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송]쓰바 주문제작 큰책도장2개 세트
닭똥집디자인(s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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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년 생일이면 제가 제게 선물을 한다지요.
올해 제가 제게 주는 생일 선물은 책,이 아닌 책도장,이에요!

전부터 책도장 갖고 싶었는데 계속 탐만 내다가
이번에 제 생일선물 겸 친구 결혼선물로 하나 질렀답니다. ^ ^


그럼 햇살박이 씨의 책도장, 구경해 볼까요?



쓰바 스탬프(SSBA STAMP)로 질렀어요.

광고에 나온 김희선 노래하던 쓰베~ 쓰베~도 아닌 쓰바...
왠지 열여덟로 시작하는 욕지기가 생각나서 처음엔 좀 쓰읍~했지만,
예쁜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에 야생의 그 무엇(?)을 던진다는 점에서 뭐 나름.. ^^;
얼결에 생긴 도서상품권으로 과감히(?) 질러 주었답니다. ^^


제품 상세페이지에 크기에 대한 언질이 있었지만
막상 받았을 때 그 앙증맞음(;;)에 순간 당황했답니다.
스탬프 상자 자체가 핸드폰보다 작아요. 헉.

오른쪽은 급하게 산 수성 잉크패드에요.
저건 또 인터넷에서 볼 때보다 크기가 크더라구요. ㅎㅎ
가격은 1500원. 완전 싸죠! 그렇지만 가격값을 하더군요;;; (막~ 번져요;;)




책도장 상자를 열어보았어요.
앙증맞은 책도장이 저렇게 두 개 들어있답니다.

쓰바 책도장은 1+1 패키지로 판매중인데요.
크기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답니다.
명함 형태랑 같이 된 패키지로 지르고 싶었지만,
하나는 친구를 위한 용도라 가장 무난한 사이즈로 선택했어요.
저렇게 두 개의 가격이 12,000원이랍니다.




재질은 투명 아크릴이에요. 
아랫부분은 다른 도장도 그렇듯이 고무부분이구요,
아크릴과 고무를 양면테이프로 붙여두었더군요.
알고보면 무척 단순한 형태;;

처음 봤을 땐 귀여움에 앙증맞기도 했지만,
어째 좀 허접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그래도 막상 도장을 찍어보면 그런 마음이 조금은 가신다지요. ㅎㅎ




투명아크릴이라 스탬프 내용이 위에서 다 보이죠.
주문시 문양과 폰트를 선택해서 내용을 기입하면 그대로 새겨준답니다.
문양은 그래도 좀 여러가지였는데 폰트가 2가지 밖에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저는 제 닉넴이 들어간 책도장이랑,
곧 결혼할 친구에게 보낼 결혼선물(=책선물)에 찍어보낼 축하스탬프에요.
앞으로 결혼하실 주변분들께 이 도장 찍어드릴게요. ㅎㅎ




도장을 찍어 보았어요.
은색펄 잉크로 찍었더니 넘 연하고(물론 배경이 흰색이지만;;) 펄입자 때문에 제대로 찍기 힘들더군요.
검은색 잉크가 역시 가장 무난한 것 같아요.

시험삼아 메모노트 밑면에도 찍어봤는데 나름 괜찮게 나온 것 같아요.
은색잉크의 펄입자가 묻은 상태에서 검은색 잉크를 묻혔더니 색이 진하게 안 나오더군요.

아랫쪽의 축하카드에 찍은 도장은 검은색 잉크로만 찍은 건데 꽤 깨끗하게 나와요.
허접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찍어놓으면 꽤 깜찍해서 맘에 드네요. ^^


참, 싼 맛에 수성잉크를 써봤는데 빨리 마르지도 않고 쉽게 번지더라구요. -_-;
유성잉크에 비해 색이 좀 연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조금 더 투자해서 유성잉크를 구입할까 하는데, 이게 또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고민중이랍니다;;





2개에 12,000원이니 가격대비 괜찮은 것 같아요.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지만 가볍게 사용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배송은 일주일 정도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실제로 나흘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문구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될 때는 확인 전화도 주시더라구요.

