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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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2권은 1권에 비해 좀 더 읽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진가경의 장례를 진두지휘하는 왕희봉의 멋진 솜씨가 펼쳐지는 단락이었는데, 여장부 희봉이 집안의 큰 일을 척척~ 알아서 진행하는 모습은 그동안 보편적으로 묘사되어 왔던 소극적인 여성의 모습보다 한층 발전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이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그런 까닭으로 이제까지 만난 홍루몽의 캐릭터들 중에서 왕희봉이 가장 맘에 들었다. 또한 희봉은 가경의 장례를 계기로 집안 내에 자신의 입지를 보다 단단하게 구축하는 동시에 권력의 맛을 보기 시작한 그녀가 앞으로 가씨 집안이 맞을 운명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사뭇 기대된다.

2권에서는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죽음을 맞는 인물들이 여럿 나온다. 훌륭한 인품을 가진 진가경이 어느날 갑자기 앓아누워 세상을 뜨더니 그의 아버지와 동생 진종이 뒤를 이어 세상을 뜨고, 희봉에게 흑심을 품었던 가서 또한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해 눈을 감는다. 또한 임대옥의 아버지 임여해도 세상을 하직해 임대옥이 가씨 집안에 완전히 말뚝 박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반면 가원춘이 봉조궁의 귀비가 되는 가문의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도 중국식 묘사를 만날 수 있는데 귀비의 성친을 앞두고 새롭게 단장하는 대관원의 묘사 부분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건물들의 묘사는 한 집안 내에 마련된 것이라고 생각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땅이 넓고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부자집안일 지라도 그 스케일이 얼마나 큰지 쉽게 상상이 안된다.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책의 마지막 장에 가씨 집안의 건물들을 대략 설명한 그림이 첨부되어 있다. ^ ^;) 그 부분을 읽으며 과연 중국소설이다~라는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ㅎㅎ;;

아직 초반부인 2권에서도 크게 뚜렷한 사건이 벌어지진 않는다.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좀 더 공고히 하며 앞으로 펼쳐질 큰 이야기의 복선들을 깔아줄 작은 사건들이 조금씩 전개되는 정도에 머무른다. 매 권 마다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그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첨가되는데 당장은 큰 비중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을 것 같은 그들을 과연 어느 지점에서 어떤 결정적 열쇠를 쥐여 재등장시킬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2권에서는 이 책의 가장 중심적 인물인 가보옥과 임대옥, 설보채가 서로 간의 관계를 다져가는데, 그 중 임대옥의 성격이 가장 흥미롭다. 1권에서는 그저 얌전하고 교양있는 아리따운 아가씨 정도로 보여지던 임대옥은 2권 후반부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까칠한 성격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보통 고전소설의 여주인공 하면 착하고 얌전하고 속깊으면서도 당연히 예쁜(안 예쁘면 주인공 안시켜준다;;)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의외로 그런 전형적인 여인의 모습은 임대옥이 아니라 설보채의 몫이다. 오히려 임대옥은 온 가족들이 괴팍한 성격을 인정하는 가보옥을 능가하는 까칠함을 선보이는데, 그 앙칼짐은 오직 가보옥과 설보채에게만 사용된다. 이런 속좁고 성격 안 좋은 여주인공 캐릭터는 고전소설의 전형성을 깨는 하나의 파격이 아닐까 싶다. ㅋㅋ

참, 2권의 마지막 장엔 책의 중간에 진행되는 가씨 집안의 화려한 건물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그림과 1권의 가계도보다 훨씬 확장된,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 수록되어 있는 4대 집안(가씨,왕씨,진씨,설씨)의 가계도가 수록되어 있다. 그 가계도를 펼쳐놓고 책을 읽는다면 등장인물들을 보다 빨리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이제 3권으로 넘어가 보자. ^ ^



