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레인 스위트 하트 카카오 히팅 젤 - 100ml
쏘내추럴
평점 :
단종


처음 받았을 때 우선 향이 너무 좋더라구요.
초콜릿의 그 달콤한 향이 냄새만 맡아도 어찌나 침이 고이는지;; ㅎㅎ;;

제가 지복합성 피부라 모공이 넓은 편이거든요.
모공은 다른 부분보다 관리가 힘들어서 조금만 방심하면 피지가 끼고 넓어지기 쉽잖아요.
그래서 신경은 쓰는데 관리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이 제품을 알게 되었는데요.
일단 히팅팩이라 그 열로 모공을 열고 그 안의 피지나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게 맘에 들었어요.
팩이나 마사지 전에 스팀타올로 모공을 여는게 좋은 줄은 아는데 귀차니즘으로 잘 안되더라구요. ^ ^;




사진에서 보다시피 제품은 초코릿색의 투명한 젤이에요.
젤 상태라 얼굴에 부드럽게 발리구요. 퍼짐성도 아주 좋아요.
골고로 얼굴에 바르고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면 어느새 얼굴에서 열이 나더군요.
히팅팩 처음 써보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ㅎㅎㅎ
그렇다고 완전 후끈후끈 열이 나는 건 아니구요.
살짝 느껴질 정도로 열이 느껴진답니다.

사용설명서 대로 펴바르면서 살짝 마사지 해주고 5분 정도 팩을 한 뒤 미온수로 씻어냈어요.
부드럽게 잘 씻기더라구요.
세안 후에 얼굴을 만져보니 어찌나 매끈한지~
거울을 보니 모공 속 피지가 거의 대부분 녹아나온 것 같더라구요.
히팅팩이 이래서 좋은 건가~하고 처음 느꼈답니다. ㅎㅎ


저처럼 모공은 넓은데 귀차니즘에 제대로 관리 못하고 계신 분이라면
요 제품 하나 장만하셔서 한 번씩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세안하고 쓱쓱~ 바르기만 하면 알아서 열이 나서 모공을 열어 노폐물 제거해주니
한 번 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무척 맑아진 것 같아요. ^ ^

꾸준히 사용하면 저도 투명한 피부가 될까요? ㅋㅋㅋ
이 제품, 시험삼아 써본 히팅팩인데 저는 참 맘에 듭니다.
앞으로도 쭈욱~ 애용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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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여운을 주는 독특한 제목, '튤슈'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어감, 은은하고 몽환적이면서도 약간의 쓸쓸함을 자아내는 표지그림, 얇은 두께의 작은 양장본, 책 중간중간의 환상적인 삽화 등등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의 첫인상은 마냥 예쁘고 가벼운 사랑이야기인 듯 했다.

그러나 잘못 짚었다.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이란 부제처럼 이 책은 여섯 개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것은 평범하고 일상적이거나 깃털처럼 가벼운 연애담이 아니다. 책의 겉모습이 주는 첫인상과 달리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을 이루는 각 단편들 속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물음과 성찰로 가득차 있다. 그런 까닭에 넘기던 책장의 속도가 점점 더뎌지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렇다고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독수리와 물고기, 참나무와 인형, 담쟁이 덩굴, 대리석 조각상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우화형식의 단편들은 짧고 쉽게 읽힌다. 게다가 재미도 있다. 멋진 삽화까지 실려있어 마치 한 편의 동화책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지만 길이가 짧다고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다. 그 짧다막한 이야기마다 작가는 '사랑'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담아낸다. 그런 까닭에 금방 읽을 수 있지만 한 편을 다 읽을 때마다 그 의미를 한참동안 곱씹게 된다.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정서와 미묘한 감정, 그리고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한 여러 조건들을 사람이 아닌 다양한 등장인물과 그들의 특성을 통해 절묘하게 표현해 낸다. 비록 사랑을 이야기하고 사랑에 고뇌하는 인물이 사람이 아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렬하게 사랑을 말한다. 그리고 그 보편적이고도 특수한 감정들을 실은 단편들은 모두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진다.

