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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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 한살 나이를 먹고..

살면 살아갈수록..

삶이란 참 만만찮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그건 내 여린 두 어깨위를 짖누르고 있는..

나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살아 숨쉬는 사회라는 곳에서의 존재의 위치..

또는 관계의 한 작은 요소로서의 그 톱니바퀴같은 정교함을

요구하는 이유에서리라..

 


내게도 분명..

뜨거운 가슴 하나만으로도 뭐든 다 할 수 있었던..

 

그리고..

밟아도 뿌리뻗는 잔디풀 처럼..

시들어도 다시피는 무궁화 처럼..

그럴 때가 있었는데..

 


고향을 떠나..

 

난..

 

어느덧..

 

유리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따금 그 무게에 짖눌려..

사는게 팍팍하다 느껴질때..

새삼스레 찾게된것이..

바로..

시집이었다..

장가가 아닌..

-_-

 

시집..

 

시(詩)

 

 

 

'문학에의 열정을 지닌 한 젊은 교사가 시골 학교로 새로 전근을 왔다.

그는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시 한 편씩을 써내게 했고,

그중에서 한 아이의 시를 최고의 작품으로 뽑았다.

그리고 그 아이를 불러 반드시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다른 일상사들에 묻혀 그 일은 곧 잊혀졌지만, 소년의 마음은,

연금술을 거친 금속처럼, 되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었다.

내가 열 살 때의 일이었다.'

 

(P. 136)

 

 

시인 류시화씨의 이야기다..

문득..

별은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못구멍이라던 그의 시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별이 빛나던 어느 밤..

 

난..

류시화씨가 엮은 치유시 모음집을 읽었다..

 

 

날..

 

좀..

 

안아주길 바라며..

 

 

 

'한 편의 좋은 시가 보태지면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지않다.

좋은 시는 삶의 방식과 의미를 바꿔 놓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시는 인간 영혼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을.

그것이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우리는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다.

얼음을 만질 때 우리 손에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불이다.

상처받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밀라.

그리고 그 얼음과 불을 동시에 만지라.

시는 추위를 녹이는 불, 길 잃은 자를 안내하는 밧줄,

배고픈 자를 위한 빵이다.'

 

(머릿글 中)

 


마음에 드는 시 몇 편으로 마무리 짓는다..

 

 

 

 

사 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 오르텅스 블루

 

 

농 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이 문 재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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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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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참 정겹다고 생각했다..
왜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하나였다..

우리 세대는..

'앗싸 가오리'를 떠올렸을 것이다..

아마..

-_-

 


암튼..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고 있다한다..

한국으로 치면 은희경, 신경숙, 공지영 정도 되나보다..

일본 영화는 참 좋은데..

일본 소설은 입맛에 별로 안맞아 잘 안봐서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일단 이 책은 참 예쁘다..

제목도 예쁘고..

제본도 맘에든다..

개인적으로 소담 출판사의 책들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다..

 


양장을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서 그런지..

이런 얄팍한 일본 소설들은 값조차도 만만찮다..

그래도 한번씩 30% 세일을 제일 잘하는지라..

암튼..

앞뒤 안가리고 예뻐서 무조건 사왔다..

 


허나..

개인적인 관점으론..

내용은 그다지 예쁘지가 못하다..

아쉽게도..

 


호모인 남편과 그의 어린 애인..

그리고 알콜중독자인 나..

심지어는 남편에게 애인인 그 청년과 자라고 권유까지 하는..

이런..

-_-

 


현해탄 건너 대한민국의 신구 할아버지가 봤더라면..

4주후에 보자고 할 그런 내용 아닌가..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와 공교롭게도

비정상적인 부부관계에 있어 공통점을 보이지만..

그래도 '아내가~'는 축구 얘기라도 재미있었지..

다분히 보수적인 필자의 관점으론..

불편하기 그지없는 스토리이다..

 

 

'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군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그래도 세사람은 나름대로 해피한 결말로 달려간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세 사람의 만남이 그리고 사랑이 비수와 독약이 되기에 충분함에도 서로의 허물을 핥아주는 혓바닥이요 천상의 치료제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글쎄다..

