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조선풍속사 - 조선.조선인이 살아가는 진풍경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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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엽기조선풍속사>라는 튀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제목 밑에 '조선ㆍ조선인의 살아가는 진풍경'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엽기'와 '진풍경'이라.. 엽기적인 행동 속에 보여지는 진짜 모습을 담은 책인가. 혼자 궁시렁 거리며 책을 펼쳤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엽기'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내걸었는 지가 가장 궁금했다. 그리고 궁금증에 대한 답은 의외로 바로 첫 장에서 해결됐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엽기'란 한 마다로 '유쾌한 엽기', '틀을 깨는 엽기'였던 것이다.

- 전하! 원래 임금의 복색은 한 번 입다가 더러워지면 빨래를 하지 않고 그냥 버리는 것이옵니다.
- 야, 임금 옷이 무슨 태극기냐? 입다 버리게?
- 아니, 거시기, 전통이 그러한지라¨¨¨. 또 경제도 어려운 이때 전하처럼 가진 분이 돈을 풀어야 소비가 진작되고, 소비가 진작되어야 돈이 돌고,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참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하께서 옷을 해 입는다면, 움츠러들었던 나라 경제가 기지개를 펼 것이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 됐거든? 나는 그냥 빨아서 입을 거거든? 내가 옷을 해 입는다고 나라 경제가 살아나면, 앙드레 김 불러다가 재경부 장관을 시키는 게 더 빠르겠다, 이 바보 같은 놈아! (156 쪽)

이것은 영조임금과 판내시부사와의 대화 중 일부분이다. 요부분만 보더라도 이 책의 느낌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조선시대를 이야기 하지만 조선시대의 말투를 따르지 않는다. 이야기 하고자 하는 사건의 상황은 역사적 사실에서 가져오면서 그것을 표현하는 어투는 현대인들의 말을 사용했다. 조선이라면 으레 당연히 떠오르는 사극톤의 대화법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친구와 이야기하는 그런 친근한 말투 그대로이다. 거기다 문장마다 작가의 유머감각을 한껏 발휘했고 요즘 유행하는 유행어도 적절히 섞어 현대인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조선의 이야기임에도 바로 옆의 친구 얘기를 듣는 것 같은 생생한 현실감! 그 기분좋은 친근함에 다른 역사책과 달리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그러나 이 책이 마냥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낄낄대며 읽는 동안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놀라운 것도, 안타까운 것들도 많았다.


책을 읽으며 미처 몰랐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는데 강력히 억제되긴 했지만 조선시대에도 이혼제도가 있었고 이혼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외치며 머리카락에 손도 안 대고 살았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속알머리'는 없고 겉머리로만 만든 상투로 더위를 견뎠다는 것(하긴, 아무리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외쳐도 손톱은 자르고 때는 밀었을 것 아닌가! 머리카락이라고 뭐;; ㅎㅎ;;), 조선시대에도 '생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것(-그것도 '거름'으로 쓰기에도 부족한 '똥'을!! ^ ^;), 화장실 뒤처리 용품이 그렇게나 다양했다는 것(이 책을 읽으면 호박잎의 용도를 알 수 있다! ㅋㅋ), 왕의 사냥놀이에 그렇게나 많은 인력과 경비가 든다는 것 등이었다.

또한 조선시대에도 요즘 빰치는 성대한 신고식 문화가 있었다는데 그 내용이 엄청나다. 신고식 하려다 집안 기둥 뽑는 건 시간문제일 정도로 성대했단다. 또한 좌의정 빼고 모든 관료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세조시대의 김진지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신고식이나 청탁, 뇌물, 공금횡령 등의 이 시대를 어지럽히는 악습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씁쓸하다.


무엇보다 성리학이 강요된 조선시대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책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고려시대까지 여성은 남성과 비슷한 지위를 유지했으며 부모의 재산도 상속받을 수 있었고 재혼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받든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여성의 지위는 곤두박질 친다(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걸 생각하면;; -.-;;). 남자들은 한 트럭의 첩을 거느려도 떳떳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일부종사를 강요하며 열녀를 미덕으로 삼게 했고, 남자들은 골백번 결혼해도 태클을 걸지 않으면서도
재혼한 여자의 자식은 벼슬을 못하게 하는 등 여성의 재혼을 강력히 금지시킨 나라, 조선.

