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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 캠핑 it's camping - 초보 캠퍼를 위한 캠핑 가이드&캠핑지 100선
성연재 외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대학 시절 아마추어천문관측회, 즉 별 보는 동아리에서 활동했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리답게 별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신 선배님들은 관측 조건이 좋은 산위에 허름하나마 아늑한 임시관측소 건물을 남겨주셨고, 덕분에 후배인 우리들은 밤이슬 맞으며 잠들지 않아도 되는 호사를 누리며 마음껏 별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잠자리가 해결되는지라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망원경과 배를 채울 음식 몇 가지를 챙겨들고 산으로 임시관측회를 떠나는 게 우리들의 일상이었다.
또한 분기마다 전체 회원이 함께 하는 정기관측회를 떠났는데, 특히 날씨가 춥지 않은 여름철에는 캠핑을 하기도 했었다. 조마다 준비해 온 텐트를 치고 버너로 음식을 하고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가도, 해가 지고 어스름이 짙어지면 다같이 모여 메시에 마라톤이나 관측 스케치 등에 몰두했다. 관측이 끝나면 캠프파이어 주위에 둘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한켠에서는 밤하늘의 별들을 이으며 별자리를 찾고, 그러다 운이 좋으면 반짝이는 별똥별을 만나기도 한다. 가야산 밤하늘을 길게 가르던 은빛의 거대한 별똥별을 보며 다같이 탄성을 내지르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태어나서 그렇게 크고 빛나는 별똥별은 본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캠핑,하면 아름다운 자연과 자유와 캠핑의 꽃인 캠프 파이어는 물론이고 더불어 밤하늘을 수놓는 보석같은 별이 함께 떠오른다. 아마 대학 시절의 추억들 때문이리라. 밖에서 자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가진 장비도 별로 없어 캠핑을 가본 적은 거의 없지만, 한때의 얕은 경험이 남아 캠핑은 내게 로망으로 남아있다. 캠핑 마니아들처럼 겨울철 스노우캠핑까지 도전하진 못하겠지만, 여름철에는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잡은 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누구 마음맞는 사람만 만난다면 당장이라도 내 안에서 뛰쳐나올 듯이 말이다.
그런 내게 올해는 기회를 직접 만들어 보라는 듯이 내 안의 로망을 부추기는 책을 만났다. 『it's camping! (그리고책, 2009)』, 초보 캠퍼를 위한 캠핑 가이드& 캠핑지 100선이 담겨있는 책이란다. 많은 이들이 떠날 준비를 하는 이 계절에 너무나 잘 맞춰 나온 책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초보 캠퍼를 위한'이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 생각은 있지만 실천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나같은 무수한 '초보 캠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카피임에 분명하다.
『it's camping!』은 캠핑에 빠진 네 명의 캥핑 마니아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책은 크게 캠핑을 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과 캠핑 명소, 캠핑장에서 쉽고 맛있게 할 수 있는 요리, 기타 대한민국 캠핑지에 대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워밍업에 해당하는 첫 번째 꼭지에서는 캠핑만이 가진 매력과 캠핑 노하우, 각종 캠핑용품에 대한 설명, 캠핑사진 잘 찍는 법, 전국의 축제와 캠핑장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을 실어놓았다. 캠핑장 요리가 소개된 꼭지에서는 간단한 재료와 손쉬운 방법으로 야외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요리들을 간단히 소개해 놓았다. 캠핑 갈 때 요리 재료와 함께 이책을 꼭 가져가고 싶게 만드는 부분이다.
캠핑 명소 52곳에 대한 내용은 이책의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캠핑 고수들이 뽑은 만큼 소개된 캠핑장들은 제각각의 매력을 뽐낸다. 각각의 캠핑장은 지면 2장, 대여섯 장의 사진, 한장 정도의 글, 간략한 기본 정보들로 꾸며져 소개되어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며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하고 매력적인 캠핑장들이 있었나 하고 새삼 감탄하게 된다. 특히 바닥이 비쳐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매력적인 덕산기 계곡이나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그림같은 풍경을 즐길 수 있게 캠핑카가 있는 망상 오토캠핑장,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 좋다는 소백산 삼가 야영장 등은 꼭 한 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다만 본문 중 앞서 설명이 안 된 전문용어들이 가끔 튀어나와 조금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그러나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소제목에는 캠핑장의 이름만 적혀 있는데, 이왕이면 옆에 지명까지 함께 적어주면 좋겠다. 집 근처의 가까운 캠핑장을 찾을 때엔 소제목만 보고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뒷쪽의 정보면을 찾으면 다 나오지만, 매번 찾아보기엔 조금 번거로운 면이 있다. 캠핑장 소개에 실린 글은 그곳의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개인의 경험을 적어두어 읽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나같은 초보의 입장에서는 각 캠핑장 매력의 차별점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번거롭지만 자연이 주는 매력을 온몸으로 담뿍 머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캠핑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제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이번 여름엔 텐트와 간단한 음식을 싣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캠핑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디로 떠날까 아직 결정하지 못해 고민 중이라면 이책이 캠핑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