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 캠핑 it's camping - 초보 캠퍼를 위한 캠핑 가이드&캠핑지 100선
성연재 외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대학 시절 아마추어천문관측회, 즉 별 보는 동아리에서 활동했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리답게 별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신 선배님들은 관측 조건이 좋은 산위에 허름하나마 아늑한 임시관측소 건물을 남겨주셨고, 덕분에 후배인 우리들은 밤이슬 맞으며 잠들지 않아도 되는 호사를 누리며 마음껏 별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잠자리가 해결되는지라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망원경과 배를 채울 음식 몇 가지를 챙겨들고 산으로 임시관측회를 떠나는 게 우리들의 일상이었다. 

또한 분기마다 전체 회원이 함께 하는 정기관측회를 떠났는데, 특히 날씨가 춥지 않은 여름철에는 캠핑을 하기도 했었다. 조마다 준비해 온 텐트를 치고 버너로 음식을 하고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가도, 해가 지고 어스름이 짙어지면 다같이 모여 메시에 마라톤이나 관측 스케치 등에 몰두했다. 관측이 끝나면 캠프파이어 주위에 둘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한켠에서는 밤하늘의 별들을 이으며 별자리를 찾고, 그러다 운이 좋으면 반짝이는 별똥별을 만나기도 한다. 가야산 밤하늘을 길게 가르던 은빛의 거대한 별똥별을 보며 다같이 탄성을 내지르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태어나서 그렇게 크고 빛나는 별똥별은 본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캠핑,하면 아름다운 자연과 자유와 캠핑의 꽃인 캠프 파이어는 물론이고 더불어 밤하늘을 수놓는 보석같은 별이 함께 떠오른다. 아마 대학 시절의 추억들 때문이리라. 밖에서 자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가진 장비도 별로 없어 캠핑을 가본 적은 거의 없지만, 한때의 얕은 경험이 남아 캠핑은 내게 로망으로 남아있다. 캠핑 마니아들처럼 겨울철 스노우캠핑까지 도전하진 못하겠지만, 여름철에는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잡은 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누구 마음맞는 사람만 만난다면 당장이라도 내 안에서 뛰쳐나올 듯이 말이다.

그런 내게 올해는 기회를 직접 만들어 보라는 듯이 내 안의 로망을 부추기는 책을 만났다. 『it's camping! (그리고책, 2009)』, 초보 캠퍼를 위한 캠핑 가이드& 캠핑지 100선이 담겨있는 책이란다. 많은 이들이 떠날 준비를 하는 이 계절에 너무나 잘 맞춰 나온 책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초보 캠퍼를 위한'이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 생각은 있지만 실천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나같은 무수한 '초보 캠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카피임에 분명하다. 

『it's camping!』은 캠핑에 빠진 네 명의 캥핑 마니아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책은 크게 캠핑을 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과 캠핑 명소, 캠핑장에서 쉽고 맛있게 할 수 있는 요리, 기타 대한민국 캠핑지에 대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워밍업에 해당하는 첫 번째 꼭지에서는 캠핑만이 가진 매력과 캠핑 노하우, 각종 캠핑용품에 대한 설명, 캠핑사진 잘 찍는 법, 전국의 축제와 캠핑장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을 실어놓았다. 캠핑장 요리가 소개된 꼭지에서는 간단한 재료와 손쉬운 방법으로 야외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요리들을 간단히 소개해 놓았다. 캠핑 갈 때 요리 재료와 함께 이책을 꼭 가져가고 싶게 만드는 부분이다. 