다만 스탬프 보관이 조금은 그렇네요.
같이 온 상자에 그대로 넣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뭔가 케이스를 따로 장만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싼 가격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되겠지만요. ^^;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스탬프였어요.
오래 보관하는 장서용 스탬프보다는
쉽게 주문하고 쓸 수 있는 팬시용 스탬프로 더 적당한 아이템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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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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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 때면 으레 우리 앞의 불투명한 미래와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푸념하면 가끔 주변의 지인들이 글쓰기를 제대로(?) 해보는 건 어떠냐며 근거없는 위로용 멘트를 날려 나를 당황시킨다. 글이라곤 전혀 쓰지 않는 그들에 비해 앞뒤 안 맞을지언정 뭐라도 끄적대는 나의 글솜씨가 조금은 더 나아보일지 모르겠지만 어디 그런 글쓰기로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으려고. 상대방의 접대용 멘트에 글은 아무나 쓰냐며 쓴웃음으로 답할 수 밖에.

가끔은 이런 글은 나도 쓰겠네,라는 거만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허섭한 책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든다는 자체가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감탄하게 만드는 책들이 훨씬 많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거나 기존의 이야기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변주해내는 작가들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들은 대체 어떻게 글을 쓰길래 그런 멋진 이야기를 뽑아내는 걸까. 책을 펼치고 이야기속으로 빠져들 때마다 궁금증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밥벌이할 글솜씨는 안되지만 그래도 소소한 글이나마 잘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가끔 글쓰기 관련책들에도 눈길을 돌려 끌리는 책이 있으면 찾아읽곤 한다. 최근 진도가 안나가는 글쓰기에 낙심해 있던 쯔음 이책 제목에 바로 꽂혔다. 『스토리텔링의 비밀』, 마치 이책만 읽고 나면 이야기꾼의 비밀을 모두 얻을 것 같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매력적인 제목이다. 게다가 불멸의 고전인 아리스토텔레서의 『시학』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법 강의란다.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정작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기만 했던 『시학』을 이 기회에 접할 수 있다니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인 셈, 어찌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책장을 넘기는 순간 조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책은 보편적인 글쓰기가 아닌 『시학』을 바탕으로 한 영화적 글쓰기, 즉 시나리오 작법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이란 매력적인 제목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라는 부제에서 그만 '영화'를 놓쳐버렸던 것이다. 조금 아쉽고 당황스러웠지만 시나리오 또한 크게 보면 글쓰기의 하나이니 이왕 시작한 책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이책은 첫머리에서 '42페이지로 구성된 시나리오 쓰기에 가장 간결하고 정확한 최고의 책',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바이블'로 『시학』을 소개한다. 더불어 『시학』을 연구하는 학술논문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잘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학』 입문서라고 독자를 안심시키기도 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책은 2000년이 넘는 세월을 이기고 여전히 최고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살펴보되 그속에 포함된 수많은 개념을 분석하고 오늘날의 이야기 구조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그의 테크닉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시나리오를 쓰는데 필요한 테크닉을 다룬 총 33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꼭지마다 핵심이 되는 『시학』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고 기본적인 해설을 곁들여 놓았다. 그리고 『시학』의 다소 추상적인 내용을 독자들에게 쉽게 납득시키기 위해 이미 널리 알려진 실제 영화를 예로 들어 시나리오 작접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나간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시학』의 테크닉들을 눈에 보이는 영화의 예를 통해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그럼에도 내게는 책의 내용이 그리 쉽진 않았고 때때로 멍한 상태가 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영화나 시나리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나름 영화를 꽤 봤다고 자부함에도 이책에 등장하는 영화의 절반 가까이 아직 못 본 영화여서 흥미와 이해도가 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저자가 제시한 영화는 『죠스』나 『대부』, 『글레디에이터』, 『타이타닉』처럼 대부분 아주 유명한 영화였지만 『시민 케인』처럼 아주 오래된 고전이나 『점원들』처럼 저예산 영화, 『블레어 워치』나 『펄프 픽션』, 『엔젤 하트』처럼 제목만 들어본 영화와 『악마의 씨』나 『로드 트립』, 『브렉퍼스트 클럽』처럼 제목조차 처음 들어보는 영화도 섞여있었다. 물론 『터미네이터』나 『록키』처럼 너무나 유명하지만 아직 못 본 영화도 있었지만. 책속에 등장한 영화들은 책의 뒷면에 따로 수록되어 있는데 책에 대한 감상과 별개로 나중에 따로 챙겨보고 싶어졌다. 물론 기피하는 장르인 호러는 제외하고.