참!
1권에서 가보옥이 진가경의 침실에서 낮잠이 들어 태허환경에서 경환선녀를 만나는 꿈을 꾸는데, 그때 경환선녀가 가보옥에게 자신의 동생을 소개해 부부가 되게 한다. 그런데 경환선녀의 동생 이름이 가경, 아명이 ㅇㅇ였는데 이는 조카처인 진가경의 이름과 아명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아저씨와 조카처인 그들이 대체 어떤 관계이길래 꿈속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는 지 한창 궁금했는데 돌연 2권의 첫머리에서 진가경이 병으로 죽어버린다; -_-;; 아직 뒤에 열 권이나 남았으니 그 인연이 뒤에 설명이 되어질 지 어떨 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나는 마냥 궁금할 따름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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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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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중국소설을 꼽으라면 단연 <삼국지>가 으뜸일 것이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등의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엮어가는 광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함과 함께 인생의 교훈들을 담고 있기에 오랜 세월을 지나서도 고전으로 칭송받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렇게 최고의 중국소설로 꼽히는 삼국지보다 훨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고전이 있는데 그게 바로 <홍루몽>이란다.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홍루몽>을 연구하는 '홍학'이라는 것이 따로 있을 정도란다. <삼국지>와는 달리 <홍루몽>은 한 집안의 흥망성쇠를 큰 줄기로 전개되는데 그 속에 중국의 문화의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 자체 뿐만 아니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사료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그 대단한 소설 <삼국지>의 아성을 넘긴 걸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찾아본 <홍루몽>은 우선 고전소설의 미학을 두루 갖추고 있다. 100여 명이 넘는 등장인물들은 개성적이고 고전소설 특유의 뚜렷한 성격을 보이고, 원본 80회 동안 '가씨 집안'을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이야기의 거대한 스케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홍루몽>이 마음에 든 것은 고전소설에서 찾기 힘든 '여성'의 이야기가 담뿍 담겨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엔 '가보옥'이라는 남자가 열쇠를 쥐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여화보천'이란 신화에서 출발한 <홍루몽>은 혼란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 남은 단 하나의 돌에 스님과 도사가 생명을 부여하면서 그 실마리를 풀어내는데, 원래 제목이 왜 <석두기:石頭記>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홍루몽>의 시발점이 된 이 스님과 도사는 그 이후에도 수시로 등장하여 온갖 기이한 도술로 위기에 빠진 가씨 일족에게 개입한다. 그들과 함께 태허환경의 경환선녀라는 캐릭터 또한 몇 번 등장하여 앞으로의 사건에 대해 암시를 주는데, 이런 캐릭터가 바로 고전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

12권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1권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소개된다. 진사은과 가우촌을 거쳐 임여해까지 흘러간 이야기는 임여해의 부인이 죽은 뒤 딸 임대옥을 외가로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가씨 집안'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임대옥이 외가인 가씨네로 거처를 옮기면서 외사촌인 가보옥을 비롯 그 집안에 머무는 수많은 식솔들이 사이사이 등장한다. 일하는 사람들은 제쳐두고 집안의 어른들 이름만으로도 실로 엄청났다. 책의 중간 67쪽에 친절하게도 대략의 가계도를 그려놓았는데, 이름도 비슷한 것이 어찌나 헷갈리는지;; 책을 읽어 나가면서 중간중간 수시로 가계도를 펼쳐 지금 등장하는 인물의 위치와 신분을 찾기를 반복해야 했다. 3권을 다 읽은 지금도 아직 몇몇은 헷갈리니 앞으로도 얼마나 더 그 페이지를 뒤적여야 할 지 모르겠다; ^ ^;

