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보다 쉬운 요리책 - MBC 여성시대 요리선생님 우영희의
우영희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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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리연구가 '우영희'를 알게 된 것은 요리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우영희의 아름부엌'을 통해서다. 수많은 케이블 채널을 전전하다 우연히 요리채널에 잠시 머물렀고, 그때 마침 우영희 님의 요리강좌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의 열혈 애청자도 아니고 그저 잠시 스쳐갔을 뿐인데 그 이름이 아직 내 머리에 남아있는 걸 보면 잠깐의 모습이 아주 강렬했나보다. 아니면 그때 만들고 있던 요리가 너무 먹고 싶었던지;

워낙 요리랑 안 친한 인간인지라 이 나이가 되도록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만 낼름 받아먹고 설거지로 연명했는데 이젠 슬슬 주변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예전엔 이 정도는 할줄 알아야 되지 않냐고 구박하면 만드는 건 별로라도 잘 먹어줄 수 있고 설거지는 또 잘 할 수 있으니 나중에 요리 잘하는 남자 만나면 되지 않냐고 반박하고 했었다. 그런데 요리 잘 하는 남자는 고사하고 아직도 싱글이니; 이젠 그런 핑계가 더이상 먹히지도 않는 슬픈 상황이다. 그래. 하면 될 거 아니냐. 뭐, 나라고 못할쏘냐. 요리책을 뒤적여본다. 그리고 그때 눈에 띈 이름이 바로 '우영희'였다.

라디오보다 쉬운 요리책? 요리책 제목치곤 좀 특이한데?하며 펼쳐보니 그녀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여성시대>에서 요리코너를 진행하고 있단다. 그것도 아주 인기만점으로. 그래서 라디오 방송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요리책이란 뜻으로 지은 제목인 듯 하다. 당연히 눈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요리 강의를 귀로 듣는 라디오에서 진행하다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요리를 좀 하다보면 레시피만 있어도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는 언니의 말을 생각해보면 그리 낯선 발상은 아닌 듯도 하다(아직 라디오 방송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어쩌면 그녀의 말을 따라 머리 속에 상상하는 요리는 더 멋질지도 모르겠다.

우영희의 <라디오보다 쉬운 요리책>은 사진 속 그녀의 모습 만큼이나 예쁘고 단아한 책이다. 솔직히 표지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아 눈길이 쉽게 머물지 않았지만 책을 펼쳐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책 속 구성이 깔끔해서 눈에 쏙쏙 들어온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요리 방법을 담아 요리의 세계로 초대한다. 일상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들이기에 더욱 중요한 국물과 반찬은 물론 아이들과 남편, 어른들을 위한 간식과 영양요리, 손님 접대용 중국요리와 서양요리 등이 풍성하게 담겨있다. 

상세 설명으로 들어가면 한 면엔 한껏 뽐내고 있는 음식 사진이, 다른 면엔 요리 방법이 적혀있다. 덤으로 귀퉁이 한 쪽엔 약간의 팁도 얹어준다. 각 단락의 중간중간엔 보너스 정보로 국물 맛내기, 양념 만들기, 영양간식, 애피타이저와 디저트 등에 대한 비법 등도 수록해놓아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며 준다.

자주 접하는 낯익은 요리부터 새롭고 특이한 요리까지 주제별로 골고루 실어놓은 <라디오보다 쉬운 요리책>은 표지 속 그녀의 모습처럼 차분하고 상냥하다. 펼쳐볼 때마다 입안 가득 침이 고이고 당장 뭔가 만들어보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이게 요리책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책을 넘기며 찜해뒀던 요리를 조만간 한 번 만들어봐야지. 그게 제대로 안되면 만들어주십사(;;) 재롱이라도 떨어야겠다. 입맛 다시게 하는 그녀의 요리책처럼 맛깔스럽게 진행한다는 그녀의 라디오 방송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들어보고 싶다. 귀로 듣는 요리가 어떤 감흥을 줄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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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만날 때 우리들의 작문교실 11
송재찬 지음, 윤문영 그림 / 계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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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생기기 전까진 어린이책을 접할 일도, 관심도 별로 없었. 그러다 첫 조카가 태어나면서 슬슬 어린이책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어느새 초딩이 되면서 그림보단 글자가 많은 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머리가 좀 굵었다고 요즘엔 글자만으로 채워진 제법 두꺼운 책도 곧잘 읽어내는 조카가 대견하다. 하긴 초딩 짬밥도 이제 몇 년이니 슬슬 그런 책을 읽을 때도 되었지. 그러나 녀석은 여전히 글자로 뒤덮힌 책보다 그림이 가득한 만화책을 더 좋아한다. (하긴, 나도 아직 그런걸;)

