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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중국소설을 꼽으라면 단연 <삼국지>가 으뜸일 것이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등의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엮어가는 광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함과 함께 인생의 교훈들을 담고 있기에 오랜 세월을 지나서도 고전으로 칭송받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렇게 최고의 중국소설로 꼽히는 삼국지보다 훨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고전이 있는데 그게 바로 <홍루몽>이란다.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홍루몽>을 연구하는 '홍학'이라는 것이 따로 있을 정도란다. <삼국지>와는 달리 <홍루몽>은 한 집안의 흥망성쇠를 큰 줄기로 전개되는데 그 속에 중국의 문화의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 자체 뿐만 아니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사료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그 대단한 소설 <삼국지>의 아성을 넘긴 걸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찾아본 <홍루몽>은 우선 고전소설의 미학을 두루 갖추고 있다. 100여 명이 넘는 등장인물들은 개성적이고 고전소설 특유의 뚜렷한 성격을 보이고, 원본 80회 동안 '가씨 집안'을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이야기의 거대한 스케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홍루몽>이 마음에 든 것은 고전소설에서 찾기 힘든 '여성'의 이야기가 담뿍 담겨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엔 '가보옥'이라는 남자가 열쇠를 쥐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여화보천'이란 신화에서 출발한 <홍루몽>은 혼란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 남은 단 하나의 돌에 스님과 도사가 생명을 부여하면서 그 실마리를 풀어내는데, 원래 제목이 왜 <석두기:石頭記>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홍루몽>의 시발점이 된 이 스님과 도사는 그 이후에도 수시로 등장하여 온갖 기이한 도술로 위기에 빠진 가씨 일족에게 개입한다. 그들과 함께 태허환경의 경환선녀라는 캐릭터 또한 몇 번 등장하여 앞으로의 사건에 대해 암시를 주는데, 이런 캐릭터가 바로 고전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
12권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1권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소개된다. 진사은과 가우촌을 거쳐 임여해까지 흘러간 이야기는 임여해의 부인이 죽은 뒤 딸 임대옥을 외가로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가씨 집안'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임대옥이 외가인 가씨네로 거처를 옮기면서 외사촌인 가보옥을 비롯 그 집안에 머무는 수많은 식솔들이 사이사이 등장한다. 일하는 사람들은 제쳐두고 집안의 어른들 이름만으로도 실로 엄청났다. 책의 중간 67쪽에 친절하게도 대략의 가계도를 그려놓았는데, 이름도 비슷한 것이 어찌나 헷갈리는지;; 책을 읽어 나가면서 중간중간 수시로 가계도를 펼쳐 지금 등장하는 인물의 위치와 신분을 찾기를 반복해야 했다. 3권을 다 읽은 지금도 아직 몇몇은 헷갈리니 앞으로도 얼마나 더 그 페이지를 뒤적여야 할 지 모르겠다; ^ ^;
<홍루몽>은 <석두기>라는 제목의 80회 분량의 필사본과 그 뒤에 40회를 덧붙인 배인본이 있는데 이 책은 원본인 필사본을 중심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1권엔 10회 분량이 실려있는데 매 회마다 소제목이 붙어 있다. 이 제목은 그 회에 일어나는 사건의 중심사항을 한 문장으로 만들어 달아놓았는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미리 맛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더불어 각 회의 마지막엔 '~가 궁금하면 다음 회를 보시라'는 작가의 친절한(!) 설명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처음엔 그 친절함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 ^;;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 왕희봉 등의 주요인물들의 배경과 성격 등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물꼬를 튼 1권. 앞으로 긴 여정이 이들의 활약에 달려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없이 궁금해진다. 그럼 2권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