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 긍정의 건축으로 다시 짓는 대한민국 교육
김경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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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니 내가 다녔던 학교 건물을 돌아보게 된다. 4층 높이의 정사각형 건물들,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서면 일렬로 줄을 맞춰서 책걸상이 늘어서 있고 모든 학생들을 교단에 선 선생님과 칠판을 바라보고 있다. 복도는 절대로 뛰어다녀서는 안되는 공간이고 화장실은 얼른 볼 일만 보고 나와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이러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떤 교육이 되겠는지 의문을 품는다.



저자가 이러한 의문을 품게 된 것은 "학교가 마치 감옥 같아요."라고 말한 아들 때문이라고 한다. 감옥, 군대, 학교 건물의 공통점을 돌아보니 정말 닮아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로로 길게 늘여 있는 5층 이하의 직사각형 건물, 거기에 똑같은 크기로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네모난 창문, 칙칙한 짙은 갈색의 벽돌 건물, 시멘트 블록이나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외곽의 담장, 화강석 기둥 사이의 스테인리스 접이식 교문, 단이 높은 조회대와 조회대 옆의 향나무, 옹색하기 짝이 없는 가장자리의 수목, 드문드문 놓여 있는 벤치와 파고라, 몇가지 운동기구들, 식수대...  - p.80


우리가 거주하는 집이라는 공간에는 여러가지 인테리어나 편의도구들을 생각하며 고민하게 되는데 정작 우리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교 공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교를 둘러 싼 다양한 영역의 관계자와 사용자가 한데 어울려 아이디어를 내고 논의해서 아이들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학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이 책에서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몇몇 사진들은 이런 학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집이 '잠만 자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가정은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떨어져 가족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듯이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공간'으로 존재한다면 경쟁과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수 밖에 없다.  - p.57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었다. 1부와 2부는 공간에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학교 공간은 그런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3부에서는 앞서 소개한 저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물로서 서울 대왕중학교, 전주 양지중학교를 비롯하여 일곱 개 학교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4부에서는 다시 한번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녀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교육방식이라든가 시기별 교육 컨텐츠에 대한 책들은 종종 보아왔는데 학교 공간이 아이들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많이 공감이 되었고 아이들이 좀더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 공간이 주는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와 함께 저자의 아이디어들을 반영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보충하여 정말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은 학교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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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퀘스천 One Question - 내 인생을 바꾸는 한 가지 질문
켄 콜먼 지음, 김정한 옮김 / 홍익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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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 최고의 인터뷰 전문가'라고 평가받는 사람이다. 인터뷰이에 정곡을 찔러 질문을 하고 사람들이 궁금해 할 답변을 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 질문들을 통해 알아 낸 서른 여섯 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전략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질문을 했던 사람들은 상당히 다양한데 절반 이상은 처음 듣는 이름이기는 했지만 들어보았던 사람들 중에서는 존 매케인, 지미 카터와 같은 정치인도 있고 존 맥스웰, 말콤 글래드웰, 짐 콜린스, 다니엘 핑크, 켄 블랜차드, 세스 고딘 등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있다.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상당히 다양하다. 일단 책의 서문에는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인터뷰이의 개인적 경험과 지식들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 얼마나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만 본문에 들어서면서 저자가 인터뷰한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다양한 주제의 생각꺼리들을 제공해 준다. <진주만>, <위 워 솔저스>, <브레이브 하트> 같은 명작 시나리오 작업을 해온 랜달 월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월레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월레스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여 할리우드가 원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겠다는 자신만의 신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의 말을 통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나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되고 싶은 건 이것이다!'라고 말한 다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의 자기 모습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 가곤 한다. 그러나 비틀즈는 '우리는 히트곡을 쓸 것이다!'라고 말한 다음 히트할 것 같은 곡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독특한 멜로디를 발견하고 세상 그 누구와도 다른 음악을 만들어 냈다. 비틀즈는 자기들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했기에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 p.48


기회를 잡는 사람과 잡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를 '두려움'이라고 이야기하는 세스 고딘의 말도 인상적이다. 변화에 따르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도전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삶이 변화되기를 바란다면 두려움이 변화의 일부이며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따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세스 고딘은 말한다.