힘 없고 약한 나라에, 그것도 하.필.이.면. 여자로 태어난 죄로 여러 전쟁을 겪으면서 왜로, 청으로 끌려갔던 여인들. 갖은 고생을 겪고 겨우 고향에 돌아왔지만 따뜻하게 맞아주고 안아주기는 커녕 더렵혀진 몸으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고 온갖 멸시와 냉대를 당했던 가엾은 그녀들. 그녀들을 환향녀(還鄕女: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로, 그녀들이 끌려가 낳은 아이들을 호래자식(호로胡虜 : 오랑캐 포로의 자식)이라고 부르며 욕했던 그 사람들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또한 이 말들에서 유래된 욕들을  아무 생각없이 해대는 사람들은 그 속에 얼마나 슬픈 역사가 숨어있는지 알고는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웃음과 재미 속에서 발견한 이런 사실들은 그동안 박제되어 빛바랬던 조선의 모습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또한 그들도 우리랑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작가의 발랄한 상상력과 편안한 문체 덕에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엽기조선풍속사>. 이 책이 너무 가볍다고 나무라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역사랑 친하지 않았던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우리네 이야기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재미도 있고 조선인들의 새로운 풍속도 알게 되니 이것 참 좋지 아니한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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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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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언제나 어렵게 느껴져 쉽사리 다가가기 힘들지만 또 그만큼 매력적인 학문인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들의 심오하고 깊은 학문 개념들을 늘어놓을 때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머리에 쥐가 나기도 하지만 때때로 일상에서 만나는 철학 이야기들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그런 책들을 읽다보면 철학이 겉으로 보기엔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것 같지만 실상은 생활 곳곳에서 숨쉬고 있는 학문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지도 모르겠지만. ^ ^

철학이란 학문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대게 서양의 사상이나 학자들이다. 우리에게도 분명 우리만의 자랑스런 사상과 학자들이 있음에도 그데 대해 소홀한 것은 아쉽다. 물론 뒤늦게라도 우리 것은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철학을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읽을만큼 쉽게 소개한 책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한국 철학 스케치>는 청소년용 교양서를 지향하는 지라 일단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다. 그래서 나같은 문외한도 부담없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단 한 줄로 요약한다면 '철학의 입장에서 본 한국사'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라? 철학책인줄 알았는데 국사책이잖아!' 하고 소리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책엔 우리의 역사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나도 국사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 ^ 그러나 이상할 건 없다. 사상이 시대를 지배하고, 변화하는 시대가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 낸다. 한 시대를 지배했던 사상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당연히 그 사상을 이루었던 시대적 배경과 사상의 영향을 받은 사회 제도와 문화 등을 다루게 되고, 그런 것들이 모이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역사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 한 민족의 철학을 이야기함에 있어 역사가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고 해서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으리라.

사실 나는 역사책 같은 철학이야기가 좋았는데, 주구장창 심오한 철학 사상만을 깊이 파고 들면 나같은 문외한은 일찌감치 책 읽기를 포기해 버리기 쉽다. 오히려 철학과 영향을 주고 받았던 시대 상황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사상과 시대가 만들어내는 상호관계를 보는 안목을 갖게 된다. 또한 한 시대를 지배하는 사상의 힘이 얼마나 강력하고 그것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쉽게 풀어쓴 철학책 2권을 읽었을 뿐인데 철학은 물론 역사의 큰 흐름까지 훑을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 ^


- 우리가 한국 철학을 보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가 과거의 철학을 보는 이유는 그 시대로 돌아가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교육 사상들을 보고 그 안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와 힘을 얻기 위해서다. 지금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며 한국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철학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 할 수 있다. (1권 26쪽)

솔직히 철학서적이라 지루하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었는데 웬 걸! <한국 철학 스케치>는 우리의 역사를 관통했던 철학의 흐름과 그 철학이 지배했던 사회와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이 책 두 권을 읽고나면 고조선부터 해방기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적 흐름과 함께 그 시대를 지배했던 사상이 머리속에 쫘악~~ 정리가 된다. 서문을 보니 청소년용 철학도서로 나온 <이야기 한국 철학사>가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모습을 바꾼 것이 <한국 철학 스케치>란다. 어쩐지 내용이 철학에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조차 쉽게 느껴진다 했더니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서 씌여진 책이었나 보다.