<홍루몽>은 <석두기>라는 제목의 80회 분량의 필사본과 그 뒤에 40회를 덧붙인 배인본이 있는데 이 책은 원본인 필사본을 중심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1권엔 10회 분량이 실려있는데 매 회마다 소제목이 붙어 있다. 이 제목은 그 회에 일어나는 사건의 중심사항을 한 문장으로 만들어 달아놓았는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미리 맛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더불어 각 회의 마지막엔 '~가 궁금하면 다음 회를 보시라'는 작가의 친절한(!) 설명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처음엔 그 친절함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 ^;;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 왕희봉 등의 주요인물들의 배경과 성격 등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물꼬를 튼 1권. 앞으로 긴 여정이 이들의 활약에 달려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없이 궁금해진다. 그럼 2권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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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상처 받았니? - 말은 기술이 아니다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개정판 … 상처 받았니? 시리즈 1
상생화용연구소 엮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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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은 올해지만 유난히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많았는데 그와 관련해 또 한 번 악플논쟁이 붉어졌었다. 그전에도 악플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세상을 뜬 고인을 향해 개념없는 말들을 쏟아내는 악플러들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는 뜨거웠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이란 공간을 악용해 자신의 개인적인 불만을 다른 사람을 향한 악플로 쏟아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악플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 정말로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입장을 뒤바꿔 그 고통이 얼마나 대단한지 악플러에게 경험하게 해주고 싶을 지경이다.

때론 세 치 혀가 칼보다 무섭고, 빨간약보다 따뜻할 때가 있다.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이 상대에겐 비수가 되어 칼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는 빨간약을 바른 것처럼 상처입은 마음을 아물게 하는 훌륭한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 속담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아'다르고 '어'다르다', '웃으라고 한 말이 초상난다' 등 유난히 '말'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말 한 마디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리라.


상생화용연구소가 출간한 <내 말에 상처 받았니?>는 이러한 '말'에 관한 책이다.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은 말하기일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행하는 말하기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대화 상황을 설정하여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적절한 지를 알려준다.

4 개의 단락 중 제일 처음 나오는 '무심코 말하기'에는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뱉어낸 말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상대를 권위로 제압하거나 무시하고 자존심에 상처내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 등 1 장의 내용은 우리가 무심코 행하거나 또는 당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기분 나쁜 만큼 다른 사람도 기분 나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이런 행동을 조금은 자제하게 되지 않을런지.

'배려하며 말하기''상황 바꾸어 말하기'에서는 각각의 설정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유형의 대답을 제시하고, 그 답변이 왜 좋고 나쁜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마지막에는 가장 최선으로 생각되는 답변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매번 상대를 배려하지만 아주 무난한 답변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내가 아쉬웠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최선의 답변을 보며 좀 더 재치있고 사려깊게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 '한국인의 말하기'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문화 속에 형성된 한국인의 말하기법과 그 문화를 거스르지 않으며 적절한 대답을 찾는 법에 대해 나와 있다. 정이 많은 우리 민족 특유의 사려깊은 대화법들이 이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다른 단락에 비해 그 대처법이 그리 수긍이 가지 않는 경우도 좀 있었다. 그러나 그건 개인적인 차이라 생각됨으로 그냥 넘기려 한다.

책 속의 여러 사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긍정적 측면에 초점 두기'였다. 가장 존경받는 CEO로 꼽히는 GE의 잭 웰치는 어렸을 때 말을 심하게 더듬었단다. 어린 잭 웰치는 그런 고민을 어머니에게 나눴는데 아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감을 갖게 해주려는 어머니의 대답이 멋졌다. - 너는 머리가 너무 좋아서 혀가 머리를 못 쫓아가는 거야 - 또 하나. 일본 파견 근무를 가게 되면서 어린 아들을 데려갔는데 일본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아들을 소개하는 말. - 여러분, 새 친구가 왔어요. 잘 지내야 해요. 그런데 주현 군은 일본말을 못해요. ... 그러나 주현 군은 한국말을 아주 잘 해요. - 새로운 환경을 접한 어린 학생에게 자신감을 잃지 않게 배려하는 선생님의 그 말이 참 따뜻했다. 


