민족 다인종이 모여사는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자력으로 아메리카 드림을 실현한 입지적인 인물의 표상이 된 사실과 이 책의 주제가 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솔한 말솜씨. 그것이 바로 버락 오바마의 매력인것이다.

 


최대한 쉽게 말하고 핵심적인 포인트를 끄집어 낼 줄 아는 능력, 그리고 명확한 발음과 적절한 감정에의 호소. 이것이 핵심이라고 전하는데 단편적인 연설문들의 예문들이지만 그런면은 충분히 느껴지는듯 하다. 전반적으로 얘기들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 책에는 총 76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각종 주제와 현안들에 관한 연설문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각각의 사안들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마인드는 어떠어떠하다 정도만 알 수 있을 분량이라 심도있게 뭐라 논하지는 못하겠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대목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단연 제목으로 뽑아 본 '정치는 사업이 아니라 사명입니다'란 이 말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세상에 이 정도 수위로 나랏님에 대해 뭐라 얘기를 한다고 어디 지하로 끌려갈 일은 없을것 같기에 좀 넋두리를 보태자면.. 무엇보다 경제 살려달라고 귀중한 한표를 던졌더니 날로 치솟기만 하는 각종 물가에 어수선한 내각, 급기야는 소고기 문제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국민과의 '소통의 부재'.. 이러한 어수선한 우리네 상황에서 바라보는 버락 오바마식의 대중의 공감을 얻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은 그래서 더욱 더 절실히 가슴에 와닿는 요소가 아니었을까..

 


'정치를 하면서 가장 흐뭇한 기분을 느낄 때는 모든 사람이 우리가 방금 통과시킨 법안이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정당 소속을 떠나 모든 사람이 우리가 한 일을 잘했다고 칭찬할 때입니다.'
(P.250)

 


오바마가 한 말이다. 지금 당선에 대한 분위기도 좋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 아직까진 매력남인 버락 오바마의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을 넘어선 사람의 마음을 얻는 행동이 기대되어진다. 그리고 스펠링 약자도 비슷한 5BM가 우리네 2MB에게 뭔가를 좀 깨우쳐 주었으면 참 좋겠다. 변화는 항상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변화는 없고 그 고통만 너무 크기에 오바마가 일으킬 무통의 변화가 기대 된다. 

 


끝으로 이 책의 인상깊었던 점 또 하나는 이른바 블록영어(명사블록, 동사+명사블록, 전치사+명사블록)를 통한 독해학습법이었다. 각각의 연설문 마다 원문을 개재하여 간략하게 풀이를 겸하고 있다. 책상위에 이면지를 꺼내고 영어사전을 가져다 놓고 본격적으로 공부하진 않았지만 필자에겐 고교시절 그 유명한 리더스 뱅크와 대학시절 프리시피아 고시 리딩 스킬 이후로 실로 간만에 가져보는 영어독해 공부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열흘뒤면 회사의 가장 큰 행사인 경영전략회의를 하게된다. 그때 발표를 맡게 되었는데 버락 오바마의 대중 연설법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쉽고 간략하게 그리고 핵심을 콕콕 찝어서. 명확한 발음으로. 볼펜이라도 입에 물어야하나. 사투리는 어찌한다지. 바마형 헬프 미 프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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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레시피 - 한여름의 프로방스, 사랑이 있어도 나는 늘 외로운 여행자였다
김순애 지음, 강미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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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녀의 덜 만든 요리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TV를 잘 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언제던가 방송을 통해 본 적이 있던것도 같았다. 아직 30대라고 한다. 30대 후반이니 우리 누나뻘이다. 아직은 자서전이라고 쓸 만한 나이가 아닐텐데란 생각부터 들었다. 책 띠지의 사진조차 아름다웠다. 인생의 질곡 따윈 있을것 같지 않은 고운 외모이다. 텔런트 권은아씨 닮았다. 얼핏보면 7~80년대 초반 여배우 트로이카 중 1인의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듯도 하다. 저자 자신은 눈, 코, 입 시원시원한 외국 그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았다던 얼굴이라 표현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평균 이상의 미모이다. 가까이 있었으면 관심일촌을 신청했으리라.