여섯 편의 이야기 모두 강렬했지만 그 중에서 독수리와 익투스의 사랑을 담은 <빛나는 것, 그것은>이 가장 좋았다. 목숨을 건 사랑이 아름다웠지만 새와 물고기라는 그 넘을 수 없는 벽이 안타까웠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리고 그 이야기에 동화되는 아름다운 삽화도 너무 좋았다. 가장 아릿했던 이야기는 참나무와 플라스틱 인형의 <품을 수 없는, 안길 수 없는>였다. 사랑마저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대한 이야기로, 사랑하지만 결코 자신의 세계를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이중성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져 가슴이 싸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렬했던 단편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이었는데, 자신이 사랑을 느끼는 모든 연인을 '튤슈'라고 명명하고 그녀들을 사랑하는 것을 평생의 '일'로 삼고 사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다. 미치광이로도 보일 수 있는 노인의 독특한 사랑이야기는 처음엔 꽤나 혼란스럽지만 점점 묘한 매력을 일으킨다. 그리고 노인을 만난 '나'처럼 누군가에게 '사랑해, 튤슈'라는 전보를 치고 싶게 만든다. 조금 어려웠던 <나비, 시인, 그리고 여자>는 가장 철학적인 단편이 아니었나 싶다.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처음으로 만나는 터키문학이었다. 날카로운 현실 풍자와 실천적 지식인으로 많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아지즈 네신은 터키의 국민작가이자 풍자문학의 거장으로 우리나라에도 그의 저서 몇 권 소개되었단다. 이 책은 그의 작품 중 사랑을 소재로 한 단편들을 모아 엮은 거라고. 현실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득세력에 저항해 온 작가라고 하니 그의 정신이 담겨진 다른 작품들이 사뭇 궁금해진다.

사랑에 대한 짧고 깊은 이야기인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색다른 여섯 가지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좀 더 깊고 진지하게 '사랑'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 사람들마다 존재하는 이유는 다릅니다. 그리고 저의 존재 이유는 튤슈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187,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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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 삶이 가져다준 위대한 선물
구웨시안 엮음, 강성애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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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친구.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너무 푸근한 느낌이 들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구웨시안.이란 이름이 붙어 있어 한 사람이 친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은 글인줄 알았는데 여러 사람들의 글들을 모아 만든 책이었다. 책을 읽다가 조금 놀라 다시 자세히 보니 구웨시안 지음.이 아닌 편저.라고 적혀 있다;; 책의 앞머리에 그에 관한 짧은 언질이라도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서문에는 친구라는 존재에 대한 엮은이의 간단한 감상만이 간단하게 적혀있을 뿐이어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오해하는 사람이 없을 지는 몰라도 말이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직접 겪고 느낀 친구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짧게는 한두 장에서 길게는 대여섯 장까지 되는 분량들인데 대충 수기모음집 정도를 떠올리면 될 듯 하다. 글쓴이를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표기해 놓아서 그들의 국적과 인종, 나이 등은 전혀 알 수 없지만 중국을 비롯 여러 나라의 사람들의 글이 함께 실린 듯 하다. 글들을 5 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싣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그 분류의 주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듯 하다.

친구에 관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실려있는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장 먼저 읽었던 베트남 고아원 아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책의 뒷표지에도 일부분이 실려있는 이 글은 작은 아이의 행동을 통해 '친구'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해준다. 자신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친구를 위해 선뜻 피를 나눠주는 아이, '내 친구이니까요!'라는 간단한 말 한 마디로 그 모든 마음을 압축해버리는 그 아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버스 안에서 읽다가 참으로 민망했다;; ^ ^;;)

조금씩 나이가 들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낸다. 그러나 무수히 아는 사람들 중에 자신있게 '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솔직한 내 마음과 걱정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나를 믿어주는 그런 친구가 몇 명이나 될까.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처럼 수많은 아는 사람 중에 '친구'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래서 때때로 씁쓸한 기분이 들곤 한다.

- 당신이 성공했을 때 나팔을 불어주며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은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이 실의에 빠졌을 때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며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은 친구다. (64 쪽)

한 평생에 '진정한 벗'을 한 명만 만나도 그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진짜 친구'를 만나기 힘들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진실한 친구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내게 좋은 친구가 되길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에게 좋은 친구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그들도 언젠간 나의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는 존재 친구. 이 책은 그런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단편의 에세이들이 모인 책이라 읽어 내려가는 데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내 친구를 떠올리며 한가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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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마을 이야기 1
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 뿔(웅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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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이란 영화 제목이 생각났다. 유사한 내용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생과부'가 된 그녀들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라는 절대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전쟁 때문에 남편을 빼앗기고 졸지에 과부가 되어버린 그녀들. 계속되는 내전과 게릴라들의 약탈로 마을의 남자들은 모두 끌려가게 되고 마리키타에는 여자들만 남게 된다. '남자들이 사라졌다. 여자들만 사는 동네. 과부마을 이야기.'라는 카피와 제목은 뭔가 신나고 유쾌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게 했다. 그러나 나의 기대처럼 가볍고 경쾌한 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엔 우울함을 벗고 그 속에 희망을 발견하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다.