캠핑 명소 52곳에 대한 내용은 이책의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캠핑 고수들이 뽑은 만큼 소개된 캠핑장들은 제각각의 매력을 뽐낸다. 각각의 캠핑장은 지면 2장, 대여섯 장의 사진, 한장 정도의 글, 간략한 기본 정보들로 꾸며져 소개되어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며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하고 매력적인 캠핑장들이 있었나 하고 새삼 감탄하게 된다. 특히 바닥이 비쳐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매력적인 덕산기 계곡이나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그림같은 풍경을 즐길 수 있게 캠핑카가 있는 망상 오토캠핑장,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 좋다는 소백산 삼가 야영장 등은 꼭 한 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다만 본문 중 앞서 설명이 안 된 전문용어들이 가끔 튀어나와 조금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그러나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소제목에는 캠핑장의 이름만 적혀 있는데, 이왕이면 옆에 지명까지 함께 적어주면 좋겠다. 집 근처의 가까운 캠핑장을 찾을 때엔 소제목만 보고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뒷쪽의 정보면을 찾으면 다 나오지만, 매번 찾아보기엔 조금 번거로운 면이 있다. 캠핑장 소개에 실린 글은 그곳의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개인의 경험을 적어두어 읽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나같은 초보의 입장에서는 각 캠핑장 매력의 차별점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번거롭지만 자연이 주는 매력을 온몸으로 담뿍 머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캠핑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제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이번 여름엔 텐트와 간단한 음식을 싣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캠핑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디로 떠날까 아직 결정하지 못해 고민 중이라면 이책이 캠핑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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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 - Running turtl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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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에서 지독한 '아귀'를 인상깊게 연기해 주목받았던 배우 김윤석은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를 통해 명실공히 그해 최고의 배우로 거듭나며 그해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독차지했다. 화제의 중심에 섰던 그는 차기작으로 <거북이 달린다>를 선택했다. 그렇게 <거북이 달린다>는 <추격자> 김윤석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러나 <거북이 달린다>의 시놉시스를 보고는 곧 궁금증이 일었다. <추격자>에서 전직 형사 출신의 보도방 주인 역을 맡았던 김윤석은 차기작 <거북이 달린다>에서 또 형사였다. 물론 도시의 전직 형사가 아닌 시골의 현직 형사지만 형사라는 직업이 겹쳐지면서 은연중에 캐릭터도 겹쳐졌다. 게다가 또 누군가를 뒤쫓는다. 이번에는 연쇄살인범이 아닌 탈주범이다. 이야기의 세부 사항이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뒤쫓는 형사'라는 것만으로도 <거북이 달린다>는 여러모로 김윤석의 전작이자 출세작인 <추격자>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추격자>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거북이 달린다>는 <추격자>와의 비교를 면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왜 연이어 비슷한 캐릭터를 선택한 걸까? 의문이 사그러들질 않는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면 그 의문은 너무나 쉽게 풀린다. 어쩌면 그런 의문을 풀고자 영화관을 찾은 사람도 있지 않을런지(그게 바로 나다;;). <거북이 달린다>에서 김윤석이 연기하는 조필성은 틈틈이 뒷돈도 챙기고 적당히 농땡이도 치는 세상 때묻은 형사다. <추격자>의 악질적인 전직 형사보다는 <투캅스>에서 안성기가 연기한 유들유들한 형사를 떠올리게 한다. 거기에 농촌이 배경이다 보니 시골 사람 특유의 느릿하고 약간 어수룩한 사람 냄새가 더해진다. 결정적으로 그의 곁에는 가족이 있다. 빚에 찌들려 늘 그를 구박하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아빠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믿는 딸도 있다. 가족은 그에게 힘이고 살아갈 이유다. 직업은 같은 형사지만 속은 전혀 다른 사람인 것이다.

<거북이 달린다>에서도 누군가를 뒤쫓는다. 이번에는 자신의 돈가방을 가로챈 탈주범이다. 간만에 못난 남편에서 벗어나 가족들에게 떵떵거리며 큰소리 칠 기회가 생겼는데 탈주범이 그걸 홀라당 뺏어가버렸다. 자신의 피같은 돈을 죄다 빼앗기고 다시 찾을 방법이 묘연해지자 거액의 보상금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형사로서의 사명감이라기 보다는 잃어버린 돈가방을 찾기 위해 악착같이 탈주범을 뒤쫓는다. 동료 형사들을 피해 다니고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도 멈추지 않는다. 탈주범에게 잃어버린 돈가방은 단순히 돈 그 자체가 아니라 가족에게 잃어버린 신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을 번번이 작은 실수로 놓쳐버린다. 그러나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끈질긴 추적은 계속된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도, 더불에 그에 따른 어떤 기대도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러 갔다. 단지 아는 것은 김윤석이 출연하고, 그가 시골 형사로 나오며 탈주범을 뒤쫓는다는 것 정도? 탈주범을 뒤쫓는 시골 형사라길래 전작 <추격자>처럼 살떨리는 스릴러는 아닐까 걱정하며 조금 심드렁하게 영화관으로 들어섰는데 이게 웬 걸, 액션을 가장한 유쾌한 코미디였다. 덕분에 상영 시간 내내 박장대소하다 유쾌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