- 사상이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지 못한다면 사상의 생명력을 잃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이상이 있다고 해도 현실의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대응하지 않는다면 한갓 개인의 미련한 믿음으로 남을 수 있다. (2권 114쪽)

사상이란 시대에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된다. 사람들에 의해 선택된 사상은 다시 그 시대의 사람들을 지배하고,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또 다시 새로운 사상이 대두된다. 사상 또한 끊임없이 탄생하고 소멸되어 가는 것이다. 토속신앙이 지배했던 고조선에서 불교를 받아들인 삼국시대와 불교 문화를 꽃 피운 고려를 거쳐 성리학을 받아들여 새로운 나라와 문화를 꽃피운 조선, 그리고 급속히 변화되는 시대에 발 맞추어 다양한 사상이 나타나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까지.. 우리의 역사속 사상도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선사시대부터 거쳐온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사상들은 흥미로웠지만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는 잠시 심드렁해졌다. 이기론, 예학논쟁, 호락논쟁, 인물성 동이 논쟁 등은 솔직히 내용 뿐만 아니라 왜 그런 걸로 논쟁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어 머리가 지끈거렸다. 심오한 사상을 논하는 데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라가 기울어져 가는 마당에 나라 살림과 백성들의 생활을 보살피는 데 힘쓰지 않고 이 와 기 중에 어느 것이 중요한지, 효종의 죽음에 대비가 상복을 얼마나 입어야 하는지가 등이 그렇게도 중요하단 말인가! 무지한 나는 여전히 그들의 고결하고 고차원적 사상을 이해할 수가 없다;; 뒤로 갈수록 안타까운 역사의 흐름에 가슴이 답답했지만 그래도 열린 사상으로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자 했던 실학사상을 나오는 부분부터는 다시 흥미롭게 읽어 내려갔다; ^ ^;



<한국 철학 스케치>는 인문서적에 대한 편견이나 철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서 읽기를 망설이는 일반인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 철학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이런 류의 책들도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추다! 또한 이 책은 철학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한국사이기에 한국의 전반적인 철학사상에 대한 정리는 물론 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큰 흐름까지 정리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청소년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아마도 학교 공부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를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거를 공부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면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다. 과거를 거울삼아 과거와 똑같은 잘못을 현재와 미래에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2권 213쪽)

- 과거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 없는 미래가 없다. 우리가 일제 시대(일제 강점기로 고쳤음 한다;;)를 경험하고 한국 전쟁을 겪은 것은 바로 잘못된 과거 때문이다. 또 그 이후의 혼란도 바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과거가 싫다고 못 본 척 할 수는 없다. 내가 싫어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과거다. 과거의 역사는 버리려야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를 바로 알고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진정한 반성과 다짐이 필요하다. (2권 2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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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 - Everyone Says
이미나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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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주문했더니 화일이 덤으로 같이 왔다. ^ -^)


"엄마"
"응?"
"우리 자장면 시켜 먹을까?"
"아침부터?"
"일요일이잖아."
"너 좋을 대로 해. 탕수육도 먹을까?"
"엄마"
"응?"
"엄마도 엄마 좋을 대로 해"
"아냐, 나도 그냥 자장면 먹을래"
"그거말고, 좋은 사람 있으면 좋아하라고." (262 쪽)


<그 남자 그 여자>로 이름을 알린 이미나의 소설, <아이 러브 유>. 누구나 말해서 흔한 것 같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말, '사랑해'. 말 한 마디로 모든 세상을 꽃밭으로 만드는 마력의 단어이며,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인류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 이 책은 그런 흔하고도 소중한 사랑을 다룬 연애소설이다. 참 오랫만에 읽은 연애소설이었다.

성재를 바라보는 동희, 동희를 보며 가슴앓이를 하는 동욱, 그런 동욱 곁에서 혼자 애태우는 승민, 동희를 떠나보내고 옛사랑에게 돌아가려는 성재. 네 명의 청춘이 그려내는 네 가지 빛깔의 사랑이야기. 그러나 서로 마주보지 못하고 일방통행처럼 뻗어나가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이 책엔 그런 사랑이 담겨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마음 먹은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엇갈린 사랑 때문에 서로 눈물 흘릴 일도, 나를 버리고 떠난 사람을 못 잊어 아파할 일도,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해 미안해 할 일도 없을텐데. 그러나 현실의 '마음'은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같은 마음인데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다니. 고얀 것! 제멋대로 삘~이 꽂히는 통제되지 않는 '마음'과 내 의지를 대변하는 '또 다른 마음'은 늘 그렇게 전쟁중이다.