세스 고딘은 두려움이 우리 삶의 나침반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곳에서 기꺼이 바쳐야 하는 땀과 눈물을 지나치게 아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섣불리 결행했다가는 어떤 비극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차라리 현상 유지하는 쪽을 택한다. 그렇게 해서 편안하고 윤택한 일상이 뒤따른다면 더 이상바랄 게 없겠지만, 변화 없는 삶이야말로 죽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 p.55


가장 단순한 것부터 작게 시작하는 것이 꿈을 실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 탐즈 슈즈의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의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전진하기 전에 내 앞에 펼쳐질 모든 것들의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한편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패배했던 존 매케인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이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을 때 수용소 소장으로부터 수용소를 벗어날 수 있는 달콤한 유혹을 받았지만 먼저 수용된 동료들보다 일찍 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거절하였다는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자백을 녹취하려는 사람들이 "아무도 네가 자백했다는 것을 모를거야."라고 유혹했지만 그는 "하지만 내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단 말입니다."라고 답변한다. 유혹에 넘어간 것을 아무도 모를지라도 나 자신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살지 않더라도, 그것을 알아채고 타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비밀로 묻어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알 것이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고 살든 후퇴와 타협의 유혹을 만날 수 있다.  - p.81


저자의 고등학교 시절 농구팀에서의 경험과 미국 테네시대학 여자농구팀의 팻 서미트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위대한 승리자들은 최선을 다한 패배를 경험한 사람들(p.118)'이라는 교훈도 뺴놓을 수 없다. 헨리 클라우드 박사와의 인터뷰는 과거의 작은 실수에 연연해 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도 얻게 된다. 쉽제 좌절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과거의 작은 경험 하나도 그냥 놓아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실패를 해도 결과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p.164)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책에서 말하는 주제들은 목표를 이루어가는 도전정신과 자신감과 같은 부류의 것들 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든가 용서와 같이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까지 다룬다. 목사인 남편이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된 경험이 있는 게일 해거드도 저자의 인터뷰이였다. 그녀는 용서란 한번의 행동이라기보다 하나의 연속되는 과정(p.179)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가장 악명높은 로비스트로 알려졌고 여려명의 백악관 관리들과 하원의원 등이 기소되었던 사건을 통해 교소도 생활을 했던 아브라모프가 풀려나자마다 저자는 그를 인터뷰했다. 밑바닥까지 내려갔으니 이제 남은 것을 올라가는 일 뿐이라는 희망을 전해준 인터뷰(p.185)였다. 아브라모프의 인터뷰에 이어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재기에 성공한 인물로 데이브 램지를 소개하며 그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고 있다. 데이브 램지는 한때 테네시에서 성공한 부동산 투자자였지만 파산했고 그 이후 재무상담사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베스트셀러를 쓰기도 한 작가이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새로 시작하는 것'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인생은 엄청난 속도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한때 소중히 여겼던 가치들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면 과거에 아름답게 지켰던 친구, 가족, 믿음이라는 원칙들을 재발견할 수 있다. (중략) 새로 시작하는 것을 장애물이 아닌 기회로, 저주가 아닌 선물로 받아들이면 고통은 확실히 덜해진다. 새로 시작함으로써 우리는 처음 시작할 때 인생에 대해 소망했던 것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 p.194