<거북이 달린다>는 배우 김윤석의 차기작,이라는 이유로 가장 먼저 관심을 받았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잘 만든 영화다. 논과 밭이 펼쳐지고 소싸움 축제를 벌이는 한가롭고 단조로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장진식 유머가 생각나는 듯한 엇박자 유모들이 적제적소에서 빛을 발해 빵빵~ 터져주고 스토리의 흐름도 자연스럽다. 인터뷰 기사를 보니 이연우 감독이 자신의 고향에서의 경험들이 시나리오에 많이 투영되었단다. 그래서 <거북이 달린다>는 충남 예산이라는 지역적 색깔이 영화와 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감독의 연출 못지 않게 이 영화에서 배우 김윤석을 빼놓을 수 없다. 오히려 가장 먼저 그를 주목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거북이 달린다>는 <추격자>로 떠오른 김윤석의 차기작이라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작들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충분히 과시한 그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전작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걷어낸 김윤석은 느릿한 충청도 사투리와 어수룩하고 허점많은 시골 형사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김윤석 못지 않게 이 영화를 빛낸 인물들은 바로 필성의 어린 딸과 필성을 도와 탈주범을 함께 뒤쫓는 친구 용배 패거리들이다. 그들의 천연덕스런 연기는 이 영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부분의 웃음을 생산해낸다. 특히 하는 행동마다 웃음을 던져주는 용배 패거리들은 오랜 연기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라 더욱 실감난다. 탈주범 송기태로 악역으로 나선 정경호의 연기 또한 나쁘지 않다. 절제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그의 연기는 정경호라는 젊은 배우의 가능성을 가늠해보게 한다. 김윤석의 상대역이라는 이야기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견미리의 연기 또한 그녀의 오랜 연기 경력을 생각해보게 했다. 앞으로 스크린에서 그녀를 좀더 자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에 제목이 <거북이 달린다>라길래 거북이처럼 느리게 가면 어쩔려고 저런 제목을?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트랜스포커2가 전체 스크린의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이는 지금도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끈질기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느리지만 끈질기게 나아가 마침내 토끼보다 더 먼저 정상에 닿았던 거북이처럼 <거북이 달린다>도 대형 헐리웃 블록버스터라는 토끼에게 귀죽지 않고 계속 끈질기게 버텨주어 계속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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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 남자가 한강 다리의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갚을 빚이 2억이 넘는다는 안내 전화를 끊으며 결심을 굳힌 남자 김씨, 다리에서 뛰어내린다. 그런데 이 남자,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다시 살아난다.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남자 김씨가 표류한 곳은 바로 한강의 밤섬. 생태보호구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일명 '무인도'다. 바로 위 다리에는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한강에는 유람선이 지나가며, 강 건너 편에는 63빌딩을 비롯한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숲이 있건만 그 누구도 절박한 그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분명 도시 안에 있지만 그 누구도 없는, 그곳은 무인도다.

절망에 빠져 다시 자살을 시도하려던 남자 김씨는 극심한 복통과 설사, 배고픔,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샐비어(사루비아)의 달콤함 등 동시다발적으로 밀려드는 상황과 감정 속에 목놓아 운다. 그러다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죽는 일'을 조금 미루고 일단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한강물로 갈증을 이기고(바닷물이 아닌 게 천만다행!) 먹을 것을 찾아 밤섬 곳곳을 탐험한다. 시행착오 끝에 물고기나 새 등을 잡아 오랫만에 단백질도 보충하고 강물에 떠밀려 온 온갖 쓰레기들을 재활용하는 센스를 보이는가 하면, 부서진 오리배로 오랜 내집 마련의 꿈을 대체한다. 아무도 없는 밤섬에서의 '완벽하게 심심한' 생활에 적응하던 남자 김씨에게 어느날 한 줄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HELLO'