- 동희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비상금처럼 꺼내 쓰는 건 안돼. 엄마도 아빠한테 비상금이었어. 그래서 내가 알아. 무슨 말이냐 하면.. 나도 한동안 불행했지만 네 아빠도 그랬어. 그건 결국 두 쪽 다 슬퍼지는 일이야. 한쪽만 슬픈 게 아니라.. (264 쪽, 가벼운 송자씨)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하림의 노래 제목처럼, 누군가에 받은 사랑의 상처를 다른 사람과 새롭게 시작된 사랑의 기쁨으로 치유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내 상처를 덮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선 안 된다. 그건 결국 둘 다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니까. 성재와 동희가 불행해진 이유도, 동희가 선뜻 동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니까.


자신을 버린 남자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동희의 마음도 안쓰럽지만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동욱과 승민의 사랑이 가장 안타까웠다. 짝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얼마나 피를 말리는 일인지. 아무 의미없는 그 사람의 말 한 마디, 손짓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수십 번 오락가락하는 그 마음을. 그런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을 덮은 후에도 진하게 남았다. 그러다 문득 여러 유행가들이 내 머리속을 훑고 지나간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 등등.. 그러고 보니 외사랑의 슬픔을 노래한 곡들이 참 많다. 그건 다른 말로 짝사랑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고.

♬ 술에 취한 네 목소리, 문득 생각났다던 그 말 ~ 희미한 두 눈으로 날 반기며 넌 말했지. 헤어진 그를 위해선 남아있는 네 삶도 버릴 수 있다고 ~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지 못하잖아 (뱅크)♬
♬ 너의 지갑속에 항상 간직될 사람. 네게 그런 사람이 나일 순 없는지. 니곁에 있는 내 친구가 아니라 .. (김경호) ♬
♬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여기 서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텐데.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 나를 바라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 텐데. (일기예보) ♬


<아이 러브 유>에는 네 명의 청춘의 가슴 아픈 사랑과 함께 이제 막 피어나는 진철+지현의 봄바람 같은 유쾌한 닭살 사랑, 깊은 상처 후에 다시 살며시 피어나는 가벼운 송자씨의 사랑까지 다양한 형태들이 사랑들이 서로 어울어진다. 그리고 아직은 사람들에게 쉽사리 드러내지 못하는 동성의 사랑도 그들과 함께 자리 잡는다. 책표지에 '이미나의 멜로 드라마'라는 글자를 얹어둔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단편 드라마를 감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구어체의 문체도 그러하고, 51개의 장면과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대변해주는 감성적인 독백들도 그러하다. 책표지의 '멜로 드라마'라는 표현이 아주 제격인 듯 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너무 전형적이고, 스토리 라인이 너무 익숙하다. 헤어진 커플, 그녀를 사랑하는 친구, 그리고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등 이런 삼사각 관계는 이미 충분히 낯익은 설정이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흥미진진한 설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캐릭터들의 성격 파악이 끝나면 각 인물들에게 숨겨진 사연과 앞으로 펼쳐질 깜짝 반전까지 머리속에 훤하게 밑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담으려고 하다보니 가끔 에피소드들이 따로 놀기도 하는데, 자살한 민정의 이야기는 과욕인 듯 하다. 여러가지 사랑 유형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과 함께 성재가 동희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주려 함이겠지만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 그래, 지금은 내가 나 자신과 결혼할 시간. 그 집에 놓고 온 내 마음을 되찾아 와야만 난 다시 사랑할 수 있다. 그 대상이 나 자신이든 동욱이든 성재든. (286 쪽, 동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건 이 책이 '사랑'은 아프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을 만큼 가치 있는 것이라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일 지라도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러 동희가 어느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보다 자신을 좀 더 돌아보고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유를 품고 있는 점이 흡족했다. 또한 예쁜 사랑은 물론 상처와 아픔으로 너덜너덜해진 사랑까지 꼭~ 껴안아주고 순간순간 가슴을 찌릿~하게 만드는 그들의 독백과 위로와 한탄이 좋았다. 그래서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꽤 마음에 든다. 아! 책의 내용을 너무나 효과적으로 살려주는 오기사의 멋진~~ 일러스트! 내 맘을 뺏은 또 하나의 이유이다. ^ ^