 

지들끼리 핥아주는건 좋은데..

하루빨리 손자라도 안아보길 원하고..

훗날 제삿밥이라도 제대로 받아 드시길 원하는..

부모님들 마음은 어떻겠냐..

 

 

다분히 개인적인 관점으론..

우리의 이원희 선수가 화끈한 엎어치기 한판을 보여줬듯..

우리 작가 박현욱의 한판승이라고 평한다..

 

 

제목과..

제본만..

예뻤던 책..

 

반짝반짝 빛나는..

 


남들처럼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이 생기게 되면..

그렇게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가지게 되는..


아아..

고독에서 벗어나는 그날이 내게도 오면..


그때서야 난..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으로..

성적소수자에 관한 편견을 버리고..

그렇게 반짝반짝 바라볼 수 있을까..

 


'무츠키는 잠들기 전에 별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나도 따라서 베란다에 나가기는 하는데,

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아니다.

별을 바라보는 무츠키의 옆얼굴을 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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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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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을 시간을 '뽑아' 내기가 참 힘든 일주일이 지나갔다..

회식이니 직장 동료의 결혼이니 뭐니해서 연 사흘을 술자리를 가졌더니..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며칠간이라..

성석제의 '인간의 힘'을 무려 일주일 가까이 붙잡고 있었고..

주말을 맞이하여 한강의 새 소설을 보고..

바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쓰지 못한 리뷰가 열편 가까이 밀려 버렸는데..

그 중..

가장 추천하고픈 책이라 읽은 순서에 상관없이 먼저 소개를 해드리는 바이다..

 


'간서치(看書痴)'란 말이있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

1761년 스물한 살의 이덕무가 쓴 '간서치전'..

그 짧은 이야기를 보고 이 책의 저자인 안소영씨는(에로배우 아님 -_-)..

이덕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단다..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면..

국사책에서 한번쯤은 보았을 이덕무란 이름..

 

이덕무의 '청장관전서'

 

이덕무 청장관전서..

이덕무 청장관전서..

이 여덟 글자를 얼마나 기계적으로 달달 외우기만 했는지..

아직까지도 그 여덟자로만 필자의 뇌리속에 남아있던 사나이..

 

 

'청장(靑莊)'은 푸른 백로를 말한다..

청장은 고요히 물가에 살면서, 눈앞에 지나가는 고기를 필요한 만큼만 먹고사는 맑고 욕심 없는 새라고 한다..

 

그의 호처럼..

그도 그리 살고 싶었다 한다..

달리 누리는 것이 없어도 좋으니 그저 약간의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책 속의 글귀들로 머리와 가슴을 채우며 고요히 한자리에서 살고 싶었다고..

 

학창시절 그 뜻을 알았더라면..

그 여덟자를 그렇게 기계적으로 암기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단편적인 예지만..

이 나라의 교육은..

이래서 잘못 되었던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첫번째 이야기인 이덕무의 독서 습관과 공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백탑에서 인연을 맺은 벗들과 스승들의 이야기..

청나라를 방문한 이야기와 규장각에서의 생활..

그리고 끝으로 그의 여생과 후손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다 좋지만..

그 중 첫번째 이야기는 많은 것을 반성하게끔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라 생각된다..

 


지금 책을 보고 있는 내 방을 한 번 둘러볼까..

혼자 자취하는 총각의 방이라..

그리 넓진 않지만..

나름대로 깔끔하게 꾸며놓은 나만의 작지만 소중한 책장이 있고..

그 책들을 볼 수 있는 편한 의자와 침대가 있고..

초고속 인터넷을 장착한 컴퓨터에서는 잔잔한 음악도 흘러나오고..

책을 보다 목이 마르면..

술과 음식이 가득한 냉장고가 있고..

그러다 무료해지면..

80여개의 채널이 나오는 케이블 티비와..

VTR, DVD 심지어는..

플레이 스테이션 2까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것을 환히 밝히고 있는..

천장의 4개의 밝은 형광등..

 

 

하지만..

