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와 산다 -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최민경 지음 / 현문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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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치매로 물에 빠져 돌아가신 은재 할머니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굿이 한창이다. 한바탕 굿이 거의 끝날 무렵 무당이 칼을 던진다. 칼끝이 밖으로 향하면 혼이 저승행 기차를 타는 거고, 안쪽으로 향하면 이승에 남아 누군가를 따라 다닌단다. 가족 중 누군가에게 할머니의 귀신이 씐다는 거다. 살떨리는 순간이 지나고 칼이 떨어졌다. 칼끝은, 불행히도, 안쪽을 향했다. 모두가 경악했고 굿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그날 이후 죽은 할머니의 영혼은, 엄마 몰래 그 자리에 있었던 열여섯살 손녀 은재의 머리에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세계일보에서 주최하는 제 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최민경 장편소설 『나는 할머니와 산다(현문미디어, 2009)』는 죽은 할머니의 영혼이 열여섯살 손녀의 몸에 들어간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처음엔 평범 그 자체였던 제목은 '내 몸 속에' 할머니의 영혼이 함께 살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갑자기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변신했다. 한 몸에 살고 있는 두 영혼, 그것도 할머니와 손녀 영혼의 동거라니, 왠지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십대 손녀의 몸으로 들어온 할머니의 영혼이라길래 처음엔 영화 〈중독〉이나 〈비밀〉처럼 '빙의'를 다룬 이야기인줄 알았다. 아니면 같은 몸에 있지만 전혀 다른 세대인 두 영혼의 티격태격 좌충우돌 코믹 이야기거나. 물론 그런 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평소에 싫어하던 음식을 맛있게 먹어대거나 비가 오는 날 무릎이 시리고 밤이면 삭신이 쑤시거나 또는 할머니처럼 목쉰 소리가 나오는 등 열여섯 소녀답지 않은 은재의 돌출 행동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할머니 영혼의 손녀 몸 전격 방문!이라는 뜻밖의 상황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비장의 카드인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 주인공 은재는 입양아다. 입양에 대한 주변의 편견어린 시선과 수근거림이 여전히 부담스럽고, 가슴 깊이 봉인해 둔 어린날의 상처가 문득문득 터져나올까 조심스럽다. 또한 지금 곁에 진짜 가족이 있음에도, 자신을 버렸으나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또다른 부모와의 인연 또한 완전히 외면하지 못해 갈등한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입양아이기 때문에 은재가 겪는 일들이다.

은재와 영재 남매를 입양해 가정을 꾸린 은재네 가족과 죽은 뒤 손녀의 몸을 빌려서라도 헤어진 딸을 찾고 싶어하는 할머니의 영혼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입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선입견, 입양아인 까닭에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의 성장통,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입양 부모의 마음과 노력들을 은재와 은재 가족들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서서히 밝혀지는 할머니의 비밀을 통해 버려진 아이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부모들의 상처를 언급하며 그들의 마음까지 함께 보듬는다.

할머니 영혼과의 편치 않은 동거를 하는 동안 은재는 마음 깊이 묻어둔 채 다시 보기를 겁냈던 상처의 봉인을 떼며 남과는 다른 성장통을 겪는다.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고 방황을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할머니와 고모의 재회를 지켜보며 가슴 한 켠에 담아두었던 생모에 대한 원망까지 털어낸다. 폭풍우가 지나간 후 한 뼘 더 성장한 은재를 보는 독자들의 마음도 흐뭇해진다.

전보다는 입양에 대한 시선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입양에 대한 세상의 벽은 아직도 여전히 높다. 자신의 아이가 있음에도 두 아이를 공개 입양한 차인표ㆍ신애라 부부의 소식이나 올초 방영되었던 휴먼다큐 「사랑」의 배우 송옥순 편, 그외 입양을 소재로 한 여러 책들을 연이어 접하면서 입양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그동안 내 안에도 적지 않은 편견들이 있었음에 놀라기도 하고.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다.