<내 말에 상처 받았니?>는 평소 우리가 하는 말하기법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잘못된 점을 찾아내어 반성하며,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말하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왕 하는 말 상대방도 좋고 나도 좋아 서로 행복하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서로를 기분 좋게 하는 행복한 말하기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말하기 여행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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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국어 교과서 1 - 맞춤법 되기 전에 시리즈 4
고흥준 지음, 마정원 그림, 정호성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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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말과 글에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나의 말과 글 속에서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린 곳이 적지 않고, 아직도 글을 쓸 때마다 매번 고민에 휩싸인다. 그런 이유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관련된 책을 보면 눈을 반짝이는데 그러다 만난 책이 바로 <만화 국어 교과서 - 맞춤법>이다. 제목 앞의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이란 말에 책의 수준을 살짝 의심스러웠지만 이내 내 수준 또한 그리 높지 않다는(orz;;) 사실을 깨닫고는 바로 주문했다. ^ ^; 사실 내용을 알려주는 목차와 미리보기로 앞부분을 조금 봤는데 아주 재밌어 보였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ㅎㅎ. 

<만화 국어 교과서> '맞춤법' 편은 크게 맞춤법과 띄어쓰기로 나누어져 있다(3:1의 비율로). 맞춤법에서는 형태소, 체언과 용언, 어근, 어간, 접미사 같은 쉬운 내용에서부터 사이시옷 현상, 된소리, 역행동화, 피동과 사동, 외래어 표기, 복수 표준어, 두음법칙, ㅎ불규칙 용언, ㄹ불규칙 용언과 일상생활에서 자주 틀리는 단어들을 다루고 있으며, 띄어쓰기에서는 품사별 띄어쓰기의 원칙과 자주 헷갈리는 의존명사와 조사, 어미 등의 구별법을 싣고 있다. 맞춤법 부분은 또한 크게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단락이 끝나면 꼭 알아야 할 핵심내용들을 마지막에 깔끔하게 정리해줘 기억을 더듬으며 복습하는 재미도 꽤 솔솔찮다. 책장을 넘기며 수시로 나의 무지를 깨달았는데, 그 중에서 일상생활에 자주 틀리는 말들과 띄어쓰기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 -^


이 책은 많은 이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사이시옷 현상'을 과감히 앞머리에 배치하고, '사이시옷' 못지 않게 까다로운 '두음법칙'의 여러 용례를 뒷머리에 싣고 있다. '사이시옷 현상'은 나름 열심히 공부해도 매번 헷갈리는 지라 살짝 겁도 났지만, 친절한 설명과 기억할 때까지(!!) 반복해 주시는 꼬주 아저씨 교육방법 덕분에 1단락을 끝낼 때 쯤엔 사이시옷과 친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 ^; 한자어, 복합어(합성어/파생어)와 관련해 여러가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두음법칙' 또한 마찬가지!

왜 '나가지/나잎/혼말'에는 사이시옷이 있고 '(나뭇꾼:X)/(인삿말:X)'에는 없을까? 어째서 '햇님/윗층/아랫층(X)'이 아닌 '님/층/아층(O)'이 맞을까? '소'와 '신성'에서 女의 표기가 왜 달라질까?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모른다면 직접 책을 찾아보자. 방금 제시한 궁금증의 해답은 책 속에 모두 있으니! ^ ^!