 


그런데 이름은 다소 촌스럽다. 순애. 그건 아마 이수일과 심순애 탓이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만만찮게 두꺼웠다. 아직 자서전이라고 쓸만한 나이가 아닐텐데란 선입견에 무슨 사연이 저리도 많을꼬란 의심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쉽사리 땡기지가 않았던 책이었다. 어느 한순간도 맘편한 날이 없던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보기 전까진 말이다.

 


그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던 송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고.. 아마도 당신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버려졌다. 세살때.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 아니 버리더라도 마음으로는 영원히 버리지 않을것이다 아마.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다. 그래서 그녀를 버린 조국과 어머니를 그렇게 못내 그리워 했었나 보다. 그리고는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다. 그녀는 양부모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표하고 있지만 독자의 눈으로 보았을때 그녀의 양어머니와의 관계는 그다지 좋아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좋은 환경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나 싶더니 이내 또 방황의 연속이다. 남들보다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 월반까지 했던 우수한 대한의 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유럽으로 떠난다. 일년간 머물것이라고 얘길 했지만 십년이 될 지는 그땐 몰랐다.

 


그녀에게 있어 유럽은 그 존재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고향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 순애 누나는 방황을 끝낼것인가. 그곳에서 스웨덴인 남자친구인 요아킴을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스웨덴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에게 배신을 당하게 되는 순애 누나. 열심히 스웨덴 언어를 배우고 스웨덴 요리를 연마하였으며 결국엔 '얀손의 유혹'까지 터득했는데 말이다.

 


그 후 스물 두살이 되던해 그녀는 록시땅이란 꽤 큰 화장품 회사의 창업자인 올리비에 보쏭과 만나게 된다. 비록 그가 이혼 전이기는 했지만 특히나 요리를 좋아했던 그였기에 필자는 그녀와 그의 만남이 스무살 가까이 나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했었다. 한동안 그녀는 방황을 끝내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의 상태인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경제적인 안정은 그녀의 끝없는 숙제와도 같았던 자아정체성 찾기에는 별다른 도움이 못되었다. 단지 다른 사람에게서 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렀을 뿐.

 


그리고 나서 언급되는 '그녀를 스쳐가 남자들'식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안드는 부분들이었다. 글쎄 나로서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고 동조하기 쉽지않은 만남들이다. 왜그랬을까 싶다. 대체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이길래.

 


지금 그녀는 그때의 그 기억들이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자양분이 되어 성공한 요리 컬럼니스트이자 리빙&요리 관련 잡지의 창업자이자 작가라는 이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간 수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이제 홀로서기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녀이 인생 이야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랑에 있어서도 보다 좋은 상황이 되었으면 보기가 훨씬 더 좋으련만..

 


레시피는 조리법이다. 요리를 잘하는 이라 그런지 글쓰는것 또한 정성스럽게 요리를 하듯 하나하나 표현해 내는 솜씨가 꽤 맛깔스럽다. 그녀의 '인생'이란 요리의 레시피를 잠깐이나마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요리중이다. 이 이야기들 또한 그녀가 덜 만든 요리이다. 평생 결혼을 할 것 같지 않았던 필자의 친누나는 작년에 뒤늦은 결혼을 하셨다. 그리고 30대 후반의 나이에 첫아기를 출산했다. 우리 누나는 이제 시작이다. 순애 누나도 이제 시작이다. 그녀의 인생이란 요리가 많은 이들에게 감미로운 맛으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성공적인 요리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작가의 이력답게 이 책은 각 장마다 말미에 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요리들의 레시피가 실려있다. 대부분이 생소한 재료로 만든 이국적인 요리라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요리를 거의 못한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또한 색다른 묘미로 다가올듯 하다. 그런 묘미를 놓쳐버린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웠었다. 요리란 그녀에게 있어 세상과 소통하는 또다른 언어였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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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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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잘 아는 사람의 의외의 모습을 훔쳐본 기분

 

 

 

발랄한 책 표지 별난 제목 그리고 배꼽 빠지는 웃음을 표방한다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의외로 이 책은 필자에게 살짝 감동스럽게 다가온 책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저그럴꺼야란 예상을 뒤엎고 꽤 흥미진진하게 봤던것 같다.