그 시절 이덕무에겐..

그 '빛'조차 여의치 못했다..

 

그래서..

아침일찍 동무들과 바깥에서 놀다가도..

자기의 방으로 빛이 들어올때 즈음이면..

집으로 달려들어가..

그 작은 창으로 스며드는 햇빛에 의지해..

햇빛이 비치는 곳으로 책상을 옮겨가며 독서를 했다고 한다..

 


피의 반은 양반인 서자 출신인지라..

자신이 갈고닦은 학문을 토대로 큰 뜻을 펼치며..

생활을 유지할 녹을 받을 수 있는 관직으로의 출세길은 일찌기 막혀있었고..

그렇다고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할 수 있는..

시쳇말로 반양반으로서 '가오' 떨어지는 일로 풀칠을 할 수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항상 어려웠던 가정형편..

 


그 시절..

그는 책읽기의 이로움을 이렇게 써두고 자위를 했었나 보다..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넷째, 기침병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의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유달리 추운 어느 해 겨울이었다고 전해진다..

얇은 홑이불 위에 한서(漢書)를 덮어 추위를 막고..

문틈새로 불어드는 바람을 논어(論語)로 막으며 흔들리는 등불을 달래며..

독서를 하였다는 이야기..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마치 따스하고 포근한 이불을 덮을 때처럼, 미덥고 든든한 벗이 함께 있을 때처럼.

그날 밤 나는 분명, 나를 위해 이불이 되어 준 한서의 몸놀림을 보았고, 제 몸으로 바람을 막아 보라는 논어의 목소리를 들었다.' 

( p.30 )

 


그리고..

거듭되는 흉년에 온 식구가 오래도록 굶주려 있을 때..

아끼던 맹자(孟子) 한질을 돈 이백전과 바꾸어 양식을 얻었다..

그리고 나서 서글픈 마음에 찾아갔던 가까운 벗 유득공..

 

이덕무가 말하였다..


'자네, 오늘 내가 누구에게 밥을 얻어먹은 줄 아는가?'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는 유득공..


'글쎄, 맹자께서 양식을 잔뜩 갖다 주시더군. 그 동안 내가 당신의 글을 수도없이 읽어 주어 고마웠던 모양일세.'

 

그러자 유득공은 서글픈 표정을 감춘 채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그러면 나도 좌씨에게 술이나 한잔 얻어먹어야겠습니다.

그래도 허물없을 만큼 그의 글을 꽤 읽었지요.'

 

그리고는 책장에서 '좌씨춘추(左氏春秋)'를 뽑아, 아이를 시켜 술을 사 오게하였다..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이덕무가 백탑(원각사지 십층석탑)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만났던 벗들..


서자 출신 답지않게 항상 온화한 미소와 밝은 성품을 가졌던 '발해고'를 지은 유득공..

 

직설적인 성격으로 싸가지 없다란 평은 받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벗을 잘 위하고..

특히 조선 백성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탐구에 정열을 쏟았던 외로운 녹색 눈빛의..

'북학의'를 저술한 박제가..

 

이덕무의 처남이자 무인 출신인.. 훗날 '무예도보통지'를 공저한 백동수..

 

나이차는 많이나고 서자가 아닌 미래가 보장된 적자 출신이지만..

책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어린 천재 이서구..

 

그리고 이덕무의 스승들..

 

천문과 수학 및 거문고에도 능했던 담헌 홍대용..

 

당대를 대표하는 실학자.. 열하일기의 연암 박지원..

 

 

그렇게 백탑라인을 구성하며 평생을 교류하게 된다..

 

우린..

'규라인'이 어떠니 '유라인'이 어떠니에 낄낄 거리고..

에스라인과 브이라인만을 쫒아 가지만..

진정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그 때의..

백탑라인 멤버들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서자로서의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도 열심히 학문을 탐구하고..

책을 읽었던 그들은..

결국엔 청나라 까지 다녀오고..

또한 그곳에서 내 나라 조선의 부흥을 위해 고민하고..

 

정조로 인하여..

규장각이 세워졌을때..

