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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책방 1 - 그, 사랑을 만나다
마쓰히사 아쓰시 지음, 조양욱 옮김 / 예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우선 이 책, 제목은 너무 좋다. 책방은 책방인데 천국의 책방이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길 한 번쯤은 머물만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또한 책 표지도 너무 예쁘다. 파스텔톤의 책방 그림이 그려진, 보고만 있어도 괜히 행복한 느낌이 전해오는 그런 표지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곤 깜짝 놀랐다. 책이 정말정말 얇다. 전체 139쪽. 헉;;
이 책은 이미 많이 소개되었 듯이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작은 출판사가 낸 무명 작가의 작품이었던 <천국의 책방>은 출간 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아 초판이 폐기처분될 운명에 놓일 때쯤 기적처럼 한 서점 점장의 눈에 띄었단다. 이 책에 감동받은 서점 주인의 열혈 추천에 힘입어 조금씩 팔려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일이 신문에 기재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려 베스트셀러의 대열까지 합류했다고. 그 인기에 힘입어 이후 시리즈물로 2 권이 더 나왔단다. 이 매력적이고 훈훈한 미담에 힘입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얼마나 감동적이었으면 서점 점장이 그렇게 열심히 추천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취업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토시는 어느날 편의점에 나타난 알로하 셔츠를 만난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더니 여기가 천국이란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자신을 데려온 알로하 셔츠의 사내 대신 책방 점장 대리로 임명됐다. 뭐가 어찌된 지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유일하게 책방에 있는 직원인 유이의 까칠한 설명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가봐도 갈 곳은 없고.. 어쩔 수 없이 사토시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적응한다.
일단 <천국의 책방>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천국'이란 공간에 대한 색다른 시선이었다. 작가는 '천국'을 일반적인 생각인 착한 사람들이 죽은 후에 가는 근심걱정 없는 사후세계가 아닌, 100 세로 정해져 있는 인간의 천수(天壽)를 현세에서 다 채우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남은 천수를 채우는 곳으로 설정한다. 곧 천국을 현세와 이어지는 연장선상의 공간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천국의 책방> 속 천국은 사후세계일 뿐이라 그 속의 사람들은 현세처럼 먹고 자고 일하고 사랑을 한다. 개인적으론 색다른 천국의 제시에 흥미롭긴 했으나 죽어서까지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한다는 건 좀 별로인 것 같다; (물론! 생활과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몰라도 말이다. ^ ^ )
<천국의 책방>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랑'과 '상처의 치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토시에게 사사건건 까칠하게 대하는 서점 직원 유이에게서 숨겨진 가슴 아픈 사연이 밝혀지고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그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은 우리의 마음을 아릿하게 만들고, 안하무인 격의 알로하 셔츠의 사내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과 죽음으로 인해 다시는 만날 수도 볼 수도 없었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천국에서 다시 보는 기쁨 등은 독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또한 티격태격하며 다투는 와중에 살며시 싹트는 사토시와 유이의 상큼한 감정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그러나 <천국의 책방>은 내 눈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소설이었다. '천국'에 대한 색다른 설정과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책방'이라는 공간의 선택은 탁월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단순하다. 앞부분을 조금 읽다보면 뒷내용이 이미 머리속에 훤히 그려지고 아쉽게도 그 예상을 조금도 빗나가지 않는다. 전형적인 전개일 지라도 그 안에 담긴 내용과 문체, 표현에 따라 깊이가 더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아쉽게도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 그 깊이를 맛보기도 쉽지 않다. 구성도 내용도 심리묘사도. 이야기의 흐름은 또 너무 단순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독자에게 극적이고 진한 감동을 안겨주기엔 작가의 역량이 아직은 좀 부족한 듯 하다. (예전에 읽었던 <태양의 노래>랑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최근 읽던 책이 역사나 철학 등 조금 무거운 내용이어서 머리도 식힐 겸 펼쳐든 책이 <천국의 책방>이었다. 책의 전반에 흐르는 잔잔한 감동과 상처를 보듬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맘에 들었고 책방을 무대로 간간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도 좋았지만 단순한 스토리 라인은 역시 아쉽다. 그러나 평소에 책읽기가 부담스럽거나, 가볍고 부담없으면서도 감동까지 살짝 곁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이 제격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