 


그 시작은 우선 이 책의 저자인 다카노 히데유키란 인물에서 출발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게 쓴다. 이것이 다카노 히데유키의 모토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간 중국의 깊은산으로 '야인'을 찾으러 가기도 했고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 아프리카의 오지를 탐험하기도 했으며 아편 재배를 하는 소수민족과 함께 사는등의 기행을 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한없는 귀차니즘을 지닌 가난한 작가로 변모한다. 인스턴트 카레를 데우지도 않고 그냥 먹을 정도로.. 참 별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기분은 무얼까? 왜 그런 그가 한없이 부러워지는 것일까?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세계 각국의 이상한 곳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3분카레를 데우지 않고 그냥 밥에 비벼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최소한 다카노 히데유키에겐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도 재테크나 내집 마련, 결혼 및 출산등에 관한 압박감은 없어 보였다. 아마도 그에겐 청약저축 통장 따위는 없으리라.

 


이 책은 그런 그가 여행지에서가 아닌 바로 그의 조국인 일본, 그리고 그 수도인 도쿄에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 여덟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처음 그가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된 동기는 단순히 오지를 여행하는데 필요한 현지 언어를 배우기 위함이었다. 아프리카 콩고로 '무벰베'란 괴물을 찾아 떠나는데 정작 필요한건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도 프랑스어였다. 콩고가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던것. 그래서 그는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프랑스 삘 나는 파리지앤에게 프랑스어 개인교습을 받는다. 일본의 '무도'를 배우기 위해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 왔다는 그녀. 프랑스어 수업은 대충대충 한 편이지만 다카노는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국제적인 감각을 배우게 된다. 그녀는 이미 아프리카를 종단한 경험과 그 외 수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했던것이다.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일본이란 나라안에서만 그간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로 살았던가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하니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만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후로 다카노의 오지탐험에 대한 동경과 그를 실현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은 링갈라어를 쓰는 자이르인 친구를 만나게 해주었고 그리고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성에 의하긴 했지만 스페인어도 배우고 후세인 정권하의 이라크에서 생활해 보고 싶다는 엽기발랄한 동기로 이라크인 친구도 만나게 된다. 이런식의 만남 이런식의 이야기도 물론 흥미롭긴 하지만 필자가 이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돈을 벌러 일본으로 왔다던 페루인 친구의 이야기와 시각장애인인 야구광 수단인 어린친구의 이야기였다. 무려 백명이 넘는 우에키라는 이름을 가진 페루인으로 남게된 사연. 잘사는 나라를 동경하며 물건너 왔건만 머나먼 타국에서 느꼈을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그걸 치유해가는 두 젊은이의 아름다운 우정. 우리에게도 익숙한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과 유난히 크고 맑아 슬퍼보이던 그들의 눈동자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필자가 제대후 아르바이트 하던 섬유공장에서 같은 이유로한국행을 행했던 스리랑카 처녀 구나세나의 서툰 재봉질에 찍힌 피흐르던 손가락. 그 서툰 솜씨 만큼이나 어색한 한국말로 오빠 오빠 눈물을 흘리며 날 부르던 10년전의 그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 이야기였다.

 