한 여자가 컴컴한 방구석에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마우스는 여러 개의 미니홈피를 순례하며 '모니터속 그녀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것들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리며 리플을 살핀다. 하루종일 싸이질에 여념이 없는 그녀, 여자 김씨다. 현실의 그녀는 3년 째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은둔형 외톨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다르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 미니홈피 메인에는 얼짱녀의 사진이 걸려있고 미니홈피 순례에서 발견한 명품 쇼핑 사진으로 순식간에 신상녀로 변신한다. 자신을 감출 수 있는 온라인은 여자 김씨에게 환상의 세계이자 또다른 현실이다.

미니홈피를 꾸미고 달사진을 찍는 일이 전부인 여자 김씨도 세상 구경을 할 때가 있다. 일 년에 딱 두 번, 사람들이 사라지고 온전히 조용해지는 그때, 바로 민방위 훈련 경보가 울리는 20분간이다. 경보가 시작되면 꼭꼭 닫아두었던 커튼과 창문을 열고 망원렌즈로 세상을 엿본다. 한산해진 길거리와 운동장, 한강 다리 등을 살피다 밤섬 어귀에 새겨져 있는 'HELP'를 발견하곤 화들짝 놀란다. 외계 생명체가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 여자 김씨는 조심스레 밤섬을 관찰하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혼자 꼬물거리는 '변태' 외계인의 메시지가 'HELP'에서 'HELLO'로 바뀌던 날 그에게 리플을 달아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로선 큰 용기가 필요한 오랜만의 외출을 감행한다.


이해준 감독이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괜찮은 영화 한 편을 들고서.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유쾌한 웃음에 찡한 감동으로 버무려낸 <천하장사 마돈나>를 첫 데뷔작으로 내놓으면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이해영, 이해준 감독. 이름도 비슷한 이 두 젊은 감독은 이후 각자의 영화를 준비했었다. 이해영 감독은 강풀의 인기 연재 만화 <26년>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준비중이라길래 언제 완성될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우익단체들의 압력으로 자금난에 빠져 촬영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져 참 안타까웠다. 다행히 이해준 감독은 자신의 새로운 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그것도 꽤나 참신하고 가슴 찌릿한, 남 이야기 같으나 사실은 우리들의 이야기인 그런 영화를 들고 말이다.

처음 <김씨표류기>의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 자연스레 톰 행크스의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 : Cast Away>가 떠올랐다. 무인도에 표류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꽤나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두 영화는 비슷한 듯 다르다. <캐스트 어웨이>의 척 놀랜드가 예기치 않은 비행기의 추락으로 문명과는 동떨어진 남태평양의 무인도에 떨어진다. 그저 망망대해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와 달리 <김씨 표류기>의 남자 김씨는 냉혹한 사회에 등떠밀린 채 자살을 시도하다 도심 한가운데 존재하는 무인도 밤섬에 표류한다. 돌아갈 방법이 없는 무인도이긴 하지만 바로 눈 앞에 도시의 그것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안 보여서 못 돌아가는 것과 눈 앞에 보이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분명 다르다.

또한 척은 무인도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벗어나야 할 공간으로 여기지만, 남자 김씨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밤섬에 머물기를 원한다. 산더미 같은 빚과 떠난 애인과 점점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게 만드는 강 건너 세상에서 벗어나 완전한 심심함 그 자체인 밤섬에서의 느린 삶에 남자 김씨는 점점 적응해가며 행복을 느낀다. 물론 외롭기는 둘 다 마찬가지지만. 그러나 머물고 싶든 그렇지 않든, 자의든 타의든 결국 그들은 다시 자신들의 자리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척과 김씨 모두 예전의 그들이 아니다.


