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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 - Everyone Says
이미나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평점 :
(책 주문했더니 화일이 덤으로 같이 왔다. ^ -^)
"엄마"
"응?"
"우리 자장면 시켜 먹을까?"
"아침부터?"
"일요일이잖아."
"너 좋을 대로 해. 탕수육도 먹을까?"
"엄마"
"응?"
"엄마도 엄마 좋을 대로 해"
"아냐, 나도 그냥 자장면 먹을래"
"그거말고, 좋은 사람 있으면 좋아하라고." (262 쪽)
<그 남자 그 여자>로 이름을 알린 이미나의 소설, <아이 러브 유>. 누구나 말해서 흔한 것 같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말, '사랑해'. 말 한 마디로 모든 세상을 꽃밭으로 만드는 마력의 단어이며,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인류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 이 책은 그런 흔하고도 소중한 사랑을 다룬 연애소설이다. 참 오랫만에 읽은 연애소설이었다.
성재를 바라보는 동희, 동희를 보며 가슴앓이를 하는 동욱, 그런 동욱 곁에서 혼자 애태우는 승민, 동희를 떠나보내고 옛사랑에게 돌아가려는 성재. 네 명의 청춘이 그려내는 네 가지 빛깔의 사랑이야기. 그러나 서로 마주보지 못하고 일방통행처럼 뻗어나가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이 책엔 그런 사랑이 담겨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마음 먹은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엇갈린 사랑 때문에 서로 눈물 흘릴 일도, 나를 버리고 떠난 사람을 못 잊어 아파할 일도,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해 미안해 할 일도 없을텐데. 그러나 현실의 '마음'은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같은 마음인데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다니. 고얀 것! 제멋대로 삘~이 꽂히는 통제되지 않는 '마음'과 내 의지를 대변하는 '또 다른 마음'은 늘 그렇게 전쟁중이다.
- 동희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비상금처럼 꺼내 쓰는 건 안돼. 엄마도 아빠한테 비상금이었어. 그래서 내가 알아. 무슨 말이냐 하면.. 나도 한동안 불행했지만 네 아빠도 그랬어. 그건 결국 두 쪽 다 슬퍼지는 일이야. 한쪽만 슬픈 게 아니라.. (264 쪽, 가벼운 송자씨)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하림의 노래 제목처럼, 누군가에 받은 사랑의 상처를 다른 사람과 새롭게 시작된 사랑의 기쁨으로 치유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내 상처를 덮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선 안 된다. 그건 결국 둘 다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니까. 성재와 동희가 불행해진 이유도, 동희가 선뜻 동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니까.
자신을 버린 남자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동희의 마음도 안쓰럽지만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동욱과 승민의 사랑이 가장 안타까웠다. 짝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얼마나 피를 말리는 일인지. 아무 의미없는 그 사람의 말 한 마디, 손짓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수십 번 오락가락하는 그 마음을. 그런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을 덮은 후에도 진하게 남았다. 그러다 문득 여러 유행가들이 내 머리속을 훑고 지나간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 등등.. 그러고 보니 외사랑의 슬픔을 노래한 곡들이 참 많다. 그건 다른 말로 짝사랑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고.
♬ 술에 취한 네 목소리, 문득 생각났다던 그 말 ~ 희미한 두 눈으로 날 반기며 넌 말했지. 헤어진 그를 위해선 남아있는 네 삶도 버릴 수 있다고 ~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지 못하잖아 (뱅크)♬
♬ 너의 지갑속에 항상 간직될 사람. 네게 그런 사람이 나일 순 없는지. 니곁에 있는 내 친구가 아니라 .. (김경호) ♬
♬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여기 서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텐데.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 나를 바라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 텐데. (일기예보) ♬
<아이 러브 유>에는 네 명의 청춘의 가슴 아픈 사랑과 함께 이제 막 피어나는 진철+지현의 봄바람 같은 유쾌한 닭살 사랑, 깊은 상처 후에 다시 살며시 피어나는 가벼운 송자씨의 사랑까지 다양한 형태들이 사랑들이 서로 어울어진다. 그리고 아직은 사람들에게 쉽사리 드러내지 못하는 동성의 사랑도 그들과 함께 자리 잡는다. 책표지에 '이미나의 멜로 드라마'라는 글자를 얹어둔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단편 드라마를 감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구어체의 문체도 그러하고, 51개의 장면과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대변해주는 감성적인 독백들도 그러하다. 책표지의 '멜로 드라마'라는 표현이 아주 제격인 듯 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너무 전형적이고, 스토리 라인이 너무 익숙하다. 헤어진 커플, 그녀를 사랑하는 친구, 그리고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등 이런 삼사각 관계는 이미 충분히 낯익은 설정이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흥미진진한 설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캐릭터들의 성격 파악이 끝나면 각 인물들에게 숨겨진 사연과 앞으로 펼쳐질 깜짝 반전까지 머리속에 훤하게 밑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담으려고 하다보니 가끔 에피소드들이 따로 놀기도 하는데, 자살한 민정의 이야기는 과욕인 듯 하다. 여러가지 사랑 유형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과 함께 성재가 동희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주려 함이겠지만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 그래, 지금은 내가 나 자신과 결혼할 시간. 그 집에 놓고 온 내 마음을 되찾아 와야만 난 다시 사랑할 수 있다. 그 대상이 나 자신이든 동욱이든 성재든. (286 쪽, 동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건 이 책이 '사랑'은 아프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을 만큼 가치 있는 것이라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일 지라도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러 동희가 어느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보다 자신을 좀 더 돌아보고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유를 품고 있는 점이 흡족했다. 또한 예쁜 사랑은 물론 상처와 아픔으로 너덜너덜해진 사랑까지 꼭~ 껴안아주고 순간순간 가슴을 찌릿~하게 만드는 그들의 독백과 위로와 한탄이 좋았다. 그래서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꽤 마음에 든다. 아! 책의 내용을 너무나 효과적으로 살려주는 오기사의 멋진~~ 일러스트! 내 맘을 뺏은 또 하나의 이유이다. ^ ^
- 그 사람을 열심히 사랑한 덕분에 나는 이렇게 더 많은 걸 배우게 되었구나. 그를 사랑하느라 힘들었던 그 시간이 나에게 이토록 고맙게 남았구나. .. 여행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는 순간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 하지만 예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 너무 마음이 아픈 시간도 있었지만 그것이 오직 아픔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으니까. (294~5 쪽)
책을 덮으며.. 동희와 성재와 동욱과 승민의 사랑이 그 이후로 어떻게 이어질 지를 상상하는 건 각각 독자의 몫이지만, 한 가지 바라는 건데 부디 그들 모두가 사랑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사랑으로 아파하지 말고 사랑으로 더없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비단 그들 뿐만이 아니라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이렇게 말해보자.
당신을 사랑합니다. I LOVE YOU~♥
-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사랑하는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많이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동안 더 많은 사람의 말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몰라서 혹은 오해 같은 것으로 헤어지는 일이 없기를, 그래서 모두모두 오래오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말할 수 있기를 빕니다. (7 쪽,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