또한 멋진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다. 『시학』이라는 고전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지 저자가 말하는 것들은 다분히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내용들이었다. 미처 몰라서 못한다기 보다는 누구나 알지만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물론 영화의 시나리오를 쓸 때 비중을 두어야 하는 점과 주의해야 하는 점 등을 깨우칠 수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쉽게도 기존의 책보다 남다르게 신선한 점을 찾지는 못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시학』을 바탕으로 소개되는 시나리오 작법 테크닉을 담은 책인 만큼 일반적인 글쓰기 방법이 궁금한 독자보다는 영화와 시나리오 작법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더욱 유용한 책이다. 책제목 앞에 '시나리오를 위한'이란 말을 넣어준다면 독자들이 이책이 품고 있는 내용을 좀 더 정확하게 눈치챌 수 있는 것은 물론 '시나리오 작법'이라는 확실한 관심사를 보유한 독자층의 관심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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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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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만에 시간에 맞춰 티비 앞에 앉게 만드는 드라마가 생겼다. 요즘 클래식 음악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가 바로 그것이다. 나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요즘 '베바'의 인기가 뜨겁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베바』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강마에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김명민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해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베바'의 또다른 인기 요인이 아닐까 싶다. 

'베바'에 심취하면서 점점 클래식 음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유명한 곡은 물론 낯선 곡의 선율이 들려도 귀를 쫑긋 세우는가 하면, 무심코 지나치던 시립 교향악단의 연주회 포스터 앞에서 발길을 멈추기도 한다. 그러나 클래식은 여전히 내겐 어려운 음악이다. 소나타, 캐논처럼 브랜드 이름으로 이미 익숙하지만 원래 뜻은 기억 안 나는 클래식 용어가 태반이고, 귀로는 너무나 익숙한 곡이지만 정작 작곡가나 곡명을 떠올리려면 순식간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 무식을 뛰어넘어 클래식 음악을 좀 더 가까이 느껴보려고 다시 관련책들을 뒤적여 본다. 두루미의 대사를 패러디한 이 한 마디를 외치면서. 클래식을 알고 싶어요! (드라마를 본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패러디;)

나같은 문외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클래식 음악 관련책들을 찾다가 이책을 발견했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케이블 방송에서 진행한 클래식 강의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방송 프로그램과 같은 제목을 단 책으로도 출간된 모양이다. 티비를 잘 보지 않기에 그의 클래식 강의를 본 적도 없고, 문화적으로 척박한 지방도시에 살다보니 그의 공연을 직접 접해볼 기회도 없기에 그의 이름은 생소했지만, 또한 책표지의 사진이 (솔직히)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는 그의 새로운 클래식 강의가 궁금해 책을 펼쳐들었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은 음악사를 크게 고전파, 낭만파, 근대음악, 그리고 현대음악의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악장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들로 다시 나누어 전개되는데,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너무나 유명한 이들은 물론 슈베르트, 차이코프스키,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등을 거쳐 윤이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23명의 작곡가들이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각 꼭지마다 그들의 대표적인 작품과 숨겨진 명곡들을 중심으로 동시대를 살아간 다른 작곡가들과의 관계, 잘못 알려진 이야기 등의 여러 에피소드를 적절히 버무려 재미있는 클래식 강의를 이어나간다. 