'도심 무인도라이프'를 표방하는 <김씨표류기>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무인도라는 기발한 소재에서 시작한다. 이해준 감독은 한강 다리 밑의 밤섬을 내려다보다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 시민이 아닌, 그래서 아직 한강 주변을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던 나는 한강에 '밤섬'이라는 생태보전지구 무인도가 존재하는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도심 한 가운데 있는 무인도라니. 영화를 보면서도 참 절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도심에 존재하고는 있으나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곳, 누가 있는지 알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는 곳. 무인도는 남자 김씨가 표류한 곳이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제각각 표류하고 있는 장소인 셈이다.

마냥 웃기는 영화일 거라 생각했는데 <김씨표류기>는 웃음과 함께 반성과 공감과 감동을 함께 버무려 주는 영화였다. 남자 김씨를 한강 다리의 끝으로 밀어낸 것은 무엇일까. 회사의 파산과 퇴직, 감당할 수 없는 빚과 대출 이자, 학력만 따지는 좁은 취업문 등 바로 우리 사회인 것이다. 이런 비정한 사회가 김씨로 대표되는 우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다. 한강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자신의 대출 빚을 듣거나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면서 애인의 이별 통고를 듣는 남자 김씨의 처절한 모습 위에 우리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그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밀려나 무인도 밤섬에 표류한 남자 김씨와 사회에서 따돌려져 온라인이라는 가상 세계를 표류하는 여자 김씨. 타인과의 소통을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두 김씨가 조금씩 서로에게 접근해 소통을 시도한다. 그리고 짜파게티의 짜장 소스가 전해준 짜장면이라는 이름의 희망이 남자 김씨를 일으킬 때 그 희망의 바이러스가 여자 김씨에게도 전해진다. 그리고 여자 김씨는 남자 김씨를 만나기 위해 드디어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다. 세상에서 밀려나거나 거부당한 두 김씨가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장면을 통해 그들의 희망이 암울한 시대에 사는 스크린 밖의 우리들에게도 전해져 온다.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처럼 이해준 감독은 <김씨 표류기>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우리 삶의 아픈 면을 건드리면서도 웃음과 배려를 잃지 않는다. 벼랑 끝에 몰려 자살을 택하지만 도심 속의 무인도 밤섬에 표류된 채 격리된 삶을 살게 된 남자 김씨를 온몸으로 열연한 정재영은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다. 웃음과 눈물, 감동과 희망을 그만의 색깔로 녹여낸다. 은둔자 여자 김씨를 연기한 려원 또한 특유의 환자 포스를 제대로 발휘하며 제몫을 해낸다.


<김씨표류기>는 도심 속의 무인도와 가상 세계에서 표류하는 두 김씨를 통해 우리 시대의 문제점과 아픔을 집어내면서도 끝까지 두 주인공들을 통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감독은 두 김씨를 통해 이 시대를 표류하는 우리들에게 힘을 내라고,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살며시 어깨를 두드려준다. 기발하고 참신하며 웃기면서도 감동적인 따듯하고 착한 영화, 그게 바로 <김씨표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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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io 2009-07-0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봤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다시 그 때 생각이 나네요. 무척 즐거웠었는데 이 글 역시 무척 재미있습니다. 좋은 시선으로 리뷰를 완성하셨네요. 리뷰 당첨 축하드립니다.

simple 2009-07-20 01:20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인데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댓글이 너무 늦어버렸네요. ^^;
영화 무척 재미있었는데 의외로 흥행이 크게 안 되서 아쉽더라구요.
7급 공무원의 코믹함과 박쥐의 화제성에 조금 처지긴 해도 작품성은 못지 않은 영화인데..
보다 많은 이들과 만나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쉬워요.
아, 그리고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8 - 현대가 두 얼굴로 나타나다 (1910년~)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8
정범진 글, 김재홍.김수현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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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08 : 현대가 두 얼굴로 나타나다 | 정범진 글 | 김재홍, 김수현 그림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최근 들어 역사의 재미에 관심을 두고 틈틈이 관련 책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었나 싶을 때가 많다. 학창시절 교실에 앉아 선생님이 부르는 대로 밑줄 긋고 별표치며 외웠던 역사가 아닌 좀 더 능동적으로 읽는 역사 이야기는 소설 못지 않게 재미있고 오히려 그보다 더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그때 역사에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건 전체의 흐름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고리로 연결된 인류의 역사를 시험 범위에 따라 토막토막 공부했던 까닭에 가장 중요한 흐름을 놓쳤고, 그래서 그저 수많은 연대표로 채워진 과목으로만 기억되는 것 같다.