쿨한 소녀 은재와 입양이라는 사랑의 인연으로 맺어진 은재네 가족 이야기인 『나는 할머니와 산다』는 입양 가족 또한 보통의 다른 가족과 다르지 않음을,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보다 더 진한 사랑으로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말한다. 영화 〈가족의 탄생〉에 등장하는 가족처럼 완전한 남이 모여 완벽한 관계를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입양이라는 쉽지 않은 문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괜찮은 성장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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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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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가끔씩 길을 잃는 일이 발생한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낯선 장소로 들어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들지만 한편으로는 내 안에 있는 호기심이 발동하게 되기도 한다. 뜻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나거나 일들이 생기고 그것들은 여행의 재미를 한결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면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계획되지 않은 낯선 세계로의 초대장인 셈이다. 신상의 위험을 느낄 정도만 아니라면 가끔씩 기꺼이 길을 잃어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그런 이유로 이책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문학동네, 2009)』의 제목부터 참 매력적이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여행가들이 길을 잃은 덕분에 마주한 축복을 자랑했던가! 책의 제목처럼 길을 잃어야만 꼭 진짜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정해진 계획에서 벗어날 때 진짜 여행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은 동감한다. 그 길이 진짜 길이든, 아니면 여행의 목적이든 말이다. 이렇게 멋진 책제목의 저자는 누구일까 봤더니 저자가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었다. 역시,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이책은 그간 여러 신문과 잡지 들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7년 만에 엮어낸 산문집이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여행에세이겠거니 짐작했고 시인의 눈으로 본 여행길은 어떨까 하는 궁금함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째 여행보다 미술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았다. 책의 뒷부분은 아예 문화 전반을 이야기하고 있고. 책을 다시 되돌려보니 책표지에 '최영미 산문집'이라는 글자가 그제서야 또렷하게 보인다. 사실 여행에세이든 산문집이든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제목에서 낚인 거냐? 그건 아니다. 제목에서 풍기는 늬앙스처럼 이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역시나 '여행'이다. 1부에서는 유럽 여행길에서 만난 이야기와 그림에 관한 사색들이, 2부에서는 삶의 여행길에서 접한 다양한 문학과 영화, 미술 이야기들이 이책의 구석구석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여행에서 일어난 일들 중 파리로 가는 떼제베에서 독일의 유명 여배우 쉬굴라와 만난 일이 가장 강렬했다. 고흐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도, 최초의 미국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에 대한 작가의 열정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1부의 여행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2부의 문화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미술보다는 영화에 더 친숙하기도 하고,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는 우울함이 먼저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작품상을 받았건 말건 재미없다고 지루하다고 말하는 영화 이야기를 읽으며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고, 그간 교과서에서만 접해왔던 박수근 화백의 그림들을 다시 찬찬히 뜯어보게 한 미술 이야기도 좋았다.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진 않지만 어쨌거나 그녀의 글들은 참 맛깔스러웠다. 가끔 우울함이 느껴지는 것만 빼면. 

자주 여행길에 오르는 최영미 시인은 자신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귀찮지만 나를 재생산하는 일상의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64쪽)'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의 맺음말에서는 '지루하더라도 내가 하루하루 일상을 견디듯이, 힘들더라도 나는 모험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242쪽)'라고 다짐하듯 말한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다짐도 모두 멋졌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는 그녀의 여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그녀의 삶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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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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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 박웅현ㆍ강창래 | 알마 | 2009.08


얼마전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본 아파트 광고의 내용이 꽤 신선했다. 기존의 아파트 광고가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을 내세우고 근사한 유럽의 성을 배경으로 깔며 화려하고 우월한 이미지만을 강조하기에 급급했다면, 이 광고는 아파트는 우리가 사는 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집을 짓는 기업의 진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 요즘 한창 방영되고 있는 '진심이 짓는다'라는 카피의 광고 캠페인이다.

인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품절남 특집 편'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자기 PR 영상에 드라마 속 남자와 평범한 남자라는 비교로 패러디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던 이 광고는 기존의 아파트 광고가 보여주던 비슷비슷한 광고 패턴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시선으로 색다른 내용을 제시한다. 고급스런 이미지로 화면을 채우기보다 인기없는 1층이나 새집증후군처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톱스타도 화려한 실내도 나오지 않는 15초짜리 영상이 전하는 진심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공지영에서 시작해 박원순, 신성일을 인터뷰이로 등장시켰던 알마의 '동시대인과의 소통을 위한 인터뷰집' 시리즈가 네 번째 책을 펴냈다. TBWA의 박웅현 ECD를 인터뷰이로 내세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알마,2009)』이 바로 그것이다. 광고계에서는 유명한 인사라는데, 솔직히 박웅현이라는 이름을 이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런 까닭에 앞서 출간된 인터뷰집과는 달리 이번 책은 인터뷰이보다 책제목에 먼저 눈길이 갔다. 인문학과 광고라니, 선뜻 잡히지 않는 제목의 속내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박웅현,이란 이름이 낯설지는 몰라도 그가 만든 광고는 대부분 한 번쯤은 보거나 들었을 듯하다. 앞서 말했던 '진심이 짓는다' 광고 시리즈는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청바지와 넥타이는 동등하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 '현대생활백서', '사람을 향합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 네이버',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잘자, 내 꿈꿔', 'See the Unseen', '생각이 에너지다', '당신의 피로 회복제는? 박카스' 등까지, 헉헉, 그의 손을 거쳐간 광고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가 만든 광고들을 살펴보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내로라하는 톱스타를 내세워 쉽게 가는 광고가 아니라는 것, 기존과는 다른 차별적 시선으로 접근했다는 것,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감동을 잡아냈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의 광고는 누군가를 헐뜯거나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장점을 표현하고,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며, 그 광고를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결정한 일은 더 이상의 대안이 없는 것처럼 집중한다. 설사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이루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254쪽, 박웅현이 메모해둔 레토릭 가운데 하나)