여러 유명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 그리고 삶의 철학과 비전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인터뷰 내용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가진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이 가진 주장이나 이론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지혜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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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십자가 1
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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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천도했던 고려말기의 권력구조는 황제, 최씨 무인정권, 불교계의 삼각구도였다. 이 소설은 당대의 승려이자 문헌학자로 정평이 나 있던 수기 스님을 스승으로 모셨던 지밀 스님이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당대 최고의 각수장인 김승이 대장경판 772장을 보내온 뒤로 여덟 장의 경판을 보내오자 수기 스님은 의문을 품는다. 추가로 보내온 여덟 장의 경판에는 마굿간에 간난아기가 누워 있고 한 여인과 수염이 풍성한 사내들이 경배하고 있는 장면이 있는 그림과 '末艶懷後産一男名爲移鼠(말염회후산일남명위이서)'라는 글씨가 씌여져 있었고 이 부분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의문을 풀기 위해 수기의 명을 받고 개경으로 향한 지밀은 황제가 머물던 개경의 안화사라는 절의 서재에서 발견한 책과 개경에서 만난 몽골군사의 찰갑옷에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이를 경교(기독교)의 문양으로 인식한다. 추가로 보내온 경판에 어떤 연유로 경교의 메시지를 심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밀은 각수장 김승을 만나러 길을 떠난다. 경판을 도둑맞은 사건을 감찰할 목적으로 김승을 만나러 떠난 길은 험난했다. 지밀은 고개에서 용오름을 만나 눈이 멀고 타고 간 말은 돌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다. 거기다가 동행한 인보도 죽는다. 죽은 인보의 시신을 살펴보던 중 지밀의 백부인 유승단과 김승이 주고받은 편지가 발견된다. 인보의 죽음을 둘러싸고 지밀은 김승을 비롯한 경고도 마을 사람들을 의심하지만 죽음의 원인을 밝혀가던 중 인보가 최이의 간자였음이 밝혀진다. 김승과 탁연 등 경교도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풀어지면서 지밀은 그들과 마을을 같이한다. 사실 그들은 최씨 정권을 무너뜨리고 부패된 불교를 바로 세워 왕정을 복고하기 위한 혁명을 계획중이었다. 더 나아가서 몽골군을 몰아내는 목표를 세운 것은 물론이다. 이 목표를 세우기 위해 최씨 부자 집에 간자를 파견하기도 한다. 지밀의 의심이 풀어지게 된 계기는 초조대장경이 몽골군에 의해서 불타버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2권 중반부로 들어서 경교도 마을 사람들의 목표가 드러나면서 결론을 대략 예상할 수 있다. 아무리 팩션 소설이라지만 그래도 사실에 근거했다면 결국 그때 당시 지엽적으로 번졌던 경교도들은 더 이상 확산되지 말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경교도들이 더욱 확산되어 조선시대 이후까지 지속되었다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종교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약간의 반전도 가미되면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결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경교(景敎)는 기독교 종파 가운데 하나인 네스토리우스교(Nestorianism)가 동양에 전래된 이후 붙여진 명칭이다. 사실 기독교 계에서는 네스토리우스파는 이단으로 분류된다. 그들은 삼위일체성을 부인하는 등 당시의 전통신학에서 벗어난 주장을 했기 때문에 431년 에베소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결정되어 추방된 사람이다. 그들이 동아시아로 넘어가면서 교세를 확장시킨 종교가 경교라고 불리운다. 소설에서도 가온이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내용에서 '도마복음을 삶으로 실천하는 영혼'이라는 소개에서 정통 기독교의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지밀이 경교를 이해하면서 말한 다음 문장에서도 네스토리우스파의 신학이론에 따라 '구원'의 속성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인들은 흔히 중생을 구제하겠노라, 세상을 구원하겠노라 장담한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은 세상을 구할 수가 없다. 세상은 처음부터 구원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 자체로 이미 극락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중생구제니, 구원이니 들먹이는 부류나 집단이 있다면 대개가 사기꾼이거나 정신착란자일 가능성이 크다. 종교의 이름을 달고 그런 망발을 한다면 지옥이 거기서 그리 멀지가 않다.  - p.302 [2권]


지밀이 그동안의 사건을 돌아보며 종교의 역할을 술회하는 장면은 곱씹어볼 만하다. 요즘 '정치참여'라는 이슈로 종교와 종교인의 역할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해야 참 종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인지 정답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나는 천명한다. 어떤 종교라도 타락한 세상을 행햐 입발느 소리, 쓴소리를 할 수 없을 만큼 썩었다면 그 종교는 설 자리가 없다. 그건 더 이상 종교가 아니라 신을 팔아먹고 번지는 사특한 무리들이다. 그런 종교는 차라리 없어져버려야 세상이 더 평화롭다. 인간은 종교 없이도 충분히 평화로울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p.304 [2권]


