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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 따뜻한 변화 에너지
박태현 지음 / 웅진윙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 꼭~ 안아 봤다. 책이 품고 있는 따뜻함이 내 속으로 전해오는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이랄까. '따뜻한 변화 에너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소통>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에너지를 담뿍 담고 있는 책이다. 처음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다가 입소문이 너무 좋아 다시 되돌아 본 얇고 귀여운 책. 그러나 그 안에는 현대인들의 소통부재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림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서 책의 아이디어를 얻어 쓰게 되었다는 이 책에는 <브레멘 음악대>에 나오는 네 마리 동물 - 당나귀, 개, 수탉,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각자의 슬픈 사연을 안고 있는 이들은 힘겨운 삶의 현실에서 허덕이다 결국 그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브레멘으로 향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들의 사연에서 제대로 '소통'을 이루지 못한 현대 조직들의 모습을 살며시 보여준다.
'막힘없이 서로 잘 통하는 상태'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말 '소통'은 무관심과 자기 이기주의로 점철된 현대사회에서 참으로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단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 관계에서 서로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 아주 작은 오해가 큰 문제를 만들어내는 일도 적지 않다. 우리는 직장, 학교, 심지어 가족 관계에서도 이런 일을 심심찮게 경험하곤 하는데, 저자는 이런 문제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소통의 부재'로 꼽고 있다.
퍼니, 로티, 보이스, 익스퍼로 대변되는 우리의 모습은 신뢰, 사랑, 열정, 최고를 향한 열망으로 표현된다. 농장주인의 통제로 서로에 대한 소통이 끊겨버린 농장을 뛰쳐나와 부모님이 계신 살기 좋은 곳이라는 브레멘으로 향하는 당나귀 퍼니. 브레멘으로 가는 길에 주인의 사랑을 잃은 개 로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도망친 수탉 보이스, 주인의 방해로 인해 빠른 고양이가 되고 싶은 열망을 포기한 채 슬픔에 젖어있는 고양이 익스퍼를 만나 다함께 그들이 꿈꾸는 이상향 브레멘으로 발길을 옮긴다. 때때로 그들의 불안감이 서로를 갈라놓으려 했지만 서로에 대한 소통을 놓지 않았기에 무사히 긴 여정을 거쳐 브레멘에 도착한다. 그러나 퍼니의 부모님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 갔고, 그렇게 고대하던 브레멘 또한 그들이 꿈꾸었던 그런 이상향이 아니다.
-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해질 수 없다면 어느 곳에서도 행복해질 수 없어.
브레멘에 도착한 네 동물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위와 같이 이야기 한다. 지금 니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여기서 잘 할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도 그럴 수 없다고. 그 결과 애써 브레멘을 찾아왔던 네 동물들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 예전의 각자 위치로 되돌아가고, 그곳에서 변화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시작 안에는 적극적인 소통이 있었다.
농장의 문제점에 대해 주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하고 새로운 농장 건설을 위해 힘쓰는 퍼니, 주인과 다른 두 마리의 개들 사이에 적극적 대화를 모색해 서로 평화로울 수 있는 길을 찾은 로티, 주인과 서로에 대한 입장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후계자 양성의 길에 들어선 보이스, 다시 자신이 꿈꾸던 날렵한 고양이로 돌아와 집안의 다른 고양이와 함께 쥐들을 헤치운 뒤 자신을 잘못 길들이려 했던 주인과 화해한 익스퍼까지. 그들은 자신을 가로막았던 주인들과 서로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고 소통을 이룸으로써 서로 발전하는 윈윈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네 마리의 동물들이 처한 상황과 행동들 속에서 문득문득 내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퍼니와 로티, 보이스, 익스퍼, 그리고 그들과의 소통을 거부했던 동물 주인들의 모습에 하나둘 그 얼굴들이 겹쳐진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그런 경험을 했으리라.
네 동물들은 브레멘으로 향하는 여정동안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고 함께 의논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 그 소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이 속한 조직을 바꾸어 간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 또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관건은 소통이다. 내 가정이, 학교가, 직장이,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선 서로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제 불평불만만 하지말고 그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 보자. 노력하는 만큼 그들 또한 기꺼이 당신과 소통하려 할 것이다.
- 퍼니, 너 혹시 북극성이 어디에 있는 줄 아니?
- 저기 보이는 가장 빛나는 별 아닌가?
- 그건 직녀성이야. 별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밝게 빛나지. 너무 화려해서 가끔 북극성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
(잠깐! 딴죽쟁이曰 .. 직녀성(Vega)는 여름철 별자리인 거문고 자리의 α별로 밤하늘에서 5번째로 밝다.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겨울철 별자리인 큰재 자리의 α별 시리우스(Sirius)다. 오리온 자리 옆에 있다. ;;;;; 아는 척은!! ^ ^;;)
- 그럼 저 별인가?
- 그 별도 아니야. 혹시 저기 흐릿하게 빛나는 별 보이니? 저 별이 북극성이야.
- 저 흐릿한 별이?
- 그래. 우리는 북극성이 가장 환하게 빛나는 별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북극성은 대표적으로 흐린 별 가운데 하나야. 북극성은 모두가 바라보는 위치에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자신의 빛을 낮추고 다른 별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지. 네가 우리들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하는 것처럼...
- 난 지금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 처음부터 너희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 퍼니, 그건 그렇지 않아. 나는 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 나에게는 너와 함께하는 것 자체가 브레멘이야. 너는 절망에 빠져있던 나에게 잃어버렸던 목표를 되찾아주었어. (1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