우리는 첫 눈에 반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수단인 야구광 친구는 첫 귀에 반한다란 표현을 썼더랬다. 그래서 자기의 이상형은 목소리가 예쁜 여자였다고. 점자책, 오디오북이 넘쳐나는 일본이 그래서 좋았다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독서에 취미가 없는 다카노에게 왜 책을 안읽느냐고 구박하던 그 수단인 어린친구. 야구를 한 번도 본적이 없고 야구공 조차도 만져본적이 없지만 라디오 야구중계로 일본어를 배우고 히로시마 카프이 열렬한 팬이 되었다던 그 친구. 라디오를 깜박잊고 두고 찾아간 도쿄돔에서의 야구관람. 그리고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둘만의 현장 야구중계. 돌아오는 길에 그 눈 먼 야구광 친구를 위해 생일선물로 야구공을 사줘야 겠다고 다짐하던 다카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잠시 다른 입장, 남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건 보다 더 잘보이게 된다. 다카노는 자신의 조국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타인의 눈을 통해 한층 더 진실되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도쿄가 아닌 세계속의 tokyo 로서의 모습을 읽어 내었다. '마치 잘 아는 사람의 의외의 모습을 훔쳐본 기분'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때로는 자신의 조국을 혐오하는 이들에게 섭섭함도 느끼고 때로는 그를 통해 가르침도 얻고 때로는 그를 대표해 친절을 베풀기도 하였다. 비록 머리색이 다르고 눈빛깔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게 무슨 상관이랴. 내게도 야구장에서 같이 맥주를 나눠 마시며 우리 이만수 형님의 카리스마를 자랑하고 종범이 형의 천재성을 칭찬하며 승엽이의 성실함에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그런 외국인 친구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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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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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위에 길이 사실 겨레의 어머니외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잘'산 사람의 이야기에선 어떤 향기가 나는듯 하다. 이 책이 그랬다. 우리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만 주로 알고있던 신사임당에 관한 전기이다. 일전에 있었던 고액권의 모델로 신사임당이 선정되어 새삼 세간의 화제가 되었더랬는데 정작 그간 다른 인물들에 비해 신사임당에 대해서 다룬 책은 거의 전무하다 시피하여 안영 작가는 신사임당의 전기를 소설화하여 집필한 것이라고 그 동기를 밝혔다.


필자 또한 그간 막연히 율곡 이이의 어머니 정도로만 알고있던 신사임당에 관해서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새삼 깊게 알게 되었다는데 있어 이 책은 그 하나만으로도 의의가 충분했다. 효녀로서 현모양처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났던 자기관리의 달인이자 문필가, 서화가로서의 그녀의 마흔여드레 짧고도 강렬했던 삶의 이야기들. 그런 면모로 진정 겨례의 어머니로 또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최고 역할모델로서의 그 삶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도록 하자.


딸만 있는 집안에서 출생했던 신사임당은 어려서부터 시서화에 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누구보다 날카로웠기에 저 녀석이 '고추' 하나만 달고 나왔더라면 좋았을텐데란 부모님의 아쉬움을 샀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들 또한 그 시대의 인물답지 않게 깨어있던 분들인지라 그런 신사임당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런 와중에 신사임당은 어려서부터 남녀의 차별, 반상의 차별, 적서 차별등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이런 그녀의 정신은 고스란히 율곡 이이에게 전해져 훗날 이이가 조선 최고의 관리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니 특히나 주목할만한 대목이었다.


혼기가 차자 그녀는 원래 양반 가문이었으나 가세가 기운 이원수와 혼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양처로서의 그녀의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남편인 이원수는 사람은 좋은데 사나이로서 포부가 약하고 의자가 박약했던 인물이었던것. 그런 무능한 남편을 잘 다독거려 학문의 길에 들게하는 과정에 이르는 일화들은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수시로 포기하는 남편의 그런 모습에 먼 길 공부하러 떠나 보내며 밤새 신발을 고이 품에 지니고 따뜻하게 해줬다는 에피소드 등등.. 마지막 가는 순간에도 내게 꽃보다 귀한 일곱 아이와의 만남을 만들어준 고마웠던 내 사람이라고 우리 그렇게 맺은 부부의 인연 그 의미가 바래지 말게 재가를 만류했다던 신사임당.


또한 새삼 알게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무려 일곱 자녀를 낳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2~3년 터울로 꾸준히.. 그러다 보니 신사임당은 항상 잠이 모자랄 정도였고 건강도 점점 악화된듯 한데. 그런 와중에도 촌음을 아껴 일곱 자녀들을 훌륭히 키웠고 남편을 뒷바라지 했으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수를 놓고 공부를 하는 등 자기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니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모습이었다. 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했다. 물론 율곡 이이는 하늘에 점지해 준 큰 인물이었음이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확실했다. 하지만 신사임당은 항상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여 율곡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자제했던 현명함이나 교육을 행함에있어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않았던점 학문의 깊이보다는 먼저 인간이 되라고 가르쳤던 그런 인성교육 등등.. 현모로서의 귀감이 될 만한 모습들도 인상깊었다.