인문학과 광고의 이어짐이 궁금해 이책을 만났으나 인터뷰집인 만큼 인터뷰이 박웅현에 대한 정보 또한 빠질 수 없다. 책의 첫머리에 나열되는 그의 광고들을 떠올리다 보면 낯설기만 하던 그가 이내 친숙하게 다가온다. 박웅현 ECD는 제일기획을 거쳐 현재 외국계 광고 회사인 TBWA의 임원으로 재직중이란다. 책의 첫머리부터 내내 그의 이름 뒤에 딱 붙어 다니던 ECD라는 생소한 직책은 Executive Creative Director의 약자라고. 우리말로 풀자면 창의성 감독 또는 창의적인 작품 제작을 위한 총책임자 정도 된단다. 

박웅현은 대학시절 각종 광고제에 응모해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했지만 제일기획에 입사 후 3년 가까이 지진아 대접을 받으며 변방에서 칩거했다. 다양한 책들을 독파하며 그 시간들을 버텨냈고, 마침내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박웅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광고계의 지진아는 얼마후 스타가 되었다. 회사에서 자리를 확실히 잡은 후에도 예기치 않았던 긴 공백이 찾아왔지만 그는 그때도 책과 함께 했다. 컴백 후 기획한 광고 'KTF적인 생각' 시리즈는 큰 성공을 거뒀고 그는 다시 비상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박웅현, 강창래의 인터뷰집인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남들과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창의적인 광고를 제작해 온 광고인 박웅현과의 인터뷰를 통해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터뷰이가 광고인이기에 광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지만, 지금은 종영된 책소개 프로그램인 〈TV, 책을 말하다〉에도 몇 차례 출연했을 정도로 책에 대한 소양이 깊은 박웅현이기에 이책에는 광고 이외에도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거론된다. 그러면서 창의성은 인문학적 책읽기를 통해 자란다는 점을 강조한다.

-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구체화된 결과물이고, 문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당연히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50쪽)

박웅현은 광고를 '잘 말해진 진실'이라고 표현한다. 소위 '히까닥한' 광고, 즉 튀거나 엽기적인 광고가 대세라 할지라도, 진정한 광고란 지금의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파악해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혀 히까닥하지 않은 진지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진실과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제껏 그가 작업했던, 반짝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광고는 아니지만 생활 속의 감동이나 새로운 가치 제시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을 시도하는 박웅현의 광고들이 그 예다.

- 이 세계일류 광고 캠페인을 보면 광고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은 그 시대의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소통하고 있었다. 소통이란 메시지를 던지고, 그 메시지에 대한 대답을 듣고, 다시 대답하면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현대적인 광고는 알림이나 설득이 아니라 소통하고 싶은 욕구의 결과물이다. (중략) "사실 광고는 잘 말해진 진실입니다. 진실이 아니면 그처럼 사회적인 호응을 크게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적인 소양잉 필요하고, 통찰력이 필요한 겁니다." (74쪽) 