마리키타에서 게릴라와 함께 사라진 건 남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합법적으로 휘두르던 온갖 권력과 질서 등도 함께 사라졌다. 오랜 세월동안 남자들의 지배적 구조에 순응해 살았던 여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여전히 소극적이고, 심지어 여전히 자신들을 보살펴 줄 남자들을 나타나 그들이 마을을 다시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여전히 남자들은 마리키타에 나타나지 않고, 여러가지 혼란과 실패를 겪은 후 그녀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1권에서는 남자들이 사라지게 된 배경과 함께 마을 과부들의 사연을 차례로 들려준다. 치안판사가 된 로살바부터 창녀촌을 운영하던 에밀리아, 우연히 마리키타로 흘러들어온 과르니소와 우연히 남편이 숨겨뒀던 거금을 찾게 된 프란시스카, 그리고 특별한 과부인 산티아고까지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있는 과부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로살바는 남편과 비교적 행복했던 반면 프란시스카는 온갖 학대와 냉대, 무시를 견디며 살아왔다. 남편을 잃는 것은 로살바에게는 슬픔이지만 프란시스카에겐 해방이다. 또한 학교 선생님인 과르니소는 남자에게 강간당한 기억에 평생을 시달리며 괴로워하지만, 도냐 에밀리아는 남자들에게 성(姓)을 파는 것을 사업으로 한다. 게릴라들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여장을 했던 훌리오는 그때의 충격으로 벙어리가 되면서 자신을 자신을 진짜 여자로 여기게 되고, 특별한 과부 산티아고는 어느날 만신창으로 돌아온 사랑하는 연인 파블로를 떠나보낸다. 1권에서 쭉~ 이어지는 마리키타 과부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2권에서는 남자들이 사라지고 혼란에 빠졌던 과부들이 조금씩 자신들만의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출산장려를 핑계삼아 중성에서 남자로 돌아와 여자들을 농락하고 신의 이름으로 어처구니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을의 마지막 남자인 신부가 쫓겨나면서 마을은 온전히 여자들만(정신적 여자인 훌리아와 산티아고도 포함하여) 남게 된다. 그리고 남자들의 시간이 정지해 버린다. 남자들의 질서와 남자들의 시간을 잃어버린 과부들은 또다시 혼돈의 상태에 빠지지만, 곧 여자들의 시간을 만들고 더이상 남자를 기다리는 대신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남자들의 법칙인 우열, 권위 등을 버리고 모두가 동등하고 다함께 행복한 '뉴마리키타'를 건설한다. 그렇게 그녀들은 남자에 의해 보호받는 삶이 아닌 자신들의 힘으로 개척하는 삶을 찾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들의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여자들의 시간을 만들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정립해 가던 그녀들은 하나둘 자신의 몸을 가리던 옷을 벗기 시작한다. 화려한 색깔의 옷들 마저 금지 당하고 검은 상복만 강요됐던 그녀들의 옷은 여자들의 시간을 맞이하면서 점점 짧아지더니 급기야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고 알몸으로 거리낌없이 거리를 활보하며 새롭게 태어난 자신과 자신들의 자유를 만끽한다. 그녀들이 벗은 건 옷이지만, 그 '옷'은 그간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해 왔던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행했던 속박이며 그런 옷을 '벗는 행위'는 그녀들을 옭아매던 구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자아를 만나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 남편에게서 온갖 냉대를 받으며 멸시와 모욕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마리키타의 과부들은 옷을 벗고 알몸이 됨으로써 온전한 자아를 찾게 되고, 그전엔 남자들에게만 주어졌던 지도자와 의사결정자의 역할을 서로의 협력 속에 해냄으로써 이상적인 공동체를 이루어 간다. 


내전이 한창인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과부마을의 이야기와 내전의 원인인 게릴라와 무장단체, 정부 군인 등을 인터뷰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번갈아 나열하고 있다. 전쟁터로 끌려간 남자들과 마을에 남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교대로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 진행구조로 인해 전쟁이란 것이 그 어느쪽에도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둘 다 전쟁의 희생자일 뿐이다. 오직 전쟁을 일으킨 남자들의 이기심만이 지탄의 대상이 된다.

남자들이 만든 전쟁과 다툼을 떠나 서로 도움으로써 공존하는 여자들만의 마을 뉴마리키타. 그러나 작가는 이 세계에서 남자를 완전히 배제해 버리진 않는다. 전쟁터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남자들은 여전히 오만하고 권위의식에 젖어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그들을 통해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남자가 여자를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동등한 동료로 인정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라는 책의 첫머리에 실린 수전 B. 안토니의 말처럼 여자와 남자가 동등한 인격체로 서로를 존중하는 곳으로 뉴마리키타를 내세운다.