초대 검서관으로서 드디어 관직에도 오르게 된다..

 

그후에도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며..

그렇게..

아름다운 여생을 보내며..

이 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더랬다..

 

할 이야기는 무척 많지만..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하면서..

이쯤에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책을 읽고 늦은 저녁을 사먹으러 집을 나와 분주한 거리로 향했다..

 

오늘이 어느 누구가 만든지도 모르는..

빼빼로 데이라지..

 

그래서 그런지..

형형색색의 선물용 빼빼로 색상만큼..

세상은 흥청망청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우린 책만 보는 바보로 살것인가..

아니면..

책도 보지 않는 천치로 살것인가..

 

 


난..

 

형광등 밝은 불빛 조차도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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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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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필자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가지이다..
작가가 누구인가..

제목이 무엇인가..

그리고..

제본은 어떠한가..

참으로 심플하지 않은가..

-_-??

 


그리하여..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면 일단 사고 본다..

제목마저 마음에 들면 금상첨화이다..

서점에서 살 경우엔..

제본이 이쁘면 무조건 사는편이다..

그건 저 책을 꼭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 책을 꼭 '가지고' 싶어서이다..

 

 

그러다보니..

대충 무슨 내용인지도 안 살펴보고 사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반적으로는 인터넷 등지에서 여러 사람들의 서평을 보고..

심사숙고해서 구매를 할것인지 또는 대여를 할것인지 결정할텐데..

필자는 일단 사고나서.. 읽어 본 후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서평들을 찾아보는 순서이다..

 

 

환경적인 요인이 큰 듯하다..

지금 살고있는 집 주위에 책을 무료로 빌릴 도서관이 없다..

대학시절..

왜 난 학교도서관의 그 수많은 장서들을 열심히 빌려보지 않았을까란..

그런 후회가 종종 들곤한다..

유일한 무료 대여 수단인 회사내 문고에서 간간히 빌려 보긴 하는데..

대부분이 본인의 취향과는 좀 동떨어진 책들이라..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

그냥 내 돈주고 사보자 이거였다..

 


5일전에 이 책을 보고나서..

인터넷의 서평들을 보면서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되었더랬다..

 

 

첫번째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은 재미없다고 비추천한 부분이고..

두번째는 뭐 비슷한 얘기겠지만 돈 아깝다는 부분이었다..

 

 

순전히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니.. 이 정도가 재미없는거라면..

대체 어느 정도나 되야 재미있는 소설인가??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공학도 출신의 내가 보기엔..

이정도면 참 재미있는 소설인데..

나의 취향이.. 그들이 말하듯 이렇게 '가벼운' 것이었나??

살짝 빈정 상하기도 했었다..

 

 

얼마전 회사후배 양호석 대리랑 술을 마신적이 있다..

그 때 양대리가 재미난 말을 하였다..

 

 

'장대리님.. 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뭐가 재밌는지 추천 좀 해주십쇼..'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책들은 내가 자라온 그 시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성장소설들이다..

최근엔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좋았고.. 옛날책중엔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랑 양귀자의 희망 추천하고프네..'


'아 그러신가요.. 얼마전에 친구가 까리마조프가의 형제들 엄청 재밌다고 읽어보라해서 샀는데..

등장 인물들 이름 외우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무슨 스키.. 효도로도 나왔던것 같은데.. -_-??

뭔 놈의 등장인물이 관절기 숫자보다 많습니까.. 읽다가 때려치웠습니다..'

 


관절기 숫자보다 많다란 표현에 어찌나 웃었는지..

 

자.. 위와 같이 이런게 아닐까..

내가 저 정도 책을 읽으면 저 정도의 교양과 학식을 지니게 될거야란 오만보단..

이름을 외우다 지쳐 책장을 덮기보단..

그냥 자기 입맛에 맞게 몇시간 재미나게 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

세상 근심.. 스트레스..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가장 좋은책이 아니겠느냔 말이다..

 

 

돈 아깝다라..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직장인들이라면..

글쎄.. 책 값이 아까운가.. 의문이 든다..

 

 

필자가 사는 동네엔..