앞서 말했듯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창의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책이다. 지금까지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박웅현 ECD의 창의적인 광고 작품들을 바탕으로 창의성과 소통, 시대정신과 진실, 그리고 사람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결국 창의성이란 인문학, 즉 사람에 대한 것들에게서 시작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할 때 진정한 창의력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책은 창의력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광고들과 책들을 바탕으로 대화와 부연 설명 형식으로 전개되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광고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광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창의력 뿐만 아니라 광고에 관심있는 독자들이 읽기에도 괜찮을 듯하다. 창의력을 기르는 일,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내 앞의 책 한 권을 펼치고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는 작은 행동으로도 창의력 발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고 이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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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왕도 1 - 기억력 만화 공부의 왕도 1
김주희 그림, 이현정 글 / 지식채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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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의 왕도 : 두뇌 법칙에 맞는 공부법 프로젝트 - 기억력, 실행력 | 이현정(글), 김주희(그림) | 지식채널 | 2009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공부에는 그만큼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일 게다. 하지만 같은 시간을 앉아 있다고 해서 항상 결과까지 같지는 않다. 누구는 1등을 하지만 또다른 누구는 중간 정도의 성적 밖에 나오질 않는다. 왜 그럴까? 같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문제는 시간보다 공부를 하는 방법인 '공부법'의 차이에 있지 않을까? 

고딩시절 우리반에는 확연히 다른 방법으로 공부를 하는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하고 쉬는 시간에는 적당한 휴식을 취했지만, 또다른 친구는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앞의 친구는 전교 1등을 다투었고, 뒤의 친구는 반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물론 둘 다 성적이 좋은 편이었지만 투자한 시간에 비해 그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두 친구의 공부 방법의 효율이 달랐기 달랐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것은 아마 거의 모든 학생들의 소원일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친구들을 위해 공부 잘 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반가운 책이 나왔다. 효율적인 공부법, 두뇌법칙에 맞는 공부책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공부의 왕도(지식채널,2009)』가 바로 그것이다. 

2008년 EBS에서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던 다큐 「공부의 왕도」 3부작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공부의 왕도』는 다큐에서 다루었던 다양한 실험에 대한 내용과 효율적인 공부법 등을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만화로 재구성한 어린이용 학습만화다. 공부법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며, 중간중간 재미있는 이야기를 양념으로 넣어 이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공부의 왕도』는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 '기억력' 편에서는 EBS 다큐 「공부의 왕도」의 1부 '인지 세계는 냉엄하다'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기억법에 대해 다룬다. 기억은 모든 공부의 기본이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오래 기억하는 것은 물론 이미 알고 있는 지식 또한 잊지 않는 것이 공부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효율적인 기억법이 중요하다. 1권 기억력 편에서는 좀 더 쉽게, 잘,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여러가지 다양한 기억법들을 소개한다.  



어떤 것을 새롭게 기억할 때 분류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연관지으면 훨씬 기억하기 쉽다. 또한 전체를 기억하기 쉬운 적당한 덩어리로 나누어 기억하는 것(청킹) 또한 좋은 방법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무작정 외우기보다는 그것의 기본 내용을 이해하고, 이야기나 이미지, 또는 온몸으로 익히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한자나 영어로 이루어진 이름 또는 명칭의 경우 뜻만 알아도 그것의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공부한 내용을 다른 누군가에게 가르쳐 보는 것도 좋은 기억법이다. 완벽히 안다고 생각했던 내용도 막상 가르쳐보면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다. 진도가 빠른 학생이 느린 학생을 가르치도록 한 결과 두 그룹의 학생 모두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핀란드의 공부법은 가르치기 효과를 뚜렸하게 보여준다. 또한 공부한 것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잠을 잘 자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 뇌는 REM 수면일 때 기억한 것들을 분류ㆍ정리하기 때문이다. 그외 조금씩 꾸준하게 공부하라거나 반복하기, 나무보다 숲을 먼저 보기 같은 전형적인 학습법들도 잊지 않고 등장한다. 



『공부의 왕도』 2권 '실행력' 편에서는 다큐의 2부 '정서가 학습을 지속시킨다'를 통해 공부를 하는 정서적 태도의 중요성과 3부 '똑똑한 학습자가 될 수 있다'에서 말하는 공부를 하는 생활습관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공부를 할 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공부를 하는 기분과 공부 습관이다. 그렇기에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하고 올바른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2권에서는 낙관성의 중요성과 능률적인 공부 습관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억지로라도 웃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데, 이는 우리의 행동이 기분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많이 웃으면 뇌의 전두엽이 활발해지는데, 이곳은 우리의 기억력과 사고력을 관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이 웃으면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기억과 사고력까지 높아지는 일석삼조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행동이 두뇌 발달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공부를 할 때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 자세를 유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까짓 게 어떻게, 나는 못해, 등의 부정적인 대답은 사기를 저하시키고 학습능률을 떨어뜨린다. 또한 공부를 할 때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제시하기 보다 약간의 노력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주어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게 좋다. 그런 다음 조금 더 높은 차원의 목표를 설정해 주면 아이들은 도전 후 얻는 성취감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공부에 임하게 된다. 마음의 자세가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효율적인 공부습관으로는 스스로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매일, 매주 계획표를 짜서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예습과 복습은 물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일정한 시간을 정해 공부 습관을 들이는 것은 물론 책상을 정리하거나 주변에 공부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억지로 이끌려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하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공부의 왕도 』 2권의 마지막에는 1,2권에서 다룬 효율적인 공부법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인 '기억', '마음', '실행'을 다시 한 번 총정리하는 꼭지를 마련해 두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각각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어우러지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공부의 왕도』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부법 또는 학습법에 대한 내용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화로 재구성함으로써 쉽지 않은 내용을 재미있게 전해준다. 또한 이책을 읽을 아이들 또래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그들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을 이끌어주는 선생님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습득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알찬 어린이용 공부법 책이다.