사이시옷과 두음법칙 외에도 '깡', '발가이', '쌍이' 등으로 모음조화(앞의 세 단어는 모음조화가 파괴된 표준어다), '아지(아지랭이:X)'를 통해 'ㅣ'역행동화를('비(o)'는 예외다), '조(죠스:X)', '장면(짜장면:X), '케이크(케:X)' 등으로 올바른 외래어 표기(그러나 '자장면'에서는 여전히 '짜장면'의 맛이 안 난다; 쩝;;), '반딧불/반딧불이/반디/개똥벌레', '소고기/쇠고기', '늦장/늑장', '넝쿨/덩굴'복수 표준어를, '(잊혀진:X)', '(설레임:X)'등을 통해 사동/피동을 설명한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틀리는 말들도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바로잡아 주고 있는데, 'have' 동사를 무조건 '가지다'로 번역해 우리말을 흐려놓은 것과 함께 잘못된 번역체의 대표적인 예로는 꼽히는 것이 인기 외화의 제목이었던 '날으는 원더우먼'이다. 이 제목의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꽤 많은데, 'ㄹ불규칙 용언'의 활용에 따라 '날으는(X)'이 아니라 '나는(O)'이 올바른 표현이다(동사 '날다'의 활용이다). '날으는'의 예는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한 '바라다'의 명사형'바(X)'이 아니라 '바(O)'이다. '바램'은 '색이 바래다'라고 할 때 쓰는 동사 '바래다'의 명사형이니 헷갈리지 말고 잘 구분하자. 좋지 않은 일본말임이 많이 알려졌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로 '땡깡'이 있는데 이것은 '간질병'을 뜻하는 일본말이라고 하니 우리말 '생떼'라고 순화해서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며칠(O)'을 '몇일(X)'로 잘못 쓰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은데 제발!!! '몇일(X)'이 아니라 '며칠(O)' 임을 기억해 주길!!! 더불어 '맨날(X)'이 아니라 '날(O)'이 맞는 표현이다. (이거 틀린 글을 볼 때마다 입이 근질거리지만, 고쳐 주면 십중팔구 기분 나빠한다는 거~~~;; -0-;;) '며칠', '만날' 못지 않게 많이들 틀리는 '웬-/왠-'의 구별은 '왠지'를 빼곤 모두 '웬-'이라고 기억해 두면 아주 간편하다! ㅎㅎ 


이와 함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지조차 잘 모르는 말들도 많이 다루고 있다(혹시 나만 몰랐나;; ^ ^;)
ㆍ 으대다/으시시하다/부시시하다(X)대다/으스스하다/부스스하다(O)
어리버리하다(X) 어리어리하다(O)
ㆍ 허접쓰레기(X)섭스레기(O) : 좋은 것이 빠지고 난 뒤이 허름한 물건
ㆍ 허접하다(X) → 허접스럽다(O) : 허름하고 잡스러운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잘못 썼던 말들을 알려주는 부분과 함께 항상 무지하게 헷갈렸으나 그 구별법을 딱히 몰랐던 '부딪치다'와 '부딪히다'의 구별법이 가장 반가웠다. 이제 꼬주 아저씨 덕분에 '사이시옷'은 물론이고 '부딪치다/히다'의 구별도 거뜬해졌다. 또한 의존명사와 조사, 의존명사와 어미를 구별하는 방법도 꽤나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띄어쓰기 정복에 한층 자신감도 얻었다! ^ ^!! (물론, 여전히 알게 모르게 틀리고 있지만;; ^ ^;;)




<만화 국어 교과서>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 시리즈로 나왓지만 정작 책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중학생의 수준을 넘어서 보통의 일반인들이 읽기에 별다른 부족함이 없다. 만화라는 옷을 입고 있어서 눈을 거만하게 내려까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다루는 내용들을 본다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청소년용이라고 우습게 볼 수 없을 만큼 풍부하고 다양한 내용에 깊이까지 갖추고 있어 아주 흡족한 책이었다.

책의 제목과는 달리 오히려 담고 있는 내용이 중학생이 되기 전에 읽기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생각해 보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또 쉬우면 쉬운 대로(흑~;; '대로''데'는 왜케 헷갈리냐; ㅠ) 책이 알려주는 내용을 자기의 수준에 맞춰 받아들 테니 미리 선을 그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또한 꽤나 복잡하고 방대한 양의 국어 이야기를 싣고 있지만, 아이들이 부담없이 접근하기에 좋은 만화의 형식이 빌고 있어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내용들을 저절로 익힐 수 있다. 더구나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문법 내용을 대부분 다루고 있어 중학교 때부터 차근차근 익혀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


맞춤법 선생님 꼬주 아저씨와 열혈 제자 영원이, 그리고 딴죽 거는 판다가 펼치는 신나는 맞춤법 이야기, <만화 국어 교과서>
가까이 두고 심심하거나 궁금할 때마다 부담없이 펼쳐보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맞춤법 박사가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 ^!!










