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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필자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가지이다..
작가가 누구인가..
제목이 무엇인가..
그리고..
제본은 어떠한가..
참으로 심플하지 않은가..
-_-??
그리하여..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면 일단 사고 본다..
제목마저 마음에 들면 금상첨화이다..
서점에서 살 경우엔..
제본이 이쁘면 무조건 사는편이다..
그건 저 책을 꼭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 책을 꼭 '가지고' 싶어서이다..
그러다보니..
대충 무슨 내용인지도 안 살펴보고 사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반적으로는 인터넷 등지에서 여러 사람들의 서평을 보고..
심사숙고해서 구매를 할것인지 또는 대여를 할것인지 결정할텐데..
필자는 일단 사고나서.. 읽어 본 후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서평들을 찾아보는 순서이다..
환경적인 요인이 큰 듯하다..
지금 살고있는 집 주위에 책을 무료로 빌릴 도서관이 없다..
대학시절..
왜 난 학교도서관의 그 수많은 장서들을 열심히 빌려보지 않았을까란..
그런 후회가 종종 들곤한다..
유일한 무료 대여 수단인 회사내 문고에서 간간히 빌려 보긴 하는데..
대부분이 본인의 취향과는 좀 동떨어진 책들이라..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
그냥 내 돈주고 사보자 이거였다..
5일전에 이 책을 보고나서..
인터넷의 서평들을 보면서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되었더랬다..
첫번째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은 재미없다고 비추천한 부분이고..
두번째는 뭐 비슷한 얘기겠지만 돈 아깝다는 부분이었다..
순전히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니.. 이 정도가 재미없는거라면..
대체 어느 정도나 되야 재미있는 소설인가??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공학도 출신의 내가 보기엔..
이정도면 참 재미있는 소설인데..
나의 취향이.. 그들이 말하듯 이렇게 '가벼운' 것이었나??
살짝 빈정 상하기도 했었다..
얼마전 회사후배 양호석 대리랑 술을 마신적이 있다..
그 때 양대리가 재미난 말을 하였다..
'장대리님.. 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뭐가 재밌는지 추천 좀 해주십쇼..'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책들은 내가 자라온 그 시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성장소설들이다..
최근엔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좋았고.. 옛날책중엔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랑 양귀자의 희망 추천하고프네..'
'아 그러신가요.. 얼마전에 친구가 까리마조프가의 형제들 엄청 재밌다고 읽어보라해서 샀는데..
등장 인물들 이름 외우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무슨 스키.. 효도로도 나왔던것 같은데.. -_-??
뭔 놈의 등장인물이 관절기 숫자보다 많습니까.. 읽다가 때려치웠습니다..'
관절기 숫자보다 많다란 표현에 어찌나 웃었는지..
자.. 위와 같이 이런게 아닐까..
내가 저 정도 책을 읽으면 저 정도의 교양과 학식을 지니게 될거야란 오만보단..
이름을 외우다 지쳐 책장을 덮기보단..
그냥 자기 입맛에 맞게 몇시간 재미나게 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
세상 근심.. 스트레스..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가장 좋은책이 아니겠느냔 말이다..
돈 아깝다라..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직장인들이라면..
글쎄.. 책 값이 아까운가.. 의문이 든다..
필자가 사는 동네엔..
그나마 국물있고 제대로 된 밥 비스무리한걸 먹으려면..
최하 6천원이다..
반찬수나 많은가..
김치 , 깍두기 , 오징어젓갈 딱 세종류가 나오는 설렁탕이다..
그 옆집 설렁탕은 같은 6천원에 과감히 오징어젓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_-
배가 고파서..
객지에서 올라와 혼자 사는데..
저거라도 먹어야지 살지란 마음에 매번 사먹긴 하지만서도..
그냥 한끼 굶고 책 한권 더 사고픈 맘이 항상 간절하다..
돈 아깝다란 표현은..
책을 살때 쓰는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
술김에 호기로 룸싸롱이라도 가서..