- 그 사람을 열심히 사랑한 덕분에 나는 이렇게 더 많은 걸 배우게 되었구나. 그를 사랑하느라 힘들었던 그 시간이 나에게 이토록 고맙게 남았구나. .. 여행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는 순간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 하지만 예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 너무 마음이 아픈 시간도 있었지만 그것이 오직 아픔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으니까. (294~5 쪽)

책을 덮으며.. 동희와 성재와 동욱과 승민의 사랑이 그 이후로 어떻게 이어질 지를 상상하는 건 각각 독자의 몫이지만, 한 가지 바라는 건데 부디 그들 모두가 사랑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사랑으로 아파하지 말고 사랑으로 더없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비단 그들 뿐만이 아니라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이렇게 말해보자.
당신을 사랑합니다. I LOVE YOU~♥




-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사랑하는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많이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동안 더 많은 사람의 말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몰라서 혹은 오해 같은 것으로 헤어지는 일이 없기를, 그래서 모두모두 오래오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말할 수 있기를 빕니다. (7 쪽,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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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책방 1 - 그, 사랑을 만나다
마쓰히사 아쓰시 지음, 조양욱 옮김 / 예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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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 제목은 너무 좋다. 책방은 책방인데 천국의 책방이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길 한 번쯤은 머물만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또한 책 표지도 너무 예쁘다. 파스텔톤의 책방 그림이 그려진, 보고만 있어도 괜히 행복한 느낌이 전해오는 그런 표지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곤 깜짝 놀랐다. 책이 정말정말 얇다. 전체 139쪽. 헉;;
 
이 책은 이미 많이 소개되었 듯이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작은 출판사가 낸 무명 작가의 작품이었던 <천국의 책방>은 출간 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아 초판이 폐기처분될 운명에 놓일 때쯤 기적처럼 한 서점 점장의 눈에 띄었단다. 이 책에 감동받은 서점 주인의 열혈 추천에 힘입어 조금씩 팔려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일이 신문에 기재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려 베스트셀러의 대열까지 합류했다고. 그 인기에 힘입어 이후 시리즈물로 2 권이 더 나왔단다. 이 매력적이고 훈훈한 미담에 힘입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얼마나 감동적이었으면 서점 점장이 그렇게 열심히 추천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취업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토시는 어느날 편의점에 나타난 알로하 셔츠를 만난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더니 여기가 천국이란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자신을 데려온 알로하 셔츠의 사내 대신 책방 점장 대리로 임명됐다. 뭐가 어찌된 지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유일하게 책방에 있는 직원인 유이의 까칠한 설명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가봐도 갈 곳은 없고.. 어쩔 수 없이 사토시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적응한다.
 
일단 <천국의 책방>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천국'이란 공간에 대한 색다른 시선이었다. 작가는 '천국'을 일반적인 생각인 착한 사람들이 죽은 후에 가는 근심걱정 없는 사후세계가 아닌, 100 세로 정해져 있는 인간의 천수(天壽)를 현세에서 다 채우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남은 천수를 채우는 곳으로 설정한다. 곧 천국을 현세와 이어지는 연장선상의 공간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천국의 책방> 속 천국은 사후세계일 뿐이라 그 속의 사람들은 현세처럼 먹고 자고 일하고 사랑을 한다. 개인적으론 색다른 천국의 제시에 흥미롭긴 했으나 죽어서까지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한다는 건 좀 별로인 것 같다; (물론! 생활과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몰라도 말이다. ^ ^ )
 