고전파와 낭만파까지만 해도 학창시절 배웠던 익숙한 이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근대음악으로 넘어오면서 낯선 이름이 점점 늘었다. 대체 이들은 누구인고,하며 책장을 넘기다보니 이전에 읽었던 책들에서 만났던 이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나의 죄, 복습하는 기분으로 다시 글을 훑는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여전히 생소한 이들도 있어 새로운 이들의 음악과 삶의 이야기를 접한다는 가벼운 흥분감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하면 으레 서양 작곡가의 이름만 빼곡했던 목차에서 윤이상이라는 우리 작곡가의 이름을 접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물론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었다면 더욱 감동이었겠지만. ;)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에는 작곡가의 작품 설명 중 유난히 현악사중주 작품에 대한 소개가 많은 걸 볼 수 있다. 그에 대해 저자는 책의 머릿말에서 클래식 음악 중에서 실내악, 그중에서도 걸작이 가장 많이 모여있다는 현악사중주(String Quartet)의 길을 따라 독자를 안내할 것임을 미리 밝혀놓았다. 그 이유로는 현악사중주 안에는 독주에서 오케스트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담겨있으며, 클래식 음악이라는 숲에 들어가기에 정말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이며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인 '코르텟티스트(Quartetist, 광대한 음악 장르 중 특히 '현악사중주'를 최고의 음악으로 신봉하는 사람들)'인 저자의 현악사중주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기 전에 이점을 먼저 기억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은 책소개처럼 파격적이거나 기발한 강의는 아니었지만(그가 실제로 강의하는 방송은 또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책의 설명기법은 그랬다), 쉬운 용어와 상세한 설명으로 클래식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는 문외한들조차도 무리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하는 책이다. 가끔 등장하는 단정적인 표현과 자신이 리더로 있는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에 대한 과도한 언급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클래식 입문을 즐기는 데 큰 불편을 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흔히 클래식은 소위 고상한 음악이며 생활과는 동떨어진 옛날 음악이라 생각하며 거리감을 두곤 한다. 그러나 알고보면 휴대폰 벨소리에서부터 초인종 소리, 영화나 드라마 또는 광고의 배경음악,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클래식은 이미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음악이다. '클래식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진짜 멋진 클래식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클래식 또한 대중음악처럼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즐기고자 한다면 분명 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틈틈이 저자가 소개해준 작품들을 찾아 들어봐야겠다. 그 음악들을 들을 땐 이책을 같이 펼쳐두고 저자와 나의 감상을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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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홀릭's 노트 - 집에서 즐기는 스페셜티 커피 레시피
박상희 지음 / 예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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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말에 집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책을 뒤적이다가 얼떨결에 <커피홀릭’s 노트>를 펼쳐들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내게 온 선물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그래서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했는데, 슬쩍 넘겨본 책이 너무 예뻐서.. 도저히 들춰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은 그 내용이 실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지만, 때로는 겉모습이 너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저절로 손이 갈 때가 있다. 그리고 간혹 운이 좋으면 그 내용까지 마음에 들 때가 있다, 바로 이책처럼..




커피를 마시지는 않지만 특유의 그윽한 향은 참 좋아한다. 뭐랄까, 추억속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고나 할까. 잠시 세상 근심 잊고 커피향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커피향 하니깐 생각나는데,, 어렸을 때 어른들만 마시는 커피향이 너무 좋아 커피맛이 궁금해진 나머지 엄마 몰래 엄마 커피를 살짝 훔쳐먹었던 적이 있다. 달콤한 향과는 달리 입안 가득 퍼지는 그 씁쓸함이란.. 커피맛에 대한 어린날의 환상이 깨지면서 커피와의 인연도 그렇게 멀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고딩때 시험 전날 밤을 새려고 안 마시던 커피를 마셨다가 바로 잠들어버렸던 황당한 추억과, 대학 새내기 시절 선배들이 선심쓰던 음료들이 죄다 커피였던 까닭에 매번 거절하며 속쓰려 했던 기억과, 엠티 때 보리차 대신 마셨던 연한 아이스커피의 구수함이 겨울날 캔커피의 온기에 의지해 언 손을 녹였던 아련함과 함께 남아있는 걸 보면 나도 커피에 대한 추억이 전혀 없는 건 아니구나,, 싶다.  