조카에게 권할만한 책을 고르다 이 책을 알게 됐다. 꿈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읽어본 후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첫인상이 그리 확 땡기는 책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눈길을 주기엔 너무나 수수한 디자인이었고, 표지와 책 속 삽화의 그림은 어린이보단 어른들 취향에 가까워 보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그리 화려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책의 겉모습만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는 일. 그렇다, 이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수수한 외모 속에 너무나 따뜻한 이야기를 한가득 품고 있는 책이다. 역시, 사람이나 책이나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책 속 이야기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나기철이 서울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든 관객으로 연주회 좌석은 만원이지만 유독 귀빈석의 두 자리가 비어있다. 무대에 나온 나기철은 그 빈자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자신이 고른 '사계'의 네 계절을 연주하면서 그와 함께 선생님과의 추억이 어린 초등학교 6학년 때의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바이올린에 대한 꿈을 이루지 못한 엄마의 갈망으로 바이올린을 시작한 기철이는 곧 남다른 재능을 드러내지만, 엄마의 기대에 대한 부담과 계속되는 힘겨운 연습에 대한 중압감, 그리고 다른 친구들처럼 놀고 싶은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며 방황하게 된다. 여러가지 상황이 겹쳐 급기야 바이올린을 그만두려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지만, 단짝이자 좋아하는 여자친구인 서녕이의 응원과 고된 연습 때문에 음악가의 길을 접고 평생을 후회했다는 담임 선생님의 마음이 담긴 따뜻한 격려로 기철이는 자신의 꿈을 깨닫고 그 길을 향해 다시 연습에 전념한다. 그리고 여러 어려움과 고난을 뚫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자신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그 고마우신 선생님과 친구 서녕이를 다시 찾는다.


이책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기철이가 사계를 연주하는 지금의 이야기와 방황했던 어린 시절의 그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었던 주변 사람들, 특히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진행된다. 과연 저런 선생님이 계실까 싶을 정도로 헌신적이며 자상한 면모를 보이시는 책 속의 선생님은 현실에선 만나기 힘든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마음 한 켠에 따듯함을 전해주기에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거부감보다 부러움이 커진다. 평생동안 저런 선생님 한 분을 만난다는 건 얼마나 행운일까. 이야기 속의 인물이지만 그런 기철이가 참 부러워졌다.

<우리 다시 만날 때>는 꿈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꿈을 이루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연습이 어렵고 힘들어 바이올린을 그만 두려고 했던 기철이가 주변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으로 그 꿈을 꺾지 않고 노력해 결국 값진 성공을 이룬 것처럼, 이책을 읽는 독자인 어린이들도 지금 당장이 힘들고 괴롭다고 포기해 버리지 말고 자신의 꿈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기철이처럼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주변인의 온기어린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현실의 유혹에 부딪쳐 꿈을 포기하려는 기철이에게 선생님은 진심어린 조언은 큰 힘이 된다. 부모와 주변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조만간 조카가 놀러오면 이책을 읽어보라고 건네주려 한다. 조카도 나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책을 다 읽으면 한번 이것저것 물어봐야지. ㅎㅎ 기철이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그 꿈을 이룬 것처럼, 나의 조카도 기철이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최선을 다해 나아갈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