한때 티비 프로그램으로도 제작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었던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공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모두 긍정적인 자세로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아 스스로 공부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책 『공부의 왕도』에는 그들의 그런 공부 비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맞는 공부법이란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추천 공부법은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것들을 바탕 삼아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책 또한 어린이들이 스스로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공부법을 찾을 수 있도록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공부를 잘 하는 비법을 알고 싶다면, 그리고 뇌가 좋아하는 즐거운 공부를 하고 싶다면 이책 『공부의 왕도』를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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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 Closer to Heav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벼르고 벼르다 <내 사랑 내 곁에>를 어제 보러 갔다. 엄마랑 함께 손잡고. <애자> 이후 엄마랑 두 번째 영화관 나들이인데, 이젠 영화관 가자고 하면 엄마 반응이 아주 호의적이 됐다. <애자>를 꽤 재미있게 보신 덕분이리라. 이번에 엄말아 볼 영화로는 김명민의 열연이 기대되는 <내 사랑 내 곁에>를 골랐다. 명민좌로 불리며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여 온 김명민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인 20kg을 감량하며 연기 투혼을 불살랐다는 영화라 더욱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명민의 연기는 역시나 멋졌으나 영화는 전체적으로 좀, 그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그 탓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배우들은 차치하고 박진표라는 감독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생각할 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영화가 그의 전작이자 대중적 지지도를 높여주었던 영화 <너는 내 운명>에 대한 느낌이 겹쳐져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는 내 운명>과 <내 사랑 내 곁에>는 분명 다르다. 그런데 또한 많이 닮았다.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녀 또는 그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연인이 나온다. 닭살 돋는 애정씬이 등장하는 전반부가 지나면 후반부에서는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불치병이라는 장애에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 감동의 크기는 꽤나 다르게 다가왔다.

매작품마다 새로운 변신을 보여주던 김명민이지만 그동안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 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기 때문인지 사랑에 빠져 닭살 멘트를 날리는 발랄한 청춘의 모습이 솔직히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무겁고 진지한 그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나의 편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광대뼈가 움푹 패이고 갈비뼈가 드러나는 말라가는 김명민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할말을 잃었다. 살이 너무 빠져 연기를 하는 동안에도 탈진해 의식을 잃기를 반복했다는 인터뷰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되살아나며 경이감마저 들었다. 그는 역시 명민좌였던 것이다. 움직이지 못한 채 말라가는 몸과 눈만으로 대화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릿해졌다.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지만 의식만은 선명해 천형과 같다고 말하는 루게릭 병. 영화 속 모습이 비록 한 단면만을 보여줄지라도 그병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볼에 앉아 피를 빠는 모기 한 마리조차 날려보내지 못하는 장면은 무력해진 육신으로 인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충분히 전달해 준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엄마랑 몸을 떨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김명민의 살인적인 감량과 연기 투혼으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은 하지원의 이름이 먼저 나온다. 얼마전 <해운대>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스타 파워를 유지하고 있는 하지원에 대한 존중이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하지원은 그만의 몫을 충분히 해낸다. 닭살 멘트와 애교를 유감없이 발휘해 관객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김명민에게 맞춰져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하지원의 연기는 영화 속에서 충분히 빛나는 듯하다.

박진표 감독의 영화라고는 기껏해야 <너는 내 운명> 밖에 못 봤지만 그때의 감동이 너무 컸기에 <내 사랑 내 곁에>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사랑 내 곁에>는 <너는 내 운명>처럼 눈물이 나지도 않고 가슴을 울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쉽다. 차라리 관객이 펑펑 울게 만들었다면 이 아쉬움이 덜해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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