인류의 역사는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환시킨 큰 사건과 거기에서 파생된 다양한 일들의 상호작용으로 엮어져 왔다. 한국사든 세계사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역사를 제대로, 그리고 재미있게 공부하려면 시대를 관통하는 전반적인 흐름들을 파악하고 큰 획을 그은 사건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큰 뼈대만 그릴 수 있다면 그 위에 다양한 살들을 붙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주요 사건들을 위주로 시대의 흐름을 잘 짚어주는 책을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초딩인 조카들에게 줄 책을 찾다가 요즘 어린이 도서들의 수준에 새삼 놀랐다. 주요 대상은 어린이들이지만 어른인 내가 봐도 손색없을 정도로 내용이 알찬 책들이 참 많았다. 얼마전 완결된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시리즈(웅진주니어)』 또한 그 중 하나다. 초딩 고학년에 접어든 조카에게 줄 세계사 책들을 살펴보다가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는데, 구성과 내용 등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책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듯한 친근한 구어체의 문체와 친절하고도 자세한 설명, 내용의 이해를 도와주는 풍부한 사진 자료의 수록은 물론 중간중간 쉬어가는 코너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등에 대한 내용들을 수록해 두어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마주 보는'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관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유럽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기존의 서양 우위의 편향된 시점에서 벗어나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동양사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역사에도 골고루 관심을 보이며 동서양의 관점에서 함께 바라보는 세계사를 구성했다. 또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냉전 체제를 다룬 8권의 경우, 자본주의의 장점을 설파하기 보다는 각 체제의 장단점을 살피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대를 다룬 8권을 마지막으로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시리즈가 완성되었다. 선사 시대와 고대 문명에서 시작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지나온 기나긴 여정들과 수많은 이야기들이 각 시대별로 나뉘어 8권의 책들에 가지런히 담겼다. 이번에 출간된 8권 '현대가 두 얼굴로 나타나다'에서는 20세기를 이후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세기에는 어떤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으며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며 지금에 이르렀에 대해 다루며 지난날을 교훈삼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 표지부터 속지까지 줄기차게 등장해 주시는 저 빛나리 아저씨는 뉴~구?
바로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이다! (뒤에 또 나오신다!)



▲ 역사는 그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되짚고 보고 미래를 가늠하게 해준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
이책을 읽는 아이들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가 '글쓴이의 말'에 실려있다.


▲ 책의 차례. 앞으로 다룰 내용들을 사진과 함께 정리해두어 한 눈에 쏙쏙 들어오게 해두었다.


이책의 부제 '현대가 두 얼굴로 나타나다'에서 알 수 있듯이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8권』은 상반된 두 가지의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현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20세기 이후의 세계 흐름을 바꾼 최대의 사건이자 인류 최대의 재앙이었던 1,2차 세계 대전,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냉전 체제와 그 틈을 비집고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제 3세계의 비동맹주의,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사회주의 몰락, 다변화 되는 세계 속에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점과 그것을 풀어가려는 사람들의 노력 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




▲ 각 꼭지의 앞에는 전체 내용을 개략적으로 정리해두어 앞으로 만나게 될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 책의 내용이 어느 시대에 해당하는지 막대 그래프로 표시해 한 눈에 알 수 있다.


▲ 새로운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앞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주어 곧 이어질 내용의 이해를 도와 준다.


▲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쓴다고 해도 관련 용어나 인명, 지명 등은 그대로 쓸 수 밖에 없는 법.
그런 경우에는 그 단어 옆에 *표시를 해두어 왼쪽 옆에 따로 자세한 설명을 달아두었다.



▲ 다양한 사진 자료들을 풍부하게 실어 아이들로 하여금 책 속 내용을 좀 더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마틴 루터 킹 목사, 체 게바라 같은 역사적 인물은 물론
아폴로 우주선 발사나 베를린 장벽 철거 같은 역사적 현장을 수록해 두었다.