그나마 국물있고 제대로 된 밥 비스무리한걸 먹으려면..

최하 6천원이다..

반찬수나 많은가..

김치 , 깍두기 , 오징어젓갈 딱 세종류가 나오는 설렁탕이다..

그 옆집 설렁탕은 같은 6천원에 과감히 오징어젓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_-

 


배가 고파서..

객지에서 올라와 혼자 사는데..

저거라도 먹어야지 살지란 마음에 매번 사먹긴 하지만서도..

그냥 한끼 굶고 책 한권 더 사고픈 맘이 항상 간절하다..

 


돈 아깝다란 표현은..

책을 살때 쓰는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

술김에 호기로 룸싸롱이라도 가서..

N 분의 1을 했음에도 돈 백 나오는 그런 순간..

그게 바로 돈 아까운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이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아마도..

이 책은..

개인적인 기억으론..

방송매체나 기타 여러 광고매체를 통해..

이제껏 가장 오랜시간 빈번히 광고했던 책이었던듯 하다..

제 2 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1억원 고료..

아내가 결혼했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필자의 아내도 아니고..

어떤 누군가의 아내가 결혼을 두번했구나 하고..

무덤덤하게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버린 광고였다..

 

그러던중 올 봄이던가..

박현욱의 '동정없는 세상'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나서..

어 그때 그 소설이 박현욱씨가 쓴 거였네란 기억이 나서..

그냥 서점갔던길에 사가지고 왔더랬다..

몇달을 그냥 책장에 꼽아두고 최근에서야 봤지만..

 

 

이 책 다음에 본 책이..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이었다..

참 공교롭게도..

대충 내용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잡히는대로 읽다보니..

둘 다 상식선을 벗어난 결혼의 이야기란 공통점이 있었다..

전자는 일처다부제..

후자는 남편이 호모.. -_-

 

 

둘다 결국엔..

적응을 하고 어찌되었든 결단을 내리는걸로 끝이나지만..

 


솔직히 이런 결혼관은 달갑지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돈 아깝다란 표현을 쓴거겠지만..

충분히 도발적이긴 하다..

머리가 아파진다..

그거보고 따라하지만 않으면 사회적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없을 터이니..

그 문제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도록 한다..

 

 

축구를 매개로 만난 사이인만큼..

이야기는 한 상황을 두고 화자가 그에 걸맞는 축구이야기를 거론하며 진행된다..

축구가 언급되는것도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_-

 

 

개인적으로는 주된 스토리 보다..

항상 말미에 나오던 그런 축구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작가들의 연애편지'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본인은 대한민국 남자치곤 참 드문..

축구를 아주 싫어하는 남자 같지도 않는 남자라..

(아직도 오프사이드의 명확한 개념을 이해 못하고..

월드컵이나 한,일전 말고는 축구 경기도 보지 않는다..)

 

그런 본인 조차도..

워낙에 여기저기서 축구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들으면서 살다보니.. (특히 술자리..)

유명한 몇몇 선수의 이름도 기억하게 되고..

뭐 그러한것들이 새록새록..

적절한 예를 들어 보기좋게 읊어주니..

괜시리 축구가 막 좋아지려고 할정도였다..

 

 

우리네 인생은 축구와 많이 유사하지 않던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우리이고..

골을 넣고 골을 먹고..

인생의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겪듯이..

그리고 무엇보다..

'공은 둥그니까..'

어느 누구도 앞으로자기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

 


그런 축구와의 적절한 비유는..

마치 2002년 월드컵을 다시 보기라도 하는양..

흥미롭고 속도있게 책장을 넘어가게 만들었다..

 


마치 축구에서 처럼..

그 누군가 나에게 태클을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당신은..

화목한 가정에서..

양질의 사교육을 받고..

4년제 국립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면서..

이까짓게 재미있단 말야??

그렇게 태클을 건다면..

 


난..

응..

졸라 재밌어라고..

대답할듯 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박현욱의 3가지 장편소설중 나머지 하나..

'새는'을 주문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을 한번 적어보자..

참 생뚱맞은 대목이 되겠지만..