 + 보탬 → 오타수정 +

이 책에도 간혹 오타가 보였는데 국어, 특히 맞춤법 관련 책인 만큼 오타에 좀 더 신경을 써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 -^ 기억나는 오타들 몇 개를 정리해 봤다. (두어 개 더 있엇는데 표시를 안 해놔서 찾기가 힘들다;;)


* 71쪽 - 위에서 세 번째 칸에 [ 노는(X), 내가 '노는' 놀이터 ]라고 되어 있는데, '노는'은 'ㄹ불규칙 활용'이 제대로 적용된 올바른 표현이므로 '놀는(X)'으로 고쳐야 한다.

* 91쪽 - 우리 몸의 명칭 중 '갈비뼈' 부분. 꼬주 아저씨 : 갈비뼈가 아닌 이유는? / 영원이 : 뒷말이 된소리로 나니까. 라는 질문에서 뒷말에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오면 사이시옷이 안 들어가는 걸 다시 설명하려는 의도로 보여지는 바, 꼬주 아저씨의 대사 중 '갈비뼈'를 '갈빗뼈'라고 고쳐야 바른 문맥이 형성될 듯 하다. ('갈비뼈'는 바른 표현이니까. ^ ^)

* 212쪽 - '관형사는 뒤말과 띄어 써요!' 라는 제목에서 '뒤말'을 '뒷말'로 고쳐야 한다. 55쪽에 '뒷말'은 이미 사이시옷이 있는 단어라고 나와있고, 바로 옆인 213쪽 제일 오른쪽 작은 글씨로 적힌 제목에는 '뒷말'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니까. ㅎㅎ 

* 253쪽 - 꼬주 아저씨와 판다, 영원이의 뒷이야기 편에서 선생님이 된 영원이가 하는 말에 '허섭레기'라고 되어 있는데 이건 '허섭레기'라고 고쳐야 옳다. (126~9쪽, 위에 설명했 듯이 '허섭스레기'가 옳은 표현이다.)





 + 보탬 2 + 

이 리뷰를 보고 황송하옵게도~~ 저자이신 고흥준 님이 글을 남겨 주셨다! ^ 0^
리뷰 말미에 지적한 오타 부분 때문에 못내 가슴이 아프셨나 보다;; (앗. 그런 의도가 아닌 것 아시죠? ^ ^;;)
그분 말씀이.. 출판시에 교정 파일이 섞여서 오타 부분이 제대로 수정 안 되고 출간된 것 같다고..
뒤늦게 발견하고 무척 속이 상하셨던 모양이다. ㅠ ㅠ; (당연하지!!)
2쇄부터는 오타 부분이 모두 수정되어 나올 것이라고 하니 기대하시랏~!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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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 따뜻한 변화 에너지
박태현 지음 / 웅진윙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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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다 읽고 꼭~ 안아 봤다. 책이 품고 있는 따뜻함이 내 속으로 전해오는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이랄까. '따뜻한 변화 에너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소통>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에너지를 담뿍 담고 있는 책이다. 처음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다가 입소문이 너무 좋아 다시 되돌아 본 얇고 귀여운 책. 그러나 그 안에는 현대인들의 소통부재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림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서 책의 아이디어를 얻어 쓰게 되었다는 이 책에는 <브레멘 음악대>에 나오는 네 마리 동물 - 당나귀, 개, 수탉,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각자의 슬픈 사연을 안고 있는 이들은 힘겨운 삶의 현실에서 허덕이다 결국 그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브레멘으로 향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들의 사연에서 제대로 '소통'을 이루지 못한 현대 조직들의 모습을 살며시 보여준다.

'막힘없이 서로 잘 통하는 상태'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말 '소통'은 무관심과 자기 이기주의로 점철된 현대사회에서 참으로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단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 관계에서 서로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 아주 작은 오해가 큰 문제를 만들어내는 일도 적지 않다. 우리는 직장, 학교, 심지어 가족 관계에서도 이런 일을 심심찮게 경험하곤 하는데, 저자는 이런 문제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소통의 부재'로 꼽고 있다.


