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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신 - 세계 최고 감독들의 심장 뛰는 리더십
마이크 카슨 지음, 이주만 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축구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전 국민이 하나로 뭉치게 된 2002년 월드컵의 추억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30대 초반이었던 당시 나는 매 경기마다 거리응원을 다니며 월드컵 축구이 미쳐있었다. 때로는 종로에서 거리응원 후 종로길을 걸어 동대문까지 걸어가며 승리의 짜릿함을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그때 모두의 우상이었던 사람이 바로 히딩크 감독이었고 그의 어퍼컷 세러머니는 그 이후 히딩크의 상징이 되었다.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서 승진을 거듭해서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축구선수가 나이가 들면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전 세계를 대표하는 프로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감독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프리미어 리그 감독협회라는 것도 있단다.
이 책은 유럽 프로리그에서 활약중인 11명의 감독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은 시련, 역경, 성공의 경험들을 전하고 있다. 소개되는 감독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을 비롯해 믹 매카시, 조제 모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로이 호지슨, 아르센 벵거, 샘 앨러다이스, 로베르토 만치니, 브렌던 로저스, 해리 레드냅, 월터 스미스 등이 있다. 열 한명의 감독들이 소개되지만 꼭 이 감독들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의 유명 감독들이 한 말들을 중심으로 관리자에게 필요한 지침과 역할을 일러주고 있다.
책의 원제목은 ≪The Manager≫이며 'Inside the Minds of Football's Leaders'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다. ≪승부의 신≫이라고 번역된 제목은 좀 과장된 느낌도 들지만 축구라는 승부의 세계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신'같은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는 가장 먼저 감독의 역할에 대해서 로이 호지슨 감독과 몇몇 유명 감독들의 입을 빌어 설명하면서 조직장악력에 대해 먼저 언급한다. 구단 이사회에서 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기대와 희망을 갖고 찾는 사람이 바로 감독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점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더 나아가 팀 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감독이며 클럽 운영에 관하 이사회에서 감독의 결정을 뒤집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역시 감독이 팀내의 지휘권이 있어야 하며 감독의 자질을 결정짓는 기본은 바로 장악능력이라고 말한다. 제라르 울리에 감독은 여기에 상업적인 성공도 감독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한다. 상업적인 성공을 정의하는 대목은 기업의 CEO들에게도 적용할 만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클럽이란 선수들과 그 가족들을 보살피고 직원과 코치 등 모든 이들을 돌볼 줄 아는 클럽입니다. 저는 성공 여부가 인간적인 분위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이 서있는 사람이 감독이죠. - p.26 (제라르 울리에 감독의 말)
기업이나 프로축구 팀이나 장기비전의 공유는 중요한 것 같다. 장기비전의 공유는 팀 내에서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며 조직이나 팀에 안정감을 심어준다(p.35)고 조언한다. 즉 비전을 세우면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가 깊어지게 되며 공동비전을 세운 후에 함게 하는 사람들에게 그 비전을 전파해야 한다는 것(p.57)이다.
현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로이 호지슨(1947년 영국 출생) 감독은 닥쳐올 모든 도전에 선수들이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팀에 집중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1959년 이탈리아 출생)의 신념은 선수들을 하나하나 이해하라는 것이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1949년 프랑스 출생)은 재미있고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고, 축구의 순수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웨스트햄의 샘 앨러다이스 감독(1954년 영국 출생)은 신기술에서 새로운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터키의 구단인 갈라타라사이의 감독인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1964년 이탈리아 출생)은 주어진 과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과 사고방식을 모두 지닌 훌륭한 선수들을 모아서 피땀어린 노력을 기울이자는, 간단 명료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첼시의 조제 모리뉴 감독(1963년 포르투갈 출생)은 뛰어난 지도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방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 자신에게 현재 상황을 풀어갈 방대한 지식이 있음을 팀원들이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자질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프로선수 생활을 부상때문에 20살에 접었지만 39살의 젊은 나이에 리버풀을 맡게 된 브렌던 로저스 감독(1973년 아일랜드 출생)의 철학은 두가지 원칙에 기초하는데 첫째로 아름답고 정교한 패스게임을 지향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단순한 축구 클럽 이상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2부리그로 강등된 퀸즈파크레인저스의 해리 래드냅(1947년 영국 출생) 감독은 공격축구를 지향하고 관중을 즐겁게 할 줄 아는 팀을 구축하는데 헌심함과 동시에 책임감, 의무, 협동심 같은 고상한 가치를 숭상한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7년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을 수행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1941년 영국 출생)은 그 누구도 팀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레인저스에서 2011년까지 감독직을 수행한 월터 스미스(1948년 출생) 감독은 우승 DNA를 심어주오 어떤 여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든지 위기를 극복하고 시합에 이겨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울버햄튼의 감독은 거쳐 현재 입스위치 타운의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믹 맥카시(1959년 영국 출생) 감독은 책임 의식이 강해서 절대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법이 없으며, 팀이 승리할 때나 패매할 때나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축구 감독이라면 좋은 선수들 데려와서 경기에 나가 많이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겠지만 좋은 성적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회장이나 구단주, 선수들과의 관계부터 팬들과 지역주민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복잡다단하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조직 내에서의 리더십까지 신경써야 할 부분이 굉장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책에서 설명하는 감독의 역할이 비단 프로축구 감독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가정 등 일반적인 조직에서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저자는 지도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한다.
지도력이란 느닷없이 영웅이 등장해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전반적으로 힘을 내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고무적 역할과 좀 더 가깝다. 고무적 역할을 하려면 자신의 위치를 당당히 주장하고,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 믿음, 열정, 헌신의 마음을 고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p.39
이제 곧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한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2014년 6월 13일부터 7월 14일까지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6월 18일 오전 7시에 러시아와 1차전을 치르고, 23일 오전 4시에 알제리, 27일 오전 5시에 벨기에와 각각 2차전과 3차전을 치른다. 이 책을 보며 지금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 자주 생각났다. 프로리그 팀 감독과 비교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이 더 많기 때문에 칭찬도 많이 받지만 비난도 많이 받으며 더 고독한 자리라고 생각된다. 곧 열릴 월드컵 축구의 관점을 위해서 프로축구 감독들의 흥미진진한 리더십 스토리를 이 책을 통해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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