오랜만에 재밌는 역사 팩션 소설을 읽었다. 약 300 페이지 가량의 두권이 책이 금새 읽힌다.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의 스타일을 따르면서 내용은 역사와 종교, 문학과 철학을 아우른다. 고려말 최씨 무신정권기의 역사와 대장경의 조성과정 및 기독교의 동방 전래 과정 등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페이지 넘기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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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 내일을 당당하게
이시형.이희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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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시대의 평균 수명은 80세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젊은 세대들의 평균 수명은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건강을 유지하는 기법들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100세까지는 살게 될 것이 확실하다. 대략 50세 정도에 은퇴한다면 100세까지 50년 가까운 세월이 남게 된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젊은 세대들에게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았을 때 가진 자의 여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자기계발 서적이나 에세이들이 그렇듯이 자기의 잘난 모습들을 드러내는 내용으로 위화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 책도 없지 않아 그런 모습들이 눈에 띄인다. 하지만 저자는 긍정적인 삶을 강조한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시대에 평균 연령 100세는 누구나 닥칠 미래의 모습인데 내가 100살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한살이라도 젊을 때 상상해 보는 것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두명이다. 이시형 박사는 정신과 의사이면서 뇌과학자이고, 이희수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이자 문화인류학자이다. 어찌보면 교류할 만한 부분이 없을 것 같은 두 학자가 모여 100세 시대의 담론을 제시한다. 책의 앞부분에서 이 책의 저술 과정에서 도달한 결론을 다음과 같이 미리 제시하고 있다(p.18).


<100세 인생의 다섯 가지 목표>

1. 100세까지 내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어야 되고

2. 100세까지 치매에 안 걸려야 되고

3. 100세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어야 되고

4. 100세까지 병원에 안 가도 되는 사람이어야 되고

5. 100세까지 우아하고 섹시하고 멋있게 살아야 된다.


마냥 긍정적으로만 사는 것도 위험해 보인다. '설마' 나에게 그런 위험한 일이 닥치겠는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0세 인생의 설계도를 꼼꼼히 짜지 않으면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과 같이 불행한 인생종말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 대략 40대부터 중년이라 일컬어지지만 책에서는 대략 은퇴 이후의 나이인 55세부터 75세까지의 나이를 일컫는 '신중년'이라는 용어를 제시한다. 또한 시카고대학교의 뉴가톤이 제시한 영올드(Young Old) 역시 55세에서 75까지로 정의한 용어이다.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에서도 말하듯이 중년에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뇌신경세포는 한번 죽으면 살아나지 않지만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예외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p.62). 하지만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생긴 능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 조금이라도 더 지식을 쌓고 경험을 해야 더 의욕적인 노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으면서 본문에도 언급되었지만 책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는 바로 '평생현역'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이 단어가 머리 속에 맴돌았다. 나는 어떤 일로 죽기 전까지 현역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걱정이 계속되었다. 지금도 먹고 살기 빡빡한 상황에서 좀더 먼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런 걱정과 고민 속에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지금 당장해야 하지만 미루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10년 후, 20년 후를 위해 내가 지금 준비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고민이 쌓여 내공있는 노년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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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신 - 세계 최고 감독들의 심장 뛰는 리더십
마이크 카슨 지음, 이주만 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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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전 국민이 하나로 뭉치게 된 2002년 월드컵의 추억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30대 초반이었던 당시 나는 매 경기마다 거리응원을 다니며 월드컵 축구이 미쳐있었다. 때로는 종로에서 거리응원 후 종로길을 걸어 동대문까지 걸어가며 승리의 짜릿함을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그때 모두의 우상이었던 사람이 바로 히딩크 감독이었고 그의 어퍼컷 세러머니는 그 이후 히딩크의 상징이 되었다.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서 승진을 거듭해서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축구선수가 나이가 들면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전 세계를 대표하는 프로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감독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프리미어 리그 감독협회라는 것도 있단다.


이 책은 유럽 프로리그에서 활약중인 11명의 감독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은 시련, 역경, 성공의 경험들을 전하고 있다. 소개되는 감독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을 비롯해 믹 매카시, 조제 모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로이 호지슨, 아르센 벵거, 샘 앨러다이스, 로베르토 만치니, 브렌던 로저스, 해리 레드냅, 월터 스미스 등이 있다. 열 한명의 감독들이 소개되지만 꼭 이 감독들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의 유명 감독들이 한 말들을 중심으로 관리자에게 필요한 지침과 역할을 일러주고 있다. 


