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3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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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3권에서는 가보옥-임대옥-설보채의 삼각관계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전까지 미묘한 분위기만 연출할 뿐 확실히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던 가보옥과 임대옥은 3권에 이르러서는 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나타낸다. 그들의 로맨스를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3권부터 한층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보옥-임대옥-설보채의 삼각라인에서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건 임대옥이다. 자신보다 여러모로 현숙한 여인인 설보채를 질투하고 그걸 꼬투리 삼아 사사건건 설보채와 가보옥에게 상처를 준다. 또한 3권에 접어들어 농담처럼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일삼는 가보옥의 말에 매번 토라지고 화를 내다가 마지막엔 우는 걸로 마무리한다. 찌질이 임대옥. -_-; 것도 한두 번이라야 애교로 봐주지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니 임대옥이라는 여주인공에게 갖고 있던 호감이 점점 옅어진다. 전형적인 여주인공을 내세우지 않은 건 좋은데 이런 찌질이는 좋지 않다. (왕희봉 캐릭터가 최고야! ㅋㅋ)

3권에서는 임대옥의 거침없는 까칠함에 오히려 괴팍하기로 소문난 가보옥이 순한 양처럼 느껴진다. 물론 임대옥을 향한 가보옥의 사모의 마음이 그 저변에 깔려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말이다. 천성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가보옥은 주변의 모든 여인들에게 관심을 끊지 않으나 본격적으로 임대옥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또한 금과 옥의 인연으로 가보옥과 운명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설보채는 가보옥과 임대옥의 마음을 알기에 그들 사이에 끼지 않으려 거리를 두지만 매번 임대옥의 질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중세 중국은 결혼어느 정도의 촌수까지 결혼을 허용했는지 여부였다. 가보옥과 임대옥은 부모님이 오누이 관계로 분명 서로 사촌지간이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운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도 그것을 문제삼지 않는 걸로 보아 중세 중국은 사촌간의 결혼이 허용되었던 모양이다. 주석과 여러 부록들이 많이 첨부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 신판 홍루몽이지만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다.

또한 매 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홍루몽이기에 3권에도 여러 뉴페이스가 등장한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은 가씨 집안에 새로 일자리를 얻은 가운과 가보옥의 하녀인 소홍이다. 가씨 집안 주변의 많은 사람들처럼 가운 또한 일자리를 하나 얻으러 가씨 집안을 드나들게 되고 그러다 가보옥의 하녀 소홍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소홍 또한 가운과 같은 마음이라 곧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질 것 같아 주인공들과는 또다른 로맨스를 보는 재미를 줄 듯 하다.

주인공들의 애정관계 외에 3권에서는 가보옥의 배다른 형제 가환과 그의 어머니이자 가정의 첩인 조씨가 가보옥과 왕희봉에게 원한을 품고 그들을 헤칠 계략을 짠다. 우리나라 사극의 궁중암투에서도 후궁들이 자주 선보이는 인형에 바늘찌르기, 베게에 부적 숨기기 등의 신공을 여기서도 유감없이 선보인다. 또한 저주를 받아 미처 날뛰다 사경을 헤매던 가보옥과 왕희봉은 역시나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도사와 스님의 활약에 힘입어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홍루몽을 읽으면서 가장 눈길이 머물던 부분은 바로 하녀들이었다. 가난 때문에 팔려서 하녀가 된 사람들도 있으나 그들의 관계는 일종의 계약관계에 더 가깝게 묘사되고 있다. 하녀들은 주인과 격없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하고 때론 주인을 나무라기도 한다. 또한 가끔 임의로 거짓말을 하며 상전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가보옥을 찾아간 임대옥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거짓말하는 청문의 귀차니즘과 대범함(?)은 아주 가관이다. 홍루몽 속의 이런 모습들은 기존 사극을 보며 가졌던 선입견을 깨는 즐거움을 준다. 물론 잘못을 저질르거나 주인의 눈 밖에 났을 때는 기존의 사극과 별반 차이없이 흘러간다.

삼각관계과 뚜렸하게 자리잡고, 가정은 집안의 앞날에 대해 불길함을 느낀 가운데 가보옥의 1등 하녀 습인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면서 끝나는 3권. 그 어느 때보다 다음 책이 궁금해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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