개인 홈페이지 www.munge.co.kr 를 운영중인 저자인 만큼 책은 그녀의 일러스트들로 한가득 채워져있다. 컬러풀한 색상의 지면과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귀여운 일러스트들이 가득한 책은 보기만 해도 신이 난다. 사진 대신에 지면을 채우는 그녀의 빼곡한 그림 설명들 또한 이책을 더욱 사랑스럽고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커피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책의 내용이 그리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더라도,, <커피홀릭’s 노트>는 커피홀릭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하나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게 만드는 앙큼한 책이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허섭하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모험가 기질의 커피홀릭인 저자가 시도하고 찾아낸 새로운 방법들이 책속 가득 빼곡하게 담겨있어 커피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들이 눈을 반짝일 만한 내용이 실한 책이다.


표지의 ’집에서 즐기는 스페셜티 커피 레시피’라는 부제처럼 이책에는 집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커피의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은 커피전문점에 있는 여러 값비싼 도구들을 갖추지 않아도 집에 있는 잡다한 물건들을 이용해 얼마든지 근사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나같은 가난뱅이들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물론 귀차니스트에겐 예외지만..)




책에 소개된 저자만의 인상적인 방법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드립 커피..



커피메이커가 없으면 절대 원두커피를 마실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소식, 바로 그 어떤 도구도 없지만 커피 필터 하나만으로도 초간단 드립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입으로 전해전해 들은 적은 있어도 책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는. ;)

드립 커피 만드는 방법에서 저자는 최상의 조건에서 최저의 상황으로 점점 범위를 좁혀가는 점강법 설명을 시도한다. 최상의 드리퍼와 드립 서버를 갖춘 상태에서 커피를 내리는 방법으로 시작해 저렴한 가격의 도구 또는 모양은 빠지지만 그것들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싸구려 도구 응용법을, 드립 서버가 없을 때는 드리퍼와 종이 필터로, 거기에 드리퍼가 없을 때는 종이컵과 종이 필터로,
드리퍼를 대신할 종이컵마저 없을 때는 종이 필터 만으로, 그리고 그것마저 없이 달랑 커피만 있는 악조건 일 때도 그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점점 열악해지는 상황과 그에 대처하는 방법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하고 동조하게 만든다.




그중 초간단 방법인 종이 필터만으로 커피 만드는 방법!

1. 종이 필터와 커피를 준비한다.
2. 종이 필터에 커피를 담고 약봉지처럼 감싸 티백처럼 커피백을 만든다.
3. 스태플러로 찍어주면 한결 편리하다.
4. 적당히 우려낸 뒤 마신다.

☞ 주의 - 이때 종이 필터는 (밑이 봉해진) 바스켓형을 쓴다. 
             만약 (밑이 뚫린) 깔때기형을 쓰면 필터 속의 커피가 터져버릴 것이다. 펑!하고.


종이 필터만으로 초간단 커피 만들기 방법을 보다보니 예전에 봤던 영화 <좋지 아니한家>가 떠올랐다. 커피 가게의 젊은 사장에게서 원두커피를 선물로 받은 엄마가 커피메이커 대신 채에 종이 필터를 얹어 커피를 걸러 마시며 분위기를 잡던 장면이.. 그걸 보면서 오래전 친구가 준 원두커피 가루를 마실 방법이 없어 끝내 버렸던 게 생각나 슬쩍 웃음이 났다. 물론 거기엔 커피를 안 마시는 나와 커피믹스를 사랑하시는 부모님의 조합이 살짝 문제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종이 필터마저 없는 상황에서도 만들 수 있는, 더이상 간단할 수 없는 초초초간단 방법!

1. 머그잔에 커피를 담고 뜨거운 물을 붓고 막대기로 젓는다.
2. 3-5분 후 커피가 우러나면 커피 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
3. 스푼으로 윗부분에 떠 있는 커피를 걷어낸다.
4. 마신다.

☞ 커피 전문가들이 원두의 퀄리티를 테스트하는 ’커핑’을 응용한 방법으로
이보다 더 원초적인 커피 본연의 맛은 없다고..;

이것보다는 좀 더 손이 많이 가지만 종이컵의 밑바닥을 뚫어 드리퍼 대신 사용하는 방법도 쉽고 간편하다. 돈 안 들이고 손쉽게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밑져도 본전은 충분히 건질 수 있는 멋진 방법이 아닐런지.