바로 이 부분이었다..

 

 


반찬거리며 갈아입을 속옷이며 만화책 따위들을 싸들고 아침 일찍와서 저녁 늦게까지 내 옆을 떠나지 않는 아내를 보고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요즘 세상에 저런 마누라 없지. 현모양처네, 현모양처야."

 

아내는 이렇게 응대했다.


"뭘요, 호호."


가끔은 다르게도 대답했다.


"호호, 뭘요."


그럴 때마다 아내가 어떤 유형의 현모양처인지, 과연 현모양처이기나 한 것인지 사실대로 다 불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만 했다.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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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8-01-18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본이 예쁘면 무조건 산다! 저와 책 고르는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작가들의 연애편지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 서간집 시리즈
김다은 엮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연애편지 이야기 한 번 해볼까..
 


Episode 1.


그땐 핸드폰이 없었다..

파발이나 봉화 조차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서 난..

편지를 썼다..

 

1991년 이었다..

그때 난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첫사랑을 하고 있었다..

 

내 여자친구는 어떤 사장님의 늦둥이 딸인..

공주같은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걔네 부모님들이 얼마나 끔찍히 아꼈겠는가..

 

'아버지가 무척 엄하셔..'

 

이 한마디에 난 그 집에 전화를 못했다..

그건 이운재의 거미손같이 너무나 내겐 견고했던 것이었기에..

 

날 만나고 다니는것 조차도 탐탁찮게 여기셨나보다..

난 마마나 홍역 또는 볼거리등의 법정 전염병이 없었슴에도 불구하고..

 

16년이 지난 지금도 난..

전화로는 여자에게 말을 못한다..

성장기에 겪었던 그런 연유에서인가 보다..

 

그래서 난..

편지를 썼다..

 

주말에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적어도 월요일엔 편지를 보내야 했다..

몇월 몇일 몇시에 어디서 만나라고..

답장을 기다리는 몇일간의 설레임..

 

난..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런 낭만이 남아있던 시절에..

내 사춘기를 보냈었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대판 싸운적이 있었더랬다..

내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내 가슴에 지퍼를 달아 열어 보일수도 없고..

학교를 파하고 돌아와 책상머리에 앉아 난 또 편지를 썼다..

 

중학교때 시현이랑 친구와

어떻게 하면 글씨를 좀 더 멋지게 쓸까..

어떻게 하면 편지지를 더 예쁘게 접을까 따위를 연구했던 기억이 나는데..

 

막상 연애편지질(?)을 시작하고 나니..

중요한건 그런 외형이 아닌 진실된 내용이라는 깨우침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우린 서로..

항상 모닝글로리에서 나온 노트용지 비슷한 Wrighting pad 에 연필로 편지를 쓰곤했다..

그걸 한장 다 채울려면 상당히 많은 분량의 글자가 들어가야했었는데..

 

암튼 그날도..

그 종이에 편지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딱 지금과 같은 시간대였다..

새벽이 밝아오고 씻고 학교를 가야하는 시점..

편지를 쓰느라 밤을 꼴딱 새버린 것이었고..

책상위에 쌓인 스물 다섯장의 편지들..

 

등교하는길에 우체통에 넣으려고 고이 접어 봉투에 넣으려는 순간..

규격봉투에 들어가지 않는 스물 다섯장의 편지..

그래서 도화지를 사와서 봉투를 만들었다..

그녀인지..우체부 아저씨인지.. 체신청인지..

괜히 미안한 마음에..

우표도 몇장 더 붙였던걸로 기억이 된다..

 

그땐 핸드폰이 없었다..

파발이나 봉화 조차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서 난..

편지를 썼다..

 


Episode 2.

 

 

난 축구를 못한다..

소위 말하는 개발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사나이로 태어나 군대에서 고참들에게..

가장 빨리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은..

축구를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축구도 지지리도 못하고..

하다못해 삽질조차도 남들보다 어설펐던 필자의 군대생활은..

고난의 연속이겠구나란 생각에 겁부터 덜컥 났더랬다..

 

하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시었다..