- 고통이 없는 성공은 없는 법이야. 성공한 사람들은 다 고통이라는 세월을 이겨 냈어. 천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아. 자기가 스스로 이겨 낸 고통을 쌓아 놓으면 거기서 천재란 싹이 움트는 거야. 그걸 가꾸어 세상에 내놓기가 또 얼마나 힘든데. 그런데 그 좋은 싹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꾸지 않고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는 천재 소리를 듣지 못해. 내가 보기엔 넌 할 수 있어. 네 안엔 그 싹이 이미 돋았어. 잘 가꾸기만 하면 될 것 같아. 똑같이 시작했고 똑같이 잘 하는데도 10년, 20년 세월이 흐른 뒤에는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걸 보지. 한 사람은 고통을 참아 내며 열심히 했고, 한 사람은 끝내 자기 자신을 이겨 내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해 버린 거야. (139~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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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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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100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를 본 적이 있다. 둘레가 몇 아름은 족히 넘을, 거대한 풍채를 자랑하는 고목은 그 마을 가운데 자랑스레 뿌리를 내리고 언제나 그래왔다는 듯이 파란 가을하늘 아래 노란 은행잎을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해서 살며시 다가가 악수하듯 손을 대어보았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결같이 저 자리를 지키며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왔구나, 저 은행나무에 비하면 나는 아직 풋내기에 불과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나무 앞에서 겸손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순원의 소설 <나무>는 제목 그대로 나무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 내가 보았던 은행나무처럼 100년 가까이 한곳에 뿌리내린 할아버지 밤나무와 그 옆에 떨어진 한 톨의 밤에서 뿌리를 내려 싹을 틔운 어린 손자 밤나무가 등장한다.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을 준비를 하는 손자나무가 좀 더 훌륭한 밤나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할아버지나무는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 계절인 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장마와 태풍 등의 시련이 닥쳐오는 여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자신의 결실을 맺는 가을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고, 일년을 마무리하는 겨울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득한 지혜를 손자나무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그러나 많은 열매를 맺고 싶은 욕심에 가득찬 손자나무는 무리하게 꽃을 피우느라 기력이 쇠하고 태풍 속에서도 열매를 놓치지 않으려 움켜쥐느라 바람에 몸이 꺾일 뻔한 위험을 겪는다. 당장 눈 앞의 열매를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열매를 내어줄 밑거름인 몸을 내던지는 어리석음을 범하면서도 손자나무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눈 앞의 결실에 집착한다. 그러나 그런 손자나무도 열매를 익혀 세상에 내놓을 가을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이제까지 납득할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충고들을 이해하고 어리석었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손자나무는 한층 성숙해진 밤나무로 자라난다.

<나무>에서 할아버지나무가 손자나무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은 한 해를 보내는 나무로서의 삶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다. 그리고 작가는 할아버지나무의 입을 빌려 우리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좀 더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바로 눈 앞의 결과에만 집착하는 손자나무의 어리석은 모습은 나 자신이나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밤송이는 다가올 고난에 대비해 미리 서너 배의 꽃을 피우는 나무의 준비성과 중간중간 욕심을 버리는 겸손함과 지금의 일에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로움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실수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손자나무처럼 우리 또한 그러해야 하지 않을런지.

따뜻함이 듬뿍 담겨있는 이순원의 <나무>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더불어 온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온기 가득한 소설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다가 이책을 이루는 이야기가 작가님의 할아버지와 그집에 있는 나무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 감동이 더욱 커졌다. 나무를 내세운 이야기가 너무나 동화적이고 그 내용이 지극히 교훈적이긴 하지만, 요즘처럼 삭막한 세상에 이책처럼 따뜻한 책 한 권 만나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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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1 - 제자리로!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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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다보면 마구 달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 속에 묘하게 피어나는 그 희열과 감동을, 달리고 달려도 또 달리고 싶어하는 신지와 렌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는 이렇게 이책을 독자들을 달리게 만든다. 아니 달리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주인공들의 쾌감을 함께 느끼며 함께 몸을 움찔거리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마치 렌이나 신지가 된 것처럼 바람을 가르며, 바람이 되어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운동장 한 바퀴만 돌아도 뱃가죽이 땡기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헥헥대는 나의 현실을 알기에 나는 마음으로만 그들과 함께 달렸다. 뜨뜻한 방구들을 짊어지고 마음과는 극과 극을 달리는 귀차니스트의 자세로; (으이구;)


뛰어난 축구선수인 형 겐짱을 동경해 축구를 시작했지만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신지는 고민에 빠진다. 결국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축구를 포기하고 친구 렌과 공립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그곳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육상부로부터 가입 권유를 받는다. 달리기에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 났지만 그것에 관해 별다른 애착도 미련도 없는 친구 렌을 구슬려 육상부에 가입한 신지는 언제부턴가 점점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축구를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새로운 꿈을 꾼다. 그리고 새로운 자극과 따뜻한 위로를 함께 건네준 친구 렌과 주위 사람들의 격려 속에 꾸준히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아온 신지는 마침내 그토록 원했던 꿈에 성큼 다가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는 달리기를 통해 삶의 열정과 좌절, 고난과 극복, 그리고 희망과 용기를 알아가며 한층 성숙해져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신지는 달리면서 자신의 꿈을 갖게 되고 그 꿈을 향해 모든 열정을 불사른다. 세상사가 그러하듯 신지에게도 고난과 좌절의 순간이 온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주저앉거나 멈추지 않는다. 꿈을 향한 희망을 품은 채 다시 일어나 달리고 또 달린다. 신지의 멈추지 않는 달리기가 순간순간 내 코끝을 찡하게 한다. 나는 과연 신지처럼 내 꿈을 향해 내 모든 것을 던졌던가, 그런 꿈을 가졌던가, 잠깐의 장벽에 무너지지 않고 나 자신을 굳건히 믿고 지켰던가..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하는 신지의 모습에 내 자신이 참 부끄러워졌다.