퍼니, 로티, 보이스, 익스퍼로 대변되는 우리의 모습은 신뢰, 사랑, 열정, 최고를 향한 열망으로 표현된다. 농장주인의 통제로 서로에 대한 소통이 끊겨버린 농장을 뛰쳐나와 부모님이 계신 살기 좋은 곳이라는 브레멘으로 향하는 당나귀 퍼니. 브레멘으로 가는 길에 주인의 사랑을 잃은 개 로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도망친 수탉 보이스, 주인의 방해로 인해 빠른 고양이가 되고 싶은 열망을 포기한 채 슬픔에 젖어있는 고양이 익스퍼를 만나 다함께 그들이 꿈꾸는 이상향 브레멘으로 발길을 옮긴다. 때때로 그들의 불안감이 서로를 갈라놓으려 했지만 서로에 대한 소통을 놓지 않았기에 무사히 긴 여정을 거쳐 브레멘에 도착한다. 그러나 퍼니의 부모님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 갔고, 그렇게 고대하던 브레멘 또한 그들이 꿈꾸었던 그런 이상향이 아니다.

-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해질 수 없다면 어느 곳에서도 행복해질 수 없어.

브레멘에 도착한 네 동물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위와 같이 이야기 한다. 지금 니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여기서 잘 할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도 그럴 수 없다고. 그 결과 애써 브레멘을 찾아왔던 네 동물들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 예전의 각자 위치로 되돌아가고, 그곳에서 변화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시작 안에는 적극적인 소통이 있었다.

농장의 문제점에 대해 주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하고 새로운 농장 건설을 위해 힘쓰는 퍼니, 주인과 다른 두 마리의 개들 사이에 적극적 대화를 모색해 서로 평화로울 수 있는 길을 찾은 로티, 주인과 서로에 대한 입장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후계자 양성의 길에 들어선 보이스, 다시 자신이 꿈꾸던 날렵한 고양이로 돌아와 집안의 다른 고양이와 함께 쥐들을 헤치운 뒤 자신을 잘못 길들이려 했던 주인과 화해한 익스퍼까지. 그들은 자신을 가로막았던 주인들과 서로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고 소통을 이룸으로써 서로 발전하는 윈윈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네 마리의 동물들이 처한 상황과 행동들 속에서 문득문득 내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퍼니와 로티, 보이스, 익스퍼, 그리고 그들과의 소통을 거부했던 동물 주인들의 모습에 하나둘 그 얼굴들이 겹쳐진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그런 경험을 했으리라.

네 동물들은 브레멘으로 향하는 여정동안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고 함께 의논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 그 소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이 속한 조직을 바꾸어 간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 또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관건은 소통이다. 내 가정이, 학교가, 직장이,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선 서로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제 불평불만만 하지말고 그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 보자. 노력하는 만큼 그들 또한 기꺼이 당신과 소통하려 할 것이다.







- 퍼니, 너 혹시 북극성이 어디에 있는 줄 아니?
- 저기 보이는 가장 빛나는 별 아닌가?
- 그건 직녀성이야. 별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밝게 빛나지. 너무 화려해서 가끔 북극성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
(잠깐! 딴죽쟁이曰 .. 직녀성(Vega)는 여름철 별자리인 거문고 자리의 α별로 밤하늘에서 5번째로 밝다.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겨울철 별자리인 큰재 자리의 α별 시리우스(Sirius)다. 오리온 자리 옆에 있다. ;;;;; 아는 척은!! ^ ^;;)
- 그럼 저 별인가?
- 그 별도 아니야. 혹시 저기 흐릿하게 빛나는 별 보이니? 저 별이 북극성이야.
- 저 흐릿한 별이?
- 그래. 우리는 북극성이 가장 환하게 빛나는 별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북극성은 대표적으로 흐린 별 가운데 하나야. 북극성은 모두가 바라보는 위치에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자신의 빛을 낮추고 다른 별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지. 네가 우리들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하는 것처럼...
- 난 지금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 처음부터 너희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 퍼니, 그건 그렇지 않아. 나는 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 나에게는 너와 함께하는 것 자체가 브레멘이야. 너는 절망에 빠져있던 나에게 잃어버렸던 목표를 되찾아주었어. (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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