난 남들보다 목소리가 컸으며..

군가나 복무신조 , 병공통과제 따위를 단시간에 달달 외울 수 있을만큼..

기억력이 좋았으며..

무엇보다 연애편지를 잘썼다..

 

그리하여 주말이면 항상 고참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주던 일이 일과였다..

모르는 수많은 여인네들에게 애틋한 언어를 피를 토하듯 쏟아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내가 피를 토하며 맞았을것이다 아마..

-_-

 

'당신의 편지는 한 폭의 수묵화를 들여다보는 느낌이예요..'


이런 과찬의 말씀을 담은 답장을 받아든 우리 소대 내무반장의 뿌듯한 미소..

그후로 난..

고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독차지하는..

귀염둥이로 다시 태어났더랬다..

 

그로인해 필자의 군생활은 휴가를 열번이나 나오며..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졌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래..

연애편지를 잘쓰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래..

신께서 내게 이렇게 물으신다면..

난 다시한번 후자를 택하리라..

 

난..

보병 제 6사단 2연대 3대대 9중대의..

시라노 드 베르쥬락 이었다..

 


Episode 3.

 

 

필자가 살아오면서 주로 자랑했던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우리 엄마 예쁜거며..

둘째는 내 여동생 공부 잘하는거며..

셋째는 우리 아부지 글 잘쓰시는 거였다..

 

어린시절 한가지 의문이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우리 아부지는 참..

키도 검소하시고..

별로 가진것도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엄마와 같은 당대의 절세 미녀랑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

대체 어떻게 꼬셨..

아니..

'설득'하셨을까 하는 의문..

 

사춘기가 한참 지났을 무렵..

이사를 하면서 짐을 정리하다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어머니께 보냈다는 수많은 연애편지들..

원래 한 동네서 알던 여동생이라고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어머님께서 넘어가신건 그 편지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내가 봐도 참 잘 쓰긴 잘 쓰신다..

필자처럼 요리조리 글을 가지고 장난질 치는 수준도 아니고..

뭐랄까..

글에도 표정이 있다면..

그럼 애절함을 가득 머금은 표정의 글같았다..

 

막내 삼촌은 일찍 돌아가셨다..

본인이 고1때였으니..

사촌동생들은 아직 '죽음'의 의미를 알기 전이었던듯 하다..

그날 밤..

아마도 내 기억엔..

아버지의 우는 모습을 첨 본것 같다..

한참을 뭔가를 쓰시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시..

꺼이꺼이 통곡하시는 모습을 보았더랬다..

 

아버지가 자리를 비우시고..

아버지의 책상에 놓여있던..

한통의 편지..

당신보다 먼저 떠난 막내동생에게 띄우는 마지막 편지..

나도따라 눈시울이 붉어졌더랬다..

 

필자는 요즘도 편지를 열심히 쓴다..

다만 그것이 정성들여 한자 한자 글씨를 써내려가고..

우체통에 넣어버리면..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그러한 편지가 아닌..

몇 바이트의 활자로 이루어진..

미니홈피 방명록상의 형태로..

멋대가리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발송을 클릭할때면..

항상 심장이 떨려온다..

자다 깨어 다시 받는 사람의 홈피로 들어가 그 글을 삭제하기도 여러번이고..

(이 부분은 예전보다 좋아진건지 아님 오히려 더 나빠진건지 모르겠다..)


월급쟁이들의 신화..

이명박씨는 이제 대권에 까지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이명박의 신화보다..

편지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었던..

오래전..

우리 아부지의 신화를 아직도 더 믿는가 보다..

 

 

이제부터 책이야기.. -_-

 


우리나라의 편지도 서구나 일본에서처럼 하나의 '문학'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에..

김다은씨는 3년간 작가들의 연애편지를 모았다고 했다..

 

편지란 항상 받는 사람이 보관을 하는 것이므로..

여기에 등장하는 편지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유명 작가들의 연애편지뿐만 아니라..

그들의 연인의 편지까지도 포함이 된다..

 

근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어떤게 우리가 아는 유명작가의 편지이고..