책은 크게 1차 세계 대전, 2차 세계 대전, 냉전 시대와 비동맹주의, 사회주의의 몰락과 새로운 세계화 시대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락에서 다룰 내용을 미리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앞서 살펴본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어 흐름이 이어질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있지만 어려운 용어나 낯선 이름이나 지명 등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따로 주석을 달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전쟁시 사람들의 모습이나 아폴로 우주선의 발사 현장 등 내용과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 등의 자료를 풍부하게 수록해 설명만으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준다.





▲ 각 소단락의 마지막에는 '클릭! 역사속으로'라는 작은 꼭지를 두어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알아본다.
멕시코 혁명 정신을 벽화에 옮긴 멕시코의 디에고부터 자신이 찍은 비디오로 지구 반대편의 어린이를 도운 크레이그까지
그 시대를 살아간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 대단락의 마지막에는 '아, 그렇구나!' 꼭지를 두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나 원리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놓았다.
앞선 설명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로 하여금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준다.


소단락의 마지막 부분에는 헬런 켈러, 사르트르, 티토, 전태일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꼭지를 두었고, 큰 단원이 끝나면 앞서 다루었던 중요 개념이나 원리를 한눈에 들어오게 그림으로 정리해 두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보태는 말'을 통해 글쓴이는 이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를 함께 꿈꾸고 함께 만들어 갈 때, 그것이 새로운 역사가 된다(231쪽)'는 말처럼 희망을 강조하는 당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 20세기 이후 각 대륙별 사건들이 연표로 정리되어 있다.
왼쪽에는 19-20세기 정보ㆍ통신의 역사를 그림으로 설명해 두었다.



▲ 특히나 이런 책에서 없으면 아쉬운 찾아보기 꼭지! 갑자기 궁금해지면 여기를 찾으라규! ;)


책의 뒷부분에는 20세기 이후 일어난 주요 사건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4개의 대륙별로 나누어 연도별로 정리해 둔 '연표'가 실려있다. 각 대륙의 20세기를 한번에 정리할 수 있게 해두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부분에는 '찾아보기'를 두어 각종 용어들을 자음 순서대로 정리해 두었다. 갑자기 어떤 내용이 알고 싶을 때 일일이 찾으려면 속 터지는데, 그럴 때 찾아보기 꼭지를 이용하면 바로 게임 끝이다. 간과할 수 있는 이런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챙겨주는 배려가 고맙다.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마주 보는'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관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유럽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기존의 서양 우위의 편향된 시점에서 벗어나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동양사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역사에도 골고루 관심을 보이며 동서양의 관점에서 함께 바라보는 세계사를 구성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냉전 체제를 다룬 8권의 경우, 자본주의의 장점을 설파하기 보다는 각 체제의 장단점을 살피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이책은 사건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그것을 둘러싼 직ㆍ간접적인 원인과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어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연도와 사건을 외우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인과 관계를 통한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역사적인 사건들을 기억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가며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는 점이 이책의 또다른 장점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보자면, 나라별로 충돌이 있는 부분을 다룰 때 당시의 세계 정세를 표시한 '세계 지도'를 간략하게나마 같이 실어두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세계 지도를 보며 이름으로만 접했던 나라의 위치를 익힐 수도 있고, 또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통해 각 나라의 상황을 더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지 않을런지.


친절한 설명과 다양한 사진들로 구성된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시리즈는 세계사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멋진 책이다. 책에는 나이 제한이 없고 각자 능력에 따라 소화하는 만큼 누가 보든 큰 상관은 없지만, 책에 사용된 용어나 개념 등의 수준을 생각할 때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시리즈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가끔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이런 내용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내용들이 있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반복해서 읽고 생각하면서 점차 깨달아 갈 수 있으니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알찬 내용과 구성은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어 보는 것도 이책을 읽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시리즈 (전 8권)  

01 고대 문명이 꽃피다
02 비단길이 번영을 이끌다
03 세계 제국이 등장하다
04 지구촌 시대가 열리다
05 아시아와 유럽이 서로 다투다
06 석탄과 기계가 세계를 지배하다
07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시작되다
08 현대가 두 얼굴로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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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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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해준 감독의 착한 코미디, 정재영의 눈부신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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