그런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사임당 만큼이나 훌륭했던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다. 병석에 누은 사임당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며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렸다던 그녀의 어머니.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홀로남은 어머님을 끊임없이 걱정하며 가까이 모시기를 열망하는 효녀가 되었던건가 보다.


신사임당은 마흔 여덟이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등지게 된다. 항상 1분 1초를 아껴쓰며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자식으로서 또한 며느리로서의 역할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그런 짧은 생을 그토록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열정적으로 살다 가셨나 보다.


최근에 미국 대통령 경선을 지켜 보면서 사람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클린턴 대통령보다 백 배 났다는 둥 진작에 저 여자가 대통령감이었다는 둥의 얘기를 아끼지 않았고 그녀의 책 또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더랬다. 이제 신사임당의 진면목을 알고나니 힐러리 클린턴 쯤은 우습다. 비단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매사에 부지런하고 이 세상 태어나 사람으로서 보람되고 가치있는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모습들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이십년 넘게 신사임당을 연구한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신사임당. 그녀의 은은한 삶의 향기 후대에도 널리 널리 퍼지길 바라며..


'고운 모습 흰 백합에 비기오리까.
맑은 지혜 가을 달에 비기오리까.
사임당 그 이름 귀하신 이름.
뛰어난 학문 예술 높은 덕을 갖추신 이여
어찌 율곡 선생 어머니만이오리까.
역사 위에 길이 사실 겨례의 어머니외다.
겨례의 어머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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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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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버지가 추리소설을 왜 그토록 좋아하셨는지 알것같다

 

 

 

에도가와 란포. 최근에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비롯해 책 띠지에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이란 타이틀이 적힌 책들을 몇권 보았더랬다. 그 때 생각한것이 '아니 이런 책들도 꽤나 흥미를 끌만큼 기발한데 대체 그 상을 탄생하게끔 한 에도가와 란포란 작가는 얼마나 더 대단할까'란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그간 몇몇 단편들이 국내에 발표되긴 했었지만 이렇게 그의 작품들만 모아 전단편집으로 출간된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하여 앞으로 2권, 3권도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한 낭보가 없으리라 사료된다.

 


언제던가 고향엘 내려갔다가 아버지 서재에 꽂힌 책 몇권을 서울로 들고오려고 추천해주십사 부탁드렸던적이 있는데 아버지께서 추천하셨던 책은 하나같이 다 추리소설들 이었다. 빛바랜 책표지의 깨알같은 글씨들로 빽빽했던 아주 오래전의 추리소설 시리즈들. 외형상으로는 저게 그렇게 우리 아버지께서 열광하실만큼 대단할까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솔직히 겉보기로는 '전혀' 흥미진진해 보이지 않는 공통점들을 지니고 있었더랬다. 뭐랄까 너무 싸구려 티가 났다고 할까. 그래서 내가 그 느낌을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는 코웃음 한번 지으시는 것으로 나의 그런 의심을 일축하며 '짜식 한번 보기나해봐 얼마나 재미있는데.'란 말씀만 남기셨다.

 


코난 도일, 에드가 엘런 포우, 아가사 크리스티 등등 학창시절에 이것저것 유명한 추리 소설들을 꽤 보긴 했던것 같은데 성인이 되고나서는 추리 소설이란걸 제대로 찾아가며 읽어 본 적은 없었던것 같은데. 필자는 에도가와 란포의 이 책을 보고서야 새삼 '아 추리 소설이 이토록 흥미진진 했던거군.. 아버지 마음을 이해할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독서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수확이었다.

 


에도가와 란포. 일본 사람 이름치고는 꽤 특이하다는 생각이 첫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에드가 앨런 포우의 이름을 따라한 필명이라고 한다. 그런 세계적인 추리작가를 닮고 싶었던 마음의 표현 같은데 결론적으로 성공적이라 판단된다. 일본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로 그 이름을 남겼으며 이렇게 상까지 제정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총 22편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는데 책 말미에 에도가와 란포 스스로가 각각의 작품마다 작자후기를 따로 적어둔것이 무척 인상깊었고 개인적으로 특히나 좋았던 대목이었다.