작가는 또한 자신과의 꿈과 싸움에서 분투하는 신지의 성장과 함께 달리기를 통해 신지 주변인물들의 다양한 관계까지 품어낸다. 이책에서 개인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 종목인 100M 달리기에 비해 4명이 한마음이 되어 함께 달리는 400M 이어달리기가 그에 못지 않은,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어달리기는 여러 명이 함께 달려야 하는 경기인 만큼 배턴을 주고받는 러너들간의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승리하기 힘든 종목이다. 상대방에 대한 본질적인 믿음이 없이는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든 이어달리기처럼 사람 관계 또한 그러하다. 처음엔 개인주의의 화신이었던 렌이 끈끈한 믿음과 배려를 바탕에 둔 이어달리기를 통해 변화했고, 극의 후반부 갈등을 일으킨 가가야마 또한 이어달리기를 통해 다른 팀원과 교류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400M 계주는 이책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또한 무척 사랑스러운데 그 중심엔 역시 지치지 않는 열정과 변함없는 성실함을 보여주는 신지와 신지만큼이나 달리기를 통해 변화하는 달리기 천재이자 우주인(;;) 렌이 있다. 서로를 보듬고 이해해주는 친구이자 경기에선 선의의 경쟁자이며 항상 옆에서 긍정적 자극제가 되어주는 신지와 렌의 관계는 웃음과 감동을 주며 이상적인 친구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들 곁에서 배려를 멈추지 않는, 자신의 욕심보다 전체를 생각하고 타인을 생각하는 네기시가 있다. 그에게서 천재들 사이에 있는 평범한 자의 고독과 외로움이 느껴져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지만 언제나처럼 씽긋 웃어버리는 네기시가 참 좋다. 그외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게 도와주는 지도교사 미짱, 갑자기 들이닥친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신지의 형 겐짱은 물론 너무나도 느린 발걸음이지만 자신이 목표로 한 곳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발을 내딛는 다니구치 또한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는 꽤 오랫만에 만난 가슴 떨리는 성장소설이었다. 밝고 상큼하며 경쾌하고 가슴 뭉클하다. 달리기를 통해 한 뼘씩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 찡한 감동에 북받쳐 눈물을 찍어내기도 했고, 십대 특유의 풋풋함에 웃느라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고.. 그렇게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어려움과 좌절도 툭툭 털어버리고 빙글빙글 미소짓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내가 언제 3권이란 분량을 부담스러워했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숨가프게 읽어온 터라 어느새 마주한 마지막 한 장이 마냥 아쉽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났다. 나는 책을 덮었지만, 신지와 렌을 비롯한 아이들은 여전히 달릴 것이다. 그리고 사과를 한 입 베어문 것 같은 상큼함과 반짝이는 햇살같은 따스함과 가슴 한 켠이 촉촉해지는 감동을 내게 남긴 이책과 함께 나도 한순간이나마 바람이 되어 그들과 함께 달려나간다. 더 빨리, 더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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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의 감성사진 - 세상에서 제일 멋진 감성사진 찍는 법
레아 지음 / NEWRUN(뉴런)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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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책을 펼쳐 한참을 본 뒤에야 알았다. 아하~ 레아! 그랬다. 내가 블로그 스킨에 깔며 좋아했던 사진들 몇 장 기억났다. 그리고 그 밑에 적혀있던 스킨작가 '레아'라는 이름도. 그녀였구나. 새삼 책 속의 그녀 사진들이 정겨워진다. 내가 좋아했던 블로그 스킨의 사진들을 찍었던 작가가 낸 책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혼자만의 친밀감이 물씬 밀려든다. 네이버 블로그로 이사하면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접은지 오래라 그녀의 유명세를 직접 느껴보진 못했지만, 싸이에서 그녀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스킨의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하긴 그녀의 사진을,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그 사진을 보면 그 인기가 어느정도 이해된다. 

