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 My S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 이글은 <아들> 시사회 관람 후 썼던 글입니다. ;)


매번 찾아보던 영화잡지를 못 본 얼마동안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영화 한 편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충무로의 재담꾼으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이 바로 그것인데, 그가 들려주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과연 어떨지 사뭇 궁금했다. 스타 감독 장진과 차승원ㆍ류덕환이란 훌륭한 배우들이 참여했음에도 제작비의 거품을 덜어내고 저예산으로 만들었다는 이 바람직한 영화 <아들>은 요즘 한창 입소문 마케팅을 위한 시사회를 진행중이다. 때마침 반갑게도 이곳에서도 시사회가 열린다길래 개봉 전에 영화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들> 시사회까진 시간이 좀 남아 일주일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우아한 세계>를 보는 동안 혼자 여러 번 울컥~했던 나는, <아들>을 보는 내내 줄곧 눈물을 훔쳐야 했다. 우연찮게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보며 어찌나 눈물을 쏟았던지, 그러면서 또 얼마나 웃었던지.. 울다가 웃으면 신체의 일부가 변한다는 그 말이 유독 생각나던 날이었다. ㅋㅋ 그리고 그 영화들로 인해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내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감사가 한꺼번에 일어나던 날이기도 했다.


살인을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받은 강식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들 준석을 만나기 위해 단 하루의 시간을 허락받는다. 15년 만에 서른 아홉이라는 나이가 되어 다시 맡는 바깥의 공기는 어지럽고 아련하며 몽롱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의 절박함에 기차에서 잠깐 잠이 든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던 강식은 기다리는 시간마저 아까워 아들이 다니는 학교 앞으로 그를 맞으러 나간다.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쌀쌀하게만 대하는 아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모래 눈물을 쏟는 강식은 한 밤의 비밀 외출을 통해 아들 준석과 조금씩 소통하기 시작한다.

하루의 시간을 허락받은 무기징역수가 아들을 만난다는 영화의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스토리 속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자간의 애틋한 감정이 곳곳에 스며있다. 얼굴도 모르는 아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15 년만에 바깥 나들이를 하는 아버지와 처음 만나는 아버지가 반가우면서도 정작 살갑게 맞지 못하는 아들이 낯설고 어색한 시선을 멈추고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열어 화해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부자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휴먼 드라마에서도 장진식 유머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그 웃음이 눈물로 범벅되어 가라앉을 수도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확~ 올려준다. 아들의 학교 앞에 갔으나 정작 얼굴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히 마련한 종이 문구나 아들을 처음으로 마주한 교문 앞에서 '저 아이의 눈이 보입니다. ... 사실 눈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강식의 대사 다음에 눈만 빼고 얼굴 전체를 목도리로 둘둘 감고 있는 준석의 모습이 잡히는 장면, 그리고 아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신세대 용어 '하이 방가방가~ 완전 반갑삼!'을 연습하는 장면 등에서 장진의 반짝이는 익살과 재치를 만날 수 있다. 그런 장진식 유머 덕분에 금방 주르륵 눈물을 흘리다가도 킥킥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들>의 주무기는 역시 드라마다.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다가 함께 몰래 나들이를 감행한 밤.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그들 부자의 달리기는 그들의 관계회복을 향한 준비운동이다. 한강변에서 큰바위 얼굴보다 더 커진 보름달을 앞에 두고 애써 용기를 내어 아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강식. 그의 고백에 '나, 사랑하는구나? 아버지, 나 사랑하네~'라는 준석의 대답은 아무리 생각해도 생뚱맞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짧은 일탈의 시간 속에 둘 만의 추억을 만든 비밀외출을 마칠 때쯤엔 그들은 이미 가족이라는 띠를 함께 두르고 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추억을 남겨준 목욕탕 씬이었는데, 욕탕 안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웃던, 함께 바다를 바라보던 그들의 뒷모습은 진정 부자(父子)의 그것이었다. 아버지 등의 호랑이 문신이 얼룩말로 보일 만큼 긴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호랑이가 얼룩말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들이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들>은 영화의 대부분을 주인공의 '독백(또는 '방백')'을 나레이션으로 깔고 진행된다. 대부분이 강식과 준석의 속마음이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제 3자인 교도관 박 경사의 이야기가 끼어들기도 한다. 인물들의 행동으로 보여주기 보다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 조금은 지루하고 익숙하지 않지만, 떨리고 긴장되는 그들의 마음을 보다 효과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기엔 제격인 듯 하다.


주어진 하루를 보내고 그를 보내는 길. 아들은 용기를 내어 그의 손을 잡아준다. 이제 보내면 언제 다시 만날 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손을 아들은 그렇게 꼭 잡는다. 그리고 횡설수설 엉뚱한 말만 늘어놓던 아버지는 천천히 그를 보며 그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완전 차단하고 보러간 시사회였기에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반전에 한층 더 놀랐다. 아들과 보내는 24시간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던 영화가 마지막에 던지는 예상치 못한 반전에 대해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의견은 접어두고 나의 감상을 말하자면 나는 그 반전까지 유쾌했다. 감동은 있지만 자칫 밋밋할 수 있던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음은 물론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여지를 던져줬던 것 같다. 직접 보실 분들을 위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련다. ^ ^;


얼마전 <이장과 군수>로 그의 장기인 코믹연기를 선보인 차승원은 <아들>에서 한층 힘을 뺀 연기를 보여주고, <천하장사 마돈나>의 섬세한 연기로 단숨에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류덕환의 연기 또한 흠잡을 데 없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장진 감독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만 영화의 대사와는 달리 차승원의 눈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는 거~~!!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옥의 티가 아닐까. ㅎㅎㅎ

가정의 달 5월에 개봉한 영화 <아들>, 따스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가족 영화다.







 


+ 보탬 하나, 이 영화는 감독과 배우에게 모두 느낌이 특별한 영화였다고. <천하장사 마돈나> 이후 배우로서 빛을 발하며 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슬픔을 맛봐야 했던 류덕환과 실제로 중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차승원에게 <아들>은 각별한 느낌을 주는 영화였을 것이다. 또한 장진 감독에게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한 영화이기도 한데, 오프닝에 중풍에 걸려 말 한 마디 못하는 늙은 죄수로 출연했던 분이 장진 감독의 진짜 아버지라고.. (이제 영화관 찾으실 분들은 놓치지 말고 보시길! ^ ^)

+ 보탬 둘, 영화 중반 얼큰이 달이 나올 때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해주는 기러기 가족의 목소리가 알고보니 초호화 캐스팅이었다고! 장진 사단의 목소리 군단의 실체는 엔딩 크레딧에서 놓치지 말고 확인하시길! (그거 보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 0^)




 
 2007/04/17, 햇살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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