책의 원제목은 ≪The Manager≫이며 'Inside the Minds of Football's Leaders'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다. ≪승부의 신≫이라고 번역된 제목은 좀 과장된 느낌도 들지만 축구라는 승부의 세계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신'같은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는 가장 먼저 감독의 역할에 대해서 로이 호지슨 감독과 몇몇 유명 감독들의 입을 빌어 설명하면서 조직장악력에 대해 먼저 언급한다. 구단 이사회에서 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기대와 희망을 갖고 찾는 사람이 바로 감독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점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더 나아가 팀 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감독이며 클럽 운영에 관하 이사회에서 감독의 결정을 뒤집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역시 감독이 팀내의 지휘권이 있어야 하며 감독의 자질을 결정짓는 기본은 바로 장악능력이라고 말한다. 제라르 울리에 감독은 여기에 상업적인 성공도 감독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한다. 상업적인 성공을 정의하는 대목은 기업의 CEO들에게도 적용할 만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클럽이란 선수들과 그 가족들을 보살피고 직원과 코치 등 모든 이들을 돌볼 줄 아는 클럽입니다. 저는 성공 여부가 인간적인 분위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이 서있는 사람이 감독이죠.  - p.26 (제라르 울리에 감독의 말)


기업이나 프로축구 팀이나 장기비전의 공유는 중요한 것 같다. 장기비전의 공유는 팀 내에서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며 조직이나 팀에 안정감을 심어준다(p.35)고 조언한다. 즉 비전을 세우면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가 깊어지게 되며 공동비전을 세운 후에 함게 하는 사람들에게 그 비전을 전파해야 한다는 것(p.57)이다.


현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로이 호지슨(1947년 영국 출생) 감독은 닥쳐올 모든 도전에 선수들이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팀에 집중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1959년 이탈리아 출생)의 신념은 선수들을 하나하나 이해하라는 것이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1949년 프랑스 출생)은 재미있고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고, 축구의 순수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웨스트햄의 샘 앨러다이스 감독(1954년 영국 출생)은 신기술에서 새로운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터키의 구단인 갈라타라사이의 감독인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1964년 이탈리아 출생)은 주어진 과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과 사고방식을 모두 지닌 훌륭한 선수들을 모아서 피땀어린 노력을 기울이자는, 간단 명료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첼시의 조제 모리뉴 감독(1963년 포르투갈 출생)은 뛰어난 지도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방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 자신에게 현재 상황을 풀어갈 방대한 지식이 있음을 팀원들이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자질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프로선수 생활을 부상때문에 20살에 접었지만 39살의 젊은 나이에 리버풀을 맡게 된 브렌던 로저스 감독(1973년 아일랜드 출생)의 철학은 두가지 원칙에 기초하는데 첫째로 아름답고 정교한 패스게임을 지향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단순한 축구 클럽 이상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2부리그로 강등된 퀸즈파크레인저스의 해리 래드냅(1947년 영국 출생) 감독은 공격축구를 지향하고 관중을 즐겁게 할 줄 아는 팀을 구축하는데 헌심함과 동시에 책임감, 의무, 협동심 같은 고상한 가치를 숭상한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7년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을 수행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1941년 영국 출생)은 그 누구도 팀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레인저스에서 2011년까지 감독직을 수행한 월터 스미스(1948년 출생) 감독은 우승 DNA를 심어주오 어떤 여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든지 위기를 극복하고 시합에 이겨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울버햄튼의 감독은 거쳐 현재 입스위치 타운의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믹 맥카시(1959년 영국 출생) 감독은 책임 의식이 강해서 절대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법이 없으며, 팀이 승리할 때나 패매할 때나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축구 감독이라면 좋은 선수들 데려와서 경기에 나가 많이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겠지만 좋은 성적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회장이나 구단주, 선수들과의 관계부터 팬들과 지역주민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복잡다단하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조직 내에서의 리더십까지 신경써야 할 부분이 굉장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책에서 설명하는 감독의 역할이 비단 프로축구 감독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가정 등 일반적인 조직에서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저자는 지도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한다.


지도력이란 느닷없이 영웅이 등장해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전반적으로 힘을 내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고무적 역할과 좀 더 가깝다. 고무적 역할을 하려면 자신의 위치를 당당히 주장하고,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 믿음, 열정, 헌신의 마음을 고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p.39


이제 곧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한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2014년 6월 13일부터 7월 14일까지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6월 18일 오전 7시에 러시아와 1차전을 치르고, 23일 오전 4시에 알제리, 27일 오전 5시에 벨기에와 각각 2차전과 3차전을 치른다. 이 책을 보며 지금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 자주 생각났다. 프로리그 팀 감독과 비교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이 더 많기 때문에 칭찬도 많이 받지만 비난도 많이 받으며 더 고독한 자리라고 생각된다. 곧 열릴 월드컵 축구의 관점을 위해서 프로축구 감독들의 흥미진진한 리더십 스토리를 이 책을 통해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ttp://techleader.net/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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