<레아의 감성사진>은 싸이월드를 중심으로 네이버와 세이클럽 등에서 스킨 작업을 하며 제법 유명세를 얻고 있는 사진작가 레아가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감성사진이란 제목에 걸맞게 안개낀 대관령 양떼 목장의 책표지가 무척 근사하다. 책속에는 그녀의 손에 잡힌 달콤하고 산뜻한 여러가지 감성의 조각들이 한 장의 사진이 되어 모습을 드러내고, '사진은 감성이다'라고 외치는 그녀의 생각들이 활자화되어 사진 곁에 박혀있다. 또한 겉모습만 보고 단순히 포토에세이라고 여겼던 나의 생각을 비웃듯 이책에는 적지 않은 지면을 감성사진을 찍는 사진 테크닉에 대해 할애하고 있다. 물론 어떤 내용이든 사진과 함께 머무른다.


<레아의 감성사진>은 크게 '만남, 이야기, 기법, 색칠, 리터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만남'은 감성사진과의 만남을 앞둔 가벼운 준비단계로 그녀의 사진들과 짧막한 글로 이루어져 있고, '이야기'는 그녀가 추구하는 '감성사진'에 대해 진지한 생각들이 담겨있다. '기법'은 사진을 찍을 때 필요한 기술적 테크닉, 즉 원하는 사진을 위해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이 실려있다. 사진이라곤 자동카메라로 마구 찍어대는 게 전부인 나같은 문외한에겐 이 단락에 등장하는 전문적 용어가 쉽지는 않았지만, 전문적인 기술에 주력하기보다 사진 속에 감성을 담아내기 위한 기본적인 테크닉 정도만 언급하는 터라 큰 어려움없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테크닉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표현되는 사진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색칠'은 사진 속 색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부분은 '기법'과 어느정도 연장선에 있지만, '감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 점이 색채라는 걸 책 속 사진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색깔에 따라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마지막 단락인 '리터치'에서는 열심히 촬영한 사진들을 포토샵으로 좀 더 멋지게 보정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단락이었는데, 그간 잊었던 여러 기능들에 대한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 읽는내내 즐거웠다. 사진 보정에 대해 많은 팁을 다루지는 않지만 초보자도 포토샵을 이용해 쉽게 멋진 사진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쉽고 유용한 팁들이 제법 담겨있다. 책 속의 책으로 촬영테크닉북이 별책부록으로 달려있다(오호~ 요즘 중고생들 문제집의 답안지처럼 따로 뜯어낼 수 있게 편집되어 있다).


이책을 보다보면 그녀의 사진 스킨이 왜 큰 인기를 누리는지 알 것 같다.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작가의 시선에 따라 다른 사진을 찍어내는 것처럼 감성을 외치는 레아의 카메라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서 각양각색의 감성들을 카메라로 흡수한다. 사진 속에 그녀의 느낌들이 방울방울 맺혀있어 사진을 통해 렌즈 밖 그녀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 하다. 그녀의 사진에서 팬시적인 느낌이 강한 경향이 없진 않지만, 그런 것들 외에도 구수한 사람 냄새나 소탈한 일상의 모습들도 적잖게 만날 수 있다. 그녀가 생각하는 감성이란 느낌이 살아있는 사진을 말하는 것이니까.

<레아의 감성사진>은 사진집이면서 에세이이고, 사진기술에 대한 책이다. 그 세가지가 함께 공존한다. 그래서 어느 한 부분만을 강하게 원했던 독자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골고루 맛보기를 즐기는 독자라면 맛난 책읽기를 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후자였는데, 사물을 바라보는 그녀의 느낌들이 촉촉하게 담긴 사진들과 글들은 즐기는 마음으로, 사진에 대한 간략한 기본 지식과 테크닉, 보정팁 등은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책은 여러 내용을 한 권에 다루려다 보니 폭이 넓어지는 반면 깊이는 얕다. 깊이보다 넓이를 즐기는 독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책읽기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다만.. 책의 곳곳에 '감성'이란 단어를 너무 자주 사용해 나중엔 조금씩 식상하게 느껴진다. 너무 남발하지 않고 적절히 사용했더라면 '감성'의 그 느낌이 충분히 끝까지 유지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제가 '감성사진'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 리뷰도 온통 그말의 반복이긴 하지만; -.-;) 더불어 사진에 비해 글이 조금은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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