이번엔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이기에 드립 커피와 에스프레소의 차이를 이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무식하다고 해도 괜찮다. 아직 내 주위엔 커피를 마시면서도 둘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니까. ;)

사진의 왼쪽은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그림이고,
오른쪽은 공기압을 이용하는 에스프레소의 원리를 응용한 주사기 에스프레소의 그림이다.

이 주사기 에스프레소는 책의 뒷면에 자랑스레 소개될 만큼 저자의 대표급 자랑스런 독특한 방법인데 압력에 의한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은 물론이고, 에스프레소의 생명인 크레마도 제법 먹음직하게 뽑아낼 수 있단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주사기를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만들다니, 또 그맛이 꽤 근사하다니.. 정말 궁금한걸!




그럼 주사기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198~200 쪽)

1. 50ml용 주사기를 준비한다. 실제로 담을 수 있는 용량은 60ml로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만들기에 퍼펙트한 사이즈다.
주사기 바늘을 연결하는 구멍이 작으므로 송곳으로 작은 구멍을 하나 더 내준다. 주사기 바늘은 필요 없다.

 
2. 드리퍼용 종이 필터를 반으로 뜯고 대강 접어 주사기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주사기 안쪽 끝에 평평하게 넣어질 때까지 플런저로 눌러준다.
평평하고 꽉 끼게 종이 필터를 넣는 것이 관건이다. 종이 필터가 삐뚤어지면 안 된다.
 
3. 주사기 안에 커피를 7~10g 넣고, 적정 온도의 뜨거운 물을 60ml 표시선까지 붓는다.
물이 들어간 순간부터 필터를 통과한 물이 구멍을 통해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주사기를 컵에 대고 작업을 실행한다.
막대기로 커피와 물이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젓다보면 약 10~20ml 가량의 커피물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주사기 안에 충분한 공기 공간이 확보된다.
 
4. 플런저를 꽂고 서서히 힘을 주어 누른다. 이때 커피가 너무 곱게 갈리면 압력이 높아 누르기 힘들다.
 
5. 물이 다 빠져나가고 나면 공기가 커피를 통과해 주사기로부터 다 빠져나갈 때까지 플런저를 있는 힘껏 밀어낸다.
바로 이 과정이 크레마를 짜내는 것. 크르르르르~ 하며 크레마가 나오면 완성.
커피를 다 짜내고 플런저를 뽑으면 종이 필터와 커피가 깨끗하게 중간까지 밀려나온다.
주사기 입구를 쓰레기통을 향하게 하고 구멍을 통해 입으로 있는 힘껏 불어 떨어뜨리면 끝! 찌꺼기는 물로 헹구면 된다.



 → 출처 : 위즈덤하우스 카페

주사기 에스프레소 만드는 과정을 담은 너무 귀여운 플래쉬가 있길래 위즈덤하우스 카페에 있길래 담아왔다.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신나는 음악도 함께 흐르고 있으니 살짝 스피커를 켜보시길~ ;)




마지막으로 홈 로스팅..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 중에서도 갓 볶은 원두를 갈아 커피를 뽑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그 궁극의 맛을 집에서 만들기 위해 저자는 도전한다, 홈 로스팅을..

원두를 볶는 과정인 로스팅을 집에 있는 도구들로 하는 방법이 여럿 등장한다.
수망, 가마솥, 오븐 등을 동원하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에 확~ 박힌 것이 바로 양편팬과 미니 밥솥!