 


그는 그 후기에서 이 작품은 어떠어떠한 이유에서 쓴 작품이며 이건 어떠한 점이 좋아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고 이건 어떤점에서 마음에 안들어 실패한 작품이며 이건 뭐 솔직히 억지로 썼다는식의 이야기들까지 아주 솔직히 밝히고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필자는 그래서 그 후기들을 일단 다 훑어 보고 그 후 해당 작품을 보고 다시 후기를 보며 그의 집필 의도를 이해하려고 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그가 형편없다고 지적했던 작품들도 '추리'에 미천한 필자가 봤을때는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에도가와 란포가 너무 겸손떤거 아닌가 싶다.

 


지면관계상 22편을 다 다룰 수 없기에 최대한 간략히 몇몇 작품만 살펴보고 마무리 짓고자 한다. 처음 소개되는 '2전짜리 동전'은 순서상 본인에겐 처음으로 접한 란포의 작품이 되었다. 항상 매사에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편집하며 2전짜리 동전을 맨 처음에 배치했다는 점은 성공적 이었던것 같다. 마치 독자들에게 이것이 바로 에도가와 란포식의 추리소설이야라며 외치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추리소설에 정통한 독자들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지만 필자처럼 추리소설의 묘미를 아직 잘 느껴보지 못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연신 무릎을 탁 쳤을 정도로 허를 찌르는 반전과 또 그의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암호를 해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책에는 특히나 그런것이 많이 나온다. 흑수단, 일기장,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 등등..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은 예상만큼 크게 흥미진진 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단지 일본어에 대해 약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 그저 이런식의 암호해석이군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도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물론 일본어를 더 잘알고 그때 그때 이래서 이 암호는 무슨 글자 저래서 저 암호는 무슨 글자 이런식으로 딱 딱 알아챌 수 있었다면 더욱 더 흥미로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위에 언급했던 작품 중 일기장이나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 정도의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분위기가 약간은 가벼운 편에 속한다. 유머스러운 면도 느낄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본 이야기들이다.

 


추리소설만큼 독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장르는 없는것 같다. 그래서 본인도 책을 보는 내내 끊임없이 주인공과 함께 그 사건에 대해 열심히 추리를 해보았는데 물론 명확하게 누구누구가 범인이라고 깔끔하게 딱 마무리되는 작품도 있는반면 약간 흐지부지 일말의 여지를 남기며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그런 작품들도 있기는 하나 필자가 추리한 결과 100% 정확하게 다 맞춘건 딱 한편밖에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추리력이 딸리기는 딸리나 보다. 그 작품이 바로 '화승총'이었다. 하지만 100% 정확하게 추리를 했다는 기쁨도 잠시 작가후기를 보니 란포가 학생시절 일기장에 썼던 습작이란다. 그럼 그렇지.

 


심리시험이나 무서운 착오등의 작품은 인간심리에 관한 치밀한 묘사가 돋보여 특히 눈에 띄는 작품들이었다. 그 외 D언덕의 살인사건에서는 에도가와 란포의 페르소나인 '아케치 코고로'란 탐정이 첫등장하게 된다. 인상깊은 점은 그 코고로가 기거하는 다락방의 구조인데 사람두명도 겨우 앉을까 말까한 책으로만 둘러쌓인 공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이 필자가 막 이사를 완료한 시점이라 아직 책 정리를 못해서 딱 아케치 코고로의 방과 흡사한 구조를 띄고 있어 그냥 혼자 좋았다. 끝으로 맨 마지막 작품인 석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분량이 좀 많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2권의 예고편을 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하니 그런면에서 꽤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사료된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본인은 어저께 이사를 완료하였다. 무슨 이사가 인륜지대사도 아닐진데 그로인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지라 또한 날씨도 한여름에 버금가게 무더웠었고 도저히 평소처럼 독서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었는데 그 기간중에 이 책이 꽤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지라 특히 기억에 남을 책이될 듯 하다. 아마도 인문, 교양이나 철학 서적을 봤더라면 진작에 집어 던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추리소설광인 본인의 아버지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것 같다. 차후에 계속 이어질 에도가와 란포의 전단편집 2권, 3권도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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