N 분의 1을 했음에도 돈 백 나오는 그런 순간..
그게 바로 돈 아까운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이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아마도..
이 책은..
개인적인 기억으론..
방송매체나 기타 여러 광고매체를 통해..
이제껏 가장 오랜시간 빈번히 광고했던 책이었던듯 하다..
제 2 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1억원 고료..
아내가 결혼했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필자의 아내도 아니고..
어떤 누군가의 아내가 결혼을 두번했구나 하고..
무덤덤하게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버린 광고였다..
그러던중 올 봄이던가..
박현욱의 '동정없는 세상'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나서..
어 그때 그 소설이 박현욱씨가 쓴 거였네란 기억이 나서..
그냥 서점갔던길에 사가지고 왔더랬다..
몇달을 그냥 책장에 꼽아두고 최근에서야 봤지만..
이 책 다음에 본 책이..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이었다..
참 공교롭게도..
대충 내용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잡히는대로 읽다보니..
둘 다 상식선을 벗어난 결혼의 이야기란 공통점이 있었다..
전자는 일처다부제..
후자는 남편이 호모.. -_-
둘다 결국엔..
적응을 하고 어찌되었든 결단을 내리는걸로 끝이나지만..
솔직히 이런 결혼관은 달갑지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돈 아깝다란 표현을 쓴거겠지만..
충분히 도발적이긴 하다..
머리가 아파진다..
그거보고 따라하지만 않으면 사회적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없을 터이니..
그 문제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도록 한다..
축구를 매개로 만난 사이인만큼..
이야기는 한 상황을 두고 화자가 그에 걸맞는 축구이야기를 거론하며 진행된다..
축구가 언급되는것도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_-
개인적으로는 주된 스토리 보다..
항상 말미에 나오던 그런 축구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작가들의 연애편지'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본인은 대한민국 남자치곤 참 드문..
축구를 아주 싫어하는 남자 같지도 않는 남자라..
(아직도 오프사이드의 명확한 개념을 이해 못하고..
월드컵이나 한,일전 말고는 축구 경기도 보지 않는다..)
그런 본인 조차도..
워낙에 여기저기서 축구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들으면서 살다보니.. (특히 술자리..)
유명한 몇몇 선수의 이름도 기억하게 되고..
뭐 그러한것들이 새록새록..
적절한 예를 들어 보기좋게 읊어주니..
괜시리 축구가 막 좋아지려고 할정도였다..
우리네 인생은 축구와 많이 유사하지 않던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우리이고..
골을 넣고 골을 먹고..
인생의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겪듯이..
그리고 무엇보다..
'공은 둥그니까..'
어느 누구도 앞으로자기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
그런 축구와의 적절한 비유는..
마치 2002년 월드컵을 다시 보기라도 하는양..
흥미롭고 속도있게 책장을 넘어가게 만들었다..
마치 축구에서 처럼..
그 누군가 나에게 태클을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당신은..
화목한 가정에서..
양질의 사교육을 받고..
4년제 국립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면서..
이까짓게 재미있단 말야??
그렇게 태클을 건다면..
난..
응..
졸라 재밌어라고..
대답할듯 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박현욱의 3가지 장편소설중 나머지 하나..
'새는'을 주문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을 한번 적어보자..
참 생뚱맞은 대목이 되겠지만..
바로 이 부분이었다..
반찬거리며 갈아입을 속옷이며 만화책 따위들을 싸들고 아침 일찍와서 저녁 늦게까지 내 옆을 떠나지 않는 아내를 보고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요즘 세상에 저런 마누라 없지. 현모양처네, 현모양처야."
아내는 이렇게 응대했다.
"뭘요, 호호."
가끔은 다르게도 대답했다.
"호호, 뭘요."
그럴 때마다 아내가 어떤 유형의 현모양처인지, 과연 현모양처이기나 한 것인지 사실대로 다 불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만 했다. (P.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