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월간 이벤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몇몇 분들의 요청이 있어 이벤트가 종료된 후에도 서재에서 볼 수 있도록 옮깁니다.

 

매월 장르 소설 두 권, 비 장르소설 두 권씩을 고르는 걸로 하고 있습니다.

그 경계가 불분명한 작품들은 역시 제 마음대로 집어 넣었습니다(..)

또한 어느정도 유명해지거나 판매가 호조인 책은 일부러 제외했습니다.

 

첫회가 좀 덜 재미(..)있어서 카피는 약간 수정을 했습니다.

심심하실 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9 (첫회)

 

 

세월 / 마이클 커닝햄

 

 

 

MD의 감상평: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마이클 커닝햄의 제1매력으로 꼽히는 시적인 문장이 얼마나 잘 전달되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세월>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번갈아 전개되는 시공간을 잇는 매끄러운 접점, 우아함과 날카로움을 번갈아 드러내는 대사들, 생에의 의지와 그것을 둘러싼 운명의 위력 간의 균형. 정적을 그려내는 솜씨와 파티장에서 캐릭터들을 와르르 부딪히게 만드는 솜씨 모두 발군이다. <세월>은 흠을 잡기 힘든 노련한 소설이며, 따라서 좋은 소설이고, 어쩌면 위대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이런 분들께 추천: 문예미학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분 / 느린 호흡의 소설도 OK / 이 작가의 이름을 3회 이상 들어본 적이 있다 /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감명깊게 보았다

 

이런 분들은 주의: 시대물이라면 당연히 로맨스가 있겠지? / 느린 호흡이 무슨 뜻이에요? / 여자친구 책선물 추천해 주세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 김용언

 

 

MD의 감상평: 솔직히 말씀드리겠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인문/사회 분야의 교양을 좀 갖추어야 한다. <범죄소설>은 미스터리 또는 하드보일드 소설을 잉태한 당대 사회를 읽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작업이 필요한가? 소설들이 더 재밌어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럼 뭐하러 이 책을 읽는가? <범죄소설>은 범죄소설을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3부를 읽어 보시라. 이 책은 범죄소설 팬들, 즉 우리 자신을 위한 송가다.

 

이런 분들께 추천: 범죄소설과 인문학을 다 좋아하는 분 / 실제 범죄를 다루는 언론 및 매체의 속성에 관심이 많은 분 / 범죄소설과 연관된 자아를 재발견하거나 확장하고 싶은 신실한 팬

 

이런 분들은 주의: 이 멍청이들아 홈즈는 실존인물이다! / 근데 발터 벤야민이 누구예여? / 범죄소설은 갖고 노는 거지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파저란트 /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MD의 감상평: 소설 속에 빼곡히 등장하는 상품명들. 정처도 희망도 없는 청춘들. 이렇게만 써 놓으면 왕가위의 영화들이 하나의 스타일로 군림했던 90년대 후반을 떠올리게 한다. <파저란트>를 비롯한 일군의 작품들이 '팝 소설'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면 심증은 더욱 굳혀진다. 그러나 <파저란트>는 발랄하거나 '감각적'이지 않다. 욕망에 매몰되고픈 욕망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여정의 종착지는 결코 발견되지 않는다. 세기말의 방랑기는 이렇게 쓰여졌다. 인간이 사라지고 사건과 제품으로만 가득 찬, 종말 이후의 지구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이런 분들께 추천: 영화 <천국보다 낯선>을 보다가 졸지 않았다 / 청춘 방황물의 새로운 느낌을 찾는 문학청년 / 독일 현대소설 중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데?

 

이런 분들은 주의: 독일 소설을 수면제와 혼동하시는 분 / 롤러코스터류 소설 애호가 / '기승전결' 이론 신봉자 / 백수 한량들이 방종하는 내용을 용납할 수 없는 새누리새마을정신 보유자 / 근데 이거 좀 깔쌈한가?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클레이튼 로슨

 

 

 

MD의 감상평: 지금은 미국 아마존에서조차 새 책을 구할 수 없는 고전 걸작 미스터리. '10대 걸작선' 어쩌고 하는 목록들이 지겨울 때도 되었다지만, 읽어 본 입장에서 말씀드리건대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이 존 딕슨 카의 작품들과 함께 10대 밀실 미스터리 걸작에 꼽히는 건 합당한 결과다. 마술과 심리 트릭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장인물들의 밀실트릭 싸움은 지금 읽어도 화려하고 즐겁다. 이른바 '본격 미스터리' 세계의 진짜배기 클래식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퍼즐을 짜맞추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은 소설 팬 / 존 딕슨 카 등의 정통 트릭 미스터리 팬 / 시야를 확장하고자 하는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팬

 

이런 분들은 주의: 하드보일드 편식쟁이 / 고전 알레르기 보유자 / 그러니까 이 지도를 보면서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가며 읽어야 하는 게 소설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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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 2012-10-27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쓱으쓱 다 읽었네요 으쓱으쓱

외국소설/예술MD 2012-10-29 18:11   좋아요 0 | URL
참 잘했어요 도장을 드립니다. 여기..