 
<천국의 책방>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랑'과 '상처의 치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토시에게 사사건건 까칠하게 대하는 서점 직원 유이에게서 숨겨진 가슴 아픈 사연이 밝혀지고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그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은 우리의 마음을 아릿하게 만들고, 안하무인 격의 알로하 셔츠의 사내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과 죽음으로 인해 다시는 만날 수도 볼 수도 없었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천국에서 다시 보는 기쁨 등은 독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또한 티격태격하며 다투는 와중에 살며시 싹트는 사토시와 유이의 상큼한 감정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그러나 <천국의 책방>은 내 눈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소설이었다. '천국'에 대한 색다른 설정과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책방'이라는 공간의 선택은 탁월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단순하다. 앞부분을 조금 읽다보면 뒷내용이 이미 머리속에 훤히 그려지고 아쉽게도 그 예상을 조금도 빗나가지 않는다. 전형적인 전개일 지라도 그 안에 담긴 내용과 문체, 표현에 따라 깊이가 더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아쉽게도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 그 깊이를 맛보기도 쉽지 않다. 구성도 내용도 심리묘사도. 이야기의 흐름은 또 너무 단순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독자에게 극적이고 진한 감동을 안겨주기엔 작가의 역량이 아직은 좀 부족한 듯 하다. (예전에 읽었던 <태양의 노래>랑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최근 읽던 책이 역사나 철학 등 조금 무거운 내용이어서 머리도 식힐 겸 펼쳐든 책이 <천국의 책방>이었다. 책의 전반에 흐르는 잔잔한 감동과 상처를 보듬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맘에 들었고 책방을 무대로 간간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도 좋았지만 단순한 스토리 라인은 역시 아쉽다. 그러나 평소에 책읽기가 부담스럽거나, 가볍고 부담없으면서도 감동까지 살짝 곁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이 제격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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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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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과업계에 충격을 주며 화려하게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책,  <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  
제과업계의 중견 간부를 지내셨던 저자가 제과업계를 비판한다고 하니 선뜻 눈길이 가긴 했다.
더구나 먹거리에 대한 얘기가 아니던가!!
요새는 부쩍~ 건강서에 관심이 간다. (그래~ 내 나이도 적지 않다;; 흙흙~;;)
어쨌든 요샌 과자나 인스턴트를 거의 안먹고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요~ 과자란 것의 유혹을 못넘길 때가 있는 지라 어떤 과자 얘기가 있나 궁금해졌다.
 
 
내용의 가장 기본적인 결과물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결론이다.
인스턴트나 각종 향료, 첨가물이 든 식품은 건강에 나쁘다!
거기에 더 추가되는 것이
공인된 불량식품 말고도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식품들도 그닥 예외는 아니라는 것!
별 생각 없었던 주변 음식물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 식용유와 올리브기름, 참기름 등등. 나쁘고 좋음의 이유를 아주 자세히 알게 되었다. ^ ^;;)
 
그리고 내가 이 책에서 건진. 또 하나의 시각, 바로.  ' 향료 - 각종 첨가물 ' 이라는 부분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첨가물은 대게 향료 회사의 제품명을 고유명처럼 쓰고, 최종 제품에도 향료의 고유명으로만 표기되어 있어서 그 향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더 심각한 건.. 우리가 먹는 음식중. 가공식품이라면. 향료가 안들어간 것이 거의 없다는 거다! ㅡ.ㅡ;
 
 
내 권유로 책을 읽은 울언니曰..
- 이거 보고 나니깐 먹을게 하나도 없더라 - 라고 볼멘 소리를 한다.
정말 그렇다; ㅠ .ㅠ;;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저랬으니깐!
울아부지가 텃밭 가꾸시듯 내 손으로 직접 키워먹지 않고서야 먹을게 없더라; ㅡ.,ㅡ;;
 
음냐~
그래도 안먹을 수는 없고.
이왕이면 건강하게는 살고 싶고.
그렇다면.. 뭐..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건.. 가급적. 적게 먹고, 안먹는 방법?
빙고~!
 
먹더라도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런 차이가 없는 사람들도 있긴 하더라;; -_-;;)
그리고 더 나아가 알게 되었다면
생활에서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주려는 적극적으로 실행이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 ^ ^
 
 
내 몸 속으로 어떤 물질들이 들어가는 지 알고 싶지 않은가?
내가 뭘 가리고, 뭘 택해야 할 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처럼 그런 것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함 일어보시라고 권해 본다.
먹을 땐 먹더라도. 일단. 알고 먹길 추천!!
.
.
.
 
끝내 모르는게 약이라고 우기신다면..
어쩔수 없죠;; 걍~ 양껏 드시라고 말할 수 밖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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