<과부마을 이야기>는 단순히 과부가 된 여자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 원인이 된 전쟁과 그동안 억눌리며 살아왔던 여자들의 속내와 이상적인 공동체의 제안 등 여러가지 복합적이고 무거운 주제가 골고루 어우러져 있다. 재미를 쫓기보단 진중한 생각을 요하는 소설이었다. 작가 제임스 캐넌은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25세에 뉴욕으로 건너가 활동한 까닭에 영미작가로 분류되나 이 책은 그 내용으로 볼 때 남미소설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이후 너무 오랫만에 접한 남미소설과의 만남, 묵직하면서도 뒷맛은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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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3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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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3권에서는 가보옥-임대옥-설보채의 삼각관계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전까지 미묘한 분위기만 연출할 뿐 확실히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던 가보옥과 임대옥은 3권에 이르러서는 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나타낸다. 그들의 로맨스를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3권부터 한층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보옥-임대옥-설보채의 삼각라인에서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건 임대옥이다. 자신보다 여러모로 현숙한 여인인 설보채를 질투하고 그걸 꼬투리 삼아 사사건건 설보채와 가보옥에게 상처를 준다. 또한 3권에 접어들어 농담처럼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일삼는 가보옥의 말에 매번 토라지고 화를 내다가 마지막엔 우는 걸로 마무리한다. 찌질이 임대옥. -_-; 것도 한두 번이라야 애교로 봐주지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니 임대옥이라는 여주인공에게 갖고 있던 호감이 점점 옅어진다. 전형적인 여주인공을 내세우지 않은 건 좋은데 이런 찌질이는 좋지 않다. (왕희봉 캐릭터가 최고야! ㅋㅋ)

3권에서는 임대옥의 거침없는 까칠함에 오히려 괴팍하기로 소문난 가보옥이 순한 양처럼 느껴진다. 물론 임대옥을 향한 가보옥의 사모의 마음이 그 저변에 깔려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말이다. 천성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가보옥은 주변의 모든 여인들에게 관심을 끊지 않으나 본격적으로 임대옥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또한 금과 옥의 인연으로 가보옥과 운명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설보채는 가보옥과 임대옥의 마음을 알기에 그들 사이에 끼지 않으려 거리를 두지만 매번 임대옥의 질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중세 중국은 결혼어느 정도의 촌수까지 결혼을 허용했는지 여부였다. 가보옥과 임대옥은 부모님이 오누이 관계로 분명 서로 사촌지간이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운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도 그것을 문제삼지 않는 걸로 보아 중세 중국은 사촌간의 결혼이 허용되었던 모양이다. 주석과 여러 부록들이 많이 첨부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 신판 홍루몽이지만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다.

또한 매 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홍루몽이기에 3권에도 여러 뉴페이스가 등장한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은 가씨 집안에 새로 일자리를 얻은 가운과 가보옥의 하녀인 소홍이다. 가씨 집안 주변의 많은 사람들처럼 가운 또한 일자리를 하나 얻으러 가씨 집안을 드나들게 되고 그러다 가보옥의 하녀 소홍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소홍 또한 가운과 같은 마음이라 곧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질 것 같아 주인공들과는 또다른 로맨스를 보는 재미를 줄 듯 하다.

주인공들의 애정관계 외에 3권에서는 가보옥의 배다른 형제 가환과 그의 어머니이자 가정의 첩인 조씨가 가보옥과 왕희봉에게 원한을 품고 그들을 헤칠 계략을 짠다. 우리나라 사극의 궁중암투에서도 후궁들이 자주 선보이는 인형에 바늘찌르기, 베게에 부적 숨기기 등의 신공을 여기서도 유감없이 선보인다. 또한 저주를 받아 미처 날뛰다 사경을 헤매던 가보옥과 왕희봉은 역시나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도사와 스님의 활약에 힘입어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홍루몽을 읽으면서 가장 눈길이 머물던 부분은 바로 하녀들이었다. 가난 때문에 팔려서 하녀가 된 사람들도 있으나 그들의 관계는 일종의 계약관계에 더 가깝게 묘사되고 있다. 하녀들은 주인과 격없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하고 때론 주인을 나무라기도 한다. 또한 가끔 임의로 거짓말을 하며 상전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가보옥을 찾아간 임대옥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거짓말하는 청문의 귀차니즘과 대범함(?)은 아주 가관이다. 홍루몽 속의 이런 모습들은 기존 사극을 보며 가졌던 선입견을 깨는 즐거움을 준다. 물론 잘못을 저질르거나 주인의 눈 밖에 났을 때는 기존의 사극과 별반 차이없이 흘러간다.

삼각관계과 뚜렸하게 자리잡고, 가정은 집안의 앞날에 대해 불길함을 느낀 가운데 가보옥의 1등 하녀 습인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면서 끝나는 3권. 그 어느 때보다 다음 책이 궁금해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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