왼쪽은 고기를 굽는 양면팬으로 10여분간 들썩들썩, 오른쪽은 초간단 미니 밥솥의 뚜껑과 몸체를 잡고 흔드는 방법으로 홈 로스팅을 하는 방법을 설명한 그림이다. 둘 중에서 저자가 적극 추천하는 미니 밥솥을 이용한 홈 로스팅 방법(2번)을 살펴보자. (329~330 쪽)

우선 홈 로스팅에 좋은 미니 밥솥은 취사와 보온이 다 되는 좋은 전기밥솥 말고 취사만 가능한, 버튼을 누르면 밥이 되는 기능 외에 다른 기능은 전혀 없는, 유리 뚜껑은 그저 덮어주는 역할만 할 뿐 진공과는 상관없는 간이 밥솥이 좋단다.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벼워 로스팅 하기엔 안성맞춤이라고.
 
1. 버튼을 눌러 예열을 한다.
2. 밥솥이 어느 정도 가열되면 커피를 넣는다.
3. 오븐 장갑을 끼고 뚜껑과 손잡이를 잡고 지속적으로 흔들어준다.
4. 1차 팝핑, 2차 크래킹이 진행되면 채프와 연기가 날리기 시작한다.
5. 뚜껑이 투명하며 안을 직접 육안으로 진행정도를 확인해 가면서 적당한 로스팅 레벨에서 가열을 멈춘다.







값비싼 도구를 갖추지 않아도, 집에서 뒹구는 것들을 이용하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 도구들로도 나만의 멋진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일이다. <커피홀릭’s 노트>는 모험가 기질의 커피홀릭인 저자의 투철한 실험정신 덕분에 커피 전문점이 아닌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이 가득 담겨있다.

또한 이책에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 뿐만 아니라 그외 커피에 대한 상식과  커피를 만드는 도구의 종류, 원두 커피의 원산지와 그에 따른 맛 등 커피에 대한 여러 유용한 정보들도 싣고 있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들을 통해 다양한 커피의 세계를 소개하고 커피와 한결 친숙해지게 도와주기도 한다. 맛있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주머니가 얇은 가난한 커피홀릭이?? 방법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무척이나 반가운 책일 듯 하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커피의 종류나 도구, 과정 등에 관련된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조차 없이 첫 문장부터 자유롭게 구사되는 관련 용어들 덕분에 뒤에 본격적인 설명 부분이 나오기까지 그 단어들을 만날 때마다 머리에 의문부호를 띄우며 책장을 넘겨야 했다. 한글로 표기된 영어들이 대부분이라 대충 어림짐작으로 유추할 수 밖에..

물론 본문의 해당 내용에 들어가면 관련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잠깐이나마) 나오긴 한다. 그러나 나같은 문외한이나 이제 막 커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초보자인 독자들을 위해 책의 시작 전에 관련 용어들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런지. 독자들이 모두 저자와 같은 기본 지식을 갖춘 것은 아닐 텐데, 초보 커피홀릭에 대한 저자의 배려가 부족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또한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귀엽고 깜찍한 삽화들은 글을 시각화 해서 내용 이해를 한층 쉽게 해주었지만, 책속 삽화에 적힌 글자에서 한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영어로만 표기되어 있다.
물론 영어라고 해봐야 기본적인 단위나 명칭 정도이긴 하지만, 또한 원어 명칭에 충실하려 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글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내용임에도 굳이 영어 표기를 고집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삽화 곳곳에 박힌 (한글이 아닌) 영어들로 인해 ’폼’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일러스트가 산만해 보여 개인적으론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커피홀릭’s 노트>는 꽤나 사랑스러운 책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음에도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칭찬해 마지않는 그녀가 직접 뽑은 커피들을 마셔보고 싶어졌고, 책속에 들어있는 갖가지 방법들을 따라 직접 커피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도 치솟았다.

커피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나만의 방식으로 색다른 커피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커피홀릭인 저자의 노트속에 담겨있는 커피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향긋하고 맛깔스러울 것이다. 커피에 관심없었던 이들도 이책을 읽다보면 커피에 관심이 새록새록 돋아나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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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맛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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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종, 최근 한국소설을 자주 접하고는 있지만 내겐 아직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아홉 가지 이야기가 담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단숨에 그녀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첫 장을 넘기고 첫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첫눈에 반해버렸고, 아홉 가지의 색다른 이야기를 맛보면서 사랑에 빠져버렸다. 마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처럼 나 또한 그녀가 건넨 <사과의 맛>을 연신 입맛을 다시며 맛있게 읽어내렸다. 물론 나는 백설공주처럼 쓰러지지도 오래 잠들지도 멋진 왕자를 만나지도 못 했지만, 그대신 빛나는 작가 오현종을 만나는 행운을 잡았다. 책을 펼칠 때의 놀라움이 책을 덮을 때까지 이어지는 즐거움이란! 간만에 만난 톡톡튀는 단편집이었다.