어떤게 그들의 연인일 소위 말하는 '민간인'의 편지인지 중간 중간 헷갈릴 정도이다..


사랑을 하면 다 '시인'이 된다더니..

 

우리의 상식선을 뛰어넘는 색다른 형태의 연애편지들도 많이 보이고..

아니 저게 '소설'을 썼던 사람의 편지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솔직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그러한 내용의 그야말로 범인들이나 막 쓸 정도의 편지도 있다..

 

어느 네티즌 리뷰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연애편지란 지극히 사적인 언어들로 빚어진 것이어서 그 자체가 은밀한 것일텐데 어쩌면 소설가 하성란의 연애편지처럼 태풍과 같은 내 사랑의 언어들이 발기발기 찢어져 내 마음에 콕콕 박히는 아픔일 수도 있는데 이를 공개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일까.

독자의 입장에서는 작가의 권좌에서 내려온 평범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인간극장' 보듯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재미난 것인지.'


- 네이버 getupdoll 님

 


내용이야 구성이야 어찌하였던..

아무튼..

그 편지들의 쓸 그 순간의 그런 애절함들..

그 하나만으로도..

비갠뒤 하늘만큼이나..

아름다운 글들의 한바탕 잔치가 아니었을까..

 

끝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편지를 하나 고르라면..

그 서막을 열었던 하성란씨의 편지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하성란씨를 떠오를때의 이미지랑.. 그런 사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나니..약간은 얼떨떨했다.. 애딸린 홀애비를 짝사랑 했었다니..!!)


반칠환 시인의 '결혼 십 주년 기념 편지'로 마무리 짓는다..

 

 

생각느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속에 열 개 성상이 흘러갔네.

십 년 동안 좋은 날도 많았고, 흐린 날도 더러 있었겠지만 나는 전체적으로 아주 맑음이었다고 생각하네.

자네 흐린 날의 원인을 이따금 내가 제공했다 하더라도 나는 자네가 있어 대단히 맑은 날이었다고 말하면 너무 이기적이라 탓하실까?

설혹 내가 그림자를 드리운 날이 있다하더라도 어느 집에나 빨래를 다 걷은 다음에도 마당에는 실낱같은 빨랫줄과 바지랑대 그림자쯤이야 남는 법.

빨랫줄, 또는 그 위에 올라앉은 고추잠자리 한 마리쯤 그림자 드리운다고 흐린 날이라 여길 이 어디 있겠나?

 

우유부단하고, 좌충우돌하는 야생마 같은 날 만나 길들이느라 많이 수고하셨네.

하지만 야생마 잘 길들여 수레에 쌀가마니나 싣고 터벅 터벅 끌고 갈 때 그 한 끝에 걸터앉아 흔들리며 가는 재미도 꽤나 꼬숩지 아니한가?


이제 내 마음의 야생마도 많이 길들여져 결혼 십 주년에 말 궁둥이에 안장이라도 얹게 되었으니 그동안 낙마한 설움이 얼마나 기쁨이신가?

 

꽃이 있어도 꽃을 알지 못하고, 무지개가 있어도 무지개를 알지 못하는 눈에 아름다움을 틔워준 이가 있었네.

이마는 넓어도 속은 좁아 오로지 저만 아는 막무가내 굴딱지 같은 가슴을 열어주는 이가 있었네.

맑고 흐린 세상의 기후 알지 못해 비가 와도 빨래 걷을 줄 모르고 장독 뚜껑 닫을 줄 모르는 이를 깨워주는 이가 있었네.

밥을 지어주고, 빨래를 해주고, 청소를 해주고, 돈 벌어다주며 볼에 입 맞춰주는 이가 있었네.

바람처럼 달려와 구름처럼 안고 보듬어주는 이가 있었네.

별꽃 보고 기뻐하며, 작은 마음 한 조각에 가릉거리는 이가 있었네.

사람 보고 꽃으로 여기고, 짐승 보고 잎으로 여기는 이가 있었네.

그게 누구일까?

모두 알고 저만 모르는 이, 이 글을 읽을 것이네.


( 하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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