독특한 시선, 신선한 감각으로 그러나 차분하고 내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녀의 글은 참 재미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최소한 그 단편은 끝을 내야 책을 덮을 수 있게 만든다. 읽는 재미 뿐만 아니라 그속에서 생각하고 고민할 것들을 하나둘 던져준다. 작가는 동화를 모티브로 하되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속에 현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래서 독자들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이나 상상으로 채워진 주인공들에게조차 거부감보다는 동시대의 풍경을 발견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속에 펼쳐지는 현실의 고단함은 어느새 내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오현종의 새로운 단편집 <사과의 맛>에는 제각각 다른 맛을 내는 아홉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단편 「상추,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의 집」, 「수족관에는 인어가」, 「연못 속에는 인어가」 등은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너무나 유명한 동화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러나 동화를 모티브로 한다고 해서 결말까지 동화와 같진 않다. 「상추, 라푼젤」은 동화를 유쾌하게 배반하고, 「헨젤과 그레텔의 집」은 버려진 아이들 대신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대는 가족을 보여주며, 「수족관에는 인어가」와 「연못 속에는 인어가」에는 슬픈 사랑 대신 비참한 삶에 허덕이는 ’인어’가 등장한다.

숱하게 들어왔던 익숙한 동화들은 작가 오현종의 손을 거치면서 멋지게 변주되어 현실의 옷을 입는다. 손자를 보느라 늙어서까지 꼼짝 못하는 이 시대의 부모님들, 숨쉬기조차 벅찬 현실에 밀려 버려진 노인들, 가족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장애우, 외국으로 시집와 외로움에 눈물 흘리는 외국인 신부 등 고단하고 남루한 일상이 담긴 현실의 풍경들이 이야기속에 흩어진다. 출발점은 동화지만 도착점은 현실인, 동화 비틀기와 미묘한 어울림을 맛보게 한 이책의 단편들은 신선한 충격이자 즐거운 만남이었다. 

위의 단편들 외에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연금술의 밤」, 유산에 눈이 멀어 패륜을 저지르는 「열역학 제2법칙」, 우주시대에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로봇이 등장하는 「창백한 푸른 점」, 줄타기와 첫사랑을 놓지 못하는 「곡예사의 첫사랑」,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닭과 달걀」 등도 모두 맛깔스럽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은 소재들을 작가는 예의 그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한 이상 독자들은 그 유혹을 뿌리칠 재간이 없다. 또한 한 편 한 편 자신만의 개성을 톡톡 터트리는 아홉 편의 이야기들와 그속에서 발견하는 우리들의 초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과의 맛>은 간만에 맛본 아주 짜릿한 맛의 단편집이었다.



보통 단편집들의 제목은 책에 수록된 단편 제목 중 하나를 내거는 게 일반적이기에 <사과의 맛> 또한 동일 제목의 단편이 책에 담겨있을 거라고 짐작했었다. 그 이야기는 아마도 동화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뻔한 추측까지. 그러나 섣부른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책속엔 「사과의 맛」이란 단편도 없고, 더구나 그 유래는 『백설공주』와는 아무 상관도 없음이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책 제목의 탄생을 밝히는 작가의 말이 참 근사해서 옮겨본다.
- '사과의 맛은 사과 자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먹는 사람 입 안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맛은 사과와 먹는 사람 간의 접촉을 필요로 한다'라고 보르헤스가 인용했던 버클리 주교의 말을 종종 생각합니다. 기적이란 건 이 아홉 편의 이야기에 존재하는 것도, 나와 당신에게 각각 존재하는 것도 아니겠지요. 책갈피를 뒤적여 기적을 만들어준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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